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270화 (270/281)

- 270 회 - 괴물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좀 더 근사한 보너스 선물을 주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면허가 없단 소리를 들어서 말이야.”

이미 미구엘 로제스타와의 시합이 확정된 지금!

UFC 측에서는 현성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무척이나 직접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런 것이 현성이 지난해 K-1과 계약을 맺었지만 이제 2년 뒤엔 프리가 될 테니까!

아무렴 협동 공조 체계라지만 기본적으로 선수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는 비즈니스 상 중요한 문제였다.

“얘길 들어보니 굉장히 안 좋은 집을 구했다던데 대체 왜 그런 거야? 우리에게 얘길 했다면 충분히 시합 일까지 호텔을 제공해줄 수 있었을 텐 데 말이야!”

그러다 보니 데이나 화이트와 로렌조 퍼티타 모두 현성을 잡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헤비급 디비전뿐 아니라 격투계 전반에 혁명을 일으킨 남자! 그러다 보니 그를 잡기 위한 접촉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데이나가 현성의 전속 통역사로 한국인 유학생을 고용하기 까지 했겠는가?

“왜 집을 라스베가스 중심부가 아니라 동쪽에, 안 좋은 곳에 구했는지 물어 보시네요.”

현성의 팬을 자처하고 있는 고로 유학생이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전달해주자 현성이 오랜만에 미국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사라짐을 느끼곤 머리를 긁적였다.

“그냥…… 원래 살던 데랑 그런 데가 더 비슷해가 익숙하고 편하다고 좀 전해주시겠습니꺼?”

원한다면 과거 앤더슨 실바나 반달레이 실바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벤틀리 같은 고급 차종도 보너스 개념으로 선물을 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현성은 면허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현성이 자신의 돈으로 싼 값의 집을 구하자 거기에서 도움을 주려 했던 모양이다.

“오! 그렇군! 그래도 그 곳은 위험하단 곳이야. 혹시 제시카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파티 때도 단 둘이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금방 데이나 화이트와 로렌조 퍼티타가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그 말에 유학생이 이거 참 궁금한 일이다 싶었던지 미소와 함께 현성에게 그 말을 전해주자 현성이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기실 현성이 마음만 먹는다면 라스베가스 중심에 있는 호텔에 숙소를 잡고 생활 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UFC의 파이트머니 뿐 아니라 PPV 수익과 KO 오브 나이트 보너스까지! 현성이 라스베가스 데뷔전을 치르고 받은 수익은 단 한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10만 달러를 훌쩍 넘겼다. 지난해 12월 11일에 우승을 거둔 월드 그랑프리의 수익과 이를 합친다면 단 두 경기만으로 5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게다가 이전에 받은 K-1의 계약금도 있었고,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를 지원하는 스폰서도 있으니까!

“그냥…… 그런 건 아이고.”

현성이 그쪽으로 터전을 잡은 것은 전적으로 제이드를 위한 선택이었다.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었심다.”

그가 미국으로 와서 제이드란 인연을 만나게 된 건 사실 우연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영을 만났던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은 필연적인 흐름을 타고 있을 지도 몰랐으니까. 담담한 얼굴로 그리 이야기 하는 것을 통역사가 전달해주자 데이나와 로렌조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들은 그것이 제이드가 아니라 제시카와 관련된 일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아낌없이 이야기 해! 뭐든 다 들어 줄 테니까! 뭐, 남자 취향만 아니라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데이나가 이야기를 꺼내자 통역을 맡은 유학생 용훈이 후후 웃으며 현성에게 그 말을 전해줬다. 현성이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흔들자 데이나가 짝 하고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로제스타와의 시합도 이제 준비를 해야겠지? 멋진 모습 다시 보여 달라고!”

그러자 그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커투어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나에게 먼저 악수를 건넸다. 데이나와 퍼티타가 직접 커투어 짐으로 현성을 찾아온 일이었기 때문에 커투어 짐의 수장인 커투어 역시 동참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했던 커투어와 UFC였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만큼 결국 그렇게 틀어지기만 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그럼 곧 있을 공식 인터뷰에서 보자구.”

커투어와 악수를 마친 데이나가 씩 웃으며 현성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곤 로렌조 퍼티타와 함께 자리를 나섰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 현성이 비즈니스란 건 또 색다른 의미로 어렵단 생각이 들었던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힘드셨나봐요.”

유학생 용훈이 그 모습이 신기한 듯 이야기 하자 현성이 ‘아…….’ 하고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 이런 거는 거의 관장님이나 민욱이가 해가지고예…….”

링이나 케이지 안에선 주어진 임무를 100% 이상으로 수행해내는 강철 같은 남자였지만 그 외의 장면에선 여전히 어리숙한 구석이 많았다.

