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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93화 (193/200)

제193화

로한은 휴대용 마정석 통신기를 통해 서빙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 모두 침착하게. 알았지? 서빙 책임자들은 아까 내가 말한 대로 주요 마왕들을 향해 움직이고.

일반 서빙 직원들에게 4대 패왕 및 12강호 등의 주요 마왕 서빙을 맡길 수는 없었다. 당연히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 담당해야 하는 법.

그래서 4대 패왕 등 테이블에 붙은 이들은 모두 하인장 이상 직급의 상위 귀족들이었다.

모든 서빙 직원들이 접시를 들고 각 마왕 테이블에 붙은 그 순간.

‘지금이다.’

로한은 타이밍을 계산한 후 바로 속으로 통신했다.

- 호츠. 지금 첫 번째 버튼을 눌러라.

“네, 주인님….”

비서실장 저택의 총괄 집사, 호츠가 왠지 모르게 멍한 목소리로 귀에 꽂은 미니 통신기를 통해 대답을 했다.

이미 그 역시, 로한이 투여한 나르커즈 약물에 의해 완전히 세뇌당한 상태였다.

살짝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로한의 침실로 이동한 호츠는, 옆 테이블에 놓여 있는 두 개의 버튼이 달린 작은 사각형 물품으로 보이는 것을 들어 올렸다.

호츠는 홀린 듯이 파란 버튼을 먼저 눌렀다.

그러자.

[소유주 ‘로한’의 순간이동 머신의 작동을 시작합니다.]

[‘로한’ 님이 미리 설정해 놓은 좌표들이 탐지되었습니다.]

[해당 좌표가 있는 곳으로 해당 물품들을 순간이동시키겠습니다.]

라는 목소리가 실내 중앙에 놓여 있는 커다란 최첨단 기기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번쩍! 하고 빛이 나면서 순간이동 머신 위에 올려놓았던 다수의 물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또다시 머신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무 완료.]

[소유주 ‘로한’의 지시대로 바로 자폭 과정을 진행합니다.]

[5초 후 자동 폭발합니다. 5, 4, 3, 2, 1, 0.]

목소리가 끝난 직후.

콰아앙!

꽤 커다란 폭발이 방 전체를 뒤덮었다.

호츠가 막 로한의 보고를 받았을 그때.

서빙 총책임자인 빌바훔이 음식 접시들이 가득 놓여 있는 쟁반을 아주 능숙하게 들어 올린 채로 4대 패왕 중 한 명인 카훌 테이블로 이동하고 있었다.

“카훌 님 테이블 서빙을 전답하게 된 빌바훔입니다.”

한 손을 허리에 올리며 고개를 공손히 숙여 인사한 빌바훔은, 곧 쟁반 위에 놓인 음식 접시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설명을 시작하려 했다.

“이 음식은 텐자흔 마왕성만의 특산물인… 컥?!”

하지만 곧바로 우악스럽게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손길에 그는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그가 들고 있던 음식들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고, 그로 인해 모두의 시선이 빌바훔에게로 집중되었다.

그의 목을 한 손으로 쥔 채로 들어 올린 카훌이 안광을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감히 내 앞에서 장난질을 하고 있어?”

“커헉… 헉…!”

“내가 이 정도의 마나 움직임도 못 느낄 것 같았나? 응?”

카훌은 발바훔을 들어 올린 상태로 반대편 손으로 빌바훔의 품속을 뒤졌고, 곧 아주 작은 네모난 기계를 꺼냈다.

그것을 들어 올리며 카훌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외쳤다.

“이게 뭔지 당장 설명해라. 설명하지 않으면 텐자흔은 나, 카훌이 거느리고 있는 대륙 최강의 군사들의 분노를 받아야 할 것이다!”

“지, 진정하십시오!”

로한이 크게 당황한 척 연기하면서 카훌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바로 그의 앞을 막아서는 료의 움직임에 로한은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지금부터 누구든 내 주인님께 접근을 불허한다.”

료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 하지만 모두의 귀에는 그 어떠한 고함보다도 더 크게 들려왔다.

로한마저 막히자, 결국 르기에까지 나서야만 했다.

“고정하십시오, 마왕님. 제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겠습…?”

다가가서 설득하려던 르기에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갑자기 파티장 중앙에서 낯선 마나의 흐름과 함께 작은 빛이 반짝인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아니, 르기에한테는 매우 익숙한 마나였다.

‘이 마나는…!’

그가 눈치채기도 전에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곳에 남은 것은 마정석처럼 보이는 물체들 수십 개였다.

그것들은 곧바로 자동으로 움직였다.

[‘다크 레기스트륨 폭탄’ 16개가 지정된 좌표를 탐지하였습니다.]

[자동으로 유도탄 시스템이 발동됩니다.]

[각자 지정된 해당 좌표를 향해 날아갑니다.]

로한의 머릿속에만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로한의 특제 폭탄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빛과 같은 속도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날아가는 곳에는 모두 아까 빌바훔이 옷에 숨겨놓았던 미니 탐지기가 있었다. 아까 전, 로한이 강제 세뇌 작업을 통해 책임자들 옷 안에 모두 넣어놓았던 그 탐지기들을 향해 말이다.

그리고.

콰과과과광!

곧 파티장 전체에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끄아악!”

“아악!”

폭팔에 휩쓸린 수많은 데르툴족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서 꿈틀댔다. 사지가 한두 개 날아간 자도 있었고, 머리가 터져서 즉사한 이도 있었으며, 아예 신체가 산산조각이 나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불행한 이들도 있었다.

4대 패왕 쪽도 마찬가지였다.

“료! 료! 괜찮은가!”

“으윽… 전… 괜찮습… 으윽!”

