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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108화 (108/200)

제108화

윌리엄의 눈이 살짝 커졌다. 평정심을 워낙 잘 유지해서 절대 표정을 읽을 수 없기로 유명한 월리엄이 대놓고 놀랄 정도였다.

반란이라니!

“정확한 근거가 있는 소문입니까?”

윌리엄의 진지한 물음에 필리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정확한 증거는 잡지 못했네. 하지만 돌아가는 정황이 너무 수상하지 않은가? 한 달 사이에 그 버려진 땅이 왕성 내의 병력보다 더 강대해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마나석 광산의 존재 때문에 영지 전체를 발전시킬 정도로 자금이 풍족해진 건 알고 있네. 하지만 대륙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그 최첨단 기술력이 갑자기 등장했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실제로 2주 전 일이다.

마나석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필리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로엘을 몸소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때 필리프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대륙에서 가장 튼튼하고 가벼운 합성 금속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병력들과 2주 만에 성내의 절반 이상의 건물들을 완공시킨 세련되고 빠른 건축 기술, 드워프들이 마나석을 이용해 만든 엘리베이터 등의 놀라운 아티펙트 제품들.

그리고 이제 아군이 되어 헌터들의 사냥을 돕고 있는 ‘애완’ 포탈 몬스터들까지.

어느 것 하나 대륙에서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다. 이 충격적인 것들이 모두 합쳐진 아로엘은, 단 2주 만에 테르디아에서 가장 부강한 영지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하물며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은 어떻겠는가? 말해봤자 입이 아플 수준일 것이다.

“특히 포탈 몬스터들을 조련했다는 사실이 너무 의심스럽네. 포탈 몬스터에게서 마기를 제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 데르툴들을 다루던 마족 놈처럼 더 많은 마기를 집어넣어 세뇌시키는 방법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가능한가! 실제로 로한이 직접 제작한 포탈 몬스터 세뇌용 약물이 어떤 성분인지 그 어느 마탑에서도 분석을 못 하고 있네! 올리버 정도 되는 대마법사마저 분석을 못 할 정도면, 그 성분을 충분히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고정하시옵소서, 폐하.”

점점 흥분하는 필리프를 윌리엄은 자제시켰다. 이렇게 두다간 로한을 마족으로까지 오인하게 생겼다.

그는 차분히 그를 설득했다.

“일단 포탈 몬스터의 마기가 완전히 제거되는 건 사실입니다. 제 정도 경지면 포탈 몬스터 정도의 마기 함유량 정도는 바로 눈치챌 수 있는데, 일단 로한의 특제 약물이 투입된 것들은 모두 마기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인했었습니다.”

“그, 그런가?”

“그리고 아로엘의 발전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로한 공작이 곧 테르디아 전체에 자신의 기술력을 모두 공유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끝까지 핑계를 대며 공유를 안 할 수도 있지 않소?”

“마나석 광산을 발견했다는 발표와 함께 30%에 달하는 마나석을 세금으로 바로 가져온 걸 보면 그의 충성심은 아직 의심할 바가 없어 보입니다. 폐하께서도 보지 않으셨습니까? 그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석을 말입니다.”

“음….”

필리프는 입을 다물었다. 거의 왕성 회의실이 가득 찰 만큼의 마나석을 갖고 왔던 로한의 모습이 다시금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도 풍문으로 도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영웅에게는 항상 이런 시기 어린 악성 루머들이 떠도는 법이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가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반란을 성공하고도 남았사옵니다. 마족을 셋이나 생포하고, 거기에 아르베니아의 힘까지 등에 업은 로한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때 문밖에서 관리가 외쳤다.

“폐하, 로한 공작이옵니다.”

동시에 필리프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들라 하라!”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로한을 맞이하는 윌리엄에게서는, 방금 전까지 극도로 의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하하하! 어서 오게, 로한 공작. 바쁜데도 제시간에 와주었구만!”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람 좋은 얼굴로 격하게 로한을 환영하는 필리프의 모습. 윌리엄은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을 계속 빤히 지켜보았다.

