소설리스트

4화 (4/101)

역사와의 만남

1790년 10월 1일 10시 지원본부 본부장실.

장준하는 제주통합병원장 김재성 중령을 불렀다.

김재성 중령이 시간에 맞추어 본부장실에 들어섰다.

“어서들 오게.”

“충성.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그래, 자리에 앉지.”

장준하는 김재성 중령과 동행한 일행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말을 했다.

“김 중령, 내가 말한 것이 있던가?”

“예. 저의 병원을 비롯한 전군의 모든 군단급 이상 병원에는 생물학전(生物學戰)에 대비하여 치료제 배양을 위한 시설물이 지하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곳에 밀봉된 탱크에는 생물학전에 사용될 수 있는 여러 병원균들이 초저온 냉동 보관되고 있습니다.”

김재성 중령은 가져온 서류를 장준하에게 내 밀었다. 그 서류를 받아 든 장준하는 서류를 읽어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당히 많은 양이 보관되어 있구먼.”

“그렇습니다. 통일 전 북한의 생물학전(生物學戰)에 대비하여 치료제의 신속한 배양을 위해서 일정 단위 급 병원마다 상당한 양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통일이 된 후에도 초저온 용기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라 만일을 대비하여 계속 보관 중에 있었습니다.”

“그럼 내가 말한 천연두의 예방접종에 필요한 양은 어느 정도 보관되어 있는가?”

그러자 김재성 중령이 서류를 보며 말했다.

“장부에 있는 양을 확인한 바로는 약 5,000명분이 있는 것으로 서류상 확인이 되었습니다.”

“직접 확인하면 되지 않는가?”

“저는 병원장이라도 그 밀봉용기를 개봉할 권한이 없습니다. 시간여행 전이라면 합동참모 본부장님의 명령이 없으면 누구도 개봉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어찌하면 되는가.”

“지금은 본부장님께서 명령하시면 됩니다. 여기에 서명하여 주십시오.”

장준하는 김재성 중령의 원칙에 입각한 일처리가 마음에 들었다. 사인을 마치고 김재성 중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김 원장, 지금 천연두를 배양하여 1차로 제주전역에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양을 만들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

“지금 병원지하실에 배양에 필요한 시설 일체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1차 접종인원을 20만 명을 예상하여 4~5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가? 그러면 모든 일에 앞서 천연두 예방접종 준비를 하여주게. 앞으로 조선 주민과 직접 접촉을 해야 하므로 최대한 시간을 당겨주시게. 단, 주민들의 동요를 고려하여 은밀히 진행해 주었으면 하네. 필요 인원은 통합병원의 전 인원을 활용하여도 좋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비밀을 유지하며 신속히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천연두 예방접종에 필요한 준비에 들어갔다. 처음 예상과는 달리 접종인원이 15만 명 정도로 인원이 줄어 2월부터 접종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후 외지로 나가는 모든 인원은 먼저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고 출발하게 되었다.

1790년 10월 9일. 10시 지원본부 본부장실 옆 회의실.

장준하와 회의 참석자들은 그동안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짧은 기간에 마친 물자관련 서류와 그동안 토의 결과를 요약한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12일간의 짧은 기간에 물자조사를 마쳤고 주민들의 전폭적인 참여하에 토론을 거친 끝에 수많은 제안이 나왔으나 그 대표적인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장준하는 주민들이 바로 본토로 진출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상당히 의외의 제안이 도출되자 주민들의 높은 현실의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제안은 다음과 같다.

<―서체 시작

지금 가온이 인원이 조선 본토로 간다면 현재 조선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의 침략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리고 호란 이후 150년간 정국은 안정되었으며 아직까지 세도정치가 시작되지 않은 시기이므로 안정된 정국이 우리로 인하여 어지러워지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양대 전란 이후 문란해진 호적으로 전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가 양반인 지금,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저항은 아주 거셀 것이다.

그리 되면 상당한 유혈충돌과 민심이반으로 진압 후 입지를 세우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주민통합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서히 문화적인 통합을 이루어 쌍방 간의 유혈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 주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먼저 실시하자.

<―서체 끝

장준하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높아진 주민의식을 높이 샀다.

그래서 군의 간부와 사병들을 포함한 100명과 민간에서 10대 이상의 모든 연령을 포함한 100명을 대표로 선별하여 가온의 미래에 대한 기획단을 구성하여 발전 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제안도 받기로 하고 미래발전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하였다.

장준하는 가온의 물자 동향을 보고받았다.

대양함대와 특수기동전단의 함대들 중 반수 이상과 군단병력 일부분과 특수군단의 특수전 장비 일체가 본토에서 미처 들어오지 못하여 같이 시간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로 시간여행을 오는 것이 좋았는지는 각자 개인의 생각으로, 좋다 나쁘다는 것은 자신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지금 손에 쥔 이것만 해도 최상이었다. 더 이상의 욕심은 과욕이라고 생각했다.

이형구 상장은 장준하의 승인을 거쳐 부대를 재편하였다.

영관급 장교가 부족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여단으로 편제하기로 하고 자신이 복무하였던 북한의 군제를 모방하여 경보병 여단으로 재편하였다.

