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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53화 (153/200)

제153화

[흐하하하!]

드레하츠가 광소하면서 다시금 아린에게 촉수들을 뻗었다.

촉수 끝에는 입처럼 생긴 것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고, 모든 입 안에는 다량의 마기가 맴돌고 있었다.

저 공격에 당하면 아린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제아무리 신체 에너지원 전체를 기체 형식으로 변신한 현 상태라 할지라도 말이다. 마왕급의 마기가 사이보그 체내의 에너지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하앗!”

아린은 옆으로 멀리 떨어져 공격을 피하면서, 기합과 함께 에너지원 미사일을 다량 발사했다.

이 대륙으로 넘어온 이후 그녀의 입에서 기합이 터진 적이 있었던가?

그 정도로 지금 아린은 드레하츠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소용없다!]

드레하츠는 외치면서 촉수를 휘둘러 아린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동시에, 나머지 촉수들의 입에서 마기 덩어리를 뱉어내는 모습이었다.

아린의 사방을 점하면서 날아오는 마기 덩어리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방어막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퍼퍼퍼퍼펑!

“읏…!”

연이은 충격에 절로 이를 악무는 아린.

저 조그마한 마기 덩어리가 이 정도로 강력할 줄이야! 지금껏 그녀가 싸워왔던 어떠한 데르툴족도 이 정도 위력의 마탄을 발사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일단, 공격은 막아내긴 했다. 충격이 조금 있긴 했지만 전투에 무리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고 말이다.

‘반격해야 해!’

아린은 다시금 순간 이동으로 드레하츠 바로 옆에 도달했다. 동시에 신체의 에너지원을 가득 모아 강력한 빔을 발사했다.

다른 데르툴들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타이밍.

하지만 드레하츠는 달랐다.

콰아앙!

에너지 빔이 드레하츠 반대편의 벽에 명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린보다 더 빠른 몸놀림으로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

아린의 두 눈이 커졌다.

공격을 피한 드레하츠가 어느새 자신의 옆구리 쪽에 등장해서 촉수를 뻗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드레하츠와는 달리 아린은 이번 공격을 피해낼 수 없었다. 막 에너지 빔을 전력으로 발사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아린은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흩어져라!’

동시에, 아린의 신체를 이루던 푸른 에너지원이 마치 바닥에 떨어진 빗물처럼 수많은 작은 물방울로 변하여 사방으로 퍼졌다.

기체로 이루어진 하이퍼 최종 모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하는 회피 방법이었다.

그러나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촉수의 공격을 대부분 피해 내었지만, 모든 에너지원 조각들이 촉수를 피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촉수의 입에 닿은 조각들은 죄다 소멸해 버렸다.

그로 인해 저 멀리서 다시 합쳐진 아린의 신체는 처음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 무려 1/10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셈이다.

‘손해가 너무 심한데… 엇!’

그녀 입장에선 안타까워할 새도 없었다.

촉수들의 입에서 마탄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발사되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드레하츠 본인이 아린에게 달려들어 육탄 공격까지 펼쳤다.

저 마탄도 방어하기 힘든데, 이번엔 이중 공격이다.

정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그때.

“위험합니다!”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두꺼운 신성력 방어막이 아린을 감쌌다.

동시에 마탄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방어막을 두들겼고, 결국 방어막을 박살 나고 말았다.

“크윽…!”

신음과 함께 살짝 휘청거리는 밀리오. 내상으로 인해 입가에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도움 덕분에 일단 마탄 공격은 막아내었다.

아린은 드레하츠의 공격에 실드를 집중했고, 쾅! 소리와 함께 그 공격은 실드에 막혔다.

“지금이다, 오리에드!”

그때 또다시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

입구 쪽의 이안이 자신이 소환한 땅의 정령왕, 오리에드를 막 공격을 마친 드레하드를 향해 돌격시킨 것이다.

[흐으음!]

덩치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오리에드는 그 육중한 황톳빛 망치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이라, 이번에는 드레하츠도 공격을 피해내지 못했다.

퍼억!

[큭…!]

인상을 찌푸리면서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는 드레하츠. 망치에 적중당한 몇 개의 촉수가 사망해서 혀를 내민 채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데르툴족의 특성상, 그 촉수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모두 부활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을 벌었다는 게 중요하다.

“밀리오 님!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작전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어서 후퇴를… 쿨럭!”

“이런!”

피를 토해내는 밀리오의 모습에, 아린은 다급히 그를 두 손으로 들어 업은 채로 빠르게 심장의 방 입구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이안은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어… 나도 상처 좀 입을 걸 그랬나… 우악?!”

[뭘 머뭇거리고 있나?!]

다시 돌아온 오리에드가 이안을 한 손으로 들쳐 업고 심장의 방을 빠져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밖으로 나온 이안의 눈에, 모든 기습 팀 인원들이 입구 바로 앞에 밀집 사격 대형으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안이 빠져나온 것을 확인한 박나성이 외쳤다.

“모두 발사!”

동시에, 박나성을 포함한 모두의 한쪽 팔이 미사일처럼 심장의 방 쪽으로 발사되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팔들이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드레하츠는,

[어림도 없다!]

외치면서 엄청난 속도로 옆으로 이동해서 공격들을 피해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유도 기능이 달려 있는 그 팔들은 바로 방향을 꺾어 다시 드레하츠를 향해 날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드레하츠는 어쩔 수 없이 이번엔 마기를 끌어올려 방어막을 펼쳐야만 했다.

