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01)

모이는 힘

2023년 9월 26일 22시 군수 지원본부 10층 본부장실.

참석자들을 위해 20여 분간 정회된 회의가 속개되었다. 장준하는 지휘관들을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무원들을 들어오게 하였다.

그러자 몇 시간 동안 대기하고 있었던 대정읍장, 안덕면장, 한경면장 등이 들어왔고 뜻밖에 제주특별자치도 김석태 부지사가 같이 들어왔다.

“아니, 부지사님. 이게 어쩐 일이 십니까?”

“예. 10월 1일 행사 확인 차 방문하였다가 발이 묶이게 되었습니다.”

안면이 있는 장준하의 말에 김석태 부지사가 답하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오늘의 주요 의제를 말하였다.

“부지사님께서도 밖에서 들어서 아시겠지만,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것이 사실이며, 주어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행정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어떤 상황이 되었든 저희는 공무원입니다.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게 저희들의 업무입니다. 개인적인 문제는 다음에 협의하고 지금은 당면과제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석태 부지사의 직분에 충실한 대답을 듣자 늘어져 있던 회의장 분위기가 돌연 긴장된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각자 자신들의 위치를 자각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부지사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도의 급배수 상황과 전기 수급 상황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안덕면장이 나서서 말하였다.

“저는 정순호 안덕면장입니다. 수도 급수상황은 우리면 관할이라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2014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군수산업단지(軍需産業團地) 조성으로 영아리오름에 지하 500m를 파고 식수원으로 삼은 취수장이 있습니다. 향후 20만의 인구를 겨냥하여 조성하였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중문단지는 이전 서귀포에 수원지가 있으므로 당장 임시라도 급수라인을 연결하여야 합니다. 2~3일 후면 중문단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됩니다.

한경면 지역과 한림읍 일부지역도 급수라인이 제주도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곳은 지역이 넓으므로 수차를 이용하든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간이 상수시설을 이용하면 불편하지만 당분간 이용이 가능합니다만 중문단지가 급합니다. 그리고 배수시설은 충분합니다.”

안덕면장의 보고를 듣고 장준하는 이형구 상장에게 공병단의 파견을 지시했다. 이형구는 바로 일어나 급하게 공병단장에게 지시를 하여 중문단지 관리소와 협의하여 영아리오름의 취수장과 임시라도 급수관을 연결하라고 지시하였다.

이 상장의 지시가 끝나자 장준하는 다시 말하였다.

“부지사님, 전기 수급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 전기는 방금 제가 확인해 본 바 중문단지까지는 문제없으나 한경면과 한림읍 일부가 제주발전소 라인이라 현재 정전 중입니다. 남제주 화력발전소와 KT대정출장소 직원에게 내일 일출과 동시에 남제주발전소와의 전선 연결을 지시하였으나 약 3일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고 마라도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는 150Kw의 소량이지만 계속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 잘 들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동요는 어떻습니까?”

“예, 그것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아시다시피 휴대전화는 불통입니다. 일반전화는 KT대정출장소에 송수신기가 있어 우리가 이동한 지역의 통화는 유무선 모두 가능합니다만 한경면과 한림읍 일부는 국선이 달라 통화가 되지 않습니다. TV는 물론 인터넷도 완전 불통입니다.”

최성용이 말을 이어서 답하였다.

“인터넷에 대하여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저희 군 전산시스템은 2014년부터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자체 OS개발을 시작하여 2018년 독자적인 한국형 군 전산시스템의 개발을 완료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장성호 대통령이 통일과 동시에 5대 국방과제의 하나로 연구되었으며 처음부터 이곳 화순에서 개발되었으며 제주시 아라동에 있었던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사와 여러 개발회사와 군산 협력으로 개발 완료하였으며, 메인 센터와 관리병력이 지금 화순 본부 지하에 있습니다.

그동안의 인터넷 이용만큼은 안 되겠지만 빠른 기간에 일반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하겠습니다.

이전의 케이블 방식보다는 무선 방식이 활성화된 지금이 지역 내 소통은 충분히 가능하고 전 함정의 사용도 가능합니다만 GPS와 같이 위성에 의한 서비스는 불가능하나 저희 군수 지원본부 지하에 초대형 슈퍼컴퓨터가 있습니다.

이 슈퍼컴퓨터와 연결하여 민간이 이용한다면 내장된 자료의 검색 등이 어느 정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지시가 있으시면 빠른 시간에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장철호 박사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지금 슈퍼컴퓨터에 연결하여 그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일반인에게 정보 공개는 반대합니다. 방금 전 최성용 비서관도 보고한 바와 같이 가뜩이나 문화적인 격차에 따른 문제도 심각한데 당분간은 통신만이 가능한 통로만을 제외하고는 전부 군 기밀로 보안유지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지하자원의 매장상황 등의 보안을 특히 더욱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모든 상황을 국가주도로 운영하며 천천히 민간 이양을 해야 그나마 부의 균등한 배분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1950년대까지 150년간의 세계는 식민지 쟁탈이 그 극에 이르고 그에 따른 전쟁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대입니다.