현재의 병력을 1, 3, 5, 7여단과 포병여단, 군단직할부대로 재편하였다.

4개 여단병력은 2,500명씩, 포병여단은 1,000명, 비행단은 현재와 1,200명을 유지하고, 군단직할부대는 공병단(1,500명), 수송정비단(1,200명), 통신단(500명), 저격대대(100명), 군 통합병원(300명), 군단본부대대(400명)로 총 16,200명을 재편하였다.

일단 인원을 재편하고 그에 따른 장비 및 충원은 병력이 보강되면 증원하기로 결정하였고 먼저 보직만을 하고 후일 적당한시기에 승진시키기로 했다.

장준하는 대정농공단지의 입주업체 내역을 보면서 최성용 비서에게 말했다.

“최 중령. 농공단지에 지금 농업용 박스공장이 두 개나 있는데 이들 사람들과 접촉을 하여 일반 종이 생산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시간을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게. 그리고 어묵 공장과 수산물 공장이 3개소가 있는데 이들에게 라면 제조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전기기계 공장에서는 전기 모터 제조가 가능한지 확인하여 보고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나마 대정농공단지에 식품공장들이 있어 다행이구나. 해군 함정은 호위함만 제외하고는 전부 핵추진 스마트 엔진으로 교체가 되면 작전능력이 기대되는구나. 그리고 백 박사님.”

“예, 본부장님.”

“앞으로 우리가 외부에 나갔을 때를 대비하여 지금 민간선적 10,000톤급 이상이 여기 문건을 보니 세 척이 나와 있습니다. 그 배를 앞으로 작전을 위해 전부 핵추진엔진으로 탑재를 하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분간 세계에 석유를 가지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잘못하면 석유가 없어 배가 고철로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탑재를 시작하고 있는 LST함이 끝나는 대로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개조되는 것을 고려하여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전함수리소의 전 병력이 지원을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백기소 박사에게 답변을 해주면서 장준하는 물자목록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수 조사에 의한 가온의 물자 목록은 다음과 같이 작성되었다.

<인적자원>

전체 주민 60,000명. 남자 42,500명, 여자 17,500명.(제주주민 5,000명 포함)

민간인 35,000명.

군인 25,000명, 외국인 800명.

<민간 장비>

―육상장비 및 주요시설물

승용차 2,000대, 버스 100대, 트럭 100대, 오토바이 150대, 트랙터 200대, 콤바인 50대, 경운기 1,000대, 소형굴삭기 5대

그 외 농업용 기계 500여 대, 대정농협 도정공장(정미소) 1개소

남제주 화력발전소 발전용량 120MW

(30MW 발전기 2기. 10MW 발전기 2기)

쌍용시멘트 저장고 및 레미콘시설1식 레미콘트럭 20대

대정농공단지(12개 공장)

제지 공장, 골판지박스 공장, 천막제조 공장, 젓갈 공장, 전기기계 공장, 초콜릿 박물관

풍농비료 공장, 석재 공장, 어묵 공장, 축협육가공 공장, 안료 공장, 수산물가공 공장.

모슬포 항

통조림제조 공장, 소규모 녹말 공장

―해상장비

10,000톤급 화물선 2척(시멘트 운반선, 유류운반선), 100,000톤급 컨테이너선 1척

그 외 100톤~200톤급 원근해어선 30여 척, 소형어선 20여 척, 해경 경비선 2척

대형바지선 3척

―민간시설

학교 고등학교 2개소, 중학교 4개소, 초등학교 5개소

―중문단지

호텔 6개소, 콘도 1개소, 온천 휴양리조트 1개소,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1개소, 국제평화센터 1개소

유전 1개소(현 인구 및 군수용 30년 사용), 정유공장 및 관련화학공장 1개소,

농협 농기계 수리센터 2곳, 금융기관 10개소,

우체국5개소 병, 의원

(병원 1개소, 일반의원 5개소, 보건지소 5개소)

<군수물자, 주요시설물>

―군수지원본부 건물(10층)

레이더 관제소, 전산센터, 국방과학연구소제주분소, 제2 원자력연구원, 군단통합병원

―군수 산업단지(공장 10개소)

항만 함선수리소 1개소

함대 부착장비 1개소

함포제작소 1개소

엔진조립공장 1개소

포탄제조공장 1개소(일반함포용)

어뢰 및 수중무기 제작공장 1개소

핵추진엔진제작공장 1개소

기타 연관 공장3개소

해군장비기술연구소 1개소

―특수군단

지상병력 15,000명

(총병력은 3만 명이었으나 15,000명 미귀환. 중령 이상 고위 장교들 대부분도 통합작전 참관으로 부대 미귀환)

K2 흑표전차 40대

상륙돌격장갑차(KAAV7A1) 200대

k―9 자주포 100대

k―10 탄약보급 장갑차 10대

군용트럭 외 300대

KM―7 고무보트 500대

군단 공병단 장비 군단 급 장비 일식

특수군단 전 장병 개인화기 및 부대지원화기 일식

완 편 군단(40,000명) 1년간 무 보급 작전수행 포탄 및 탄환 등 소모품 일체

군복 8만 착(동복 하복 각각), 방탄복 8만 착

전투식량 군단 1년분

AK―47 소총 1,000정 및 실탄

(읍, 면사무소 예비군용)

