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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68화 (168/200)

제168화

그때 전방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상급 귀족이 외쳤다.

그가 바로 11사단을 이끄는 지휘관, 로스룸이었다.

“모두 모였나!”

“네!”

모여 있던 모두가 크게 외쳤다. 단 한 명, 로한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로스룸이 갑자기 로한 쪽에서 시선을 멈췄다. 혹시 정체를 눈치챈 것인가?

하지만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바로 시선을 치우더니,

“전군 돌격!”

이라고 외치는 걸 보니 말이다.

다른 데르툴족 사이에 섞여서 같이 달리기 시작하는 로한. 바로 앞에서 같이 뛰고 있는 로스룸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확실히 최상위급만 조심하면 들킬 일은 없겠군.’

“죽여라!”

“으악!”

곧 로한의 귓가에 처절하게 싸우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곳, 델센킬 산 정상을 향해 로스룸 휘하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 올라갔다.

도착한 로스룸은 상황부터 파악했다.

온 사방에 네 세력의 병사들이 모두 몰려 있는 상황. 이 중 두 곳에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나는 북서쪽의 캉베와 리사크 세력 간의 전투였고, 또 하나는 남동쪽에서 펼쳐지고 있는 킬라단과 펠로슈브 세력 간의 전투였다.

이러면 일단, 로스룸 입장에서는 캉베 쪽만 처리하면 된다.

“캉베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와아아!”

로스룸의 외침에 원군 병력 전원이 캉베 쪽으로 손톱을 세우며 달려갔다. 로한도 마찬가지였다.

캉베 부대와 조우한 순간,

“흐아압!”

가장 가까이 있던 적군 하급 데르툴족이 로한에게 손톱을 휘둘러 왔다.

로한은 일단 마주 손톱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낸 후, 속으로 고민했다.

‘어느 정도로 싸워야 할까?’

로한의 동공이 빠른 속도로 주변을 훑더니, 곧 로스룸의 전투 장면에 고정되었다.

그 역시 공격해 오는 하급 데르툴족의 손톱을 가볍게 막아낸 뒤, 다른 손의 손톱을 휘둘러 반격을 했다. 상대방 역시 반대 손톱을 들어 막아내려 했지만, 막아낸 손톱 대다수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휘청이는 하급 데르툴족을 향해 로스룸은 다시 한번 두 팔을 휘둘렀고,

촤악!

“끄악!”

머리와 목에 큰 중상을 입은 적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이후 로스룸은 곧바로 쓰러진 적의 머리에 손톱을 꽂아 확인 사살까지 했다.

그걸 본 로한은 확정했다.

‘딱 저것보다 한 단계 낮게 활약하면 되겠군.’

마음을 잡음과 동시에 그는 힘 조절을 한 상태로 왼팔의 손톱을 휘둘렀다. 상대 데르툴 역시 왼손의 손톱을 들어 막았다.

동시에,

“큭…!”

신음과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데르툴. 막아낸 손톱 중 두 개가 부러져버린 것이다.

로한은 로스룸과 비슷한 속도로 재차 공격을 했고, 그 공격을 적은 막아내지 못했다.

“아악!”

검은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적군의 머리를 손톱으로 관통시키는 로한. 뇌핵이 다쳤으니, 이제 이놈은 바로 소멸될 것이다.

그렇게 한 명을 처치한 로한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큭…!”

“으윽!”

옆에는 낯익은 두 명의 데르툴족이 상대방 네 명의 연합 공격에 고전하고 있었다. 아까 전 만났던 경비병들이었다.

로한은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촤촤촥!

“커헉!”

“끄륵…!”

로한의 재빠른 공격을 적들은 아무도 피해내지 못했고, 모두 큰 중상을 입었다.

정면에서 대놓고 보고 있어도 막아내기 힘든 로한의 속도인데, 옆에서 기습하면 당연히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네 명을 쓰러뜨린 로한은 경비병들에게 지시했다.

“니들이 알아서 숨통 끊어!”

“어? 어어.”

경비병들은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우고는 손톱을 쓰러진 적군에게 꽂아 넣었다.