이후 두 시간 정도 테르디아의 중요한 안건을 회의로 처리한 뒤, 로한은 윌리엄과 함께 필리프의 집무실을 나왔다.

둘은 복도를 같이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곧 생일 아닌가?”

“맞습니다. 2주 뒤죠. 기억하시는군요?”

“천하의 로한 공작의 생일을 어찌 모르겠는가? 나보다도 해외에서 더 난리일세. 얼마 전에 왔다 갔던 아바의 사신도 로한 공작의 생일 때 파티가 열리는지 꼭 물어봐 달라더군.”

“파티는 열릴 겁니다.”

그 말에 윌리엄이 로한을 돌아보았다.

“이전에는 안 열 생각이라 하지 않았나?”

“지금도 별로 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나 저희 가족이나 파티를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마족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열어야 되겠더군요.”

윌리엄이 잠깐 걸음을 멈췄다.

마족. 그 단어가 또 나왔다.

“정확히 무슨 소린가?”

“최근에 질렌 백작이 줬던 마족 의심 명단, 기억하십니까?”

윌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르디아의 정보부장인 질렌은 며칠 전, 정보부에서 조사한 마족과 관련되었다고 의심되는 대륙 내 주요 명단을 몰래 필리프와 2명의 공작에게 준 적이 있다.

“당시 작성된 명단을 보니, 모두 각 나라마다 꽤 중요한 요직에 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저의 생일 파티 때 그 명단에게 모두 초청장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윌리엄은 바로 로한의 의도를 파악했다.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능히 그들이 마족과 관련된 인물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을 테니 말이지.”

“그렇습니다. 즉, 떳떳한 인물들만 제 파티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이들은 아마 초대에 응하지 않겠죠.”

“그 오지 않는 이들이 마족과 관련된 인물일 가능성이 높겠군. 천하의 로한 공작의 초대를 받고 오고 싶지 않아 할 이는 지금 대륙에 없을 테니.”

“바로 그겁니다.”

이번 작전은 지금 로한의 유명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 대륙의 살아 있는 영웅, 대천사 로한의 초대를 누가 거절하고 싶겠는가? 설사 국왕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초대에 응할 것이다.

마족과 관련되어 있거나, 초대가 불가능한 오스크만 제국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때는 고든 공작이 올지 기대되는군.”

“…….”

윌리엄의 말에 로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재 요양을 이유로 저택에 칩거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난 고든. 평소에 하루라도 필리프를 보지 않으면 두드러기가 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매일 왕성에 출근했던 그가 말이다.

심지어 불면증도 다 나았고, 건강도 많이 회복한 상태라고 한다. 이건 소문이 아닌 필리프가 직접 한 얘기다.

‘이젠 윌리엄도 의심할 정도로 너무 숨어 있어.’

실제로 만약에 테르디아에 또 다른 마족과 관련된 인물이 있다면, 이 둘은 고든을 가장 의심하고 있다. 이종족 대표인 엘-카시안도 똑같은 의견을 낸 상태다.

윌리엄이 말했다.

“우리의 걱정이 기우일 가능성이 더 높네. 고든은 평생 검 한 번 안 쥐어본 평범한 노인 아닌가?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어떠한 의심될 만한 행동도 없었고.”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제발 그래야 한다. 고든이 만약 데르마라면, 그 순간 궁내부장관인 그가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국왕 필리프부터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3일 뒤 다시 출근한다고 하니, 그때 만나서 물어보세.”

“알겠습니다.”

다행히 오늘, 필리프를 통해 3일 뒤 다시 출근한다는 고든의 소식을 들었다. 이러면 3일 뒤 그를 만나 보면 알 일이다.

마족과 관련되어 있다면, 로한의 최첨단 신체에 내장된 마나 감지 시스템의 성능을 피해내기 어려울 테니까.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둘은 왕성 입구에 도달했다.

“난 바로 영지로 귀환하네.”

“저는 밀리오 님을 뵙고 가겠습니다. 마족들 상태도 좀 봐야 하고요.”

“그럼 가보게.”

