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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36화 (136/200)

제136화

아틸러스 산맥 쪽에 국경선이 맞닿아 있는 국가는 총 세 나라다.

북쪽의 노르토반, 중앙의 테르디아, 남쪽의 아르베니아.

국경선을 가장 길게 맞대고 있는 나라는 아르베니아다. 이곳은 서쪽 대륙에서 전력이 제일 강한 나라라서 천 년 전 신마대전 때도 가장 오랫동안 오스크만 제국을 상대로 국경선을 사수했었다.

아르베니아 다음으로 위험한 나라는 테르디아. 국경선 길이는 제일 짧지만 원래 가장 힘이 약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의미 없는 소리다. 로한의 등장 이후로 테르디아는 오히려 아르베니아를 제치고 현재 연합군의 핵심 국가로 발돋움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노르토반.

아르베니아처럼 전통적인 강국인 것도 아니고, 테르디아처럼 신흥 강국도 아닌 애매한 전력을 가진 나라.

그래서 이번 신마대전 때 가장 걱정되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

“후….”

한 중년 남성의 한숨 소리가 들려 왔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

만년 설국인 노르토반은 1년 내내 항상 입에서 이렇게 하얀 입김이 나온다.

드미트리우스.

원래는 왕성 기사단장이었지만, 페른과 마가체프 등이 연합군에 의해 죽은 지금은 노르토반의 임시 총사령관직을 겸임하고 있는 인물이다.

“지르코프.”

“네, 단장님.”

옆에 있던 부단장인 지르코프가 대답해 왔다.

“느껴지는가?”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저 산맥 너머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마족 군단들 말이야.”

현재 노르토반의 유일한 S급 헌터인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산맥 저 너머를 완전히 뒤덮은 어마어마한 마기를 보유한 부대들이 빠른 속도로 진군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르코프가 대답해 왔다.

“마기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대군이 몰려오는 듯한 징조는 느껴집니다. 저 멀리 설산에서 계속해서 눈사태가 쏟아지는 게 보이거든요.”

“음….”

눈사태가 한 번만 일어나면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10분도 안 되어 저 아틸러스 산맥 너머의 거의 모든 봉우리에서 한꺼번에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건 100% 인위적인 현상이다. 아니, 마위적인 현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왔다.”

그때 드미트리우스가 전방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저 멀리 거대한 검은 신체를 지닌 외계인 같은 존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족…!”

지르코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얼마 전 페른이 변했던 모습이랑 똑같은 모습 아닌가! 몸의 크기는 비록 페른보다 작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혼자 서 있죠?”

“정찰병이겠지. 곧 엄청나게 몰려올 거야.”

드미트리우스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몇 초 뒤, 산맥 너머로 수많은 검은 생명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적군이다!”

“마족 부대가 몰려온다!”

“모두 사격 준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노르토반의 병력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위치로 이동한 후 마나 건을 집어 들었다. 그것들은 모두 에드먼의 연구실에 남아돌던 구식 마나 건들이었다.

드미트리우스 역시 마나를 끌어 올리면서 적군을 자세히 확인해 보았다.

“단순 마족과 데르마들만 있는 게 아니었군.”

데르툴족과 그들의 하수인인 인간 데르마들은 예상했지만, 중간중간 섞여 있는 특이한 모습의 거대한 몬스터들과 신체 곳곳이 개조된 키메라들의 존재는 예상 밖이었다.

“숫자도 생각보다 너무 많습니다!”

문제는 저 몬스터와 키메라들의 숫자가 데르마들 못지않게 많다는 거다. 그래서 하얀 눈으로 뒤덮여 절경을 자랑하던 동쪽의 산맥들이 죄다 검은 색으로 뒤덮일 정도였다.

“겁먹지 말고 모두 위치에서 대기해! 격발 준비!”

“네! 첫 번째 격발 준비하라!”

드미트리우스의 지시를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에게 외치는 지르코프. 그 기사들은 아로엘에서 지급받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특정 스위치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기사 중 한 명이 외쳤다.

“500미터입니다!”

그 말이 없어도, 적군들이 방어벽과 500미터 정도까지 가까워졌다는 것을 드미트리우스는 감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외쳤다.

“첫 번째 지뢰 라인 격발!”

“격발!”

재창하며 기사 한 명이 손에 들고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콰과과과광!

전방에 일렬로 연쇄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미리 수평선을 따라 묻어둔 지뢰들이 버튼 하나에 동시에 반응한 것이다.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숫자의 적군이 큰 피해를 입었다. 딱 봐도 선두 부대 대부분이 괴멸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몰려오는 적군의 숫자는 아직도 많았다.

“300미터입니다!”

“두 번째 지뢰 라인 격발!”

“격발!”

또 한 번 눈앞에서 일렬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수백 마리에 달하는 마족 부대가 반응 한번 못 하고 사지가 찢겨버리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적군을 생각해보면 티도 안 나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150미터입니다!”

“전군 사격!”

사정거리에 들어오자마자 드미트리우스는 사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성벽 위 헌터들이 일제히 마나 건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마나 건의 효과는 뛰어났다.

퍼퍼펑! 펑! 퍼펑!

단순한 화살과 달리, 마나 건으로 쏘는 마나탄은 땅이나 적군의 피부에 닿는 즉시 광범위하게 폭발하면서 대인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한 발 맞힐 때마다 최소 다섯 명 이상의 적군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쏘고 쏘고 계속 쏴도 적군은 끝이 없었다.

“성벽에 붙었습니다!”

어느새 성벽에 붙어서 기어 올라오기 시작한 적군들의 모습. 심지어 사다리도 없이, 단단한 손톱을 이용해 직접 성벽을 타는 모습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공성전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노르토반 쪽에는 한 가지 방어책이 더 남아 있었다.