이후 로한은 계속해서 적군을 해치웠는데, 주로 아군인 리사크 병사들을 위기에 빠뜨린 적군을 기습했다.

덕분에 리사크 세력은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졌고, 반대로 캉베 쪽은 점점 쓰러지는 말단 병사 숫자가 빠르게 늘어갔다.

곧 로한의 활약은 유의미한 병력 차이로 벌어졌고, 얼마 안 가 리사크 세력이 일방적으로 캉베 세력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호오….”

옆에서 싸우던 로스룸이 어느 순간 전투를 멈추고 로한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같이 싸우는 입장에서, 이번 전투에서 로한이 얼마나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는 그였다.

그때였다.

“모두 후퇴하라!”

“국경선까지 물러서라!”

캉베의 지휘관이 결국 후퇴 명령을 내렸다.

일제히 도망가는 그들의 뒤를 로스룸 등의 리사크 병사들이 뒤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멈춰라!”

기존에 먼저 도착해 있던 최상위급 귀족 지휘관이 그들을 멈춰 세웠다.

“계속 쫓다가 적군의 원군에게 기습을 당할 수도 있다. 일단 전리품만 챙긴 후 철수한다.”

“네. 모두 시체를 챙겨라!”

로스룸이 모두에게 외치자, 병사들은 바닥에 널려 있는 캉베 병사들의 시체를 모두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시체는 추후 상관들이 자신들의 마기로 모조리 흡수할 것이다.

치우는 와중에, 로스룸이 로한을 향해 다가왔다.

“사단장님을 뵙습니다.”

로한이 바로 부복했고, 로스룸이 물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이름이 무언가?”

“이번에 돌격병으로 들어온 로그한이라고 합니다.”

“로그한…?”

로스룸은 가물가물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스룸은 되레 자신의 기억력을 탓했다. 이미 아군을 위해 이렇게 큰 활약을 펼쳤는데 정체를 의심해봤자 뭘 하겠는가?

“오늘 아주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보는 내내 감탄이 나올 정도였어.”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내일 오전 10시에 내 집무실로 찾아오도록.”

“넷.”

로스룸은 바로 몸을 돌려 멀어졌다.

부복해 있던 로한은 속으로 기뻐했다.

‘좋아. 꽤 좋은 시작이야.’

이번 전투 때 적절한 활약을 통해 상관에게 인정받는다는 그의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내일 로스룸을 찾아가면 말단 병사인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직책을 맡길 것이고, 그러면 더더욱 현재 데르툴 행성 내 정보를 얻기 쉬워질 것이다.

그때,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이들이 있었다.

“너 엄청 강하더라! 덕분에 죽을 뻔한 걸 살아났어. 정말 고마워!”

“아까는 의심해서 미안해. 로그한이라 했지?”

아까 처음 만났던 정찰병 둘이 친근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로한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전 잔뜩 경계하던 표정이 어디 갔나 싶을 정도였다.

“고마움의 의미로 오늘 내가 한잔 살게!”

“그래! 이런 날 술 한잔 안 하면 언제 하겠어?”

심지어 한턱내겠다고 먼저 말하는 그들. 딱 봐도, 로한과 친해지고 싶다는 목적이 눈에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걸 눈치챈 로한은,

“나야 좋지.”

라고 바로 승낙했다.

데르툴 행성의 정보를 얻는 게 목적인 로한에게 이런 친목 도모 자리는 그야말로 쌍수 들고 환영할 기회였다.

* * *

전쟁 후 정리까지 마친 후, 로한은 바로 경비병 둘을 따라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승전 직후라 그런지, 분위기는 환상적이었다.

“이겼다!!”

“오늘 죽을 때까지 마신다!”

“여기 있는 술 다 갖고 와!”

학살, 파괴를 좋아하는 마기 그 자체인 데르툴족들은 성격도 중간이 없었다. 다들 무한으로 술을 들이키면서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어댔다.

당연히 그 중간 과정에서는 사고도 터졌다. 옆 테이블끼리 시비가 붙어서 주먹다짐을 하는 취객들을 벌써 세 번째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켜보던 로한이 조용히 한마디 했다.

