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01)

시간여행

2023년 9월 25일 16시 군단통합병원 귀빈실.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뜬 장준하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보았다.

자신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머리를 만져보자 붕대가 감겨 있었다.

머리의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며 시계를 들여다보자 시계는 1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여섯 시간이나 정신을 잃은 모양이군.”

속으로 중얼거리던 장준하는 밖을 향하여 소리쳤다.

“밖에 누구 있나.”

장준하의 소리를 듣자 바로 문이 열리며 최성용 비서가 들어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음, 내가 정신을 잃은 모양이구만 머리는 어찌 된 건가?”

“본부장님이 쓰러지시면 머리를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셨습니다. 큰 상처는 아니고 다섯 바늘 정도 꿰매었으며 검사결과 내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군단통합병원 귀빈실입니다.”

장준하가 최성용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어찌 된 건가.”

“저희들도 모두 정신을 잃었다가 12시경 깨어나서 상황 수습을 하고 있습니다. 특수군단 장병들은 모두 귀대 조치하였고, 함대의 장병들은 현지 대기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관제소에 원인 분석을 의뢰하였으나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다고 하고, 화순 항 주변은 통신이 가능하나 본토와의 통신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특수전단부대를 부대로 소개시키자마자 13시부터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계속 쏟아지고 있고 현재 16시입니다.”

최성용 비서관의 보고를 들은 장준하는 몸을 일으키자 약간의 어지러움이 동반되었으나 무시하고 일어났다.

“지휘관들은 어찌 되었나.”

“모두들 자대 복귀하여 본부장님이 일어나시는 대로 지시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최성용 비서관의 말을 들으며 장준하는 통합병원을 나와 지원본부 10층 본부장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최성용을 시켜 피해사항을 보고하라 말하고는 전화기를 들어 본부 지하 통합관제소로 직접전화를 했다.

신호가 가자 장준하는 바로 소장을 호출했다.

“충성, 대령 김진만입니다.”

“김 대령, 수고가 많네. 본토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네, 본부장님. 오늘 12시부터 본토와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저희가 통제하는 한라산의 레이더기지가 호출되지 않아 연락병을 파견 보냈으나, 악천후라 한라산 초입에 길이 끊겨 도저히 오를 수 없어 돌아왔다고 합니다. 계속 본토와 교신이 되지 않아 계기를 점검하였으나 계기는 이상이 없어 이 문제에 대하여 본부장님께 보고를 드리려고 기다리던 중입니다.”

“알겠네. 계속 교신을 시도하면서 변동사항이 있으면 보고 바라네.”

“알겠습니다. 충성.”

김진만 대령과 교신을 마치자 바로 전화를 돌려 대양함대 사령관을 호출하였다.

송기호 제독은 항모 광무황제함의 선교(아일랜드)에 있었다.

“송 제독, 본부장이네. 본토와 교신이 되지 않는다는데 어찌 된 일인가?”

“저도 정신을 차리고 바로 이리로 와 교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통신이 되지 않아 본토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궁금해하던 참입니다. 바다의 파도가 너무 높아 외항의 모든 배들도 내항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특수기동함대사령관도 같이 있습니다. 올라가서 뵙겠습니다.”

“아니, 오지 말고 대기하게. 김영훈 사령관도 자신의 함대로 복귀하여 남아 있는 함대 상황을 점검하게. 상황이 이상한 것 같으니 장병들을 독려하여 경계근무에 만전을 기하라 지시를 하게.”

전화를 끊은 장준하는 모슬포 항에 있는 특수군단사령부를 호출했다.

“충성, 이형구 상장입니다.”

“이 상장, 수고가 많소. 어찌 된 상황이오? 뭐 특수상황이 발생한 것이 있는가?”

“부대 상황은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서귀포와 제주가 연락이 되지 않아 부대병력을 서귀포 방면과 제주시 방면으로 파견 보냈습니다. 연락이 오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음. 계속 수고하시고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연락 바랍니다.”

