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 회 - 괴물
“슈슉!”
처음엔 그렇게 어색해 하던 것도 이젠 적응이 되었던지 자연스럽게 입으로 소리를 내며 제이드가 미트를 때렸다.
“조금 더 허리를 써서.”
그 모습에 현성이 모션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듯 제이드에게 직접 모션을 선보이며 허리를 조금 더 돌릴 것을 강조하자 제이드가 움찔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슈슉!”
그리고 그가 한결 허리를 사용하여 위력이 가미된 원, 투로 미트를 때리기 시작하자 ‘팡팡!’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좋았던지 제이드도 덩달아 입가에 미소를 씩 그리며 더욱 더 펀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덕킹!”
그리고 현성이 변칙을 주며 천천히 미트를 휘두르자 움찔하고 제이드가 몸을 숙여 펀치를 피했다. 그 후 현성에게 배운대로 바로 원, 투를 뻗는 제이드!
-팡! 팡!
조금의 변칙 이후에 원, 투 까지 무사히 성공하자 이내 그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텐션 업!’ 하고 제이드의 텐션을 끌어 올리자 제이드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트를 때리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 제법 능숙해졌는데?”
페어런츠 데이 이후로 틈틈이 현성이 쉬는 시간 마다 그에게 타격 스킬을 전수 받고 있는지라 비약적으로 실력이 늘어난 제이드의 모습에 용훈이 감탄을 터뜨리자 제이드가 보란 듯이 ‘에잇!’ 하고 펀치를 휘둘렀다. 아직까지 원, 투와 기본 동작만을 배운 터라 다른 건 할 줄 몰랐다만 현성이 지난 시합에서 보여주었던 것들을 해보고 싶었던지 제이드가 순간 체중을 실어 크게 펀치를 휘둘렀다.
마치 현성의 스매쉬 모션과 엇비슷하게 들어간 펀치가 미트에 닿으며 아까보다 훨씬 더 큰 소리를 냈다.
-팡!
“오!”
용훈이 절로 감탄을 할 정도로 소리는 상당했다. 허나 용훈이 감탄하기 무섭게 리듬을 잃고 제이드가 앞으로 벌렁 넘어지고 말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제이드를 붙잡았다.
“그렇게 무리해가 펀치를 휘두르면 절대로 안 된다.”
이내 제이드를 붙잡은 현성이 후후 웃으며 그런 말을 하자 제이드가 배운 것 말고 괜한 것을 했다 싶었던지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 이것만 가르쳐 줘서 그렇잖아!”
괜히 또 창피하고 뻘쭘한 마음에 그리 소리치는 제이드를 보며 현성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딴 거 배우기엔 아직 멀었다.”
그리고 그가 이젠 무척이나 제이드와 친근해진 듯 미트 낀 손으로 제이드의 머리를 헝클자 제이드가 ‘우씨!’ 하고 소리치며 백스탭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가 호기로운 표정으로 파이팅 자세를 취해 보이자 현성이 씩 웃으며 다시 미트를 들어 올렸다.
“내가 금방 다 따라 잡을까봐 그런 거 아니야?”
현성이 이렇게 성심 성의껏 가르친 것도 가르친 것이지만 제이드의 발전 속도는 사실 꽤 놀라울 정도로 빠른 편이었다. 학교 수업엔 도통 관심이 없었고, 전에 보았던 때처럼 아이들과의 싸움은 잣은 편이었다. 그런 탓에 제이드 역시 이 세계에 상당한 소질이 있었던지 금방 그를 따라서 능숙한 파이팅 모션을 취해 보이는 제이드의 모습에 현성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직 한참 멀었는데?”
“쳇! 후! 후!”
이내 제이드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숨을 내뱉으며 빠르게 잽을 두어 번 두드려 보자 현성이 양손에 낀 미트를 번갈아 대어주며 제이드의 잽을 받았다. 팡 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울리는 소리에 힘입어 제이드가 더욱 더 밝아진 얼굴로 펀치를 다시 날릴 준비를 하는 동안…….
“현성아!”
이제 다시 훈련을 재시작해야 한다는 알렉세이 코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제이드가 못내 아쉬운 얼굴로 멈춰 서자 현성이 미트를 벗고 그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갔다 오께.”
그 말에 제이드가 ‘오던지, 말던지!’ 하고 휙 뒤돌아섰다. 많이 좋아졌다 해도 여전히 아직까지는 까칠한 모습 그대로였다.
단지 나아진 게 있다면 커투어 짐 사람들과도 이제 먼저 인사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단 것 쯤.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변화란 건 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시작되어, 아주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그리고 아마 제이드 스스로가 달라졌다 느낄 때는 아주 빨리 달라진 것 같단 생각이 들지도 몰랐다. 그건 불현 듯 ‘아!’ 하고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아무튼 관장님 오기 전에 일단 레슬링 훈련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거야. 그 다음부터는 플랜이 필요하니까.”