“화끈하군그래.”

“새삼스럽게 뭘 그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 경비병들이 다시 잔을 기울였다.

옆에서는 쓰러진 취객 위로 한 명이 올라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파운딩을 하고 있는데, 나머지 테이블은 신경도 안 쓴 채로 자기들끼리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런 다툼이 데르툴 행성 내에서는 얼마나 흔한지 알 수 있었다.

“크~ 그러니까, 로그한. 네가 이번에 들어온 지 3일째라고?”

경비병 중 한 명, 골바가 물어왔다.

“어.”

“3일째면, 태어난 지 며칠 안 됐다는 소린데…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야?”

“혹시 어디 다른 세력 밑에 있었던 거 아냐?”

의심하는 또 다른 경비병의 이름은 게모벡이었다.

그 말에 골바가 대신 반박해 주었다.

“에이, 다른 세력에서 상급 귀족 느낌이 날 정도로 강한 놈이었으면 벌써 알 놈들은 다 알았어. 근데 우리도 처음 들은 이름이잖아?”

“하긴, 그렇긴 한데….”

“로스룸 님도 모른 걸 보면 확실해. 맞다, 너 내일 로스룸 님 만나러 가지?”

“어.”

“내일 만나면 무조건 승진하겠네. 야, 나중에 높은 자리 가도 우리 잊으면 안 된다? 알지?”

“나도, 나도! 야,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얼마든지 사줄 테니까!”

지금 둘의 대화만 들어봐도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로한에게 술을 사주는지 알 수 있었다. 태도를 보아하니, 로한이 요구하면 당장 다리 사이도 기어 들어갈 놈들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이 이들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음식은 괜찮으니까, 최근 재밌는 얘기 있으면 좀 알려줘 봐. 네 말대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 대륙 돌아가는 걸 하나도 모르거든.”

“아, 또 소식통 하면 나 골바 아니겠냐!”

“무슨 소리야? 내가 너보다 주워들은 게 더 많아~!”

둘은 이때다 싶어 신이 나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최근에 가장 핫한 소식은, 역시 텐자흔 아니겠어?”

“그렇지. 벌써 다른 마왕 세력을 두 개나 흡수했다며? 샤훌리트랑, 하나가 어디더라?”

“알라사잖아, 인마! 그것도 모르면서 나보다 주워들은 게 많다고 했냐!”

“잠깐만.”

로한이 손을 들어 중간에 끼어들었다.

“텐자흔 마왕이 누구를 흡수했다고? 알라사랑 누구?”

“샤훌리트라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약한 마왕 있어.”

“아마 설명해도 모를 거야. 나도 처음 듣고는 누구냐고 되물어 봤을 정도니까. 큭큭큭.”

둘의 설명을 들은 로한은 놀란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그 정도로 지금 그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샤훌리트 세력이 멸망했어…?’

이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지금 시기만 따지면, 아직 샤훌리트가 지구를 침공하기 5년 전이다. 근데 침공하기도 전에 샤훌리트 세력이 멸망했단다. 그렇다면…?

‘이거 과거가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겠는데?’

이게 뭐가 문제냐면, 지금 지구에 있는 그의 동료들. 그러니까 방태산을 비롯한 휘하 부하들과 에드먼, 강동혁 등의 인생이 전부 바뀔 수도 있다는 소리다.

심지어 로한 본인의 인생조차도 말이다.

“어떻게 멸망했는지 자세히 알고 있어? 좀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

로한의 말에 둘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자세히라…. 막 엄청 자세히는 모르는데, 그건 알아. 텐자흔이 르기에를 첩자로 이용했다는 거.”

“내가 듣기로는 샤훌리트 앞에서 ‘카인의 맹세’까지 했대. 그걸 텐자흔이 자신의 능력으로 취소시켰고.”

“……!”

로한의 두 눈이 순간 흔들렸지만, 골바와 게모백은 서로 바라보며 떠드느라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르기에!

이번 잠입 때 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름이 벌써부터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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