전화를 끊은 장준하는 바로 제주비행단에 전화를 넣으려 하자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충성, 우종철입니다.”

“우 장군, 수고 많소. 그쪽은 문제가 없소?”

“저도 정신을 차리고 부대로 복귀하여 상황을 파악해보니 역시 이곳도 두 시간 동안 정신을 잃었다 합니다. 김해에서 이륙하여 제주상공을 초계중이던 1개 편대가 제주상공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합니다. 계속 연락 중이나 악천후라 정찰기를 띄울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관제탑에서 교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불통입니다. 기상이 좋아지는 대로 정찰기를 운항하여 상황을 파악하여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래요. 보고도 보고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편대를 계속 수색하시고 비가 그치는 대로 이형구 상장과 협의하여 수색대를 편성하여 보시오.”

한 시간여가 지나자 이형구 상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형구 상장입니다.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시로 가던 병력이 1132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니 협재 해수욕장 부근에서 포장길이 끊겨 버렸다고 합니다. 혹여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일단 1개 분대로 주변에 매복을 시켜놓고 다시 길을 돌아서 1135번 지방도로 가려고 하는데 골프장 주변에서 역시 길이 끊겨 역시 1개 분대를 하차시켜 매복시키고 길을 돌아와 방주오름길과 밝은오름 방면으로 가려 하였으나 역시 길이 끊겨 현재 하차하여 매복 중에 있고, 수색대 1개 분대병력이 한림 항 방면으로 넘어가서 상황을 보기로 하고 도보로 이동 중에 있으며,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보고하기로 하였습니다.

또 서귀포로 이동 중이던 병력도 중문단지를 지나자마자 갑자기 길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쪽 병력도 현지 매복 중이고 1개 분대를 파견하여 전방 정찰 중이라고 합니다.”

“알겠소. 계속 수고하시오.”

약간의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이형구장군의 보고를 들으면서 장준하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아차 생각에 전화기를 들어 가파도의 유전과 송악산 해안에 있는 해상정제시설에 연락을 하였으나 다행히 별 이상이 없었으며, 송악산 해안을 파고 들어가 만든 정유 저장탱크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쉰 장준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머리 통증을 느껴 최 비서관에게 진통제를 가져오라고 해서 먹고는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2023년 9월 25일 20시 제주 군수산업단지 본부장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장준하에게 18시 저녁시간이 되자 최 비서가 다가와 저녁식사에 대하여 물었고 장준하는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주요 지휘관들에게 20시까지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이윽고 20시, 오전과 동일한 인원이 본부장실에 모였다.

장준하는 참석인원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영문을 몰라 하고 있었지만 군 지휘관들인지라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음.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소. 본토뿐이 아니라 제주도와 서귀포 등 한라산 너머도 연락이 안 되고 있고, 더구나 TV나 라디오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아까 그 빛 때문에 주변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소. 본토에 문제가 없어야 할 터인데 걱정이네.”

이형구 사령관이 장준하의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곳을 반경으로 약 10~20㎞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형구는 조금 전 장준하에게 보고한 것과 꼭 같은 말을 참석자들에게 하였다.

“그리고 전방을 정찰 나간 2개 부대는 워낙 길이 험하고 일기가 불순하여 더 이상 전방관측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철수를 명령하였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정찰을 보내겠습니다.”

이형구 상장의 보고를 듣는 지금도 계속하여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다.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도 없었는데 갑자기 퍼붓는 엄청난 비는 침수 피해가 우려될 정도였다.

“일단 지금 관제가 가능한 부대와 산업단지 그리고 주거단지도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고 필요한 경우 병력지원도 검토해 주시기 바라오. 이 건은 이형구 상장이 맡아주시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그리고 날이 밝는 대로 지상병력보다는 비행기로 출격을 하되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즉시 확인 가능하게 본토는 수송기로, 제주도는 헬기로 관측을 해주시오. 그리고 우 소장, 항공 정찰은 이왕이면 본토뿐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지역도 비행 가능한 지역까지 정찰 비행하며 각 나라들과 교신을 하여보기 바라오.”

