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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41화 (141/200)

제141화

‘지원군?’

아린은 속으로 놀랐다.

지금 지원군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사이보그 부대원들밖에 없는데?

설마…?

[사이보그들은 아니니까 너무 기대하지 말고!]

[아, 네….]

바로 대답해 오는 에드먼의 목소리에 아린은 아쉬워했다.

동시에 궁금해했다.

사이보그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길래?

확실한 건 이 대륙 내 헌터들은 아닐 것이다. 에드먼에게 있어 ‘지원군’ 정도로 분류되려면 최소 최상급 사이보그 전사 정도는 돼야 하니까. 그런 그에게 엘도르 대륙의 전사들이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음?”

그때, 르기에가 살짝 놀란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저 뒤편을 바라보는 것을 확인한 아린 역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수많은 인영들.

아니,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 아니었다. 기계였다.

휴머노이드처럼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한 게 아닌, 외형부터 완전히 기계인 모습이었다.

아린은 그것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수어사이드 로봇!’

한국말로 부르면 ‘자폭 기계’인 그것들이 빠른 속도로 아린의 곁을 지나 르기에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특이한 놈들이군요.”

다가오는 로봇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하는 르기에. 동시에 그것들을 막기 위해 바로 마기 미사일을 다수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곧 정확히 한 로봇에 한 미사일씩 날아가는 모습.

연이은 굉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격추당해 떨어지는 로봇은 한 대도 없었다.

“……!”

여전히 멀쩡한 모습으로 날아오는 로봇들의 모습에 르기에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미 바로 코앞까지 날아온 상황. 놀랄 새도 없었다.

르기에는 전력을 다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콰아앙!

“큭!”

막 피하려던 그 순간, 가장 가까이 있던 로봇이 바로 자폭 공격을 감행했다. 그래서 르기에는 신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왼쪽 어깨의 살이 뭉텅 잘려 나간 르기에. 하지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로봇의 수는 아직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태연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지만, 이를 악문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위력이 강한 이 로봇들을 모조리 상대하려면 전력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콰아앙! 콰앙!

연이어 르기에가 있는 쪽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르기에는 방어막을 사용함과 동시에 옆이나 뒤로 몸을 날리면서 간신히 자폭 공격을 피해내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것들은 뭐지?’

공격을 피하면서 르기에는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이보그라는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놀랐는데, 그것 말고도 더 놀랄게 남아 있었다니.

도대체 로한, 그놈이 가진 무기는 몇 개란 말인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

르기에의 두 눈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아린이, 어느새 다가와 자신에게 에너지원을 내뿜고 있었다.

콰아앙!

“크악!”

르기에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럴 만도 한 게, 복부 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으니 말이다.

다량의 검은 피를 흩뿌리며 르기에는 멀찌감치 뒤로 물러났다.

“큭… 제법이군요…!”

르기에의 미소 짓는 입꼬리 끝이 고통으로 파르르 떨렸다. 지금 공격이 그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다가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때였다.

콰과과과광!

갑자기 지상에서 들려오는 연이은 폭발음.

시선을 내려보니, 몇 개의 수어사이드 로봇들이 사지를 분리한 후 지상에 있는 하급 데르툴족을 향해 부분 자폭 공격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끄아악!”

“아악!”

위력도 굉장한 것이, 어지간한 각성자들이 만 번을 넘게 공격해도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데르툴족들이 하나같이 괴로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순식간에 수십 명, 많게는 백 명이 넘는 데르툴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르기에는 눈썹을 꿈틀했다.

“…내가 당신들을 너무 얕잡아 봤군요.”

그는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천 년 전, 지금보다 훨씬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결국 정벌을 실패했었던 과거의 역사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더더욱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거기까지 말한 르기에는 다시 한번 방어막을 끌어올리며 몸을 틀었다.

콰아앙!

또 하나의 로봇이 자폭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공격을 피해내긴 했지만, 관통당한 복부에서 또 한번 고통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 한번 다량의 피를 뿜어내는 상처 부위.

‘위험하다.’

르기에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상처가 계속 안 낫게 되고,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건 자신뿐이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원군을 요청하기로 했다.

[한 명만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내가 가지.]

누군가가 대답했을 그때, 또다시 자신의 옆에서 아린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황. 로봇의 폭발 바로 직후에 이어지는 아린의 공격은 너무도 연계 속도가 빨라, 천하의 르기에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때였다.

퍼엉!

또다시 들려오는 굉음은, 이번에는 르기에의 신체에서 터진 게 아니었다.

아린의 들어 올린 에너지원 방패 위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바로, 방금 전 대답했던 다보 티디아니가 그를 도와준 것이다.

“살면서 르기에한테 부탁을 다 받아보는군?”

아린을 밀어낸 다보의 말에 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더한 부탁도 가능합니다.”

“좋은 부하의 자세군.”

맞대답한 다보는 전신의 마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지금 상처 입은 르기에 못지않은 강력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섬나라, 아바를 점령하기 위해 파견 나갔던 최상급 귀족, 다보 티디아니.

르기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투할 휘하에서 한 손 안에 꼽힐 정도로 강한 실력자다.

그때, 뒤로 물러난 아린은 둘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면 드래곤족이 조금 편해졌겠네.’

전력에서 최상급 마족 한 명이 빠진 건 엄청난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숫자적으로 많이 열세다.

결국에는 아린이 더 힘을 낼 수밖에 없다.