바로 어제 UFC의 TV 시리즈가 끝이 난 터라 이제 온 세상의 격투 팬들이 5월 12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5월 12일엔 모든 것이 결판이 날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다시 달려야만 했다.
“밸런스!”
상대인 미구엘 로제스타의 레슬링을 막기 위해선 그 이상의 밸런스 감각이 필요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레슬러 중 한 사람인지라 그는 단순 힘이 아니라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며 테이크 다운을 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지녔기 때문에 그 부분을 분명히 현성이 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오브레임 전에서 현성이 선사했던 깜짝 테이크 다운이나 그라운드 앤 파운드 상황으로 몰고가 커팅을 하는 일은 아무래도 로제스타에겐 어려울 것이 뻔했다.
“후우!”
파트너를 자청한 랜디 커투어가 최대한 낮은 자세로 테이크 다운을 걸어오자 현성이 단단하게 가드를 걸고 그를 뿌리치며 테이크 다운을 가드 해 냈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현성이 헤드기어를 쓰고 있는 커투어를 향해 맹렬한 타격을 내뿜기 시작했다.
-퍼벅!
로제스타의 킥 캐치를 우려한 듯 복싱 위주의 빠른 펀치가 날아들자 커투어가 움찔하며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현성의 사거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좋아, 그리고 다음엔?!”
알렉세이 코치의 지도에 힘입어 현성이 그 다음은 지체 없이 로제스타를 무너뜨리기 위한 펀치 러쉬를 감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원투 이후 바로 전진 스탭! 바로 견제를 위해 날린 보너의 펀치를 스무스한 사이드 스탭으로 피해내고는 현성이 강렬한 바디 샷을 커투어의 보호대 위로 찔러 넣었다.
-퍼억!
그 소리와 함께 움찔 하고 커투어의 얼굴이 흔들렸다. 허나 정식 타격이라면 데미지가 들어갔겠지만 보호대 위인지라 그리 큰 타격은 없다!
이내 커투어가 다시 저돌적으로 자세를 낮춰 현성을 향해 태클을 시도 해왔다. 비단 레슬링 기술만이라면 커투어도 로제스타에 밀리진 않을 것이다. 비록 은퇴를 했고, 나이가 들었다지만 체격 조건은 로제스타보다 우위에 있었던 만큼 커투어가 재빨리 현성의 허리를 붙잡고 그를 넘기려 하자 현성이 몸을 뒤로 빼고 밸런스를 맞춰 테이크 다운을 버텨냈다.
“흡!”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커투어가 기합과 함께 힘으로 그를 넘기려는 듯 기합과 함께 힘을 가하자 현성이 움찔하며 마찬가지로 힘을 주어 버텨냈다. 그러나 그가 힘을 주기 무섭게 어느 샌가 커투어가 힘을 가하던 방향을 뒤집어 버리자 현성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현성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야 마는 커투어!
-콰당!
바닥으로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에 어느 샌가 옥타곤 밖에서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던 제이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빨리 일어나!”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모두 이 시합에 대한 예측은 비슷했다.
‘넘어지면 현성이 지고, 넘어지지 않는다면 현성이 승리한다!’
사실 그 이상의 예측은 해놓을 수가 없었다. 다만 스탠딩에서는 현성이 우위를, 그라운드에서는 로제스타가 우위를 가진다는 것밖엔!
그것을 알기에 알렉세이 코치가 엄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현성이 넘어짐과 함께 반사적으로 스윕해 몸을 뒤집어 보였다. 그 동물적 감각에 커투어가 순간 감탄을 터뜨린 동안 바로 몸을 뒤집어 탑을 차지한 현성이 빠르게 그에게서 떨어져 나와 다시 스탠딩 상황으로 접어 들었다.
“후우, 후우…….”
“아마도 로제스타는 이런 식으로 테이크 다운을 구사 할 거야.”
랜디 커투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야기를 하자 현성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노쇠한 커투어보다 로제스타의 테이크 다운은 더 정교하고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렇게 넘어간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 현성이 눈에서 빛을 내며 ‘원 모어 타임, 플리즈!’ 하고 커투어를 바라보았다.
그 의지에 커투어도 그게 정말로 선수의 자세라 생각한 듯 씩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하지 말게!”
그렇게 현성과 커투어가 약 40여분이나 테이크 다운 가드 훈련을 진행하고 나자 어느 샌가 두 사람의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버렸다.
“휴식!”