“알겠습니다.”

우종철 소장이 답을 하였다.

“일단 해군은 화순의 대양함대 사령부를 임시본부로 하고 선임인 송기호 제독이 3개 함대 지휘를 당분간 통합하고, 각 함대의 인력을 차출하여 24시간 비상대기 시키고, 이형구 상장은 밤사이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으니 지상군 일부병력을 현재 통재 가능한 10~20㎞ 반경에 배치하여 군수 산업시설과 중요시설인 가파도 유전과 정제시설에 지상군병력을 배치하여 주고, 우종철 소장의 비행단 또한 자체 무장하여 주시오. 지금부터 본토로부터 별도의 명령이 없는 한 본인이 모든 지휘권을 통제하겠소. 질문사항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각자 조치를 하기 바라며 당분간 24시간경계태세를 유지시키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 모든 회의는 본 건물 지하에 있는 벙커로 모든 지휘체계를 이동합니다. 이상입니다.”

회의를 마침과 동시에 일어난 지휘관들은 아침의 밝은 기분과는 달리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장을 벗어나면서 서둘러 각 지휘소로 향하였다.

2023년 9월 26일 7시 군수 지원본부 지하벙커.

장준하는 지하에 설치된 통합관제소를 들어가며 소장인 김진만 대령을 찾았다.

“충성, 안녕하십니까?”

“그래, 수고가 많다. 무슨 변동사항이 있는가?”

“없습니다. 여전히 본토와 교신은 불가하고 제주도내 여타지역도 동일합니다. 아예 반응이 없습니다.”

“흠, 그래. 한라산 관측소는?”

“마찬가지입니다.”

“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김 대령, 계속 수고하시게.”

“네, 본부장님. 변동사항 발견 즉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충성.”

장준하는 통합관제소를 나와 지하 벙커에 들어갔다.

날은 차츰 밝아져왔으며, 날씨도 개기 시작하였다.

한 시간 후면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비행단의 보고를 받았다.

2023시 9월 26일 11시 지휘본부 지하 벙커 지휘관 회의실.

“아니, 이게 사실이야? 이런 무슨 황당한 일이 있나?”

책상위에 놓인 제주 지역 정찰헬기에서 전송해 오는 항공사진 바라보던 장준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진은 제주항 부근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마치 조선 시대를 보는 듯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계속하여 한반도 상공에서 주변 사진을 전송해주고 있는 C―130수송기가 촬영한 사진을 보며 지휘관들은 모두들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잠시 후 제주도를 정찰하러 나간 정찰헬기에서도 육성보고가 들어왔다. 통합관제소는 회의장으로 헬기 기장의 육성보고를 바로 연결하였다.

장준하는 그 보고를 회의장에 그대로 틀어보라고 하였다.

“헬기 기장 준위 성민규입니다. 지금 제주시 상공을 관측하고 있는데 이건 무슨 민속촌도 아니고 전부 초가와 기와집뿐입니다. 주민들의 옷도 민속촌 의상 그대로입니다. 아, 여기는 관아인가 본데 저희들 헬기 소리에 조선 시대 관료 복장을 한 사람이 하늘을 쳐다보다 놀라 쓰러지고 주변 사람들도 머리를 땅에 처박고 난리도 아닙니다.

잠시 좌측으로 해안을 따라 비행하겠습니다. 아, 여기 조그만 포구가 제주항인가 본데 여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해안을 따라 돌아 서귀포 방면으로 비행하겠습니다.”