(통일 후 남북한은 북한군에 있던 막대한 양의 북한식 AK(아카)―47소총을 예비군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군단 전투비행단(헬기 비행단)

장병 1200명

수리온 헬기 100대

(2010년 6월 시험비행에 성공하여 2012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국산헬기)

C―130 수송기 12대

항공정비창 관련 장비 일식

―해군 (합동작전 중 1/2 이상 미귀항)

장병 8,800명

대양함대

항모 광무황제 함(핵추진) 함 탑재 해리어기 8대

구축함 4,500톤급 충무공이순신 함(핵추진엔진 탑재 중) 1척

호위함(경북함급) 경북 함 1척

고준봉급 LST함(핵추진엔진 탑재 중) 2척

군수지원함(9,200톤급) 백록함(핵추진엔진 탑재 중) 1척

―특수 기동함대

마라도 함(강습 상륙함 20,000급)(핵추진) 기함

이지스구축함 효종 함(핵추진) 1척

구축함 4,500톤급 대조영 함(핵추진엔진 탑재 중) 1척

호위함(경북급) 경남 함, 전북 함, 2척

고준봉급 LST함(핵추진엔진 탑재 중) 2척

214급 잠수함 손원일, 안중근 함(핵추진) 2척

LST함(핵추진엔진 탑재 중) 4척

연안경비정(윤영하급440톤) 6척

총26척

1790년 10월 12일 화순본부 본부장실.

본부장실에는 대정농공단지 입주업체 대표들이 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본부장 장준하입니다.”

장준하의 인사에 입주업체 대표들이 일제히 인사를 하였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는, 아시겠지만 시간여행으로 지금의 시대에 온 우리에게 필요한 물품 때문입니다. 최성용 비서관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장준하의 말에 최성용이 일어나서 말을 했다.

“본부장님을 보좌하고 있는 최성용 중령입니다. 저의들이 각 공장에 미리 배포해 드린 자료가 있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제지는 종이와 화장지이고, 식품은 라면 제조, 그리고 전기기계는 모터 등의 생산입니다. 각 공장들이 지금의 시설로 생산이 가능한지, 개조를 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싶어서 여러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앉아 계신 순서대로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장준하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먼저 말을 했다.

“예. 그럼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제지 회사 전무 이승호입니다. 저희 제지 공장은 농사용 박스와 골판지 생산에 필요한 기계로 이루어졌습니다.

골판지 제조는 폐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폐지를 재활용하기 위한 벌크 등 재활용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서 종이 제작은 기계를 보완만 하면 가능합니다.

저희 회사 직원 중 일반제지 회사 출신이 많아 일반제지 공정 파악이 가능합니다. 대량생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두 곳의 공장시설을 잘 활용하면 가능합니다만 문제는 원료입니다.

지금이 감귤 수확을 하기 직전이라 많은 원료를 수입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지금 만든 박스도 전부 재활용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나 앞으로 대량생산을 위한 화학펄프 생산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술 축적이 필요하므로 시간을 주셔야 합니다.

화장지 정도는 빠른 기간에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지 생산을 위해서는 원료의 수입이 필요하고 생산은 약간의 기술보완만 되면 가능하리라 판단됩니다.”

그러자 최성용이 말을 했다.

“지금 공장시설을 개수하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쇄지나 필기용지 등을 만들 시설물 설치에는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부품의 자체제작 등도 필요하므로 군산단지의 공작기계에서 만들어 주시면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올 연말까지는 해 보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장준하는 최성용에게 지시하여 제지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라고 하고 그 담당에 이호 박사를 지정해 주었다.

장준하의 말이 끝나자 수산물가공 공장 대표자가 말했다.

“저는 한성식품의 공장장 고성국입니다. 저희 공장은 어묵, 젓갈, 김, 수산물가공 등을 위한 장비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기계를 활용한다면 라면 제조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밀가루와 포장지 그리고 튀기는 기름 확보가 문제입니다.

재료만 구비된다면 기계를 전부 재배치하고 준비하는 데 빠르면 약 6~9개월 정도, 길면 1년 정도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자 다른 제지 회사 관계자가 말했다.

“포장지는 저희 회사에 기계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본래 제주도의 고등어 등 수산물을 진공 팩과 일반 팩에 포장 가공 생산하던 라인이 있습니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골판지 생산으로 생산 라인을 바꿔 지금 비닐포장 라인을 처분하기 위해 기다라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라인을 그대로 이전하여 연결하여 사용하시면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자 장준하가 다시 말을 했다.

“예. 비닐, 밀가루, 기름 등 원료 문제는 저희 지휘부에서 마련하겠습니다.”

장준하의 말이 끝나자 최성용이 다시 한성식품 공장장을 보고 말했다.

