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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43화 (143/200)

제143화

에드먼의 외침은 미니 통신기를 소지하고 있는 모두의 귀에 들어갔다.

당연히, 통신 기능을 신체에 내장하고 있는 로한 등 사이보그와 휴머노이드들도 모두 그의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로한은 물어보려고 했다.

[무슨 일이길래… 어?]

하지만 말을 다 잇기도 전에 그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그가 탑승하고 있던 세이버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아틸러스 산맥 쪽으로 향하던 그때.

투할 역시 부하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소환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주인님.]

들려오는 목소리는 데르툴족 마법사단장, 키내쉬의 것이었다.

투할은 바로 지시했다.

[즉시 소환하라.]

[네.]

대답이 들려온 뒤 몇 초 후, 투할은 느낄 수 있었다.

등 뒤쪽의 아틸러스 산맥에서 익숙한 거대한 마기가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것을 말이다.

마기는 순식간에 아로엘 전선 전체를 뒤덮었다. 워낙 강력해서 전투를 벌이던 이들 모두가 고개를 돌려 아틸러스 산맥 쪽을 바라볼 정도였다.

“저건…?”

밀리오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서 정말 멀리 떨어진 아틸러스 산맥 중앙에서 가동되고 있는 거대한 워프진. 그것을 통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소환되고 있었다.

워프는 곧 끝이 났고, 일행들 모두가 소환된 물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성같이 생겼는데?”

작은 섬 정도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땅과, 그 위에 세워진 온통 검은빛의 으스스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요새.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딱 ‘천공의 성’이었다.

문제는, 저 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어마어마하게 강하다는 것이다. 두 마왕인 투할과 아스모데의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설마….”

로한은 저 성의 정체를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 샤훌리트가, 저것과 똑같은 것을 소환하려다가 로한 등의 습격으로 인해 실패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데르툴 행성의 네 영지냐?”

투할은 그 말에 대답했다.

“나는 이 대륙에 모든 것을 걸었다.”

데르툴 행성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력한 마왕이었던 투할.

그만큼 그는 거느리는 부하의 숫자도 많았고, 영지도 넓었으며, 본성도 화려하고 튼튼했다.

그런 그가 엘도르 대륙을 정벌하기 위해 고향에 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곳으로 가져왔다.

영지를 수호하던 자신의 모든 부하들뿐만 아니라, 마왕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본성까지 이곳으로 소환시킨 것이다.

이제 투할은 돌아갈 곳이 없다. 이곳을 점령하든가, 혹은 소멸당하든가 둘 중 하나다. 정말 모든 것을 건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반드시, 이 대륙을 내 손아귀에 넣겠다.”

투할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다시 한번 키내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격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발포하라.]

[네.]

대답과 동시에, 검은 요새의 가장 드높은 탑 위에서 갑자기 거대한 마기 구체가 생성되었다.

그것은 곧 강력한 미사일로 변해 방어선 쪽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

로한은 그 미사일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저걸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생각과 동시에 그가 탑승한 세이버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미사일의 목표 지점인 성벽 바로 앞까지 빠른 속도로 움직인 뒤 에너지원 방어막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기 미사일이 방어막에 가로막혔고,

콰아앙!

거대한 폭발이 성벽 주위를 감쌌다.

“으악!”

“피해라!”

로한이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폭발의 여파 때문에 가까이 있던 일부 헌터들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인상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로한이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분명 이 주변 헌터들 전체가 전멸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저 멀리 검은 요새에서 또다시 마기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큰일이다!’

로한은 또다시 바로 미사일을 막아내기 위해 움직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그럴 순 없었다.

“하! 어딜 도망가시나?”

순식간에 자신을 뒤쫓아 온 아스모데와 투할 때문이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둘이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하고 있었는데, 둘 중 투할이 정확하게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는 방향 쪽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서 그쪽으로 피할 수도 없었다.

로한은 어쩔 수 없이 방어 자세를 취한 뒤, 바로 아린에게 통신했다.

[저 미사일 막아!]

[지금은 안 돼요!]

하지만 아린도 지금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르기에 등과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두 번째 미사일이 명중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콰아앙!

폭발음이 들려온 성벽에서는 비명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마기 미사일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폭발하자마자 헌터들의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것이다.

무너져버린 성벽과 그 위에 널브러진 처참한 시신들의 모습에 로한은 심각해졌다.

‘이러면 결국 뚫리고 만다!’

아무리 로한 등이 우세를 점한다 하더라도, 결국 이 최종 방어선이 뚫려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방어선을 점령한 마족 부대가 전력을 다해 투할 등을 도와주기 시작하면 로한 등도 바로 열세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저 요새의 공격을 막아낼 만한 방법이 전혀 없었다.

[에드먼! 저거 어떻게 막아낼 방법 없어?]

[기다려봐! 지금 찾고 있으니까!]

다급하게 들려오는 에드먼의 대답을 보니, 그도 지금으로선 딱히 방법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로한은 이번엔 자신의 사이보그 부대원들한테 연락했다.

[포탈 아직도 아무도 소멸 못 시켰어?]

[방태산입니다. 지금 소멸 작업중이고, 끝나자마자 아르베니아를 도우러 갈 예정입니다.]

[작업 완료하면 방태산 너만 바로 이리로 넘어와!]

[알겠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곧’ 온다는 소식이다.

지금 당장이 위험한데 말이다.