[지금 보낸 로봇들이 내가 갖고 있던 전부야! 이제 더 이상 원군 바라지 마!]

그때 통신으로 들려오는 에드먼의 목소리.

심지어 당분간 더 이상의 원군도 바랄 수 없다. 주변에 있는 몇 마리의 로봇마저 모두 폭발하고 난 뒤에는 아린 혼자 저 둘을 감당해야 한다.

‘그럼 르기에가 상처 회복이 안 된 지금이 기회야.’

아린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르기에의 상처가 다 회복되면, 이전에 1대1로 대결할 때보다 당연히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시 순간 이동을 하듯 르기에 근처로 이동해 에너지원 폭발 공격을 일으켰고,

“어림도 없지!”

다보가 르기에와 함께 마기 방어막을 펼쳐서 그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콰아앙!

몇 번째 들려오는지도 모를, 또 한 번의 폭발음이 카데시 지방 하늘 위에서 다시 들려왔다.

* * *

여기는 로한과 두 마왕이 싸우는 장소.

이미 이 주변에 멀쩡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나무와 바위는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박살이 났으며, 동쪽 근처에 있는 산등성이도 군데군데 부서지거나 무너진 모습이었다.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는지 알 수 있는 이곳은 지금은 너무도 고요했다.

쉬지 않고 싸우던 셋이 지금 잠깐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흠.”

세이버에 타고 있는 로한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잠깐의 시간 동안 서로의 상황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우선, 세이버의 현재 상태부터 체크해 보았다.

[이름 : 세이버-30130917]

[소유자 : 로한]

[상태 : 매우 양호]

[파손 부위 : 11%]

[에너지 출력 상한선 : MAX]

[현재 파손 부위를 자체적으로 수리 중입니다.]

[현재 최상의 상태로 전투를 펼칠 수 있습니다.]

정면의 스크린 위에 현재 세이버의 상태가 게임 스탯창처럼 좌르륵 떠올랐다.

파손 부위가 좀 있긴 한데, 큰 문제가 될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역시 마왕은 다르군. 최첨단 세이버를 이 정도로 파손시킬 줄이야.”

심지어 다른 세이버도 아니고, 로한이 타고 있는 세이버다. 주인에 따라 능력치는 물론, 방어력까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기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세이버는 첫 가동을 하자마자 제대로 된 호적수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기는 건 나다.”

로한은 잠깐의 숨 고르기를 끝낸 후 또다시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두 마왕은,

“큭…!”

“…….”

이를 악문 채로 어쩔 수 없이 다시 마기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둘은 조금 더 휴식이 필요했다.

세이버를 상대하다가 워낙 상처를 많이 입은 나머지 현재 체내에 마기가 절반도 안 남아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지금 둘의 몸 상태만 봐도 안다. 둘의 몸 곳곳에 생긴 작은 상처들이 아직도 회복이 안 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까 전 큰 중상을 입었을 때도 빠르게 회복했던 걸 생각해보면, 지금은 작은 상처들도 바로 회복이 안 될 정도로 마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스모데.]

그때, 투할이 머릿속으로 직접 아스모데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 행동해라.]

[어떻게?]

물어오는 아스모데에게 빠르게 작전을 지시하는 투할.

그때, 세이버가 다시 움직였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투할을 향해 에너지원으로 일렁이는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

투할은 바로 반응했다.

콰아앙!

“!”

이번에는 로한의 눈이 커졌다.

그 어느 때보다 큰 폭발음에 놀란 게 아니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에, 투할의 왼손이 자동적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커다란 폭발은, 바로 그 왼손에서 일어난 자폭 공격의 위력이었다.

‘자폭 공격을 한다는 건… 설마?’

순간 로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동시에 그는 에너지원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둘이 있던 장소를 향해 두 손을 뻗은 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에너지원이 뭉친 빔을 날렸다.

콰과아앙!

거대한 폭발이 또 한번 대지를 뒤덮었다.

먼지로 자욱해져서 전방이 어떤 상황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지만, 최첨단 렌즈가 달려 있는 세이버에게 이 정도 먼지는 전혀 방해가 되질 않았다.

“이런!”

스크린으로 전방을 확인한 로한은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전방에 있어야 할 아스모데와 투할이 없었다.

대신, 막 닫히고 있는 검은 차원의 틈이 보일 뿐이었다.

“이걸 도망친다고?”

로한은 어이없어했다. 설마 그 자존심 강한 데르툴족의 마왕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을 칠 줄이야.

마지막까지 돌아가지 않고 사투를 펼쳤던 지구의 샤훌리트를 생각하면 너무 비교되었다.

“판단력이 좋긴 한데.”

하지만 전쟁에서 자존심을 지켜봤자 뭐 하나? 쓸데없는 아집은 아군의 전력만 갉아먹을 뿐이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도망친 투할과 아스모데의 판단이, 지금 같은 대규모 전쟁에서는 훨씬 똑똑한 판단이다.

문제는, 어디로 도망갔냐는 거다.

“그거야 지금 알아보면 되겠지.”

로한은 혼잣말을 하면서, 방금 사라진 차원의 틈 쪽으로 손을 뻗었다.

[차원 이동의 흔적을 찾는 중입니다….]

[1분 전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당 차원 이동의 좌표를 재배열하는 중입니다. 대략 1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최첨단 세이버에는, 데르툴족의 특기인 차원 이동의 좌표를 알아내는 기능도 추가되어 있었다.

10년간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 알아낸 정보 중 하나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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