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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74화 (74/200)

제74화

저녁 시간이 되었다.

로한과 아린은 비올라와 함께 오랜만에 오붓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중이었다.

“아들아, 이것도 먹어보렴.”

“네. 음… 맛있네요.”

자식들한테 맛있는 음식을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비올라의 모습과, 그걸 알기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전혀 거절하지 않는 로한의 모습이었다.

어차피 사이보그 신체는 인공 내장을 원하는 대로 늘렸다가 줄이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원한다면 위를 엄청나게 크게 만들어서, 지구의 푸드 파이터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 저택 생활은 어떠세요?”

“너무 편하고 좋단다. 오히려 너무 아무것도 안 해서 하인들에게 미안할 정도란다. 이렇게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지내도 되는 게 맞는 건지….”

“후훗. 적응하셔야 돼요. 이제 산골 마을의 미망인이 아니라 공작의 어머님이시라고요.”

“그건 알지만….”

산골 마을에서 매 끼니를 걱정하던 가난한 신세에서, 이제는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원하는 고급 드레스를 매일 바꿔 입을 수 있는 호화로운 신세로 180% 바뀐 비올라.

하지만 어릴 때부터 몸에 밴 검소함은 여전해서, 그녀는 아직도 절대 잔반이 남지 않을 만큼 적은 양의 음식만 식탁에 놓는 것을 선호했고, 옷 역시 이전에 아린과 같이 구매했던 푸른 드레스만 입고 다닌다.

이런 행동들은 본의 아니게 밖에서 들려오는 비올라의 소문을 전부 좋게 만들었다. ‘공작의 어머니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소하더라’, ‘하인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한다더라’ 등등.

‘앞으로 더 행복한 일들만 있을 겁니다. 그게 제 목표기도 하고요.’

지금 로한이 이렇게 열심히 영지를 위해 24시간 뛰어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운 좋게 과거로 회귀해 다시 살아서 만나게 된 어머니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로한은 어떠한 짓도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따스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쳐다보며 다시 꾸역꾸역 음식을 입에 넣던 그때.

머릿속에 인공지능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체 휴머노이드, 슬론의 일일 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txt 파일로 저장되었습니다. 즉시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로한은 바로 보고서를 눈앞에 띄워 읽기 시작했다.

속독을 하듯 순식간에 보고서를 읽은 로한은, 바로 아린에게 통신했다.

[식사 끝나고 회의 잠깐 하자.]

[네.]

이건, 아린과 따로 논의를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는 보고서였다.

식사를 마친 뒤에 둘은 저택 안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슬론의 보고서가 왔는데, 중요한 내용이 두 개 담겨 있어. 첫 번째는 피와 모래의 신입 단원이 되었다는 점이야.”

“생각보다 금방 들어갔네요?”

“마침 사갈에 진입하자마자 운 좋게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해. 그리고 단원들 중 최초로 만점으로 시험을 통과했는데, 그게 바로 단장에게 눈도장이 찍힌 모양이야.”

“잘됐네요. 근데, 사실 만점으로 통과 못 하는 게 더 어렵지 않았을까요?”

“그렇긴 하지.”

슬론은 지구의 최첨단 기술이 모두 집합되어 있는 생체 휴머노이드다. 지구에서나 성능이 달릴 뿐이지, 이 대륙 생명체들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슬론의 신체 능력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두 번째가 중요해. 단원으로서 첫 번째 명령을 하달받았는데, 그게 나에 관한 거야.”

“어떤 거죠?”

“내 소문을 산맥 쪽에 최대한 퍼뜨리래. 그쪽의 이종족의 입을 통해 결국 드래곤의 귀에까지 소문이 들어가게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더군.”

“왜 그런 거죠?”

이 대륙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아린은 바로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한은 어떤 의도인지 알아챘다.

“드래곤족을 자극시키려는 거야. 천 년 전 드래곤 로드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거든. 한 드래곤을 건드리면, 모든 드래곤족의 분노를 받아야 할 것이다, 라는.”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위험할 수도 있지. 하지만 대비책은 있어.”

로한도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고 일을 벌인 게 아니다.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오히려 드래곤족 전체를 내 아군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떻게요?”

로한은 목소리가 아닌 통신으로 아린에게 설명했다.

아린 역시 이해했다.

“아, 그럴 가능성이 높겠네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고. 오히려 난 하루라도 빨리 드래곤족이 우리한테 접근했으면 좋겠어.”

이로써 로한의 대응책은 나왔다. 피와 모래 단원들의 행동을 그저 내버려 두는 것으로 말이다.

* * *

다음 날, 힉스가 이끄는 대규모 운반 부대가 톨리아 지방으로 출발했다. 수많은 수레를 이끌고 출발했던 그들이 다시 아로엘 성에 도착한 것은 3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로엘로 귀환한 힉스는 바로 내성 회의실로 이동해 로한과 대면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영주님. 길이 험난해 수레 속도가 많이 느려져서 예정 기일보다 하루가 더 걸려 버렸습니다.”

“고생했어. 다친 사람은 없었고?”

“네. 전원 무사합니다. 드래곤 재료와 레어 안의 금은보화들도 모두 손실 없이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확실히 힉스의 통솔력은 훌륭했다. 아로엘 성의 병력 대부분이 투입된 꽤 큰 규모의 작전이었고, 톨리아 지방이라는 위험한 곳을 왕복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고 완벽하게 목표를 달성하고 돌아온 걸 보면 말이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부하들의 최소 능력치를 매우 높게 잡는 편인 로한 입장에서도 힉스는 확실히 믿을 만했다.