“어묵 제조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안 되면 다시 라인을 만들어서라도 부탁드립니다. 조선의 식생활 개선에도 필요한 기계입니다. 필요하면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최성용 중령의 말을 들은 장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고성국이 어묵 제조 기계는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준하는 전기기계 대표가 누구인지 고개를 돌려 참석자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일어나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주전기 양석훈 공장장입니다. 저희는 본래 제어계측기 등 전기기계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므로 전기모터 생산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 여쭤볼 일이 있습니다.”

양석훈의 말에 최성용이 나서서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이런 여러 물품을 만들면 판매는 어떻게 되며 이럴 경우 결재는 어떻게 되고 수익이 나면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양석훈 공장자의 말에 최성용이 아닌 장준하가 말했다.

“그 문제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의 모든 산업은 초기 단계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산업은 그 중심에 여러분들과 가온의 주민들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독과점과 부의 독점입니다.

우리의 지식은 지금 시대에 전 세계를 덮을 정도가 되지만 문제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문어발 경영 같은 부의 독점을 철저히 막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하여 저희들이 조선에 들어가는 1800년대에서 시작하여 1세대가 지나면 여러분들의 후손들이 모든 사회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여행을 한 분들끼리 회사 구성원끼리 일정한 부의 분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이제 한 배를 탄 동료이자 가족입니다.

부의 분배 문제만 여러분 스스로 해결해 주신다면 저희 지도부는 최선을 다하여 여러분을 지원하겠습니다.”

장준하의 말을 들은 양석훈이 알겠다고 하자 최성용이 다시 물었다.

“그리고 양석훈 공장장님.”

“예, 말씀하십시오.”

“제주전기에서 혹시 점화플러그 생산도 가능합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양성훈 제주전기 공장장이 말을 했다.

“점화플러그는 저희들의 생산품은 아니지만 지금 기술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플러그의 본체가 알루미늄과 도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원자재인 알루미늄이 필요합니다. 원재료 문제만 해결된다면 개발해 보겠습니다.”

“예, 그럼 원재료는 저희가 해결을 해 드리겠는데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그사이 연구라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최성용과 양 공장장의 말이 끝나자 다시 제지공장 전무가 나서며 말했다.

“지금 대정농공단지는 본사 8개소와 지사나 분공장이 4개소로 이루어졌습니다. 그중 8곳 사장님들은 전부 저희들이 시간여행을 하여 과거로 온 날에 ‘대정농공단지 사장단 골프모임’이 있어 전부 골프장에 가시는 바람에 지금 공장의 주인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오늘 회의장에 오기 전 저희 공장직원들끼리 회의를 하였습니다. 저희 대정농공단지의 인원 중 시간여행 온 인원이 800여 명이 됩니다. 전부 중소규모 공장이라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회의 결과 공장의 시설물을 우리 모두의 재산으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각 공장마다 직원들이 공동 재산으로 하였으니 분배 문제는 걱정 마십시오.”

그러자 장준하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아, 그래요?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여 주시고 필요한 물품은 최 비서에게 말씀하십시오.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해 드리겠습니다.”

대정농공단지 입주업체는 몇 가지 지원문제를 협의하고는 본격적인 준비 및 개조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서둘러 농공단지로 돌아갔다.

1790년 11월 1일 12시 창덕궁(昌德宮) 대조전(大造殿).

‘틱’ ‘틱’

이상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상선(尙膳) 김시묵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주상께서 침수에 드신 지 꽤 되어 숙직상궁과 내관들도 교대로 눈을 붙이고 있어 주변이 조용해야 하는 지금시간에 이상한 소리에 귀가 거슬렸다.

인상을 찌푸리다가 앞에선 대전 상궁(大殿尙宮)을 쳐다보자 박상궁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자신이 몸을 돌려 나가보려는 순간 앞에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누구냐.’

상선 김시묵은 자신의 말이 목에서 나오지 않고 입안에서 맴돈다는 생각을 하며 정신을 잃었다.

특수1여단 1대대장 하성호 대위는 조심스레 침전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임금이 혼자 자고 있었다.

하성호 대위는 부하에게 손짓하여 준비한 특수영상 시스템을 설치하게 하고는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하성호 중령이 나가자 시스템은 바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의 침전에는 하나의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산(?)아~ 산아~. 일어나거라, 산아.”

잠이 들어 있던 정조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자 어두운 방 한가운데 한 사람이 소복을 입고 산발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난 정조는 방 한가운데 떠 있는 사람을 보고 말했다.

“그대는 누군가?”

그러자 그 형상의 눈언저리에서 피로 보이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산아. 흐흐흑, 산아, 이제 아비도 몰라보느냐.”

너무 놀란 정조는 그 형상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인형의 얼굴은 어찌 된 일인지 정확히 보이지 않고 흐릿하기만 했다.

“아바마마. 아바마마시옵니까? 그런데 어이하여 이런 망극한 형상을 하고 계십니까?”

말을 하는 정조의 눈에도 어느덧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산아. 내 아들 산아. 이 아비 죽은 지 30년이 되었으나 너무나 억울하여 저승에 가지 못하고 수십 년을 목 놓아 울다보니 이리 형상이 괴이해지고 목소리도 변했구나. 그래도 네가 작년에 음택(陰宅)을 수원으로 옮겨줘 그나마 이 정도구나.”