“들어가십시오. 그런데, 오늘도 이안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없으시군요.”

로한이 넌지시 물었다.

칼슈타인가의 거의 버려진 자식에서, 이젠 당당히 대륙에서 손꼽히는 정령사로 거듭난 이안.

분명 아버지로서 이 소식이 자랑스러울 만도 한데, 윌리엄은 로한을 만날 때마다 단 한 번도 이안에 대한 질문이나 자랑을 한 적이 없었다.

윌리엄이 대답했다.

“자식 놈이 먼저 연락을 안 하는데 아비가 굳이 먼저 할 필요가 있나?”

“…한 번도 먼저 안했습니까?”

“원래 그런 놈일세. 그걸 알고 그놈의 목숨을 자네에게 맡긴 거고.”

말하는 윌리엄은 전혀 미련이 남아 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안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자리는 내 밑이 아닌 자네의 밑일세. 자네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이안도 없지 않았겠나?”

“…….”

“그럼.”

윌리엄은 먼저 몸을 돌려 마탑으로 향했고, 로한 역시 이내 대신전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왕실 기사단들이 두 무리로 나뉘어서 둘을 호위하기 시작했다.

한 명당 거의 20명 이상의 왕실 기사단이 붙은, 과하면 과하다고도 볼 수 있는 이 모습은 한 달 전 유키펠 등을 처치한 공로로 궁왕이 직접 내린 의전 중 하나였다.

현재 테르디아에서 이 정도 의전을 받을 수 있는 자는 이 두 명의 공작이 유이하다.

그때, 로한이 고개를 돌리더니 윌리엄 쪽 호위 기사 한 명에게 눈짓을 했다.

역시 눈짓을 받은 기사의 이름은 케이. 한 달 전 로한이 이곳으로 보낸 생체 휴머노이드였다.

그는 탁월한 실력으로 단 한 달 만에 왕실 기사단에 합격해 신입으로 지내며 로한이 지시하는 각종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잠시 후.

“…흐…으으으…!”

이곳은 온통 마법 룬어로 가득한 밀실 안. 일반인이라면 굉장히 듣기 괴로운 거친 목소리를 내뱉고 있는 한 존재가 있었다.

사지가 잘린 상태로, 온몸이 마법 쇠사슬에 칭칭 묶인 후 그것도 모자라 디바인 마크가 온몸에 문신으로 새겨진 새까만 존재.

마족, 유키펠이었다.

“이… 하찮…은… 인…간…들! 반…드시… 복수…하고… 만…다…!”

뭔가 약에 취한 듯, 흐느적거리고 더듬거리는 말투였지만 그래도 양쪽 눈으로 내뿜고 있는 독한 안광은 여전했다.

그 안광이 닿는 곳에는 로한, 밀리오가 서 있었다.

“확실히 꾸준히 약을 투입하니까 성과는 있군요.”

로한의 말에 밀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로한 님이 주신 나르커즈 약물을 매일 투입한 것이 최근에 와서야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붙잡은 후 한 달 동안은 진짜 아무 변화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에는 눈에 띄게 말투도 느려지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감히… 날… 평가하…려… 읍!”

반박하려는 유키펠의 입을 중간에 로한이 입마개를 꽂아 막아버렸다.

“보니까 적어도 2주 안에는 자백 하나쯤은 하겠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 동시에 무섭습니다. 얼마나 두려운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밀리오의 표정에는 근심이 한가득이었다.

과연, 마족 유키펠이 털어놓는 자백에는 얼마나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을까? 정말 그들이 예상하고 있는 대로 각 나라별로 마족이 최소 한 명 이상씩은 있을까? 혹시, 이미 대륙의 모든 왕성이 마족에 의해 장악당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알아내야 합니다. 빨리 상처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죠. 오래 놔두면 곪아 터질 겁니다.”

로한의 대답에 밀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족이라는 큰 상처가 생긴 이상, 빨리 다친 모든 부위를 알아내야 한다. 유키펠의 자백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을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직 엘도르 대륙과 마족 간의 싸움은 휴전 상태일 뿐이지, 완전히 끝나진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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