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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사이보그-60화 (60/200)

제60화

- 1팀입니다.

그 시각, 아린은 윌킨슨한테 보고를 받고 있었다.

- 동쪽의 침입자들을 모두 제압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 그….

윌킨슨은 말하려다 말고 잠깐 망설였다.

“말씀하세요.”

- 정말로, 영애님이 예상하신 대로 완벽하게 상황이 흘러갔습니다. 솔직히… 조금 많이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감탄이 분명히 들어가 있었다. 처음 아린이 이 군사령부실에서 지시할 때는 불신의 눈빛을 보이던 그가 말이다.

아린은 미소를 지었다.

“이젠 제 능력을 신뢰하시나요?”

- 물론입니다. 저를 포함한 휘하 부하들 모두가 영애님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내성으로 귀환해 주세요. 남은 한 팀이 지금 내성에 침입했습니다.”

- 네?!

“어머!”

화들짝 놀란 외침을 내뱉은 이는 윌킨슨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아린과 같이 사령부 건물 안에 있던 비올라였다.

“그, 그게 무슨 말이니? 침입자가, 이곳까지 왔다는 소리니…?”

“네. 지금 창문 쪽으로 기어 올라오고 있어요.”

와장창!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문이 박살 나면서 검은 복면을 쓴 괴한들이 일제히 군사령부 안으로 몸을 날렸다.

“꺄아악!”

비올라의 비명이 군사령부를 가득 울렸다.

- 와장창!

- 꺄아악!

그녀의 비명은 마나석 통신기를 통해 윌킨슨을 포함한 모든 병력들의 귓가에도 들어갔다.

윌킨슨의 얼굴색이 변했다. 영애와 영주님의 어머님이 위험하다!

“전원 내성으로 조속히 귀환한다!”

포박한 침입자들을 감시할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겨둔 채, 사방으로 흩어졌던 여섯 팀 전원이 전력을 다해 내성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각성자 이상인 기사들의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30초도 안 되어서 벌써 내성 근처까지 도달했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콰르르릉!

내성 꼭대기 부근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강력한 자기장 폭풍이 내성 전체를 휘감아 몰아쳤다. 근처에 서 있던 윌킨슨 등의 온 피부가 저릿할 정도였다.

왜 갑자기 천둥이 쳤지?

‘이건 영애님의 마법이다!’

윌킨슨은 똑똑히 보았다. 하늘이 아닌, 군사령부의 창문 쪽에서 자기장이 분출되는 모습을. 분명 자연적이 아닌, 인위적인 번개였다.

아린의 마법이 맞다면,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전원 군사령부로!”

가장 선두에 달리는 윌킨슨의 다리가 더더욱 빨라졌다. 지금은 1초 안에 둘의 생사가 좌우될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뛰어오른 윌킨슨이 있는 힘껏 군사령부의 문을 쾅! 하고 걷어찼다.

그러자.

“오셨어요?”

태연하게 그를 맞이하는 아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근처에서 떨고 있는, 하지만 멀쩡해 보이는 비올라의 모습과, 바닥에 눈을 뒤집은 채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복면인들의 모습까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윌킨슨은 순간 힘이 쭉 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다… 제압하신 겁니까?”

“네. 방금 ESF 마법을 사용했거든요.”

ESF?

처음 들어보는 단어이지만, 분명 엄청나게 강력한 전격 마법일 것이리라.

윌킨슨은 다시금 아린을 바라보았다.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마법… 어?’

경외의 감정을 가지고 쳐다보던 윌킨슨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온 기사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아린이 그들을 돌아보며 지시했다.

“이들이 깨어나기 전에 포박을 해주세요…?”

그러다, 그들의 눈빛을 보고는 상황을 눈치챘다.

‘아, 면사포….’

방금 전 ESF탄을 쐈을 때의 충격으로 착용하고 있던 면사포가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을 순간 깜빡한 것이다.

그래서 저들의 눈빛이 저런 것이다. 매번 아린의 얼굴이 공개될 때마다 볼 수 있었던 그 눈빛 말이다.

“…크흠, 흠. 모두 적들을 포박한다.”

그래도 윌킨슨은 충직한 기사였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바로 명령에 따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다짜고짜 고백부터 했던 이안과는 아예 다른 반응이었다.

이후 적들을 포박하면서 윌킨슨은 최대한 아린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본인의 중심을 잡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었다.

‘집중해라, 윌킨슨. 넌 그저 충성을 다해야 할 기사일 뿐이다. 상대는 무려 대마법사다. 나 따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끊임없이 속으로 주문을 외우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윌킨슨.

하지만 다른 기사들은 그런 게 없었다. 그들은 복면인들을 포박하는 내내 면사포를 찾고 있는 아린의 모습을 계속해서 흘끗거렸다.

“영주님.”

통신기를 내려놓은 힉스가 로한한테 보고했다.

“아로엘 성에서의 연락입니다. 모든 침입자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지?”

“…네.”

힉스는 또다시 벙찐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린이 큰 활약을 했을 거야. 걔가 말하는 대로 적들이 이동했을 테니까. 만약 일부 침입자들이 군사령부로 기어들어 왔다면, 마법으로 단번에 제압했을 테고.”

“…정확합니다.”

힉스는 이젠 신기한 눈빛으로 로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S급 헌터에 오르면 독심술은 기본적으로 익힐 수 있는 건가?

로한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린은 네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더 대단해. 마법 말고도 수많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앞으로 계속 지내다 보면 더 놀랄 일이 많을 테니, 기대하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하던 일 마저 할까.”