방 안에 떠 있는 형상은 말을 하면서도 계속하여 흐느껴 울었고, 방 안에는 괴괴한 느낌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정조는 서 있는 형상이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라고 믿었다.

“아바마마, 보고 싶었사옵니다.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억울하게 승하하신 이후 소자는 단 하루도 아바마마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효심이 지극한 정조는 말을 다 하지도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얼마 동안 서로를 쳐다보며 울다 정조의 흐느낌이 잦아들자 사도세자의 인형이 말하였다.

“금상(今上)이 즉위하자마자 여(余)의 원한을 풀어주고자 70여 명을 처단하고 ‘명의록(明義錄)’을 지어 그들의 죄상을 기록하여 주어 고마웠소.”

명의록은 정조가 대리청정과 즉위 당시 일어난 일을 적은 것으로 자신을 반대하던 사람들의 죄과를 당시의 모든 기록을 열거하여 조목조목 밝힌 그로 여기에 적힌 70여 명은 대부분이 사도세자의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인형의 반 공대에 정조는 더욱 몸을 낮추며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자식 된 도리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금상의 효심이 지극하여 내 더 무엇을 바라겠소. 하나 금상은 이 나라의 군왕이오. 더욱 자신을 갈고닦아 백성을 위하는 군주가 되시오.”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내가 본시 금상이 수원에 내 능침을 옮겨준 후 이제 그만 저승으로 오르려 하였으나, 염라대왕의 배려로 잠시 조선의 앞날을 보게 되다가 그만 깜짝 놀라 하늘의 노여움을 무시하고 오늘 금상을 찾게 되었소.”

“하교하여 주시오소서.”

“우리 조선은 그동안 수많은 변란에도 400년의 법통을 지켜왔으나, 지금부터 80년 후부터 왜국과 양이들의 침략으로 고통을 당하고 100년을 넘기자마자 나라를 왜놈들에게 빼앗겨 우리 후손들의 삶은 그 참혹함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오.”

그 말에 놀란 정조가 목소리를 높여 울부짖으며 말을 했다.

“아바마마, 왜인들이 침략으로 나라가 망하다니요. 어찌 그런 참담함이 있사옵니까? 어떻게 하였기에 그런 지경에 다다른 것입니까? 어떤 방도가 없사옵니까? 어찌해야 조선을 백성들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겠사옵니까.”

정조의 울부짖는 말에 사도세자의 인형은 말했다.

“금상. 오늘은 내 더 이상 여기 머물 수 없소. 그리고 금상이 얼마 후 수원에 여(余)를 찾아올 것으로 알고 있소.”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아바마마의 능침에 어마마마를 모시고 내년 봄 능행을 가려고 하옵니다.”

“주상, 내년에 오지 말고 이번에는 여(余)에게 11월 10일 도착하도록 해보시오. 그리고 수원에 도착한 첫날 여(余)의 원소(顯隆園)에 있는 정자각에서 주위를 모두 물리고 금상 혼자 있어보시오.

그러면 자정에 한 사람이 금상을 찾을 것이오.

효종대왕께서 일찍 승하하시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극비리에 자신을 따르는 충신들을 원지로 보내어 장차 나라의 환란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만드신 친위군이 있소. 그날 금상을 찾는 그 사람이 바로 그들의 수장이오.

여(余)도 그 사실을 몰랐으나 염라대왕의 배려로 조선의 앞뒤 사정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되어 이번에 여(余)가 사정을 하여 불러왔소.

그들의 선조들이 본디 조선의 백성이기는 하나 150여 년을 그들만의 풍속으로 살아와 사고가 여(余)와 전혀 달라서 여(余)가 말을 하여도 아직 때가 아니라고 오지 않으려 하였소.

그런 이들을 여(余)가 100일을 석고 대죄하여 겨우 불러왔소.

그들은 그동안 군사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청국의 100만 대군도 단숨에 절단 낼 수 있는 엄청난 군사력이 있소.

금상, 이 아비의 말을 꼭 명심하시오. 금상은 그들을 잘 다독여 조선의 앞날의 먹구름을 거둬주기를 바라오.”

사도세자의 인형의 말 중에 100여 일의 석고대죄를 하였다는 말을 듣던 정조는 죽어서도 조선을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이윽고 사도세자의 인형이 점차 엷어지기 시작했다.

“금상, 잘 있으시오. 내 말을 꼭 명심하여 조선을 반석 위에 세워주시오.”

흐려져 가는 형상을 보며 정조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바마마, 아바마마. 잠시만, 잠시만 더 계시옵소서. 소자, 아바마마를 이렇게 황망히 보내드릴 수는 없사옵니다.”

정조의 외침에 형상은 계속 자신의 말을 꼭 명심하라는 말을 하면서 사라져갔다.

특수영상이 사라지자 정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돌아가시고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아버지가 그것도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그러다 방바닥을 내려다보던 정조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자신의 손으로 만졌다.

눈물을 만지던 손을 바라보던 정조는 그 자리에서 혼절을 하고 말았다.

사도세자가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피눈물이었다.