콰아앙!

그사이 또 한 곳의 성벽에 마기 미사일이 명중되는 모습이었다. 그곳에 있던 헌터들 대부분이 괴멸했고, 무너진 성벽 너머로 마족 부대원들이 일제히 넘어오기 시작했다.

‘망할!’

이러다가 방태산이 오기도 전에 최종 방어선이 무너지게 생겼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그의 행동은 굉장히 침착하고 냉정했다.

눈앞에서 공격해 오는 투할과 아스모데를 차분하게 막아낸 뒤, 또다시 미사일을 막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둘을 향해 역공을 펼친 것이다.

세이버의 주먹이 아스모데의 몸을 강타했고.

“크악!”

괴로움 비명과 함께 아스모데는 뒤로 한참을 물러섰다.

이후 다시 방어 자세를 취하는 세이버. 딱 타이밍에 맞게 투할의 주먹이 날아왔고, 세이버의 방어에 막혔다.

이후 역공을 날리려는 로한에게 투할이 도발했다.

“우리를 상대하는 동안 방어선 전체가 무너질 것이다.”

“그래도 니들 먼저 죽이는 게 우선이다.”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로한의 대답.

어차피 둘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놓지 않는 이상 모든 마기 미사일을 막아낼 수는 없다. 정말 냉정하게, 지금은 마왕 둘을 쓰러뜨리는 것이 로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시선이 계속해서 검은 요새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또 날아온다!’

또다시 검은 구체가 생성되는 모습.

저 멀리 동쪽 산맥 너머로 떠오르고 있는 해돋이 때문에, 검은 구체가 생성되는 모습이 이번에는 유난히 그의 시야에 잘 보였다.

그 구체가 거대한 미사일이 되어 다시 한번 날아오기 시작하던 그때.

“……!”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

그것은 빛의 미사일이었다.

후방에서 날아온 그것은, 세이버의 바로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날아가더니 정확히 검은 미사일과 부딪쳤다.

거대한 폭발이 공중에서 터졌고, 두 미사일은 그렇게 사라졌다.

‘뭐지?’

로한은 의아해했다. 저렇게 강력한 미사일을 내뿜을 만한 전력이 지금 아로엘에는 없을 텐데?

그때였다.

로한의 눈앞에 드리워지는 또 다른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 것은 말이다.

퍼어엉!

“……!”

에너지원의 폭발음과 함께 투할이 저 멀리 뒤로 밀려났다. 방어 자세를 취한 상태라서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은 건 조금 아쉬웠다.

세이버의 고개가 절로 투할을 공격한 존재를 향해 돌아갔다.

“어?”

로한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의 바로 옆에서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그것은 바로 또 다른 세이버였다.

물론 에드먼이 개발한 최신식 세이버보다는 한 단계 낮아보이는 기종처럼 보였지만.

“저 지긋지긋한 놈들을 또 만나게 되는군요.”

그 세이버 안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로한이 반갑게 외쳤다.

“슈미트?!”

“오랜만입니다, 로한 님.”

슈미트.

로한이 이끄는 대한민국 사이보그 부대 다음으로 강하다고 평가받는 미국 사이보그 제1부대장.

로한과 함께 지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자, 현재 미국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전사.

그가 로한을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이놈들부터 상대하면 됩니까?”

“어? 어어.”

로한의 입에서 정말 오랜만에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습니다. 전군, 마족을 섬멸한다!”

[네!]

슈미트의 지시에 일제히 대답해 오는 수많은 목소리들. 모두 로한의 귀에 익숙한 것들이었다.

‘설마?’

로한이 탑승한 세이버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수십 명의 인영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두 발에서 부스터를 뿜어내고 있는 그들은 바로.

‘미국 사이보그 부대!’

슈미트가 이끄는 미국 최강의 전사들이었다.

빠르게 날아온 그들은 바로 성벽에 착지해 전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무너진 성벽을 최우선으로 막는다!”

“4명이 한 조로 뭉쳐서 움직여!”

“마기 미사일이 또 날아온다! 레이저 요격기 발사 준비!”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각자 맡은 위치에서 움직이는 그들의 화력은 엄청났다.

퍼퍼퍼퍼펑!

“키에엑!”

“캬아악!”

그들이 연사하는 마나탄 기관총에 의해 막 성벽을 넘어오던 마족 부대 전원이 비명과 함께 사지가 찢겨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후방에서 레이저 요격기를 설치한 조원들은 마기 미사일이 날아오는 때에 맞춰 정확하게 레이저를 발포했다. 그래서 마기 미사일은 날아오는 족족 공중에서 요격당해 폭파당하는 모습이었다.

“이놈들이 마왕인 모양이군요?”

그때 들려오는 슈미트의 목소리.

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두 명이야.”

“흠… 제 실력으로 마왕은 좀 무리일 것 같은데, 좀만 기다려보죠?”

“기다리다니?”

“지원군이 계속해서 오고 있거든요.”

“뭐?”

“저기 오네요.”

슈미트의 말에 로한은 또 한 번 뒤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니…!”

다른 의미로 로한은 경악했다.

아로엘 본성 쪽에서 지상, 공중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수많은 군인들과 기계들.

모두, 지구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 복장 혹은 기계들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로한은 극도로 당황했다.

누가 봐도 지구인들로 보이는 저들이 어떻게 이 엘도르 대륙에 있는 거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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