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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94화 (194/200)

제194화

이건 그냥 단순히 상대편 영지의 병력이 줄어들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다른 세력이 공격해서 일어난 일이라면 좋아해도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지금 국경선을 공격한 미사일이 텐자흔 쪽에서 모두 날아간 것이란 말이다.

“설마, 아까 전 마왕성 옆에서 날아간 미사일이 모두…?”

“네, 경로 확인 결과 전부 우리 마왕성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르기에의 얼굴 색깔 역시 텐자흔처럼 점점 하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그릴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현실로 표현한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도대체 누가, 누가 발사한 것이냐?”

다시 물어보는 르기에의 목소리에는 이제 살기마저 담겨 있었다.

정보부 직원이 옆을 흘끔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것이… 모두 비서실장님의 저택에서… 발사된 것으로….”

“뭐라…?”

르기에의 시선이 자연스레 직원이 쳐다보는 쪽으로 향했다.

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차디찬 시신, 콘록의 짓이었다고? 이 모든 게?

수많은 테스트 끝에, 절대로 스파이가 아닐 거라 확신하고 신임을 했던 콘록이?

“말도 안 돼…!”

르기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냉철한 판단을 하던 그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큰 충격을 받아 순간적으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다.

그동안 다른 4대 패왕 등의 마왕들은 휴대용 통신기를 통해 자신의 영지 내에 있는 부하들의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뭐?! 텐자흔 쪽에서 미사일이 날아와?!”

그중 디하브가 버럭 소리치더니, 이내 통신기를 집어던지면서 곧장 분노를 폭발시켰다.

“텐자흔, 네놈이 감히!!”

버럭 소리를 친 디하브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드넓은 장내를 순식간에 자신의 기운으로 뒤덮은 것을 넘어, 파티장의 벽을 금 가게 만들거나 조금씩 조각내서 부스러뜨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4대 패왕 중 한 명인 ‘광폭’의 디하브의 힘이었다.

“흐아아아!!”

괴성과 함께 디하브는 곧장 텐자흔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텐자흔은 그제야 깜짝 놀라며 패닉 상태에서 벗어났고,

“헉?!”

경악한 표정으로 대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바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상대는 다름 아닌 디하브. 제아무리 최근 텐자흔이 수많은 마왕들의 마기를 흡수하며 강해졌다고는 해도 아직 범 앞의 하룻강아지일 뿐이었다.

텐자흔이 피한 자리에 바로 디하브의 거대한 주먹이 꽂혔고,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파티장의 바닥이 움푹 파였다.

“자,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나도 모르는 일이오!”

간신히 피해낸 텐자흔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디하브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광폭화된 디하브를 말릴 수 있는 존재는 이 데르툴 행성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힐 정도니 말이다.

“내 앞에서 감히 변명을 하려 하느냐!!”

외치면서 다시금 달려드는 디하브. 그런 그의 앞에 갑자기 불쑥 나타난 한 명의 데르툴이 있었다.

디하브의 주먹이 자연스럽게 그의 몸통에 꽂혔고,

퍼억!

한때 텐자흔의 정보부 직원이었던 그의 온몸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피와 살점을 사방으로 분사시켰다.

얼핏 보기에는 장렬한 최후처럼 보였지만,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 옆에 서 있던 르기에가 다급히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강제로 그를 디하브 쪽으로 집어 던진 것이었으니까.

“전군 주인님을 보호해라!”

간신히 텐자흔을 보호한 르기에는 휴대용 통신기를 통해 마왕성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 병력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동시에 텐자흔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어서 과거로 시간을 돌리십시오!”

“어? 아! 그래!”

그제야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텐자흔은 급격히 마기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그걸 두고 볼 나머지 마왕들이 아니었다.

“또다시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지켜보던 또 다른 4대 패왕, 위고스가 큰 외침과 함께 두 손을 텐자흔 쪽으로 내밀었다. 동시에 그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검은 화염구가 형성된 뒤 발사되었다.

아까 전 폭발했던 의문의 폭탄 못지않은 기운이 담겨 있는 어마어마한 공격!

하지만 텐자흔에게 닿기 전에, 르기에가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콰아아앙!

“큭…!”

마기 보호막을 사용한 르기에의 악문 입가에서 검은 피가 한 줄기 배어나왔다. 그 역시 텐자흔과 마찬가지로, 최근에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4대 패왕의 힘에 비견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공격을 막아내긴 했다.

‘이때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만 있으면…!’

르기에가 간절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마침, 거의 다 마기를 끌어모은 텐자흔이 막 능력을 사용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푹!

“커헉…!”

갑자기 텐자흔의 복부를 관통해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손톱.

손톱의 주인공은 아까 전 폭발에 죽었던 한 서빙 직원의 시체였다.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텐자흔의 빈틈을 벌떡 일어난 시체가 공략한 것이다.

“호호호… 이런 환경에서 나는 무적이라고.”

멀리 있던 요르바가 그리 말하며 씨익 웃었다.

동시에 르기에는 절망했다.

‘이런 망할!’

깜빡하고 있었다. ‘망자의 여왕’ 요르바는 죽어버린 모든 시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러면 마지막 희망이었던 텐자흔의 능력 사용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기습적인 공격을 받은 텐자흔은 지금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세 패왕들이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동안,

“…….”

카훌은 조용히 입을 다문 채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의 등 뒤에는, 그의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막 차원의 틈을 생성하는 작업에 돌입하고 있었다. 카훌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본 뒤 위험해지면 바로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주인님이 당했다!”