로한과 힉스는 다시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결박당해 있는 한 남성이, 반쯤 눈이 풀린 채로 헤롱대고 있었다.

그는 오늘 방어 진지 침입자 중 한 명이었고, 방금 로한의 최면 약물인 나르커즈를 강제로 투여해서 저 상태가 되어버린 거다.

막 이놈을 심문하려던 차에, 힉스가 아로엘로부터 마나석 통신기로 보고를 받은 것이다. 로한은 그 전에 아린한테 통신으로 얘기를 들었고.

“자. 계속해 볼까? 이름이 유진이라 했지?”

“네…에….”

“사갈 공국 출신 스파이라고?”

“그렇…습….”

유진은 완전히 약에 취해서 말하는 족족 대답하고 있었다.

“아로엘 성 침입자들도 다 너희 동료들인가?”

“네….”

“어떻게 국경선을 넘어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임시 기지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지?”

로한은 가장 중요한 걸 질문했다.

이 마나석 광산을 비밀리에 보호하기 위한 임시 기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시간도 되질 않았다. 근데 이곳의 위치를 알아내고, 안으로 잠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참고로, 국경선에서 이 카데시 지방까지는 아무리 말로 빨리 달려도 한나절은 걸린다. 물리적으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이 스파이들은 해낸 것이다.

유진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국경선을… 넘어온… 게…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는… 훌튼… 마을에서… 몰래… 거주하고… 있었…습….”

“훌튼?!”

힉스가 놀라 크게 외쳤다.

“설마, 카데시와 아로엘 성 사이에 위치한 그 홀튼?”

“네….”

“이럴 수가….”

잠시 충격에 젖어 있던 그는 로한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갈 공국 첩자들이 아로엘 영지 곳곳에 정체를 숨기고 평민처럼 지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로엘 성과 굉장히 멀리 떨어진 국경선 부근의 마을이었는데, 홀튼이라니….”

홀튼 마을은 아로엘 성에서 말을 달리면 한 시간 내에 도착하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런 곳까지 숨어들어 왔다면, 성내에 잠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한이 유진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곳의 위치를 알았군. 우리가 이동할 때 홀튼 근처를 지나쳤으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위에… 바로… 보고를… 했습….”

“누구한테 보고했지?”

“피와… 모래의… 주인에게….”

“피와 모래라….”

피와 모래. 이 단어를 로한은 과거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사갈 공국의 암살단 이름이군.”

“정말입니까?”

힉스조차도 처음 듣는 사실인가 보다. 놀라서 물어보는 걸 보니 말이다.

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에 들은 적이 있지.”

과거에 버몬드 밑에서 일할 때 상급 헌터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거 알아? 윌리엄을 잡을 때 이번에 사갈 공국의 암살단들도 있었다는데?”

“나 봤어. 피와 모래의 지배자들이라나, 뭐라나.”

“걔네는 왜 참전한 거야? 설마, 버몬드 경이 사갈과…?”

“알 게 뭐야? 어찌되었든 간에 경쟁자를 제거했잖아! 큭큭큭….”

그땐 헛소문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교활한 버몬드라면, 전권을 잡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놈이라면 적국과 내통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로한은 다시 유진에게 물었다.

“그럼, 너희의 주인은 누구지?”

“…모릅…니다…. 항상… 가면을… 쓰고… 변조한… 목소리로만… 명령을 내리셔서….”

“그렇겠지.”

어떤 멍청한 단장이 말단 암살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 주겠는가? 버몬드도 그런 실수는 안 했었다.

로한은 여기서 질문을 마쳤다. 이후는 힉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일단, ‘카르스트’가 이놈들의 주인이라고 가정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보자.”

힉스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카르스트라면… 너무 일이 커지는 것 아닙니까? 사갈 공국의 실세인데요.”

이런 말이 있다.

‘테르디아에 윌리엄이 있으면, 사갈 공국에는 카르스트가 있다.’

실제로 카르스트는 여러모로 윌리엄과 비슷하다. 사갈 공국의 전권을 휘어잡고 있고, 국가에서 3명밖에 안 되는 S급 헌터 중 한 명인 것도 똑같다. 다른 점은 율법을 준수하면서도 평민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윌리엄과 달리 카르스트는 국민, 병사들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두려움에 떠는 철혈 통치로 유명하다는 점이다.

“원래 대비는 최악 중의 최악을 생각해서 하는 거니까.”

로한의 말대로 카르스트를 염두에 둔다면 최악의 최악이 맞다. 사갈 공국 전군을 상대한다는 말과도 같으니까.

“그리고 아예 가능성이 없는 소리도 아니야. 국가 차원의 암살단을 운영하는 건 보통 총사령관 이상의 국왕 최측근들이니.”

“음….”

“일단 너랑 나는 아로엘로 다시 돌아간다. 도착하자마자 회의를 열 테니, 아로엘의 주요 관리들한테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지금 통신해.”

“알겠습니다. 이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우선 살려는 놔. 언젠가 또 쓸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잠시 후.

로한과 힉스를 포함한 소수 인원들 몇 명이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아로엘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나는 왜 자꾸 데리고 다니냐고요오~!”

죽는 소리를 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안도 함께였다. 한 기사와 같은 말에 타고 있는 그는, 엉덩이에 계속 가해지는 충격에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 * *

- …그렇게 되었다.

이곳은 다시 르기에의 비밀 거처.

몇 시간 전 부탁을 받았던 그가 마법 거울을 통해 설명을 마친 후 르기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르기에는 살짝 목례를 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카르스트.”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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