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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63화 (63/200)

제63화

인공위성을 짊어진 이안과 함께 로한 남매가 이동한 곳은 내성 옥상이었다.

기어이 옥상까지 인공위성을 운반한 이안은 바로 드러누웠다.

“헥, 헥, 헥! 아이고, 나 죽어어어~!”

“엄살은.”

물론 로한은 동정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나 기적적으로 들어 올렸지, 창고를 나서자마자 휘청거려서 그때부터 여기까지는 로한 남매 둘이 99% 옮기다시피 했다.

즉, 엄살이었다.

“체력도 약하면 도대체 어따 써먹어야 될지, 참.”

“헥, 헥… 그, 그냥 저 포기하고 내버려 두시면 편하실 텐데….”

“평생 아린과 대화하는 걸 포기한다고?”

“오늘부터 매일 체력 단련하겠습니다.”

어느새 차렷 자세로 서서 대답하는 이안의 모습이었다.

로한은 그에게 시선 한번 안 주고 인공위성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정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인공위성 전체에 불이 들어왔고, 동시에 기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유자 ‘로한’의 워프형 인공위성, ‘Edmon-110937’의 가동을 시작합니다.]

[자동으로 현재 행성과 가장 가까운 우주 궤도를 감지합니다….]

[감지 완료.]

[해당 궤도로 20초 뒤 워프하겠습니다. 20, 19, 18….]

숫자가 줄어들수록 인공위성의 불은 더더욱 눈부시게 밝아졌다. 워프 마법이 가동 중이라는 표시였다.

[…5, 4, 3, 2, 1, 0.]

마지막 숫자가 들려온 순간, 빛이 사그라들면서 인공위성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어왔다.

“뭐, 뭐야? 어디 갔어요?”

“하늘 위에.”

“네? 어디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두리번거리는 이안. 로한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우주에 대해 설명하려면 한참 걸릴 것이 뻔한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입을 다문 로한의 머릿속에는 아까 전 인공위성에서 들려온 기계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우주 궤도에 성공적으로 워프하였습니다.]

[이제부터 ‘Edmon-110937’은 소유자 ‘로한’의 지시를 이행할 수 있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인공위성은 우주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로한의 첫 번째 명령은 이것이었다.

[이제부터 아린을 공동 소유주로 추가한다.]

[공동 소유주의 코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아린’ 님은 ‘Edmon-110937’에 관해 ‘로한’ 님과 동등한 권한을 소유합니다.]

목소리를 들은 로한은 아린을 쳐다보았고, 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바로 인공위성이 아린에게 통신으로 말을 걸어온 모양이었다.

“좋아. 내려가자.”

이제 여기서 할 일은 다 끝났다. 로한은 일행들을 이끌고 다시 계단 쪽으로 향했다.

“아린은 군사령부에서 대기해. 아마 얼마 안 있어서 연락 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알겠어요, 오빠.”

“이안, 너는 나랑 성 내부에 감지 레이더 박으러 이동한다.”

“네? 일이 또 있어요…?”

“또는 무슨. 오늘 밤새서 돌아다닐지도 모르는데.”

“히잉… 먼지 범벅이라 씻고 싶은데….”

울상이 된 채로 억지로 로한의 뒤를 따라가는 이안의 모습이었다.

여기는 마나석 광산이 있는 카데시 쪽 방어 진지.

자정이 넘어간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진지 내부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설치 완료했습니다.”

임시 사령부 문을 열고 들어온 아로엘 기사단 중 한 명, 오스캄이 힉스에게 보고했다.

힉스는 그를 맞이했다.

“수고했네, 오스캄. 안 그래도 성공적으로 설치됐다는 문구를 보던 참이야.”

“정말입니까?”

“봐봐.”

오스캄은 힉스가 쳐다보고 있던 걸 같이 바라보았다.

아주 얇은 두께의 네모난 화면 안에는 이런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총 4개의 적군 탐지기 레이더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동, 서, 남, 북 방향으로 정확히 5km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처음 설치 시, 아군 동기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작업은 1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현재 동기화 진행률 : 76%]

오스캄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이것의 이름이 모니터…라고 했었죠?”

“어.”

“진짜 신기하군요. 여기 가만히 서서 어디서 어떻게 설치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니…. 만약 영주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모니터라는 것만 보고 있어도 적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사갈 놈들을 잡아낸다고 매번 이 잡듯 한 마을 전체를 수색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지.”

“엄청 편해지겠군요. 근데 진짜 적군들만 잘 골라낼 수 있을까요?”

“영주님 말을 믿게. 기사단인 우리가 안 믿으면 누가 믿나?”

“아, 못 믿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저 신기해서….”

오스캄의 멋쩍은 대답에 힉스는 피식 웃었다. 사실 대답은 그렇게 했어도, 힉스 역시 이것의 성능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영주님의 물건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물체를 접했을 때 마음속에 절로 떠오르게 되는 순수한 궁금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그때였다.

[인공위성 ‘Edmon-110937’에서 특정 신호를 보냈습니다.]

[신호를 분석중입니다….]

[이제부터 모든 정보를 ‘Edmon-110937’와 공유하도록 자동 설정되었습니다.]

“…응?”

두 명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뭔 소리지?

“인공위성이라면, 아까 영주님이 나중에 설명한다던…?”

“음. 모든 정보를 그거랑 공유한다는 소리 같은데.”

“괜찮은 거겠죠?”

“그렇겠지. 어차피 인공위성이라는 것도 영주님 물건이니까.”

둘이 의견을 주고받을 때, 다시 모니터 안에 새로운 문구가 입력되기 시작했다.

