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지구 최강의 사이보그 부대원들인 그들이 숨 막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마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정팔각형의 검은 보석.
그걸 보며 천상현은 말을 이었다.
“저걸 부수면 마왕과 싸우고 있는 대장과 부대장도 훨씬 편해지겠지?”
“그렇겠죠. 모든 데르툴족에게 있어 마기는 산소와도 같으니까요.”
“좋아. 그럼 준비하자.”
천상현의 말에 옆의 부하가 물었다.
“우리끼리 단독으로 작업합니까?”
“아니.”
당연히 이런 중요한 작업은 최대한 대원들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은 뒤 작업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통신을 시도했다.
[여기는 2팀. 마왕성 전체를 뒤덮은 마기의 근원을 발견했다. 폭파 작업을 시도할 예정이니, 지원 가능한 팀은 속히 이곳으로 합류 바란다.]
[센터 팀 합류하겠다.]
[1팀도 바로 합류할 수 있다.]
나머지 두 팀의 대답이 바로 들려왔고, 이내 10분 정도가 지나서 모든 부대원들이 2팀이 검은 보석을 발견한 장소에 합류하게 되었다.
천상현이 기습 팀 전체 책임자 격인 상관, 박나성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자네 판단이 맞는 거 같군. 저건 반드시 폭파해야 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박나성과 1팀 대장 서윤택도 동의했다.
박나성이 곧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2팀이 주도적으로 폭파 작업을 진행한다. 나머지는 주위를 포위한 뒤, 혹시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인 실드 시스템을 가동한다. 각자 위치로.”
대답 없이 빠르게 자신들의 위치로 이동하는 부대원들.
2팀이 폭탄 설치를 하는 동안 나머지 팀원들은 미리 가지고 온 무인 실드 머신을 가동시켜 주변 전체에 에너지 실드를 활성화했다.
그동안 박나성은 로한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기습 팀의 박나성입니다. 마왕성 내부에서 마기의 근원이 되는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지금 폭파 작업에 들어가려 합니다.]
[폭파시켜.]
[네.]
로한의 허가까지 나왔으니, 이제 폭파시킬 일만 남았다.
“준비됐어?”
“네.”
“폭파!”
천상현이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정팔면체 전체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수많은 레기스트륨 폭탄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콰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연쇄 작용을 하듯 일제히 터졌다.
폭탄 하나하나의 파괴력이 어마어마해서 이 드넓은 공간 전체가 폭발에 휩싸일 정도였다. 미리 무인 기기로 대인 실드 시스템을 가동시키지 않았다면 부대원들도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폭발이 끝난 직후, 박나성은 성공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일단 표면은 박살 냈다.”
최첨단 렌즈로 제작된 그의 두 눈은 저 폭발의 여파로 생성된 화염 구름 안쪽의 정팔면체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정팔면체의 표면이 완전히 박살 나면서, 안의 마기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마기가 요동치고 있다. 모두 긴장해!”
혹시 모를 마기의 폭발에 대비해, 대원들 모두 개인 실드 시스템까지 따로 가동해서 이중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기의 폭발은 없었다.
대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흐어어어…!]
[히에에에에…!]
표면이 박살 난 정팔면체의 안쪽에서, 마치 유령의 그것과 같은 괴성들이 들려왔다. 동시에, 영혼과도 같은 모습을 한 반투명한 검은 인영 몇 명이 정팔면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원들의 눈에는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데르툴족이다! 최소 최상위 마족이야!”
박나성의 외침대로, 모습을 드러낸 그것들은 모두 데르툴 최상위 귀족처럼 커다란 날개를 달고 있었다.
그들은 대원들을 보자마자 붉은 안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인간… 복수한다… 죽인다…!]
먼저 입을 여는 데르툴족의 환영은 한때 노르토반의 황제의 자리를 차지했던 페른, 본명 두크락이었다.
[억울하다….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죽은 것이 너무도 분통하다…!]
그 옆의 환영은 카르스트와 함께 사갈 공국에 있었던 총사령관, 라디치였다.
[모두 죽여서… 나의 마기의 원천으로 흡수해 주겠다…!]
왼쪽의 환영은 아까 전 아린과의 전투에서 사망했던 최상위 귀족, 다보 티디아니였다.
이미 소멸되었던 그들이, 환영으로 부활하자마자 각자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앙!
퍼어엉!
여기저기서 실드를 박살 내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셋 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무인 기기의 실드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걸 본 박나성은 다급하게 외쳤다.
“셋 다 최상위 귀족급의 실력이다! 전력을 다해 싸워라!”
동시에 그는 무기를 들어 눈앞의 라디치를 향해 전력을 실은 에너지원 빔을 연이어 발사했다. 다른 부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드넓은 이 지하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치열한 혈투가 시작되었다.
전투를 펼치면서도 박나성은 통신으로 보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기는 기습 팀! 최상위 데르툴족 환영으로 보이는 적들 셋과 전투 중! 현재 상황은 백중세!]
그 외침은 로한뿐만 아니라, 부대장인 방태산에게도 들려왔다.
통신을 들은 그는 주변 대원들에게 외쳤다.
“기습 팀이 최상위 귀족 셋이랑 싸우는 중이란다!”
그 말을 김현진이 받았다.
“그러면 빨리 이년 처치하고 도와주러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거야.”
씨익 웃은 방태산은 다시금 에너지원을 끌어모아 제우스 캐논에 주입시켰다.
이후, 전방의 아스모데를 향해 발사했다.
강력한 에너지빔이 빛의 속도로 그녀를 향해 날아갔고,
‘큭!’