아무래도 현성보단 나이가 있는 커투어가 힘이 들어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듯 웃으며 손을 흔들자 그제야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헤드기어와 보호대를 벗어던진 커투어가 개운한 얼굴로 옥타곤 바닥에 드러눕자 현성 역시 노련한 세계레벨의 레슬러에 의해서 바닥을 굴렀던 터라 몸 여기저기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밖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제이드가 이내 눈치를 살피다 옥타곤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현성에게 다시 미트를 내밀었다.
“헤이, 제이드! 현성도 좀 쉬어야지!”
레슬링 공방전 자체가 체력의 소모가 굉장히 심한 터라 커투어가 그리 이야길 하자 제이드가 눈치를 보며 움찔하고 멈춰 섰다.
“개안타.”
그 모습에 현성이 미소와 함께 손으로 미트를 받자 커투어가 역시 젊음은 이길 수 없다는 듯 한숨과 함께 미소 지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걸 계속 하다 보면 힘들지 않아?”
아마 이번에 찾아온 건 미트를 치고 싶어서 아니었는지 현성이 낀 미트를 맨 손으로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제이드가 물음을 던졌다. 이토록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그리고 의지를 보이고 있는 현성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힘들지.”
“그럼 왜 이런 걸 하는 거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그 말에 현성이 처음엔 그러했다 생각하며 옅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힘들어도 좋으니까.”
진심이 묻어난 그의 목소리에 제이드가 뭔진 모르겠지만 이젠 어렴풋이 그 느낌을 알 것도 같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난 아직 잘 모르겠어.”
“……나도 20살 넘어가 알았다.”
현성의 대답에 제이드가 미트 치기도 멈추고 이내 그의 옆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음…….’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처음과 달리 지금은 현성에게 몹시 마음의 문을 연 듯 한 그 모습에 현성이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를 바라보자 제이드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제시카가 어디에 간 줄은 알아?”
“아, 촬영이 있다고 들었어. 저녁 시간엔 돌아올 거야.”
“음…….”
자꾸만 할 말이 있는지 머뭇거리는 제이드의 모습에 현성이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짧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져 한결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자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왜?’ 하고 제이드의 팔을 툭 쳤다.
“……넌 제시카를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제이드가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현성에게 물음을 던졌다.
“응?”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말인지라 현성이 조금 당황한 듯 멈칫하자 제이드가 굉장히 쑥쓰러운 듯 홱 하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니, 제시카는 예쁘니까. 누나라서가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눈을 못 떼잖아!”
어물어물 이야기를 꺼내 놓는 소년의 모습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예쁘지.”
그 말에 제이드가 힐끔 현성을 돌아보았다. 그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현성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가 하고 제이드를 바라보자 제이드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어떤……?”
“나 말고 내가 다른 사람 생각하면 다 가르쳐 준다고 한 거.”
어물어물하면서도 용케 할 말을 다하는 그의 말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이드가 차마 그걸 입으로 꺼내진 못하겠다는 듯 힐끔 현성을 바라보았다.
아마…… 제시카를 생각하고 있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눈빛에 현성이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 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제시카는 너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아. 너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좋아해. 예전에 남자친구도 있었던 적도 있지만 그때랑은…… 확실히 달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이제 리스닝은 웬만큼 되는지라 못 알아들을 리 없다만 현성이 대답하지 않고 조금 난처한 미소만 짓고 있자 제이드가 다시 퉁명스런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소년은 자신의 누이 제시카와 현성이 잘 되길 바라고 있는 모양이다.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제이드가 제시카 이외의 사람을 이렇게 가까이 두고 있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다 알아 듣고 있다.”
현성의 대답에 제이드가 다시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묘한 기대가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그 기대감 담긴 눈빛에 현성이 정말로 어려운 선택지가 주어져 버렸단 생각이 들었던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 왜 웃어!”
당황한 제이드의 목소리에 그가 그런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고맙다.”
“뭘……?”
“맘 열어 줘서.”
그리고 현성이 아무런 말없이 제이드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제이드가 슥 고개를 돌렸다. ‘애 취급 하긴…….’ 하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전처럼 도망을 치거나 결코 벗어나진 않았다. 그건 전혀 다른 용모를 가진 두 사람이었으나 형제처럼, 혹은 아버지와 아들처럼 다정해 보이는 그 모습이기도 했다.
“……그 전엔 아무도 안 왔으니까…….”
현성의 그 말에 제이드가 그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한 마디를 붙였다. 그게 어떤 말인지는 현성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걸 알기 때문에 그를 뿌리치고 도망쳤던 제이드를 포기 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다가섰던 것이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 소년의 목소리에 현성이 격투기와는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좀만 더 지나면 니도 먼저 다가갈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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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에게…
브라더 인 라스베가스
여러분, 단식을 하면 현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홍보 아입니다. 히힝…)
여러분, 우리 현명해집시다!
욕구를 내려 놓고 이성과 합리로 살아갑시다!
단식을 하면…
단지 서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