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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39화 (139/200)

제139화

이곳은 3개의 국경선이 겹치는 자리다.

테르디아의 영지 아로엘과 사갈 공국, 그리고 오스크만 제국까지.

거의 멸망했다고 보는 게 맞는 사갈 공국 영지 근처라 그런가, 전쟁이 한창인 아틸러스 산맥 쪽 국경선과는 비교도 안 되게 고요하고 조용한 이곳.

세 명의 각기 다른 종족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흠….”

우선 턱을 쓰다듬고 있는 이는 로한.

벌써 하이퍼 최종 모드로 변해 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앞에 서 있는 둘의 정체가 바로 마왕인 투할, 그리고 아스모데이기 때문이었다.

“뭐, 대충 붙어볼 만한 거 같네.”

한참 후에야 그렇게 평가를 마친 로한.

그 말에 두 마왕은 쉽사리 반박하지 못했다.

“역시 흥미로운 놈이야. 점찍어 두길 잘했어.”

씨익 웃으면서 입술을 혀로 핥는 아스모데의 전신은 이미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감, 두려움 등의 감정이 아닌 순수한 호승심으로 인한 반응이었다.

투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털끝 하나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양 손아귀에 어느 순간부터 긴장감으로 인한 땀이 조금씩 맺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만 묻지.”

투할의 물음에 로한은 여유롭게 대꾸했다.

“더 물어봐도 돼. 유언 정도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으니까.”

“네놈의 정체가 사이보그라는 건 들었다.”

“오~ 그걸 아네?”

시치미를 떼는 로한에게 투할은 질문했다.

“사이보그는 어떤 종족인가?”

“흠….”

많은 뜻이 담겨 있는 질문에 로한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길게 설명해줄까 잠시 생각했지만, 별로 그러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짧게 대답했다.

“모든 생명체 중 가장 강한 종족? 이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겠군.”

“하! 감히 데르툴 행성에서 가장 강한 마왕들을 앞에 두고 가장 강하다고?”

“맞는 거 같은데. 너희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걸?”

아스모데의 코웃음에 태연히 반박하는 로한.

마왕 둘 다 속으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할 수 없었다. 목숨을 건 전투를 앞두고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를 앞에 두고 이렇게 시건방을 떤 놈은 네가 처음이다. 인정하지.”

“시건방이 아니라 사실인데.”

“이제 그만 떠들지그래? 우리를 빨리 쓰러뜨리지 않으면 서쪽 대륙 전체가 위험해질 텐데?”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내 동족들이 전쟁터에 합류하기 전에 날 빨리 죽이는 게 더 좋을걸?”

“하! 그깟 놈들이 아무리 많이 합류해봐야 전황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다들 사이보그에게 처맞기 전까지는 그렇게 자신만만해했지. 르기에 그놈도 그랬고.”

“르기에 따위와 나를 비교하지 마라!”

“비교한 적 없는데? 왜? 좀 찔리시나 봐?”

마지막 로한의 한마디가 아스모데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온몸에 마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네놈의 시건방진 그 혀부터 잘라주겠다!”

외치면서 달려드는 그녀. 순식간에 로한의 코앞까지 도달한 그녀가 들고 있던 거대한 창으로 찌르기 공격을 해왔다.

그 창 전신에 맴돌고 있는 엄청난 양의 마기는, 설사 로한이라 할지라도 절대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일단 방어부터 했다.

퍼엉!

역시, 이런 최강자들끼리 싸울 때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안 들린다. 그 위에 맴돌고 있는 마나들끼리의 폭발음이 들려올 뿐이다.

어찌 되었든 왼팔 쪽 에너지원을 변형해 창을 막아낸 로한.

‘할 만하네.’

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로한이 단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로한은 바로 반격을 했다.

오른손 쪽 에너지원을 변형해 작은 구체를 만들어낸 뒤 아스모데를 향해 휘두른 것이다.

그녀는 바로 창을 들어 방어하려고 했지만, 창은 움직이지 않았다.

로한의 왼손 쪽 에너지원이 창살을 휘감아 고정시킨 것이다.

“……!”

순간 아스모데의 시선이 흔들렸다.

이런 고수끼리의 대결에서 찰나의 실수는 곧 치명적인 상처로 이어진다.

퍼어엉!

아까보다 더 큰 폭발음이 아스모데의 신체 주위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아스모데는 멀쩡했다.

어느새 다가온 투할이 한 손으로 로한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동시에 반대쪽 주먹으로 반격을 시도하는 투할.

콰앙!

하지만 그의 공격을 맞은 것은 애꿎은 주변 나무들이었다.

정면에 있던 10개가 넘는 나무들이 산산조각이 나는 그 순간, 공격을 피해낸 로한은 옆쪽 멀리로 순간 이동을 한 모습이었다.

‘좀 위험했어.’

어지간하면 로한도 공격을 막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저걸 받아냈다면 그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그러면 동시에 아스모데에게 반격 각을 주게 된다.

일단, 이번 한 번의 공방으로 로한은 둘의 실력을 대충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투할, 저놈은 강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스모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왜 천하의 드래곤 로드, 딘이 1대1로도 쉽게 우세를 점하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 아스모데가 그를 향해 도발해 왔다.

“하! 도망 한번 잘 가는군. 막기에는 좀 버거웠나 보지?”

“둘이서 한 명 상대하는 놈들이 도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터에서 그게 뭔 상관이냐!”

아스모데가 외치면서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그 뒤를 투할이 따라왔다.

그때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었다.