잠시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정찰헬기입니다. 서귀포 상공입니다. 여기는 아주 조그만 포구 수준입니다. 화순 쪽으로 비행합니다. 아! 여기서부터는 정상입니다. 저기 중문단지가 있습니다. 중문단지와 서귀포 사이에 경계선이 있는 것 같이 구분이 분명합니다. 경계선을 따라 이동하겠습니다. 항공궤적을 따라 위치를 연산하십시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여기가 한림 항 부근인 것 같은데 여기서 끊겼습니다. 동일한 원을 그리며 해상으로 돌겠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또 흐른 후.

“여기는 마라도 주변입니다 마라도가 보입니다. 그리고 가파도 유전은 안전한 것 같습니다. 이상 정찰을 마치고 귀대하겠습니다. 이상.”

헬기 기장의 보고가 한 시간여 계속되는 동안 회의실안 주요 지휘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장의 구두 보고만 듣고 있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후 최 비서의 손에는 방금 헬기 조종사의 궤적을 제주도 지도에 그린 지도가 들려 있었다.

“최 비서관, 방금 지도를 전방스크린에 띄울 수 있나?”

“가능합니다.”

최성용 중령이 관측소에 몇 마디 통화를 하자 바로 전방 대형 스크린에 제주도와 함께 방금 헬기조종사가 이동한 궤적이 선명하게 나왔다.

곧이어 헬기 조종사가 항공 촬영한 사진들이 전송되어 들어와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굳은 표정의 지휘관들은 아무 말 없이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전방스크린을 주시하였다. 장준하는 스크린을 주시하다 회의 참석자들에게 말하였다.

“흠!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들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것 같습니다. 어떠한 현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이 아무래도 말로만 듣던 시간이동을 하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허큘리스의 관측 내용과 헬기의 관측을 분석한 결과 지금 스크린에 나오듯이 송악산을 기점으로 반경 15㎞가 한꺼번에 이동을 한 것 같습니다.”

장준하가 마침표를 찍는 것과 같은 말을 하자 주요 지휘관들의 안색은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우선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첫째로 어제 저녁에 상의한 지휘체계에 대한 문제입니다. 당분간 지휘체계를 어제 저녁에 상의한 대로 유지합니다. 질문 있습니까?”

장준하의 말에 다들 없다고 하자, 장준하는 계속하여 말을 하였다.

“현재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주민들의 엄청난 동요가 예상됩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주민들이 군수산업관련 종사자들과 그 지원사업자 및 군인가족이 대부분이므로 통제가 용이하지만 남아 있는 러시아인 과학자들과 중문단지를 비롯한 구역 내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파악하여 일괄 수용하여야겠습니다. 만일 그들이 이 상황을 인식하면 어떠한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말씀 있습니까?”

“그럼 그 사람들은 어디에 수용합니까?”

“우선 다른 시설이 들어오기 전에 중문단지에 있는 한국콘도와 관리가 용이한 호텔 등에 수용하겠습니다.”

원자력 연수원장 백기소 박사는 200명의 러시아 과학자들과 10여 년을 근무하였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걱정이 되었으나 장준하의 말을 들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장준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본부장님, 그러면 러시아 과학자들은 그 가족들과 같이 다른 외국인과 구별하여 전원을 같은 시설물에 수용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 온 지 30년이 넘은 사람들이라 러시아에 대한 마음도 거의 없고 북에 있을 당시 결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가족들이 거의 한국 사람들입니다. 상황이 수습되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외국인들입니다.”

백기소 박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장준하는,

“예. 알겠습니다.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이 안건의 처리는 이형구 상장이 해주시고 더불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 일대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밤 10시 이후부터 일출 전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합니다. 이는 최소한의 기간 동안 실시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이의 없습니까?”

장준하의 말에 참가자 전원이 이의가 없음을 말하자 장준하는 이형구 상장에게 바로 이행을 지시하자 이형구 상장은 그 특유의 말투로 답하였다.