아버지가 흘리신 눈물이 피인 것을 확인한 정조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은 특수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정조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마취제가 방 안에 뿌려져 자연스럽게 잠이 들게 한 것이다.

정조가 쓰러지자 하성호 대위는 바로 들어와 홀로그램시스템을 회수한 후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대조전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취 총에 맞아 잠들어 있었다.

‘과연 이게 통할까?’

하 대위는 일의 성사 여부를 궁금해 하며 헬멧의 헤드셋에 철수를 지시하고는 창덕궁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1790년 11월 2일 창덕궁(昌德宮) 대조전(大造殿).

날이 밝아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정조는 지신의 손과 방바닥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손과 방바닥에는 피가 굳어 있었다.

‘아, 어젯밤 일이 꿈이 아니었구나. 아바마마께서 그런 일을 겪으시는 줄 모르고 난 이리 호의호식하고 있었다니.’

사도세자를 생각하니 정조는 또다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참을 울던 정조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마음을 진정했다.

“마마, 기침하셨사옵니까? 소세 물 대령하오리까?”

상선 김시묵의 말에 마음을 진정한 정조가 말했다.

“그리하라.”

정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며 대전 상궁과 나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다 말고 왕의 침전 바닥을 내려다보던 대전 상궁 김 상궁은 깜짝 놀라며 정조에게 말했다.

“전하, 옥체 미령하십니까? 어의를 부르리까?”

“음, 그리하라.”

정조의 말에 바닥에 떨어진 피를 닦으랴, 왕의 용안을 소세시키랴, 어의를 부르랴, 한동안 수선스러웠다.

서온돌에서 일어나 왕의 기침을 기다리던 효의왕후 김씨가 이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바로 달려왔다.

“마마. 옥체 많이 미령(靡寧)하시옵니까?”

중전의 말에 정조가 답을 하였다.

“아니오. 몸이 곤한지 비(鼻)에서 혈(血)이 잠시 비쳤을 뿐이오.”

“서책을 너무 많이 접하셔서 곤하신가보옵니다. 심신의 안정을 기하여 성후(聖侯)를 생각하시오소서.”

“하하, 내가 중전에게 걱정을 끼쳐드렸나 봅니다. 염려 마시오. 별일 아닙니다.”

임금의 말에도 근심스런 얼굴을 펴지 못하던 중전은 어의(御醫) 강명길(康命吉)이 들어와 진맥을 하는 것을 보고 있었고, 진맥을 마친 어의(御醫) 강명길(康命吉)이 기가 허하다하고 기력을 보할 탕제를 올리겠다고 하고 물러났다.

정조는 정사를 보면서도 어제의 일에 도저히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꿈인 줄 알았는데 일어나 아버지가 흘린 피가 바닥에 고여 있는 것을 본 뒤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말을 곱씹어봤다.

능행의 원소에서 나타난다는 자들과 그들의 무력이 대단하여 100만 대군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하며 ‘천하에 청국을 이길 군사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사도세자가 직접 나타나 한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정조는 내년 봄에 어머니를 모시고 능행을 하려 하였으나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11월 5일로 날을 정하여 추워지는 날씨 관계로 혼자서 능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승정원에 지시를 했다.

1790년 11월 1일 6시 제주도 제주목 관아와 정의현 관아.

제주도 접수 작전은 이형구 상장이 직접 지휘하였다.

3여단의 1대대와 2대대로 접수하기로 하고 1대대는 제주목을 접수하고, 2대대는 정의현 일대를 접수하기로 했다.

제주목에는 2,000명의 속오군(束伍軍) 병력이 있어야 했으나 1대대의 조사에 의하면, 약 300여 명이 있을 뿐이었다.

100여 명의 병력은 정의현감 김천석의 지원요청으로 100여 명의 병사를 정의현에 파견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1790년 11월 1일 6시, 각 대대별 작전에 들어갔다.

“작전 시작.”

3여단 1대대장 최훈 대위와 2대대장 이성천 대위가 동시에 내리는 명령에 따라 각 대대 병력은 자신들이 배정받은 지역의 점령을 위해 빠르게 침투해 들어갔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 없는 마취탄을 사용하기로 한 부대는 각 관아의 점거에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제주목 점령에 직접 참여한 이형구 상장은 30분도 걸리지 않은 작전시간에 만족해했다.

“피해 보고하라.”

“최훈 대위입니다. 병사들 피해는 없고 제주목 관내에 있는 병사들 300명은 모두 제압을 하였고, 제주목사로 보이는 관리와 여러 사람들은 전부 관아에 일단은 수감하였습니다. 무기들은 전부 수거하였고, 병사들은 상의를 탈의시켜 묶어놓았습니다. 6시 30분 현재 점령 완료입니다.”

곧이어 2대대장 이성천 대위도 비슷한 보고를 해왔다.

이형구 상장은 제주목 관아로 들어갔다. 고즈넉한 관아는 넓은 뜰을 중심으로 잘 조성되어 있었다.

이형구 상장은 제주목사를 끌어오게 하였다.

잠시 후 자다가 잡혔는지 잠옷차림의 중년인이 끌려왔다.

