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 회 - 괴물
“현성! 현성!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알렉세이 코치의 비명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산소 호흡기를 달고서 응급실로 실려 가고 있는 현성은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듯 그의 두 손은 죽은 사람처럼 멈춰 있었고, 몸엔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런 그를 보는 알렉세이 코치의 얼굴이 금방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
“헤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병원으로 도착한 데이나 화이트가 알렉세이 코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로써도 막 휴식을 취하다 알렉세이 코치의 연락을 받고 서둘러 달려온 터라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렉세이 코치가 할 말을 잃은 듯 울먹이며 손으로 이마를 꾹 누르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차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데이나 화이트가 병원 관계자를 붙잡고 소리쳤다.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 지금 화재로 사람들이 많이 실려 왔어요! 급합니다!”
그리고 관계자가 서둘러 자리를 뜨자 데이나 화이트가 울먹이는 알렉세이 코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서, 설마!”
알렉세이 코치가 여기에 이리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응급실에 들어가 있는 이가 현성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그 말인 즉 그들의 다음 이벤트에 비상이 걸렸단 것과도 같은 소리였다.
“뎀 잇…….”
달리 부인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 알렉세이 코치의 모습에 데이나가 그게 맞다 확신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 하지 마! 괜찮을 거야! 그 친구 터프하잖아!”
알렉세이 코치를 안심 시키는 데이나의 목소리에 알렉세이 코치가 결국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데이나 화이트의 눈빛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깊은 밤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데이나가 상황을 정확하게 알진 못했지만 그들의 신입 링걸인 제시카의 집에서 불이 났고, 그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단 소식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현성이 왜 의식을 잃었고, 급하게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기다리고 있어. 난 라미레즈를 좀 보고 와야겠어!”
UFC의 대표이다 보니 현성만을 챙길 수는 없었다. 그 말에 알렉세이 코치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현재 현성의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밖에 없었고,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뺨을 두드리며 정신을 차린 알렉세이 코치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그 소식을 김관수 관장과 민욱에게 알리는 동안…….
일반 응급실로 실려온 제시카와 제이드를 발견한 데이나 화이트가 ‘지져스!’ 하고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미 먼저 자리에 와 있는 직원에게 물음을 던지자 그들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화재가 있었나 봐요! 그리고 그걸 장이 들어가서 구해낸 거고!”
“오 마이 갓…….”
화재가 발생한 집의 사망자 1인을 제외하고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증상은 현성과 제시카, 제이드가 가장 심했다.
아무래도 내부에 오래 있은 만큼 정도가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황스러운 상황에선 최대한 빨리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 일이었던 터라 두 사람 모두 대처 미비로 인해서 유독 가스를 많이 마신 모양이다.
“그럼 장은 같이 있었던 거야?”
제시카와 현성의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만 혹시 그런 건 아니었을까? 그 물음에 목격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태를 파악한 직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걸 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대요!”
“……아.”
그 말에 데이나 화이트가 안타까운 얼굴로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설마 하니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건 무척이나 용감한 선택이었지만 그렇게 영리하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가슴 아픈 일이기도 했다. 결코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선택을 해낸 위대한 사람! 비즈니스 이 전에 그것은 남자로써 꼭 살려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되었던지 데이나 화이트가 한숨을 내쉬며 소리쳤다.
“어떻게 해서든 장과 라미레즈, 그리고 이 아이까지 모두 무사하도록 만들어야 해! 어떻게 해서든!”
단순히 그와 그녀가 유망주이며,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재원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성이 보여준 행동은 이익에 있어선 어리석다 할 수 있어도 사람의 도리로썬 가장 용감하고 숭고한 선택이었으니까.
세 사람 모두를 살릴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많은 사람을 살려야만 할 일이었다.
“이 쪽은 그래도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하네요!”
유독 가스를 마시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후 구조대원의 응급대처가 빨랐던 탓에 제시카와 제이드의 상태는 보장이 되어 있는 듯 했다. 그 말에 데이나 화이트가 그나마 그건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그러다 그가 ‘이 쪽은……’이라는 말이 거슬렸던지 꾸욱 주먹을 쥐며 물음을 던졌다.
“그럼…… 장은?”
그 말에 직원 대신 간호사들이 장담을 할 수는 없단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중독 상태가 너무 심한데다 몸에 상처들도 많아요. 그래서 보장을 할 수가…….”
“뎀 잇! 반드시 살려내! 절대로 죽게 해선 안 돼!”
설령 그가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생명만큼은 살려내야 했다.
“그리고 빨리 기자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 돼. 언론사에선 어떻게 반응하고 있지?”
“벌써 PBS 같은 경우는 화재에 대해서 속보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장에 대한 자료도 제공해! 최대한 여론에 많이 알려야 해!”
이 일을 비즈니스 적으로 이용하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현성을 위해서도 유효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이슈가 되면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이 아니라 기적적인 부활을 원하게 될 것이고, 더불어 현성도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질 테니까!
데이나 화이트와 알렉세이 코치를 비롯해서 병원의 간호사들과 의사까지! 모두가 분주한 그 시점 이 일은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로 전달 되기 시작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알려질 수 있는 것이 데이나 화이트의 지시에 의해서 언론에 조금 더 스토리가 실려 퍼지게 된 것이다. 셔독을 비롯한 격투 커뮤니티와 언론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며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장면을 촬영했던 이가 유투브에 영상을 올린 것으로 크나 큰 반향이 일어나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라스베가스의 낙후한 건물! 그리고 그 안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 미국 사회의 소외계층이라 할 수 있는 히스패닉 남매를 구출하고 쓰러진 동양인!