“걱정 마시라요. 2시간 이내 모든 외국인의 소개를 실시하고 계엄에 맞는 군 편성을 마치고 15㎞ 지역 안과 밖을 철저한 차단을 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갔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이형구 상장이 바쁘게 나가자 장준하는 송기호 제독을 보며 말했다.

“송 제독은 지금부터 제주도 해상을 외부와 격리하시오. 들어오는 것은 막지 말고 나가는 배는 일부지역을 정하여 전부 수용하시고, 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시오.”

송기호 대양함대사령관은 명령을 듣자마자 일어나,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김영훈 기동함대사령관과 같이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서 대양함대 사령부로 돌아갔다.

장준하는 일단 급한 조치를 지시하고 나자 피곤이 몰려왔다.

전날 밤을 꼬박 새운 탓도 있었지만 만약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되돌릴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지, 돌아갈 수는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급작스레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지금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장준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민간인인 장철호 박사와 백기소 박사, 그리고 이호 박사를 쳐다보았다.

“연구소 인력과 기술 인력들의 동요는 없습니까?”

장철호 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연구원들 사이에 쉬쉬하면서도 시간여행에 대하여 말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에 이들의 의문점을 풀어주어야 동요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간인 통제에도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휴대전화는 아예 안 되고 일반전화도 주변지역만 통화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벌써 동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백기소 박사의 말을 들은 장준하는 치안 및 통제권 확보를 위하여 빠른 결정이 있어야 하겠다고 판단하였다.

“알겠습니다. 민간인들의 동요를 막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필요하면 군 병력의 지원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철호 박사 등이 서둘러 자리에 일어나서 자신들 근무처로 돌아갔다.

가장 급한 일을 처리하자 장준하는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만일 현 상황이 어쩔 수 없이 고착화되어 우리가 온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상념을 깨우는 것은 최성용 비서관의 목소리였다.

최성용 중령은 그 작전분석 능력이 탁월하고 책임감이 뛰어나서 10년 전 제주도 부임 당시부터 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는 가장 믿을 수 있은 부관이었다.

“본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보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우리가 온 시간대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특단의 대책을 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가?”

“예. 지금까지의 보고로 보아서 확실하지 않지만 조선 시대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조선의 제주도민은 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육지로의 이동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단지 제주도로 부임하는 육지의 관리들과 전남 지역의 일부 포구에 장사를 위한 상단만이 교류가 가능하고 일반 백성들은 본토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사유로 본토와의 차단은 쉬운 상태이지만 문제는 내부에 있습니다.”

“계속하여 보게.”

장준하는 10년간 동고동락하여 아들같이 느끼고 있는 최성용의 분석을 경청했다.

“25,000명에 이르는 군 병력은 정훈교육을 하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나, 민간인의 경우는 다릅니다. 기존의 산업단지 인구 약 3만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주 현주민을 1만으로 보면 총 4만의 인구가 있는데 과거로 온 현실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이 기회라고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다른 생각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여러 문제로 혼란이 예상됩니다.

지금 우리가 교육받은 21세기의 지식은 산업혁명 후 수백 년간 축적된 지식으로 지금의 조선의 상황에서 보면 엄청난 수준의 격차가 있습니다. 1890년대 전후 일본의 침략기에 10만도 안 되는 일본 이민자들이 불과 10여 년 만에 조선 전체 자산의 20퍼센트를 차지하였습니다. 그때도 그러하였는데 현대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조선의 상업이라는 것은 금란전권과 같이 독점상권을 보호하고 매점매석을 하는 등 전근대적인 상업이라 21세기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고 풀어 놓는다면 순식간에 조선경제를 마비시킬 정도의 파괴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토로 들어가기 전에 사전에 충분한 회의와 교육을 하고 주민들의 자율적인 통제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금 우려되는 상황은 영관급 이상 고위 장교 대부분이 이번 최초의 통합함대 작전 참관으로 자리를 비워 귀대하지 못한 것입니다.”