“마법진 가동!”

“즉시 모든 마법진을 가동시켜라!”

이번 명령에 반응한 이들은 뒤편에 모여 있던 노르토반 왕궁 마법사단이었다. 그들은 미리 끌어모으고 있던 마나를 한꺼번에 사용하면서 마법진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러자, 미리 성벽 안에 박아두었던 마나석들이 일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갑자기 성벽 쪽에서 거대한 화염 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벽을 기어오르던 마족 부대들을 하나같이 모두 온몸이 불타버렸고, 전부 괴로운 신음을 지르며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추락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르르릉!

지진 마법진이었다.

성벽 바로 앞 땅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깊고 넓은 절벽이 생겨났고, 그 사이로 수많은 마족 부대원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었다.

휘이이잉~!

갑자기 성벽 앞에서 몰아치기 시작한 거대한 회오리 모래 바람과 눈보라.

콰르르릉!

그리고 간간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강력한 번개까지.

미리 설치해둔 수많은 원소 마법진들이 한꺼번에 활성화되면서, 순식간에 성벽 앞은 지옥도가 펼쳐졌다.

“모든 마법진을 개방하였습니다!”

“좋아! 예상보다 더 효과가 뛰어나군.”

드미트리우스는 계속해서 전황을 살펴보았다. 아직도 설산을 넘어오고 있는 적군의 숫자는 많았지만, 확실히 마법진들로 인해 성벽 앞의 마족 부대들은 한 명도 성벽에 붙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피해만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대장인 지르코프가 밝은 표정으로 외쳤다.

“이 정도면 예정보다 조금 더 버텨도 되겠습니다!”

“아니, 바로 철수 준비를 한다.”

“네? 이렇게 잘 막고 있는데요?”

지르코프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지금은 완벽하게 방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혀 위험이 느껴지지 않는데 벌써 후퇴하는 건 그가 판단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보였다.

하지만 드미트리우스는 단호했다.

“드래곤인 크리스 님 말 들어! 아직 적들의 진짜 전력은 도착조차 하지 않았어! 괜히 미련 가졌다가 단 한 방에 전멸할 수도 있다고!”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봐야…!”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린 지르코프가 한마디 더 했을 때.

갑자기 저 산맥 쪽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마기가 느껴졌다. 심지어, 그것은 빠른 속도로 둘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

눈을 부릅뜬 드미트리우스는,

“피해!”

크게 외치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말을 이어가던 지르코프는 잠깐 반응이 늦었고,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되고 말았다.

콰아앙!

날아온 마기 덩어리 미사일은 정확히 지르코프가 있던 곳에 명중한 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여진이 걷히고 남은 것은, 처참하게 사지가 찢겨버린 지르코프의 흔적뿐이었다.

“지르코프!”

드미트리우스는 절규하듯 외쳤다.

무려 A+급 헌터인 그가 반응조차 못 하고 이렇게 한 방에 죽어 버리다니!

곧 그는 마기 미사일이 날아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날개 달린 거대한 마족 한 명이 드미트리우스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카르스트였다.

“개미 새끼들이 열심히 바둥거리고 있구나. 하지만 개미 새끼들이 반항해봐야 간지럽기만 할 뿐이지.”

혼잣말과 함께 그는 다시 한번 드미트리우스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재차 마기 미사일을 날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사할 수 없었다.

“!”

갑자기 전방의 하늘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본능적으로 마기를 끌어 올려 방어막을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퍼퍼퍼퍼퍽!

방어막이 생성됨과 동시에 거대한 고드름 모양의 수많은 얼음 미사일들이 일제히 날아와 꽂혔다.

간신히 방어해낸 카르스트는 전방의 거대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하얀색 비늘로 뒤덮인 피부를 본 순간 카르스트는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저놈이 노르토반의 수호신이라는 놈인가 보군.”

화이트 드래곤, 크리스는 곧바로 드미트리우스에게 마법의 전음으로 지시했다.

[내가 막아서는 동안 빨리 후퇴해라.]

“네! 전원 2차 방어선까지 후퇴해라!”

드미트리우스의 외침에 방어 병력 전원이 몸을 돌려 성벽 뒤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저 멀리, 크리스가 미리 만들어놓은 거대한 워프진이었다.

다행히 계속된 원소 마법진의 활성화 덕분에 마족 부대원들은 쉽사리 성벽 위를 넘어오지 못했고, 그로 인해 모두가 안전하게 도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소용없다.”

상황을 지켜보던 카르스트가 전방의 크리스를 향해 말했다.

“아직 진짜 전력은 투입되지도 않았으니까.”

카르스트가 그렇게 말할 때. 마족 부대의 제일 후방에 위치해 있던 이들이 드디어 설산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몬스터도 아니고, 데르마도 아니며, 키메라도 아니었다.

하나같이 카르스트와 똑같은 모습을 한 그들의 존재는, 크리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저게 전부 마족이란 말인가!’

거의 이백 명도 넘어 보이는 숫자 전부가 데르툴족이라니!

이건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천 년 전에도 이 정도로 많진 않았거늘!’

이전 신마대전 때 참전했던 크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노르토반을 공격해 온 데르툴족의 숫자는 총 백 명을 넘어가지 않았었다.

근데 지금은 두 배가 넘는다. 심지어, 개개인의 힘도 그때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한번 몸소 체험해봐라.”

그때 카르스트의 목소리가 크리스의 귓가에 들려왔다.

“데르툴 행성에서도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투할 부대의 위력을 말이다. 흐하하하…!”

그가 사악하게 웃으며, 재차 마기 미사일 다수를 소환해 발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설산 위에 있던 데르툴족도 일제히 마기 미사일을 하나씩 소환해 이쪽으로 쏘는 모습이 크리스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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