[동기화가 100% 완료되었습니다.]

[감지된 아군 세력도를 지도로 표시하겠습니다. 정확하다면, Y 버튼을 눌러주세요.]

문구가 끝남과 동시에, 모니터에 방어 진지에 대한 자세한 지도가 전체적으로 펼쳐졌다.

워낙 자세하고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어서, 보던 힉스와 오스캄의 눈이 동그래질 정도였다.

“세상에…. 이건, 불과 몇 시간 전에 우리가 조사했던 지도와 똑같은데요?”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자세해. 솔직히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야.”

“정말 놀랍습니다. 이거 적군에게 넘어가면 큰일 나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야. 일단 Y버튼이 이거인가?”

힉스는 어색한 손놀림으로 모니터 위에 떠 있는 Y 글자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러자 또 다른 문구가 이어졌다.

[현재 적군으로 확인되는 움직임이 네 곳에서 포착되었습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을 자세히 확인 바랍니다. 상단 오른쪽 구석의 확대, 축소 버튼을 적절하게 이용하세요.]

동시에 지도의 동서남북, 네 곳의 진지 경계선과 붙어 있는 쪽에서 빨간색의 굵은 선이 표시되었다.

“뭐지?”

힉스는 바로 확대 버튼을 눌러 해당 빨간 선을 확인해 보았다.

지하로 이어져 있는 빨간 선은 분명, 땅굴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빨간 점이 박혀 있는 의문의 검은 복면 사내들이 땅굴을 열심히 파내고 있는 모습도 모니터 안에 표시되었다.

힉스는 기겁했다.

“땅굴이야! 동서남북 방향 전부에서 파고 들어오고 있어!”

“지금 당장 확인하겠습니다!”

“잠깐!”

힉스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더니, 땅굴의 바깥쪽 입구를 짚었다.

“이 진지 바깥쪽에 생성된 땅굴 입구에 병력들을 보내! 그게 더 빨리 놈들을 잡을 수 있어!”

“네!”

힉스의 지시대로, 방어 진지 안에 주둔 중이던 기사단들은 네 곳으로 나눠져서 땅굴 입구로 달려갔다.

원래 목표는 입구를 수색하는 것이었지만, 굳이 그럴 수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헉!”

입구 쪽에 경계를 서고 있던 대기조 인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쪽으로 병력들을 이끌던 힉스가 외쳤다.

“잡아라!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전원 기사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적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한 발 늦었다.

쾅!

갑자기 들려오는 폭발음과 함께 땅굴 입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대기조 인원들 전원이 입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젠장!”

힉스는 안타까운 외침과 함께 재빨리 대기조의 맥박을 짚었다. 하지만 뛰지 않았다.

놈들은 땅굴을 폭파시켜 매몰시킴과 동시에 독약을 깨물고 자살해 버린 것이다.

그때, 무너진 땅굴 입구를 확인하던 기사 한 명이 외쳤다.

“독이 흘러나온다! 모두 물러서!”

“큭! 살짝 중독됐어…!”

모두가 입구에서 멀어지는 가운데, 가까이 있던 기사 몇 명은 다급하게 마나 운공법을 시작했다. 체내로 흘러 들어온 독을 빼내기 위해서였다.

그 모습을 본 힉스는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갈 새끼들… 이번엔 지독한 놈들로만 보냈군.”

사갈에서 스파이를 보낼 때, 가끔 이렇게 목숨을 아끼지 않는 정예 멤버들로만 구성될 때가 있다. 이들은 꼭 생포되려고 하면 반드시 이런 식으로 목숨을 던져서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저 땅굴 안에서 작업하던 이들의 생사는 더 살펴볼 필요도 없다. 분명 대기조들이 투입한 독에 모두 사망했을 테니까.

“일단 철수하고, 독이 빠진 이후에 다시 수색한다.”

그래서 힉스는 더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병력을 물리는 선택을 했다.

진지 안으로 돌아온 힉스는, 막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던 기사들을 조우할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빈손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입구 쪽으로 달려가자마자 대기하던 놈들이 폭탄으로 입구를 붕괴시키고 자결했습니다.”

“저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입구에서 새어 나오는 독이 너무 강해서 조사할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기사 몇 명은 중독되어서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보고를 모두 들은 힉스가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다들 신관한테 가서 중독되지 않았는지 검사해. 독이 진지 전체에 퍼질 수도 있으니 한 명도 빠짐없이 검사받아.”

“넷.”

“난 영주님께 보고하러 가야겠어. 근데, 서쪽으로 간 애들은 왜 안 오지?”

힉스는 아직도 열리지 않는 서쪽 진지 문을 바라보았다. 남쪽으로 향한 본인을 비롯하여 북쪽, 동쪽 기사들은 전부 돌아와 보고를 했는데 서쪽으로 간 기사들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인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막 걱정하던 그때였다.

“아, 오는군.”

힉스의 눈에 서쪽 문이 열리면서 귀환하는 기사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러다 가장 선두에서 걸어오는 인물을 확인한 그의 눈이 커졌다.

“영주님?”

분명 지금쯤 아로엘 성에서 감지기를 설치하고 있어야 할 로한이, 방어 진지 안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힉스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니, 여길 어떻게….”

“땅굴로 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왔지.”

“네? 전 보고한 적이 없는데….”

“선물이야.”

로한은 힉스에게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힉스는, 그 손에 붙들려 질질 끌려 다니고 있는 한 복면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흰자만 보이는 눈동자를 본 힉스는 놀라 물었다.

“설마, 생포하신 겁니까?”

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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