최 비서관의 보고를 받으면서 장준하는 문득 최성용 비서관의 부전공이 역사이며 근대 조선사 연구라는 논문도 발표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최 중령, 자네 부전공이 조선사 연구였지?”

“그렇습니다.”

최성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장준하는 최성용을 보며 조금 후 저녁 회의 때 시간을 줄 터이니 지휘관들에게 지금을 말을 들려주라고 하고, 현재 시간여행을 같이한 지역의 읍, 면장을 회의시간에 호출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2023년 9월 26일 18시 군수 지원본부 10층 본부장실.

화순의 주요 지휘관들이 18시 정각에 모두 모였다.

회의 장소는 다시 군수 지원본부 10층 본부장실로 장소를 옮겼다.

참석한 지휘관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오전의 지시사항들에 대한 결과를 각자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형구 상장이 먼저 보고를 시작하였다.

“먼저 제가 보고하겠습니다. 금일 12시 외국인 소개 작전을 벌인 결과 약 800여 명의 외국인들을 체포하였고, 전원을 중문단지 일원의 호텔로 소개(疏開)를 시켰습니다.

외국인을 분류하여 보면 러시아 과학자와 가족들이 약400여 명이고, 일단은 북한 출신 한국 여인과 결혼한 100여 쌍도 같이 수용하였습니다.

러시아 과학자들과 결혼한 한국인 부인들도 그것을 원하였고 저의 판단으로도 나중을 위해서 좋을 것 같아 조치를 하였습니다. 과학자들 연령이 60대 초반이 대부분이어서 가족은 대개 부부뿐이고 한국인 출신 부인들이 손자, 손녀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10명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호텔 종사 외국인은 100여 명이고 군수 단지에는 외국인 근무자가 없었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약 300여 명 정도뿐입니다.

내국인 관광객은 대부분이 신혼부부로 500명 정도였습니다.

관광객들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그동안 태풍과 계속된 일기불순으로 많은 예약 취소되었고,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가 국제적인 행사로 기획되어 행사 전일과 당일의 예약은 꽉 찼으나 오히려 행사 1주일 전인 현재는 평상시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들어온 탓입니다. 그 인원들도 거의 대부분이 카지노 이용객들이라서 연령층이 높고 위험인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시하신 시간여행 지역 전체에 3개 대대 병력을 배치하였고, 특히 경계선 부근에 2개 대대가 집중 배치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물품 품귀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모든 대형 마트나 편의점 소매점의 물품 반출을 금지하였고 수량 파악을 지시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지역주민들의 동요는 없습니다.”

이형구 상장의 보고를 마치자마자 우종철 소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오전에 정찰기를 일본지역과 북경상공까지 운항하여 관측한 결과 우리 지역을 제외한 주변 전역이 오전에 파악한 그대로입니다. 이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제주도 송악산을 기점으로 반경 15㎞의 지역이 지금 시대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어제 회의 도중 지구 밖에서 날아왔다고 하는 미확인 물체가 이 지역을 덮쳐버린 순간 시간 이동이 된 것 같습니다.”

우종철 소장의 말이 끝나자 백기소 박사가 일어나서 말하였다.

“구소련 시절 냉전 중에 연구하던 여러 분야 중 소련이 심도 있게 연구를 한 분야 중에 타임워프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그 연구를 담당한 과학자들이 연구소의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전부 죽었다고 합니다.

그때 폭발이 타임워프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한동안 연구소에서 설왕설래되었는데 소련 당국이 이 사건에 대한 일체의 함구를 명령하여 더 이상 말은 없었으나, 지금도 러시아 과학자들은 연구소의 폭발 사건과 타임워프에 대하여 사실로 믿고 있었습니다.

오늘 오전 회의를 끝나고 러시아 과학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우리가 말을 해주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벌써 지금의 현상이 시간여행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전 시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과학자들의 말이 어제 그 빛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을뿐더러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대로 갈지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온 그때 그 시간으로 정확히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백 박사의 말을 듣고 있던 참석자들은 차츰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이 시대에 산다고 한다면 마음의 각오부터 새로 해야만 한다.