지금 각 개인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막대한 자료들만 해도 엄청난 양인데 그 이상의 자료는 지금 시대로 넘어온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서도 철저한 공 개념의 도입을 부탁드립니다.”

장철호 박사가 말을 마치자 모두는 공감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지금 넘어온 약 6만여 명이 전부 합심하고 열심히 하여 자기 자손들에게 부의 균형적인 배분을 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장준하는 장박사가 말을 마치자 일어나서 말했다.

“지금 김석태 부지사님께서도 오셨으니 주민들의 지휘권 문제에 대하여 말씀하겠습니다. 우리는 군인입니다. 그러므로 행정에는 문외한입니다. 주민들의 통솔을 부지사님께서 하십시오. 저는 군만 관리하겠습니다.”

장준하의 말에 김석태는 분명한 어조로 답하였다.

“아닙니다. 지금의 시대의 지도자는 반드시 힘을 동반해야 민심이반이 안 됩니다. 저희들 공무원은 제주도를 통합하고 나아가 본토에 진출할 때 행정인력의 교육 및 배치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게 각자의 능력을 배가하는 일입니다.

지휘를 지금과 같이 본부장님이 하십시오. 그게 직급에도 맞고 자연스럽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석태 부지사의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주변에 있던 모든 지휘관들이 일제히 장준하를 지도자로 추대하였다.

그들의 추대를 받은 장준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하였다.

“그럼 여러분들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먼저 지금까지 여러 정보 및 증인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우리는 정조 14년인 경술년 조선에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1582년 제정. 그동안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0월 5일에서 14일을 건너뛰어 10월 15일로 정하고 4년에 한 번 윤년을 두는 등 여러 가지 역법을 정하여 시행함)에 의한 양력과 지금 조선이 쓰고 있는 음력의 차이를 고려하여야 하겠지만 오늘 자정을 기하여 일단 2023년을 1790년으로 조정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아까 최 비서관이 말한바와 같이 여러 문제점이 예상됩니다.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석태 부지사가 일어서며 말했다.

“우선 주민들 민심 안정이 가장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부장님께서 빠른 시일에 주민들에게 현 상황을 발표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형구 사령관님의 지시로 모든 매장의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당분간은 모든 물자를 통제하여 임시 배급체제로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당분간 금주령을 부탁드립니다.”

“지금 부지사님의 말씀대로 현재 점거 중인 매장의 문제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전군의 군수물자 파악 및 군수 산업단지의 현황도 파악이 필요합니다.”

이형구 상장이 말을 하자 송기훈 중장이 말을 이었다.

“대양함대 송기훈입니다. 지금 제주도 해안은 윤영하 함이 초계중에 있습니다. 만일에 대비하여 전 함선에 준 전시태세를 발령하여 놓았습니다. 일기 관계로 아직까지는 제주도를 입출항하는 배는 없습니다.”

여러 지휘관들의 말을 적고 있던 최성용은 지휘관들의 보고가 끝나자 질문 및 보고 사항을 간단히 적어 장준하에게 넘겨주었다.

“먼저 주민들에게는 내일 9시에 방송을 통하여 알리겠습니다. 이때 전 장병들도 같이 경청하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식량 배급과 당분간의 금주령에 동의합니다. 이 조치는 최소한 제주도 전역을 평정할 때까지는 유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형구 상장과 송기훈 제독과 장철호 박사와 김석태 부지사의 지휘로 특수군단, 함대, 군수단지, 주민들 전부의 모든 물자 파악을 내일 9시를 기하여 실시합니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먼저 전 공무원과 경찰 등을 이형구 상장이 지원하십시오. 군수산업단지도 장철호 박사의 지휘로 군 병력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십시오.

이 상장, 수고 바랍니다. 그리고 함대의 경우도 송 제독의 지휘 하에 실시하고, 군수 지원단지 본부건물은 최 비서관에게 부탁하네.”

이렇게 말을 한 장준하가 모두를 한번 돌아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일 방송이 끝나고 인원 및 장비가 끝나는 대로 각 분야별 지원자들을 모아서 분야별 토론을 하여 주십시오.

인원은 참여할 수 있는 최대한 분야별로 하고 인원은 연령별로 우선 취합을 한 뒤 적정인원을 대표자로 선정하여 우리 미래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게 주민들을 접촉하면서 여론을 형성하여 주십시오.”