“당신이 제주목사요?”

정3품 당상관인 제주목사는 자세를 추스르더니 이형구 상장을 보며 말했다.

“나는 제주목사 구영진이라 하오. 그대들은 누군데 이런 일을 벌이는 거요?”

“우리는 효종대왕의 친위군입니다. 지금 외지에 있다가 조선에 들어왔고 적이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구영진 목사는 이형구 상장의 말에 반신반의 하였다.

“아니, 효종대왕 전하의 친위군이라니요. 효종대왕께서 승하하신 지 150여 년이 되었는데 무슨 망발이오. 그리고 친위군이라는 자들이 오랑캐도 아니고 변발을 하다니,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였거늘 이 무슨 작태요.”

이형구 상장은 더 이상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명령조로 말하였다.

“곧 조정에서 어명이 올 것이오. 그동안 힘들어도 조정의 어명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구 목사를 억류하겠소.”

이형구가 말을 하자 구영진이 다시 말을 했다.

“이보시오. 그대들이 정말 효종대왕 전하의 친위군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제주도를 다스리는 제주목사요. 그런 요망한 말을 하지 말고 당장 우리를 풀어주시오.”

이형구 상장은 구영진목사의 말은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이 부하들에게 명하여 관아에 있는 감옥에 수감을 하였다.

그나마 목사라는 신분이기에 넓은 방에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여 간수장이 필요한 서책이 있으면 들여보내 주기로 하고 수감되었다.

제주목사를 정리하고 나자 이형구 상장은 고을 내 관속들을 수배를 하였다.

잠시 후 몇몇 사람이 끌려나왔다.

“이 중에 호방이 누구요?”

이형구의 말과 함께 키가 작은 사람이 몸을 덜덜 떨며 나왔다.

“겁내지 마시오. 우리는 양이도 왜구도 아니고 돌아가신 효종대왕께서 직접 육성하신 친위군대요.”

이형구 상장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죽이지는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호방이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폈다.

“하문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대정현을 제외한 제주목과 정의현의 총 인구가 노비 포함 얼마나 됩니까?”

“그것은 정확히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약 7만 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호구조사를 한 지 오래되어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그중에 양반들은 얼마나 됩니까.”

“그것은 비교적 정확하게 압니다. 제주목과 정의현의 양반은 총 2,000여 호로 그 인명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10,000명 정도 됩니다.”

대략의 인원을 파악한 이형구 상장은 10,000명의 제1여단, 제3여단 제5여단 7여단의 전 병력을 투입하여 제주목과 정의현 일대를 전수조사 들어가면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철 기구를 수거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여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자신들도 새 역사를 만드는 데 동참한다는 참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조금 많은 병력을 투입하였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이 일은 주민들이 반발을 하려 하였으나 자신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큰 키와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위장복을 입은 병력을 본 주민들은 귀신을 본 것 같아 병사들을 보기만 하면 모든 것을 버리고 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다.

당시의 제주도는 본토와 같이 도로사정이 엉망이어서 헬기로 병사들을 공수하는 작전도 벌이며, 전수조사를 하였다.

헬기를 본 사람들은 하늘의 봉황을 보았다고 흥분도 하였고, 그 소리에 놀라 도망을 가기도 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0여 명의 경상자가 발생하였지만, 1주일 만에 큰 피해 없이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10여 명의 경상자들은 제주항의 상인들의 상점물품 중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철기를 압수하는 과정과 양반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특히 양반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양반들은 막무가내로 친위군의 조사에 거부하였으나 이는 미미한 저항에 불과했다.

전수조사를 마친 병력은 당일 철수를 하였고 제주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1790년 11월 8일 9시 제주목(濟州牧) 목사관(牧師館).

1주일 만에 마친 제주도의 조사 현황을 손에 쥔 이형구 상장은 그 조사의 빠름에 만족해했다.

1부는 복사하여 가온으로 보내고 1부는 지금 앞에 있었다.

연령별 성분별 성비별로 세밀히 작성된 서류를 넘기던 이 상장은 압수 목록을 보다 홍이포가 40문 불랑기포가 40문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조선 시대도 제주 방어에 신경을 쓰기는 썼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넘기자 화승총도 약 500정이 있었으나 거의 녹이 슬어 있었다.

화약도 상당량 압수하여 놓았으나 그 대부분이 습기로 사용이 불가능하였다.

서류를 넘기다 유난히 별표를 한 곳을 보고는 이 상장은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이 상장에게도 친숙한 김만덕(1739~1812)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후일 선덕을 베풀어 ‘의녀반수’라는 명예직이지만 조선 최고의 여성 벼슬을 받을 위인이었지만, 아직 자선사업을 하기까지는 몇 년이 있어야 하지만 상인으로 이름이 있으니 만나보고 싶었다.

이렇게 제주도의 모든 조사를 마친 이 상장은 바로 군단직할 공병단장인 이태율 소령에게 연락하였다.

공병단에 연락하여 이태율 소령을 찾은 이형구가 말했다.

“아! 이 소령. 군단장이다. 전번 회의 때 지시한 대로 공병단 투입 개시하고 우선 제주도 일주도로와 한라산 관통도로 건설을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군단장님.”

