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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80화 (에필로그) (280/281)

- 280 회 - 에필로그

그 날은 무척이나 싱그러웠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는 것 처럼 차가운 바람 가시고 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밀려와 무척이나 기분이 상쾌한 날이었다.

풀내음은 코끝까지 차올랐고, 진한 꽃내음에 머리는 멍했다. 초콜릿보다 달콤하고, 연인의 향기보다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찌르는 따스한 날. 어릴 때 입은 화상 자국마저도 포근해질 정도로 말이다.

“아빠……!”

꺄르르 웃으며 달려오는 ‘현주’는 무얼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양 손이 흙투성이였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 터뜨리며 내가 눈 아래에 와락 안겨 온 그녀를 내려 보았을 때.

“이거 내가 찾아 왔어요! 아빠!”

그녀는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을 하고서 내게 하얀 조개 조각을 내밀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잘 묶어 놓은 머리카락은 삐죽삐죽 튀어 나와 엉망진창이 되었고, 손과 발은 흙장난을 했는지 마찬가지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현주 니…… 또 흙장난 했나?”

옷이 더러워지면 안 된다 혼을 내고 나무래야 하는데 왜 자꾸 웃음만 나오는지.

아니 어쩌면 ‘히히힛…!’하고 장난스럽게 미소 짓고 있는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에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은 온통 사라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놈의 가시나! 흙장난 하지 말랬더니!”

그리고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집사람이 엉망이 된 현주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빠, 엄마! 엄마에요!

혼내지 못하는 나를 대신 해서 항상 말썽쟁이 현주를 혼내는 그녀와 내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 들어와 숨어 버린 작은 딸의 모습에 나는 그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어휴, 정말!’ 하고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오냐 오냐 하면 버릇 나빠진다니까!”

그 말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캐도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게 제일 좋지 않겠나 싶어가지고요.”

그리고 현주가 내 품에서 에헤헤 웃음을 띤 채 살며시 고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앙증맞은 얼굴로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현주가 ‘히힛!’ 하고 애교를 부리자 그녀도 결국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아무튼 장현주! 니 이따 보자. 옷 더러워진 거는 니가 직접 빨래 해야 된다. 알겠지?”

질투심 많은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앙! 싫은데! 엄마가 또 혼내려고 해요! 아빠!”

“엄마가 흙장난 하지 말라 그랬지?”

“장난 친 거 아니고 보물 찾은 건데! 아빠 주려고!”

장난이 아니라는 듯 현주가 다시 자랑스럽게 새하얀 조개껍데기를 들어 올려 보였다. 그 모습에 그녀 또한 햇살처럼 환한 웃음을 띤 채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엄마한텐 안 통한다. 엄마 안 주고 아빠 꺼만 챙겼으니까 괘씸 죄.”

“엄마 꺼도 여기 있지롱!”

그리고 현주가 짜잔 하고 주머니에서 작은 몽돌을 꺼내 들었다. 날카롭고 각이 졌을 돌은 오랜 세월 밀려온 파도에 깎여 동글동글 예쁜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정말 보석처럼 작고 예쁜 몽돌에 그녀도 마음이 풀린 것인지 이내 엄한 모습을 거두고 함박 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장현주, 이거 완전 요물이다. 정말…….”

그 말에 나는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요오~? 현주는 요물 아닌데~!”

꺄르르 웃음 터뜨린 사랑스러운 딸을 안아 들자 ‘꺅!’ 하고 현주가 좋아하며 다시 품에 안겼다. 옷이야 지저분해졌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지저분해지진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한숨과 함께 어깨를 으쓱했다.

“……이래서 남자들은 딸바보 되는가 보네. 난 이제 찬 밥이고!”

장난스런 얼굴로 은근한 질투심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찬 밥 제일 좋아하는데.”

그 말에 그녀가 언제나처럼 웃음 띤 채 ‘칫!’ 하고 미소 지었다.

“아무튼 장현주! 빨리 집에 들어가서 씻고 옷 갈아입어야지! 들어가기 전에 발 꼭꼭 잘 털고! 알았지?”

“응, 알았어요! 엄마!”

조개 껍데기와 작은 돌을 찾는다 배가 고팠던지 현주가 그 말에 신이 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려 줘요, 아빠!’ 하고 당찬 얼굴로 현주가 소리치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내려 주었다.

그리고 뭐가 그리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바다가 보이는 하얀 2층 집으로 달려가는 현주. 짧은 팔 다리를 흔들며 밝은 얼굴로 달려가는 딸 아이의 모습에 작은 정원에 묶여 있던 강아지 독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멍! 멍멍!”

그 소리에 집 옆 낡은 폭스바겐 위에서 낮잠을 자던 친칠라 고양이가 질세라 ‘야옹!’ 하고 소리를 냈다. 그러자 현주가 또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린 듯 ‘독구야~!’ 하고 소리치며 또 집에 들어가는 걸 잊고 독구에게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에휴!’하고 한숨을 내쉬며 소리쳤다.

“장현주! 독구는 나중에 밥 다 먹고 봐야지!”

“네, 엄마~!”

엄하지 못한 나 대신 엄한 역할 해주는 그녀의 목소리에 현주가 또 다시 마냥 밝은 음성으로 대답하곤 독구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나도 환한 햇살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광경. 행복이란 게 이런 것일까? 가슴 깊이 밀려 오는 행복감에 나는 천천히 곁에 있던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당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언제나 둘이 있을 땐 아직도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가 발그레해진 얼굴로 물음을 던졌다.

햇살보다도 더 빛나고 봄보다도 더 따스하고 향기로운 내 인생의 봄. 그녀를 보며 나는 대답했다.

“아… 올해 봄도 무척이나 따뜻하겠구나 하고…….”

============================ 작품 후기 ============================

결말의 여러분들의 상상으로 넘기겠습니다^^

곧 후기 올라 옵니다. 그때 모든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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