‘정말 위험한 일만 아니라면 앞으로 종종 큰 작전을 믿고 맡겨도 되겠어.’

앞으로 국가 업무를 보기 위해 로한이 수도로 이동해서 장기간 머물러야 할 상황이 종종 생길 것이다. 그럴 때 아린 한 명만 믿고 떠나기에는 이 아로엘이라는 땅이 너무 넓고 험준하며 아직 손볼 것도 너무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린의 업무를 절반 정도 힉스한테 분담해도 버거울 정도다. 그 정도로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아로엘에 가장 시급히 필요한 건,

바로 인재다.

“이번에 가져온 것들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하겠지?”

“네. 솔직히 감당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빨리빨리 써버려야지. 자, 이걸 받아.”

로한은 미리 준비했던 서류를 힉스에게 내밀었다. 힉스는 서류를 읽어보았다.

“용병을 모집하시려는 거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인재 모집이지. 지금 아로엘에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인재잖아.”

“맞습니다. 항상 부족했죠.”

그 누구보다 아로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힉스도 크게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도 항상 인재들을 데려오려고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설득해서 데려오면 꼭 몬스터나 사갈의 스파이들에게 죽거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못해 도망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심지어 사갈 공국으로 넘어갔던 이도 한두 명이 아닙니다.”

“저런.”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죠.”

20년간 혼자서 아로엘을 관리했던 힉스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경험담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거야. 계속 읽어봐.”

로한의 말에 힉스는 계속 서류를 읽어갔고, 곧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좋은 조건 아닙니까?”

“그 정도는 줘야 이 버려진 땅에 인재들이 몰려올 테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합니다. 장기적으로 봐도 손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만.”

“아냐. 장기적으로 보면 무조건 이득이야.”

로한은 단언했다. 뛰어난 인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설사 비교 대상이 무려 드래곤의 시체에서 건진 재료라 할지라도 말이다.

지구에서 한 명의 뛰어난 사이보그 전사, 한 명의 천재 기술자가 얼마나 큰 전력 상승을 가져오는지, 반대로 한 명의 상위 데르툴족이 얼마나 전쟁 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 몸소 느끼지 않았던가?

“나를 믿고 이 내용을 엘도르 대륙 전체에 퍼뜨려. 얼마를 써도 좋으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대륙의 모든 생명체가 이 모집문을 읽도록 만들도록.”

“알겠습니다.”

힉스는 의구심을 접고 바로 행동에 착수했다. 로한이 맞다면 맞는 거니까.

드래곤을 혼자서 잡아낸 이후, 힉스의 마음속에서 로한의 말은 이제 절대적이었다.

소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금방 퍼지게 만들 수 있다.

일단, 헌터 길드의 존재가 크다. 태생이 용병 길드에서 시작된 이곳은 기본적으로 모든 타 국가에 있는 헌터 길드와 연락망을 형성하고 있다. 단 한 곳, 동쪽의 오스크만 제국만 제외다.

이번엔 힉스도 이곳을 이용했다.

헌터 길드를 통해 아로엘의 인재 모집문은 순식간에 서쪽 대륙 모든 국가의 헌터 길드로 퍼졌다.

그 결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칼밥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중 이 소식을 모르는 자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이게 뭐야? 매 작전 때마다 금화 1개를 의뢰비로 지급한다고? 은화를 금화로 잘못 쓴 거 아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밑에 전리품 항목 읽어봐!”

“뭔데? …아로엘 영지 부대에 가입한 후 던전 공략에 들어갈 시, 모든 전리품은 9 대 1의 비율로 나눈다. 어? 9가 우리야? 아로엘 쪽이 아니라?”

“그렇다니까!”

“에이, 이건 말도 안 돼! 제일 세금이 적은 로터스 용병 국가도 30%는 가져가는데? 심지어 금화까지 같이 주면서 이 비율로 나눈다고? 이거 거짓말이야! 사기가 분명해!”

“로한 공작의 정식 인장이 찍혀 있는데?”

“…그러네?”

모집문을 읽은 모든 이가 사기가 아니냐는 생각부터 먼저 할 정도로 조건이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단순 헌터뿐만이 아니라 마법사 및 행정 직원도 모집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역시 조건이 엄청나게 좋았다.

“와! 오기만 하면 성내에 주택을 무상으로 지급해 준다고?”

“1년간 모든 세금이 무료? 진짜야?”

“이 보수에 이 조건이면 무조건 갈 만하지!”

“버려진 땅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한데… 에이! 설마 재수 없게 죽겠어? 일단 가보자!”

대륙 그 어느 곳도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보수와 파격적인 혜택은 해당 장소가 악명 높은 아로엘이라는 걸 무색하게 만들 정도였다.

모집문을 읽은 이들 중 대다수가 곧바로 아로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서쪽 대륙에 있는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는데, 심지어 앙숙 국가인 사갈 공국에서도 몰래 이민해 오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로한은 내성 집무실 안에서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류에는 수많은 낯선 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전부 모집문을 낸 지 단 하루 만에 아로엘로 몰려든 인재들이었다.

지원자 목록을 읽으며 그는 생각했다.

‘당분간은 다들 사람 뽑는다고 바쁘겠네.’

앞으로 이것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려올 것이다. 이들 중에서 뛰어난 인재들만 제대로 선별하려면, 현재 아로엘의 모든 관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나도 도와줘야겠지? 어떤 것부터 도와줘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아린의 통신이 머릿속에 들려왔다.

[오빠.]

[응?]

[밀리오 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로한의 눈이 커졌다.

밀리오.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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