장준하의 말이 끝나자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내일 일을 준비하기 위해 서둘러 일어나 나갔다.

1790년 9월 27일 1시 군수 지원본부 본부장실.

모든 지휘관들이 나가자 좁게만 보였던 사무실이 갑자기 넓어 보였다.

장준하는 잠시 멍한 눈으로 밖을 내다보다 최성용을 보고 물었다.

“최 중령, 국정원 신경식 과장과 기무사 정철학 중령과의 연결이 가능한가?”

“예, 항시 비상라인 대기 중입니다. 연결해드릴까요?”

“아니, 연결이 아니라 늦더라도 이곳으로 오라고 지시하게.”

“예. 알겠습니다.”

최 비서관의 연락에 두 사람은 10분도 되지 않아 들어왔다.

“충성, 정철학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아니, 두 사람 어디 있었기에 이리 빨리 오는 거요?”

장준하의 물음에 정철학 중령이 답했다.

“예, 회의가 끝나면 본부장님이 부르실 줄 알고 신 과장님과 같이 아래층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역시 정보통이네. 긴말하지 않겠소.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줄 알고 있소.”

“예. 알고 있습니다.”

연장자인 신경식 과장이 말하자 정철학 중령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였다.

“신 과장과 정 중령을 이제부터 내가 지휘를 직접 하겠소. 인정합니까?”

신경식 과장과 정철학 중령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휘권을 인정하였다.

“예, 인정합니다. 앞으로 저희들의 직속상관은 본부장님이십니다.”

“그래요. 앞으로 잘 부탁하겠소. 그럼 먼저 현재 인원보고부터 해주시오.”

장준하의 지시에 두 지휘관들은 현재 화순의 자신을 인원을 보고하였다.

신 과장의 인원은 약 50여 명으로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위행 기존의 인원을 대폭 보강하였다는 보고를 하였고, 정철학 중령은 기존 기무사 부대의 인원인 50명의 인원을 보고하였다. 전원 하사관급 이상간부들이었다. 전부 잘 훈련된 정예요원이었다.

“먼저 신 과장에게 지시하겠소. 신 과장은 지금 러시아 과학자들과 가족들의 조사를 즉시 해주시오. 이들은 오늘 밤 전부 중문단지로 수용되었소. 러시아 과학자는 벌써 30여 년의 시간 동안 남북한에 살고 있어 그들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희박하다고 들었고 그들의 성분도 순수 러시아인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니 철저한 성분 분석 및 상담을 하시오. 그리고 이들 인원은 지금 중문단지에 있는 외국인과는 철저히 분리하여 조사를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신경식 과장의 말이 끝나자 장준하는 바로 정철학에게 고개를 돌려 말하였다.

“정 중령은 지금 부대원 50명으로 중문단지에 있는 외국인들을 격리 수용하여 지금의 상황을 그들이 알 수 없게 통제하시오.

그리고 인원을 배정하여 이들의 성분분석을 철저히 하여주고 반드시 이들이 시간여행을 한 사실을 몰라야 하며, 이를 위해 부부인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한 명씩 별도로 수용하여 그들의 전향 가능성 유무 등 여러 조사를 시행하시오.

혹 인원 문제가 있다면 상의하여 인원 재배치 문제를 협의하여 주시오.”

장준하의 지시를 받은 두 사람은 바로 시작하겠다는 말과 함께 일어났다.

이 조치는 이형구 상장의 지원으로 바로 시행되었으며, 외국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군의 격리 조치에 따랐다. 약간의 마찰은 있었지만 전부 격리 수용되었다. 어렵고도 길고 긴 하루였다.

과거에서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1790년 9월 27일 9시 제주도 화순 항 일대.

지금 시간여행을 한 제주도의 전 지역에는 밤사이 군과 관련기관의 노력으로 연결된 모든 스피커에서 장준하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민 여러분, 저는 화순 군수지원본부 본부장 장준하 대장입니다. 지금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말은 전부 사실이니 추호의 의심도 말아 주십시오.

이미 지난 9월 25일에 이상한 상황이 발생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일부 주민들께서는 이미 사태를 파악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우리는 지난 25일 11시경에 송악산을 기점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빛에 노출되어 전 주민들이 약 2시간여 정신을 잃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구라도 꼭 같은 경험을 하였으며 그때 우리는 송악산을 기점으로 반경 15㎞ 안의 모든 것들이 타임워프, 즉 시간여행을 하였습니다.

이 말은 분명한 사실이며 지난 2일간의 조사결과도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서기로 1790년이며 지금의 왕은 정조대왕이며 정조가 보위에 오른 지 14년째 되는 경술년(庚戌年)입니다.