이형구의 명령을 받은 이태율 소령은 대기하고 있던 병력을 좌우로 나누어 일주도로와 관통도로를 건설을 시작하였다.

우선 비포장도로를 닦고 나서 바로 이어서 아스팔트 포장을 하기로 하고, 대기하고 있던 병력의 출발을 명하였다.

굉음과 함께 수많은 장비들이 좌우로 진출하는 광경은 가온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제주도의 일주도로인 1132번 지방도로는 시간여행 당시 약 1/4 정도는 이미 포장되어 있는 상태였고, 제주도는 일주도로 건설을 시작으로 가온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1790년 11월 10일 0시 수원(水原) 현륭원(顯隆園) 정자각(亭子閣).

정조는 사도세자의 말에 따라 지금 현륭원 정자각에 혼자 앉아 있었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모든 이들을 용호영 별장(龍虎營別將) 신처선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50보(90m) 밖으로 내보냈다.

현륭원(顯隆園) 정자각(亭子閣)에 앉아 있는 정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태어나 지금까지 주변에 눈만 들면 마주치는 자리에 누군가는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지금의 환경이 생경스러웠다.

방 밖에는 늦가을 바람소리만 들리고 사방이 고요한 바로 그때 방문 쪽을 쳐다보던 정조의 뒤편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장준하였다.

“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던 정조는 눈앞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복식은 우리와 달랐고(해군 정복) 수염이 없었다.

그리고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머리가 짧게 잘려 있었으나 얼굴을 쳐다보니 기품이 있어 보여 상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전하, 안녕하십니까? 저는 150년 전 효종대왕께서 북벌을 위해 비밀리에 군사를 키우시다 청국의 상황과 주변 신하들의 만류 등으로 북벌의 꿈을 이룰 수 없음을 아시고 그 부대를 원지에 보내 힘을 키워 조선에 국난이 도래하면 나라를 구하라고 양성하신 친위군의 후손들의 대장인 장준하라 하옵니다.”

간결하지만 장준하의 말에는 힘이 넘쳤다.

정조는 며칠 전 아버지 사도세자의 말과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자신을 보고 예의 없이 절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눈 옆에 붙이는 행동이 그들의 예의인가 하고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장준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과인이 다스리는 조선은 할바마마이신 선대왕 마마의 선정을 이어받아 정사를 바르게 하려 노력하여 그 나마 이전에 비해 나라가 안정이 되어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점차 나아지고 있는데 국난이라니 그 무슨 말인가.”

“얼마 전 우리 친위군이 살고 있던 곳에 사도세자라는 분이 와서 우리에게 조선을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늘 조선의 정국을 주시하고 있었으므로 지금의 조선은 전하의 선정으로 나라가 안정이 되어 국난이 일어날 수 없다고 하자, 사도세자께서는 100년이 되지 않아 양이와 왜인에 국토가 유린되다 1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조선이 망한다고 하셨습니다. 영명하신 전하께서 계시는 지금이 아니면 자신의 손자 대에 이르러서는 척신이 득세를 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기 시작하여 유리걸식하는 백성들이 넘쳐나며 나라가 절단나기 시작한다고 하며, 부디 조선을 구해달라고 100일간 석고대죄를 하며 우리를 청하였습니다.”

장준하의 말에 며칠 전 아버지 사도세자의 행색을 떠올린 임금은 바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래, 맞소. 아바마마께서 얼마 전 현신하시어 과인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소.”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정조를 바라보던 장준하는 며칠 전의 특수영상 쇼가 정조에게 먹혀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장준하는 2단계 작전을 실시하기로 정하였다.

“전하, 저희들은 사도세자 마마의 청으로 조선을 구하기 위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까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정을 베풀고 계신 전하의 통치에 저희가 전혀 간섭을 하고 싶지 않고 전하께서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아니오. 아바마마께서 일부러 현신하신 것은 지금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과 조선을 위함이라 하시지 않았소. 과인을 도와주시오. 과인은 조선을 위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소.”

장준하는 정조에게 여러 말을 주고받았다.

장준하도 정조의 마음이 진심인 것을 확인하자 정조에게 말하였다.

“내일 전하께서 수원에 하루 더 머무십시오. 수원도호부에 하루 머무시면서 수원성에 미복잠행을 나간다고 하시고 잠행하여 저희들이 말씀드린 곳으로 수인의 호종만을 대동하여 오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이 전하를 모시겠습니다.”

정조는 장준하의 말에 내일 술시 정(밤8시 정각)에 수원성문 밖 ‘가’ 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이런 약속을 마치자 장준하는 정조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전하. 잠시 뒤돌아 주십시오.”

정준하가 말을 하자 정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잠시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시간이 지났으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앉자 고개를 다시 돌리자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해괴한 일이다. 어찌 사람이 기척도 없이 사라진단 말인가. 저들이 신인이라도 되는가? 무력이 대단하겠구나.’

특수영상에 의한 영상기법인지 꿈에도 모르는 정조는 장준하가 능력이 뛰어난 무사인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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