카훌이 신체의 오른쪽만 남아 있는 료를 붙잡고 절규하듯 외쳤다. 카훌 쪽을 향해 날아오는 폭탄을 료가 다급히 온몸으로 막아냈던 것이다.

카훌 뿐만 아니라 나머지 4대 패왕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호위 병력 중 일부가 큰 피해를 입었고,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마왕들은 모두 멀쩡한 상태였다.

곧 카훌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악귀처럼 변했다.

“텐자흔! 텐자흔!! 지금 네가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그의 거대한 분노가 담긴 외침이 마왕성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려댔다. 하지만 지금 텐자흔도 카훌 쪽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이,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텐자흔은 얼굴이 하얘진 상태로 패닉 상태에 돌입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멍하니 서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그에게 무슨 지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그러면 자연스럽게 르기에가 처리해야 하는데, 르기에도 지금 정상이 아니었다.

“욱…!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큰 부상을 입은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피를 손으로 막아내면서 르기에는 주변을 돌아보았고, 곧 시선이 바로 옆쪽 바닥에 고정되었다.

머리가 반쯤 날아간 처참한 시체… 바로 콘록이었다.

“콘록…!”

허망하게 죽어버린 콘록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그때.

무언가 저 멀리에서 푸슈슈슈슉! 하고 일제히 쏘아지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

르기에의 커다래진 눈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

이 소리는 분명, 미사일이 발사되는 소리 아닌가!

대략 20초 전.

호츠는 순간이동 머신이 자폭한 로한의 침실 안에서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상태는 처참했다. 폭팔에 휩쓸린 나머지 한쪽 다리가 완전히 날아가 버렸고, 왼팔도 팔꿈치까지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그 상태에서 귓가에 로한의 지시가 또 들려왔다.

- 두 번째 버튼을 눌러라.

“…네….”

호츠는 멍하게 대답한 후, 홀린 듯이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격발 버튼 중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침대가 자동적으로 옆으로 활짝 열리면서 지하에 숨겨져 있던 커다란 미사일 발사대가 방바닥 위치까지 솟구쳐 올라왔다.

동시에 아까와 똑같은 기계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유주 ‘로한’의 ‘마나석 미사일 발사대’의 작동을 시작합니다.]

[‘로한’ 님이 미리 설정해 놓은 좌표 순서대로 발사하겠습니다.]

[1초에 한 번씩, 동시에 두 개가 발사됩니다.]

[발사 준비. 5, 4, 3, 2, 1, 0.]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

창문 쪽으로 포구를 겨눈 미사일 발사대가 내장되어 있던 다크 레기스트륨 폭탄을 일제히 발사하기 시작했다.

창문을 깨부순 뒤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간 미사일들은 미리 찍어놓은 좌표 쪽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미사일들의 방향은 모두 제각각 달랐다.

이곳은 카훌 영지 최남단 국경선 132구역.

남쪽 국경선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총사령관, 사이카는 총사령부 건물 근처에 있는 연병장에서 땀을 흘리면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었다.

데르툴족이 강해지려면 가장 필요한 건 마기지만, 그렇다고 신체 운동을 게을리하면 정작 중요한 전투 때 십중팔구 패배하게 된다.

늘 항상 이렇게 몸 관리를 하고 전투 훈련도 하면서 마기를 키워야 한다. 그것이 고수의 기본 조건이다.

“후우….”

한참을 평행봉 운동을 한 뒤 막 지상에서 내려온 사이카가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고 있을 그때.

갑자기 땡땡땡땡땡! 하고 비상벨 소리가 막사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마정석을 통해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전방에 미사일이 날아온다! 전방에 미사일이 날아온다! 도착 시간 10초 뒤! 모두 신속히 대피하라!]

‘뭐?!’

이게 무슨 소린가? 지금 마왕성 안에 그의 주인님이 파티 참석을 하기 위해 가 있는 이 시점에 왜 텐자흔 진영에서 미사일이 날아온단 말인가?

하지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저 어둑어둑해진 전방의 밤하늘 쪽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두 불빛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다!’

사이카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 미사일에 담겨 있는 마나의 기운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본능적으로 총사령부 건물의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막 건물 안으로 들어간 순간,

콰과아아앙!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두 개의 거대한 화염구가 132구역 전체를 뒤덮었다. 단순한 요격 미사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정말 어마어마한 범위와 폭발력이었다.

“아아악!”

“으아아아…!”

미처 대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건물 안에 있던 병사들 중 일부는 건물이 아예 폭발과 함께 날아가면서 그들의 신체 역시 날아가 버리는, 굉장히 불운한 케이스도 많았다.

총사령부 건물에 숨은 사이카는 다행히도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크고 웅장했던 총사령부 건물이 절반 이상 박살 나는 것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런 미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부대의 전체적인 처참한 모습을 목격한 사이카는, 그길로 바로 자신의 집무실로 달려갔다.

이미 반쯤 지붕이 무너진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통신기를 바로 들어 올린 사이카가 외쳤다.

“여기는 남부 총사령부! 남부 총사령부! 텐자흔 세력이 132구역을 공격했다! 다시 한번 보고한다! 텐자흔 세력이 132구역을 미사일로…!”

그의 보고는 곧바로 카훌 마왕성 국방부로 향했다.

그 시각, 보고를 받고 있는 또 한 명의 데르툴족이 있었다.

“…다시 말해라. 뭐라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르기에를 향해, 정보부 직원이 더듬거리는 말투로 다시금 대답했다.

“지, 지금 우리 세력과 맞닿아 있는 모든 상대 영지의 국경선 쪽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르기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텐자흔 세력에 들어온 이후, 처음 보이는 굳은 표정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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