주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저희 군수지원본부 산하 여러 학자들이 조사 연구한 결과, 다시는 우리가 살던 시간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과거로 왔으며 시간여행에 같이 온 인원은 약 6만여 명이 됩니다.

적지 않은 인원이 왔음에도 다행인 것은 거의가 비슷한 일과 그 관련된 업무에 종사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저는 저희와 같이 시간여행을 해온 지역인 지금의 화순 항과 그 일대를 ‘가온’으로 명명하는 바입니다.

가온은 순수한 우리말로 ‘가운데’, ‘중심’이라는 뜻이고 히브리어로 ‘탁월하다’, ‘위대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만 전 우리말로 세상의 중심인 ‘가온’이라 하겠습니다.

주민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우리는 지난 10여 년을 투자하여 ‘가온’의 화순 항 일대에 대양해군의 기초와 해군군수산업단지를 조성하였습니다. 당시에도 세계 4~5위권의 전투력이었지만 지금 1790년대는 전 세계 그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없이 많은 외침을 받았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힘이 있었거나 지도자들이 조금만 깨어 있었다면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고단하고 힘들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저와 ‘가온’의 모든 주민들이 그 일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지난 시간의 인연에 대한 아픔도 있을 겁니다.

저도 제 처와 두 명의 제 딸들을 전부 두고 왔습니다.

여러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힘드시더라도 참고 견디어 우리나라를 진정한 전 세계의 ‘가온’으로 만듭시다. 여러분들은 할 수 있고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께 ‘가온’을 대표하여 말씀드립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제주도 전역을 수복할 때까지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통행금지도 실시가 되며 그 시간은 오후 22시부터 아침 일출 전까지입니다.

그리고 계엄령 기간 동안 금주령도 선포합니다.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이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가온 전역에 물자동원령을 내립니다. 이는 앞으로의 일의 전개에 있어 필요한 조치이므로 주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2014년 1월 1일 통일 당시 장성호 대통령의 말씀으로 제 말을 대신할까 합니다.”

장준하의 말이 끝이 나고 잠시 후 통일대통령 장성호의 육성을 들려왔다.

“…국민 여러분. 다른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두 번 다시는 우리 후손들에게, 힘이 없어 굴복당하고, 힘이 없어 외세에 휘둘리고, 힘이 없어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받는, 부끄러운 조상은 절대 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러한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저와 국민 여러분을 믿습니다. 반드시 하겠습니다. 우리의 후손은 자신의 나라를 전 세계에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장성호 대통령의 통일 당시 연설이 방송을 통해나가자 가온 전역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잠시 시간이 흐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주거단지와 붙어 있던 대정고등학교에서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울렸으며, 잠시 후 주거단지에서도 창문이 하나 둘 열리며 태극기가 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단지 전체에서 박수 소리와 함께 함성이 함창처럼 울려 나왔다.

화순 항에 정박해 있는 함정에서도 특수군단사령부에서도, 군수산업단지에서도, 중문단지에서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온 전역에서 박수 소리와 함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장준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장준하는 다시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가온의 주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준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온 전역에서는 일제히 박수 소리가 10여 분 동안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함성은 없었지만 모두들 믿음의 박수를 쳐주었다.

주민들 거의 대부분은 이미 현 상황을 알고 있었다. 지도부에서 어떤 말이 있을까만 기다렸지 의외로 침착했다.

민간인들의 대부분이 군산단지의 특성상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세대여서 시간여행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였고 그들이 근무하는 군수산업의 특성도 있었다. 의외로 중문단지 근무자들의 호응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조사는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었다.

산업단지의 모든 시설도 정유와 화학공장같이 공장을 세우면 문제가 되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설을 전부 세웠으며, 주거단지는 모두 아파트 문을 열어놓고 집 안의 숟가락 하나까지 나열해 놓았고, 모든 전자제품도 쓰지 못하는 것도 재활용이 가능할지 모르므로 전부 단지 1층에 늘어놓았다.

대정읍의 재활용센터에서는 모든 부품을 헌납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지역이 통반장의 지시로 주민들이 미리 전수 검사를 하였고 그 조사가 정직하고 정확하여 조사원들은 현장 확인을 할 뿐이었다.

주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하는 조사는 그 어느 조사보다 철저하였다.

산업단지의 공장들도 마찬가지였으며 모든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졌다.

그와 함께 각 지역에서는 전공과 취미에 맞는 모임들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주로 1개 반 정도인 40명을 인원을 정하였고 주민 전원이 참여하여 각 분야에서 연령별로 토론을 하게 되었고, 주민들의 토론은 전부 취합되어 1, 2, 3, 4차에 걸쳐 조정을 한 끝에 현실 가능한 대안들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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