콰콰콰콰쾅!

[윽…!]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방어하는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그가 상대했던 기습 팀의 원거리 공격과, 신체 한 부분을 희생해서 폭파시키는 지금 공격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큰 위력의 차이가 있었다.

40개가 넘어가는 그 공격들을 고스란히 방어해낸 방어막은, 결국 마지막 폭발과 함께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다.

만약 한 발만 더 날아왔으면, 천하의 드레하츠라도 큰 중상을 입을 뻔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막아냈다.

[…엇?]

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어느새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온 두 거대한 정령.

바람의 정령왕 에리얼과 불의 정령왕 피닉스가, 들고 있던 거대한 폭탄을 드레하츠 쪽을 향해 떨어뜨린 것이다.

동시에 두 정령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안이 다시 정령계로 귀환시킨 것이다.

드레하츠가 반응할 새도 없이 폭탄은 그의 바로 앞에 떨어졌고,

콰아아아앙!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폭발이 심장의 방 전체를 휩쓸었다.

폭발의 여파는 컸다.

마왕성 지하의 창문이 모두 박살 나면서, 그 밖으로 화염이 뿜어져 나올 정도였다.

동시에, 무언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마왕성 바깥에 있던 이들의 귀에 들려왔다.

심장의 방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

로한과 싸우고 있던 투할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폭발의 강도 때문에 놀란 게 아니었다.

심장에 방에서 느껴지던 어마어마한 마기가, 폭발과 동시에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 경우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드레하츠가 소멸됐다?’

그 말은 즉, ‘심장’이 파괴되었다는 소리와 일치한다.

마왕성을 지탱해주고, 투할과 아스모데에게 끝없는 마기를 공급해주던 원천의 힘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투할 입장에서는 최상위 귀족 몇 명을 잃은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지금 입은 것이다.

“기습 팀이 성공했군.”

그때, 눈앞의 세이버 안에서 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군.

“이제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은 불가능하겠군. 이걸 어떡하나, 투할?”

살살 긁으면서 도발함과 동시에, 로한은 속으로는 에드먼을 향해 통신하고 있었다.

[기습 팀이 성공했다. 네가 준 그 최신식 폭탄으로 마무리했대.]

[캬캬캬! 당연한 결과야! 그 폭탄 한 방이면 대한민국 절반을 날려버릴 위력인데, 두 방이나 터뜨렸으니 버틸 재간이 있나! 키힉힉힉!]

사이코패스처럼 웃는 에드먼. 정말 기분이 좋을 때만 내는 소리다.

방금 기습 팀이 드레하츠를 제거할 때 사용한 폭탄의 이름은 레기스트륨 뉴클리어(Registrum Nuclear). 핵무기 수준의 대인 살상 능력을 가진,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최강의 폭탄이다.

이번에 강동혁이 대한민국 부대를 원군으로 데려오면서 이 폭탄도 두 개 갖고 왔는데, 그걸 지금 심장의 방에 전부 사용한 것이다. 한 개도 충분하다는 에드먼의 설명이 있었지만, 더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 강동혁이 두 개를 전부 사용하자고 밀어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처음 보는 투할의 당황스러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럼 계속해볼까?”

로한은 다시금 투할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후 향방은 역시 똑같았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

일단 로한과 에텔드리다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 시간은 나의 편이다.’

더 이상 투할에게 공급되는 마기가 없어진다면, 이제 상처를 입을 때마다 투할은 눈에 띄게 힘이 약해질 것이다. 지금처럼 어디가 잘려 나가든 말든 무턱대고 공격 일변도로 달려드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지금 투할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아까 전까진 강화된 손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면서 반격 각을 보던 놈이, 이제는 최대한 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신체에 들어오는 대미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행동이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공격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아앗!”

로한과의 공방 중간중간마다 시기적절하게 공격해 오는 에텔드리다의 신성력 마법 때문이었다.

완벽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둘 중 하나의 공격은 받아낼 수밖에 없었고, 보통 에텔드리다의 마법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 로한의 세이버의 공격은 한 대라도 정타로 맞으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큭… 흐아아!”

이를 악물면서 투할은 다시금 고함과 함께 마기를 폭발하듯 내뿜었다.

열세에 몰렸지만 그래도 그는 데르툴 행성 최강의 마왕 중 한 명, 투할이었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아스모데 쪽은 조금 달랐다.

“캬아아아!”

귀를 찢을 듯한 괴성과 함께 다시금 다수의 마기 빔을 입에서 내뿜는 아스모데.

끝없이 공격하는 그녀의 모습만 보면, 마왕성의 심장이 터진 것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투할처럼 대원들의 공격을 피할 생각도 안 하고 전부 수많은 손들로 막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 저 괴물은 지치지도 않나!”

김현진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외치며 급하게 몸을 틀어 마기 빔을 피해내었다.

그때 옆에서 윌리엄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 조금 약해졌소.”

방금 전 마기 빔을 무형의 검막으로 막아낸 윌리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맨 처음 막아낼 때보다 지금이 아주 미세하게나마 위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작전에 들어갈 때요.”

윌리엄의 말에, 옆의 방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두에게 통신했다.

[작전 대형으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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