“세상에! 어쩜 이럴 수가!”
“대단해! 이 남잔 정말 슈퍼 히어로야!”
격투기 팬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그건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감명을 전해주었던 모양이다. 그 소식이 미국 전역으로 전해지기 시작하자 공영방송 PBS를 비롯해서 네바다 주 지역 방송들과 케이블 방송들의 뉴스까지 그 소식을 속속들이 전하기 시작했다.
“라스베가스 화재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언론을 탔다는 것. 그것은 곧 현성의 일이 그 지인들에게도 알려지기 충분한 일이었단 것과 다름이 없었다.
“네……?”
“지금 빨리 미국 가야 된다, 혜주야! 현성이…… 지금 위태 위태하단다…….”
놀란 혜주를 향해 애가 타는 듯 김관수 관장이 울먹이며 말했다. 장난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진지하고, 그렇다고 사실이라고 믿기엔 당최 믿을 수가 없는 그의 말.
그 말에 혜주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여지껏 잘 길러오던 머리도 가볍게 자르고, 5월 따스한 봄날에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리던 받아들이리라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런데 대관절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아니, 그게 무슨…… 왜 현성이가…….”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 같이 느껴졌다만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이 김관수 관자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도 없고, 도통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 눈물에 혜주가 차마 말도 다 잇지 못하고 멈춰서 버렸다.
정원장과 함께 혜주를 찾아온 김관수 관장이 더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알렉세이 코치 한테 연락이 왔는데 지금 병원에 있단다. 나도 아직 정확한 건 모르겠다만 지금 보통 상황은 아이라 칸다…….”
그 말과 함께 혜주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왜…… 왜 갑자기……?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왜……?”
여전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한창 잘 지내고 있어야만 할 현성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인가? 혹시 거친 사람들 많은 미국인지라 그곳에서 위험한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닐까?
“……불 난데서 사람들 구해주고…… 지금 의식이 없단다…….”
“……네?”
아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현성이지 않은가? 언제나 강인하게 우뚝 서 있던 현성이지 않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들과 싸워도 매번 승리를 거두며 이제야 겨우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 현성이지 않은가?
“혜주야……. 빨리 가자.”
충격적인 소식에 굳어 버린 듯 한 혜주. 그런 그녀를 보며 김관수 관장이 애가 타는 듯 입술을 잘끈 깨물며 말했다.
“이칼 시간이 없다, 혜주야!”
“아……. 아…….”
혹시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김관수 관장이 두 사람의 사이를 안타까워해서 다시 이어주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그와 정숙자 원장 또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잔뜩 일그러져 있는, 충혈된 저 눈동자를 어떻게 장난이라고 생각 할 수 있겠는가?
그 순간 혜주가 정신이 퍼뜩 들었던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집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아영아!”
정말로 현성이 위태롭다면 이럴 시간이 없었다. 그녀가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권리 따윈 없을 지도 몰랐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현성, 그가 의식을 잃었다니? 목숨이 위태롭다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덜덜 손이 떨려 왔다.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는 듯 한 기분과 엄습하는 불안감에 혜주가 서둘러 아영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아영아!”
매번 이 시간에는 거실에 있는 티비 앞에 앉아 어린이 방송을 챙겨 보는 아영인지라 역시나 티비 앞에 자리를 하고 있었다만 아영의 표정 또한 심상치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혜주가 파르르 떨리는 얼구로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니…….”
그 전에 아영이 먼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한 얼굴로 혜주의 이름을 불렀다. 이젠 문자나 통화 말고도 핸드폰을 제법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던지라 그걸 통해서 아영도 무엇인가를 보았던 모양이다.
“언니…… 오빠야 어디 있어……?”
그녀의 물음에 혜주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며 ‘왜……?’ 하고 물음을 던졌다. 이내 아영이 울먹이는 얼굴로 ‘이거 이상하다!’ 하고 혜주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거 이상한 거 있다! 이상하다! 이상한 거다!”
울먹울먹이는 아영의 목소리에 혜주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화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 동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단 소식입니다. 연립 주택가를 태운 화재로 인해서 1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정전으로 인해서 촛불을 켜놓았다가 발생한 화재로 보입니다.
시청자에 의해서 제보된 영상에 의하면 이 화재 현장에서 키가 큰 남성 하나가 제지를 뿌리치고 화재가 일어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젊은 여성과 어린 소년을 구출해낸 듯 밖으로 나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내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고 구급대원들을 통해서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이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은 UFC 소속의 유명 격투기 선수이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장현성’ 선수라고 하는데,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가 구해낸 남녀는 UFC의 새로운 링걸 제시카 라미레즈와 그녀의 남동생 제이드 라미레즈라고 하는데요!
두 사람을 구해낸 장현성 선수는 5월 12일 헤비급 타이틀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관계자 모두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이 젊고 영웅적인 선수가 죽음과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두길 기원합니다. 추가로 상황이 들어오는 대로 보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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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안엔 안 될 것 같네요… 계속 달려나가도 시기는 내일쯤이 될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 까지 함께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