짧은 시간에 수백 번이 넘는 공방이 펼쳐졌지만, 흐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았다. 아스모데와 투할의 협공을 로한이 방어하거나 피하는 모습이었다.

간간이 로한이 공격을 펼치긴 했지만 그게 유효타로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둘의 합은 잘 맞았고, 동시에 빨랐으며, 굉장히 강력했다.

‘쳇. 이대로는 무리인가.’

로한은 또 한 번 공격을 피해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까지 지친다거나 혹은 점점 힘들어진다는 느낌은 안 들지만, 반격을 할 만한 각도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반면, 공세를 이어가는 두 마왕도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허, 우리 둘의 공격을 이렇게나 잘 막아낸다고?’

‘정말 강하군.’

지금까지 데르툴 행성 역사상 두 마왕이 합공을 펼친 적도 드물지만, 그 합공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방어해낸 이종족은 더더욱 없었다. 아마 데르툴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과연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이런 생각으로 싸운 지 벌써 한참이 지났다. 그랬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으니 둘도 점점 질리는 기분이었다. 역시 이쪽도 무의미하게 시간만 버린 셈이다.

그때였다.

[주인님. 현 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투할의 뇌리에 직접 들려오는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 나퓰라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공방을 멈추었다.

[보고하라.]

이후 나퓰라의 짧은 보고를 집중해서 듣는 투할.

그동안 로한이 반격해 오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로한 역시 투할처럼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보고를 모두 들은 투할이 입을 열었다.

“아로엘의 2차 방어선까지 뚫었다.”

“알아.”

“드래곤족 한 명도 큰 상처를 입고 후퇴했다.”

“안다고.”

방금 로한도 밀리오한테 통신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모를 리가 없었다.

아스모데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 안됐군그래. 사이보그들이 도와주러 오기도 전에 네 부하들과 가족들까지 모두 죽게 생겼어.”

“그러게 말이야.”

되레 순순히 인정하는 로한이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끝내야겠어.”

이어진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드래곤족이 최상위 마족들에게 밀려서는 안 됐다. 밀리는 순간 마왕 다음으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그들에 대한 억제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순간 연합군은 순식간에 열세로 돌아서게 된다.

그런데 카오스 드래곤, 본이 중상을 입고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는 소식이 지금 들려왔다.

‘빨리 내가 가서 도와줘야 한다.’

이제 일 초가 아까운 상황이 된 로한은, 결국 마지막까지 숨겨놨던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그는 바로 에드먼에게 통신했다.

[에드먼. 지원 사격 부탁한다.]

[오케이.]

답변이 들려온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았을 때였다.

어두운 밤하늘 정중앙에 작은 별빛 같은 것이 생성되더니, 곧 보름달 이상으로 팽창해가기 시작했다.

커질수록 셋이 느끼는 머리 위 기운도 더더욱 강해졌고 말이다.

투할과 아스모데가 흘끔 머리 위를 바라볼 그때.

“오전에 너네 국경선 박살 냈었던 폭격 기억나?”

로한이 말을 이으면서 온몸의 에너지원을 한 점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폭격이랑 내 공격을 동시에 막아봐라.”

말을 마친 로한은 한 점으로 응축된 에너지원을 두 마왕 쪽을 향해 발사했다.

그것이 폭발한 시점은, 정확히 인공위성 폭격이 지상에 떨어졌을 시기와 일치했다.

콰과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이 이 세 개의 국경선이 만나는 곳에서 터져 나왔다.

주변의 산천초목이 모두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작고 큰 바위들은 모조리 박살 나서 모래알보다 작은 먼지가 되어 주변에 자욱하게 번질 정도였다.

잠시 후, 먼지가 모두 걷힌 후 볼 수 있는 광경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마치 혜성이 떨어진 듯 광범위하게 움푹 파인 땅의 모습.

또 하나는 아무 상처 없이 멀쩡한 두 마왕의 모습이었다.

“하! 별거 아니군그래.”

마기 방어막을 치워낸 아스모데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리 대답했다.

제아무리 강력한 연속 폭발 공격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둘은 마왕이다. 이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을 거였으면 마왕이 아니라 최상위 귀족 자리에도 남아 있지 못한다.

“…응?”

곧 아스모데의 표정이 의아하게 바뀌었다. 눈앞에 있어야 할 로한이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곧 그녀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하늘로 향했다. 그곳에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건 또 뭐야?”

지상을 그나마 밝히고 있는 보름달 빛을 완벽하게 가리고 있는 한 거대한 로봇 같은 기계.

안 그래도 데르툴족 중 가장 거대한 편에 속하는 두 마왕보다도 몇 배는 더 몸집이 큰 그 기계 안에서, 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첨단 탑승형 로봇이다. 이름은 세이버.”

세이버. 말 그대로 지구에서 구조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존재다.

전쟁 후반기에 발명된 이 로봇은 최고 수준의 사이보그들에게만 탑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제작이 워낙 오래 걸려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총 50대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고의 사이보그였던 로한은 지겹게 이 세이버에 탑승했었다. 마지막에 샤훌리트와 싸울 때는 모든 세이버가 다 박살이 나버리는 바람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 대륙에서는 과거에 타이탄이라는 단어로 유명했었지. 물론 타이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이겠지만.”

지금 그가 타고 있는 세이버는 지구에서도 딱 한 대만 존재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 에드먼이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만들어낸 지 얼마 안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위력을 체험해볼까?”

세이버에 탑승한 로한이 온몸의 에너지원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세이버가 자동으로 반응하며, 엄청나게 강한 마나를 뿜어내는 모습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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