그때 이형구 상장에게 지급의 전문이 올라왔다.

그 전문을 본 이형구는 그 전문을 장준하에게 건네었다.

그것을 본 장준하는 참석자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우리에게 조선의 손님이 오신 것 같습니다. 지금 이리로 모셔온다고 하니 잠시 기다려 보십시다. 이 상장, 혹시 모르니 눈을 가리게 하고 잘 모시라고 하시게.”

이형구 상장에게 지시를 하고 30여 분이 흐른 후 회의실 문이 열렸다.

조선 시대 전형적인 관복을 입은 관료와 군관 등 두 명이 몇 군데 흙먼지가 묻어 있는 상태로 결박을 당하여 끌려왔다.

“충성, 수색대 홍기훈 대위입니다. 경계지역을 무단으로 침범하려 하여 일반 군졸 20여 명은 포박하여 놓고 그 지휘관으로 보이는 두 명을 데려왔습니다.”

“홍 대위, 수고했네. 먼저 안대와 재갈을 풀어주도록 하게.”

이형구 상장의 명령에 홍기훈 대위가 안대와 재갈이 풀자 잡혀온 두 명은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관복을 입은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다.

“이놈들, 네놈들은 누군데 감히 조선의 관원을 이리 겁박할 수 있는 게냐. 머리 모양이나 행색을 보아하니 양이들인가 본데 감히 조선 땅에 와서 이 무슨 행패냐. 조난을 당하였다면 구호품을 요구하여라. 본디 조선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느니라.”

키는 1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소리를 지르자 그 소리가 엄청나 넓은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자 홍기훈 대위의 뒤에 있던 소위가 나서서 그 사람에게 다시 재갈을 물려 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장준하는 그 중위에게 재갈을 풀어주라 명하고 고함을 친 관원에게 말하였다.

“한 번만 더 큰 소리로 외치면 입에 재갈을 물리겠습니다. 조용히 말합시다.”

양이인 줄만 알고 있었던 관원은 장준하가 자신과 같이 조선말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장준하를 쳐다보았다.

“그런 놀란 표정을 짓지 마십시오. 우리도 같은 민족입니다.”

정의현감 김천석은 정신이 없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 서귀포에 사는 백성이 찾아왔다. 중문으로 가려는데 왜구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중문으로 가는 길을 막아서서 통행을 못하게 하기에 왜구인 줄 알고 현청에 신고를 한 것이다.

정의현감 김천석은 제주목사에게 병력지원을 요청하고 자신은 정의현 내 병사 수십을 이끌고 와서 왜구와 대적하려 하였다.

그러나 왜구들에게 공격을 명하고 달려들었으나 눈 깜빡할 사이에 제압되어 이끌려왔다. 처음에는 왜구인 줄 알았으나 키가 자신보다 목 하나는 더 컸고 피부가 하얗기에 말로만 듣던 양이인 줄 알고 호통을 쳤으나, 지금 저 앞에 선 자가 조선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김천석을 쳐다보며 장준하는 다시 말을 시작하였다.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마시고 묻는 말에 만 대답해 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귀하는 누구시며 직책은 뭡니까?”

“나는 조선의 관리로 정의현감 김천석이라 하오.”

장준하의 정중한 질문에 김천석은 자신도 모르게 반공대로 응대를 하게 되었다.

“지금이 어느 해요?”

“올해는 경술년이고 건륭(乾隆) 55년이오이다. 아니, 그것도 모르시오?”

“우리는 먼 곳에서 와서 조선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연도를 표기하오. 최 비서관, 건륭(乾隆) 55년이면 서기로 언제인가?”

잠시 컴퓨터를 확인하던 최성용이 장준하에게 보고하였다.

“서기 1790년이고 정조임금 14년 경술년(庚戌年)입니다.”