“주인님을 지켜라!”

마왕성 입구 쪽에서 르기에의 지시를 들은 호위 병사들 및 친위대들이 쏟아지듯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인 마왕들의 처치가 아닌, 일단 텐자흔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의 마왕들을 공격하지 않고 바로 파티장 끝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다 덤벼라!! 흐아아아!!”

하지만 광폭화한 디하브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금 폭발적으로 기운을 내뿜으며 친위대들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안 돼!”

르기에는 절규하듯 외쳤다. 지금 디하브와 친위대가 부딪치게 되면,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콰아아앙!

“끄아악!”

“맞서 싸워라!”

큰 충돌과 함께 곧 파티장은 피와 살이 튀는 처절한 전투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그 시각.

마왕성의 하늘 높은 곳 위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이가 있었다.

로한.

데르툴족으로 위장한 것이 아닌, 오랜만에 보는 인간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가 은신 시스템을 사용한 채로 마왕성 내의 소란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아수라장이 됐군.’

분명 다혈질에 주먹부터 앞서는 데르툴족들 특성상, 이 정도로 난리가 나면 반드시 드잡이질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소란이 큰 모양이었다. 굉음과 함께 여기저기 지붕이 무너지고, 창문들을 부수면서 멀리 날아가는 병사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이는 걸 보니 말이다.

‘이 정도면 작전은 성공이다. 분명 오늘 파티장에서 큰 피해를 입은 마왕 쪽 세력은 최소 절반 이상의 영지군들을 이끌고 텐자흔 세력을 공격하러 달려들 것이다.’

아까 보니까 12강호 중 몇 명의 마왕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했었는데, 원한은 반드시 갚는 데르툴족이라면 최소한 그들은 분명 병력을 이끌고 국경선을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특히 4대 패왕 놈들이 알아서 텐자흔의 능력을 막아줘서 고맙긴 하군. 혹시나 그들이 처리하지 못하면 내가 처리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말이야.’

생각하는 로한의 손에는 다크 레기스트륨 폭탄 하나가 들려 있었다. 텐자흔이 과거로 시간을 돌리려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남겨놓은 마지막 폭탄인데, 요르바가 알아서 처리해줘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르기에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도망친 게 아쉽긴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야지.’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르기에의 지금 심정은 안 봐도 뻔했다. 분명 쓰러진 콘록의 시체를 다시금 분자 단위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겠지.

하지만 르기에는 모를 것이다. 지금 파티장에 남아 있는 콘록의 시체는 껍데기일 뿐이고, 안의 알맹이는 순간 이동 시스템을 통해 이곳, 하늘 높은 곳까지 도망쳤다는 사실을 말이다. 폭발로 인해 정신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자, 이제 데르툴 행성 전체가 혼란스러워지는 모습을 지켜볼까?’

로한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후,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추적을 위해, 텐자흔 영지와 아주 멀리까지 떨어진 장소까지 도주할 계획이었다.

* * *

이곳은 카훌의 마왕성 대복도.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막 차원의 틈을 통해 돌아온 카훌 일행을 향해, 기다리고 있던 사이카가 다급히 물었다.

카훌은 손을 들어 올려 괜찮다는 표현을 했다.

“료를 병실로 데려가라. 생명에는 문제가 없지만 당분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넷. 의무병!”

사이카의 외침에 기다리고 있던 의무병들이 재빨리 료를 들것에 실은 뒤 마왕성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사이, 왕좌로 돌아가 앉은 카훌이 입을 열었다.

“사이카, 팔마브, 씬, 아리올.”

“넷.”

네 명의 최상위 귀족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은 각각 동서남북 사방위의 국경선을 책임지고 있는 총사령관들이었다.

“전쟁을 준비한다. 기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준비시키고, 정복된 차원인 쉬트라, 사르빅, 멘파스, 조파 안에서도 병력들을 최대한 끌어 올 수 있을 만큼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다만, 우리의 목표는 텐자흔이 아니다.”

“……?”

네 명의 총사령관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카훌이 설명을 이었다.

“내가 아니어도 나머지 세 명의 패왕 놈들 혹은 12강호들이 알아서 손을 쓸 것이다. 최소한, 디하브 그놈은 반드시 전군을 이끌고 텐자흔 쪽 국경선을 치겠지.”

카훌은 그 누구보다도 4대 패왕들의 성격을 잘 안다. 디하브, 그 싸움광 새끼는 항상 전쟁에 목말라 있는 놈이니,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우리는 텐자흔을 공격하러 들어가는 세력들의 등 뒤를 칠 것이다.”

“……!”

“이번에야말로 4대 패왕들의 지긋지긋한 균형을 완벽히 무너뜨릴 때다. 최소한 디하브 세력을 절반만 흡수해도, 그 순간부터 나를 막을 수 있는 놈은 아무도 없어지게 된다.”

카훌은 이번 전쟁을 단순히 복수의 장으로 삼는 것이 아닌,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뛰어난 판단을 보여주던 카훌의 비상한 머리가 이번에도 가동한 것이다.

“이번 기회로 이 대륙 최고의 정점에 선 뒤, 그 후에 료의 복수를 하겠다. 알아들었으면 모두 준비하도록.”

“넷!”

네 명의 총사령관들은 일제히 외치면서 바로 차원의 틈을 열어 각자의 총사령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저 멀리 정보 본부장이 다급하게 달려와 카훌에게 보고를 했다.

“아룁니다! 지금 디하브 세력이 텐자흔의 국경선을 침범했다고 합니다!”

카훌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4대 패왕 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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