아스모데는 경시하지 못하고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날아오는 공격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또 다른 부대원, 백상훈이 동시에 그녀에게 날아와 광선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필 정확히 그녀가 몸을 피하려던 방향 쪽으로 말이다.
문제는 둘 다 꽤 강력한 위력이라는 점이다. 전력을 다해 막아내지 않으면 큰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아스모데는 기지를 발휘했다.
“하!”
들고 있던 창을 에너지 빔 쪽으로 던진 뒤, 백상훈의 공격은 역시 마기를 끌어올려 맞공격을 펼친 것이다.
퍼어엉! 하고 굉음과 함께 에너지원이 마기를 머금은 창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동시에, 백상훈과 아스모데의 두 주먹이 맞닿았다.
퍼어엉!
“읏…!”
뒤로 훨씬 많이 밀린 쪽은 백상훈이었다. 역시, 혼자서 마왕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백상훈의 광선검에 실린 에너지원의 힘도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스모데의 신체도 살짝 뒤로 밀린 걸 보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에너지 미사일이 있었다.
타이밍을 보던 이병국이 거대한 저격총처럼 생긴 무기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린 것이다.
퍼어어엉!
“악…!”
거대한 폭발과 함께 아스모데의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뒤로 한참 물러선 그녀의 오른쪽 어깨가 절반가량 떨어져 나간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뼈가 다 보일 정도의 중상이었다.
그걸 본 방태산이 지시했다.
“상처 낫기 전에 계속 몰아붙여.”
“알고 있습니다~!”
김현진이 대답하면서 양손을 모아 그녀를 향해 에너지파를 발사했다. 정확히, 아스모데의 상처 부위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아스모데는 다급히 창을 다시 소환해 들어 올려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동시에 몸을 비틀어 왼쪽으로 날아갔다. 뒤이어 연합 공격을 해오는 백상훈의 광선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익…!”
피하면서 아스모데는 이를 악물었다.
벌써 이놈들과 백 번은 넘는 합을 겨루었는데, 지금까지 그녀가 먼저 공격한 적은 딱 한 번이었다. 바로 맨 처음 마기 사이클론을 생성해 날렸을 때 말이다.
그때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방어하거나 도망만 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로한도 아닌 놈들이 이렇게 강할 리가 없어!’
현실 부정을 하는 아스모데. 천하의 마왕이 고작 다섯 명의 드래곤도 아닌 이종족에게 밀린다는 것이 그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이보그란 놈들은 설마 다 이 정도인 건가…?’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 아스모데. 싸움이 길어지는 동안 그녀도 모르게 사이보그라는 종족에 대한 공포감이라는 씨앗이 마음속에 싹터버린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는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방어 및 회피를 계속하는 아스모데. 10번 정도 그렇게 계속 피하다 보니 중상을 입었던 어깨 쪽 상처도 이제 완전히 아물었다.
다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간 아스모데는,
“하! 결국 시간은 내 편이다, 이 기계 덩어리 놈들아!”
라고 코웃음과 함께 도발을 했다.
하지만 맞는 말이었기에 방태산 등은 그 도발을 경시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방태산은 한마디와 함께 제우스 캐논을 내려놓은 뒤,
“모두 나를 엄호해라!”
라고 말하면서 직접 아스모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지금까지 계속 원거리 사격만 하다가 처음으로 직접 육탄전을 펼치려는 것이다.
그때, 아스모데는 막 이병국의 스나이핑 공격을 막아낸 후 방태산을 돌아보고 있었다.
동시에,
“!”
그녀의 눈이 커졌다.
방태산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려진 두 손에, 제우스 캐논이 아닌 거대한 대검이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무기가 바뀐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방태산이 있는 힘껏 그녀를 향해 대검을 내려찍고 있었다.
까아앙!
처음으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윽…!”
뒤로 밀려나는 쪽은 아스모데였다. 급하게 창을 들어 막느라 미처 마기를 끌어올리지 못한 탓이었다.
자세가 무너진 그 틈을 방태산은 놓치지 않고 연속 공격을 펼쳤다.
이후 계속해서 둘 사이에서 들려오는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 그럴 때마다 계속 뒤로 밀려나는 쪽은 아스모데였다.
그래서 그녀는 속으로 경악했다.
‘어떻게 혼자서 나를 이렇게…!’
다섯 명이 자신을 몰아붙일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아스모데였다. 아무리 자신의 방어 자세가 무너진 타이밍을 노린 거라고 해도, 천하의 마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니!
하지만 엄호를 위해 주변을 포위한 대원들 입장에서는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역시, 부대장의 실력은 어나더 레벨이군.”
“쳇. 최근에 다 따라잡았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멀리 도망갔네.”
10년간 전쟁터에서 지겹도록 방태산의 전투를 지켜봐서 잘 안다. 지금 로한이 떠난 지구에서 방태산을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그때, 계속 공격 타이밍을 보고 있던 이병국의 스나이퍼 총구에서 또다시 에너지 미사일이 뿜어져 나왔다.
딱 방어를 마친 아스모데의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타이밍을 노리고 날아가는 미사일.
퍼어엉!
“큭…!”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충격에 아스모데는 순간 비틀거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고수 간의 대결에 있어서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방태산은 대검을 바로 변신시켰다. 그 대검이 제우스 캐논으로 다시금 변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초도 채 안 됐다.
캐논의 손잡이를 잡은 방태산은, 비틀거리는 아스모데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퍼어어엉!
거대한 폭발이 아스모데의 머리에서 터졌고,
“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그녀가 다량의 피를 흘리며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