정의현감 김천석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던 장준하는 자신들이 조선의 적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홍기훈 대위에게 돌려보내라고 지시를 하였다.

정의현감이 돌아가자 모두는 각자의 생각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장준하는 침묵을 깨고 회의를 속개하기 위해 최 비서관에게 오전에 자신에게 보고한 내용을 다시 말하라고 하자 그제야 각자의 생각에서 깨어났다.

장준하는 현 조선의 상황을 알아볼 수 없는가 하고 최성용에게 지시를 하자 최성용은 회의석상에서 보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상세한 상황은 다시 보고드리기로 하고 요약하여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1790년 조선은 사회적으로는 임진왜란 이후 거듭되는 전란으로 양반이 엄청나게 늘어나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시작하는 시기였고, 정치적으로는 벽파가 물러나고 시파가 득세를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정조임금의 탕평책으로 그나마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재상은 남인 출신 채제공(蔡濟恭)이 좌의정으로 독상(獨相)으로 있으면서 정조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기가 전란 후 150여 년이 지난 시기이고 영, 정조 시대를 거치는 조선 후기 최대 황금기라 할 수 있습니다.

수원화성은 착공 이전이고 학문은 실학의 한 부류인 북학파가 정립되어 가던 시기이기는 하나, 효종 이후 조선에서 생겨난 소중화사상의 영향으로 주자학 이외에는 사문난적으로 몰리던 시대이므로 북학파 이론이 넓게 퍼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정조의 힘이 커나가는 시기이고 대비 김씨의 일파와 안동 김문과 반남 박씨 등 세도정치 세력들이 득세를 하기 이전입니다.

학문적으로는 무예도보통지와 안정복의 동사강목이 발행되었고 정조 개인으로 보면 문효세자의 죽음으로 후손을 보지 못하던 정조가 금년에 수빈 박씨에게서 원손(후에 순조)이 태어나는 경사를 보았으며, 1994년부터 몸에 생긴 절후(節侯)로 고생을 하다 사망을 하나 아직까지는 건강한 38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조선 후기 제일 황금기이네?”

이형구 상장이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렇습니다.”

장준하의 말에 최성용은 모두들 들어서 알기 쉽도록 간단 요약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청나라는 지금 강희제에서 옹정, 건륭제로 이어지는 청나라 최대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강역은 청나라 역사상 가장 넓혔으며 스스로 십전노인(十全老人)이라 부를 정도로 수차의 정복전쟁을 승리한 건륭제가 잘 이끌고 있어 나라가 강건한 시기이나 의정대신 화순이 국정을 전횡하여 내부적으로 서서히 곪아가는 시절입니다만 외부적으로는 아직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아 국정이 안정된 시기입니다.

지금 조선과 같이 청나라도 마지막 전성기로 보시면 되고, 조선과 같이 지금의 전성기를 지나면 서구열강의 침략으로 급격한 쇠퇴기를 눈앞에 둔 시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지금 서양과는 광저우 항만 개항을 하였습니다.

다음은 일본으로 1603년부터 에도막부시대(江戶幕府時代)를 연 일본은 1787년 11대 쇼군(將軍)인 도쿠가와 이에나리(?川家?)가 15세의 나이에 쇼군(將軍)에 즉위한 후 로추(老中) 마쓰다이라 사다노부에(松平定信)(1787~1837 재임)가 수석로추(老中)가 되어 주도한 간세이개혁(寬政改革)(1787~1893)이 진행되어 그동안의 재정난을 회복하고 도덕적 위상을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이처럼 동양 3국이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국정을 운영하던 시기이고, 또 묘하게 지금 시기가 지나감과 동시에 점차 쇠퇴기에 들어서는 동양 3국의 마지막 정점의 시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성용의 긴 설명이 끝나자 시간은 벌써 21시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장준하는 지휘관들에게 잠시 쉬었다 다시 하자고 하고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