“수고 했어. 이따 준비 하도록 하지?”

그 모습에 커투어가 후후 웃으며 현성의 등을 두드리자 현성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꾸벅 고개 숙여 인사 했다. 그리고는 이제 남은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 다시 그가 걸음을 옮기자 통역으로 고용된 만큼 행동을 함께 하는 용훈이 현성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그러면 남은 건 계속 로제스타와의 타이틀 전 준비에?”

“아, 예. 관장님 오실 때 까지는 여서 계속 준비를 해야죠.”

이젠 어른이 되었다 생각했건만 또 이런 일이 있다 보니 그렇게 많이 자란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지 현성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용훈이 참 대단하게 보이다가도 이럴 땐 22살 어린 나이가 맞단 생각이 들었던지 후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화이팅입니다! 응원 할 게요! 그럼 전 같이 운동하고 가도 되나요?”

“아, 예! 아무래도 이런 거 있을 때는 제가 연락을 드리겠심다. 계속 붙잡아 두면 공부 하셔야 하는데…….”

“아, 아닙니다! 저 정 말 현성 선수 팬이라서! 어제 카페랑 셔독, 정키, 위클리 포럼 전부 다 자랑하고 왔어요! 진짜 이건 무보수로 하라 해도 할 겁니다!”

고된 외국 생활 중 이렇게 대단한 동향 사람을 만난 게 자랑스럽다 용훈이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사이…….

“현성!”

밖에서 운동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던지 오늘도 어김 없이 타이트한 트레이닝 복 차림의 제시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곁에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의 제이드가 삐딱한 얼굴로 몸을 돌린 채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아…….”

여전히 밝고 자신감 넘치는 제시카의 모습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에 용훈이 ‘와!’ 하고 감탄을 터뜨리자 제시카가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 한국어 할 줄 아세요?”

“조금!”

너무 밝고 싹싹한 음성으로 제시카가 인사를 건네자 놀란 용훈이 반문을 던질 정도였다. 그 말에 제시카가 후후 웃으며 그리 대답하자 제이드가 삐딱한 얼굴로 투덜거리며 말했다.

“하나도 못 하면서…….”

“제이드!”

찌릿 하고 제시카가 눈치를 주자 제이드가 ‘쳇!’ 하고 투덜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현성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용훈이 데이나의 이야기도 그렇게 지금 현재 현성에게 몹시 관심을 보이는 제시카의 모습에 이상한 기류를 포착한 듯 씩 웃음 지어 보였다.

“혹시 정말……?”

“아, 아입니다!”

그 말에 현성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제시카가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쳇!”

그 모습에 자꾸 맘에 들지 않았던지 제이드가 토라진 듯 홱 뒤돌아서서 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아무래도 제시카가 현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제이드가 느낀 모양인지 탐탁찮아 하는 모습에 현성이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샘이 나서 그러는 거에요.”

언제까지 제이드를 자신의 치마 폭에 감쌀 순 없었다 생각한 모양인지 제시카가 다소 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생동감 넘치는 미소를 짓곤 자신이 가보겠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용훈이 넋을 잃은 듯 입을 떡 벌리고 말했다.

“제시카…… 정말 예쁘네요! 링걸 할 때도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예……. 예쁘죠, 진짜.”

그 말에 현성이 그건 확실히 동감한다는 듯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용훈이 흐음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저기 전에 여자친구분이랑 헤어지시고 아직……?”

한국 격투기 팬이라면 그 일을 모를 리 있을까? 그의 물음에 현성이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 여기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 일도 없었을 텐 데. 그게 못내 아쉬웠던지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기엔 정말 제시카 괜찮은 거 같은데 어때요……? 예쁘기도 하고, 정말 한국에선 나올 수가 없는 사이즈인데…….”

27살 유학생 용훈이 얼굴도 얼굴이지만 제시카의 가치는 자연산 더블 D컵의 바스트에서 나온다는 듯 엄지를 치켜들었다. 다소 민망했던지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에 용훈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수덕한 것이 동네 동생처럼 마음이 가던지 허헛 웃음을 터뜨렸다.

“참, 일본에 있는 사키도 스캔들이 있었잖아요……? 혹시 그쪽에 맘이……?”

그러다 그가 팬이다 보니 궁금한 게 많다는 듯 그리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우선은 헤비급 타이틀 전…… 그것만 생각 할라고예.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심다.”

지금으로썬 그로써도 대답을 하기가 힘이 든 게 사실이었다. 마음이란 건 답을 정하고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현성이 그 생각이 아니라 지금은 현존하는 최강의 상대 미구엘 로제스타를 상대로 싸워야만 한다 마음을 정리한 듯 다시 흔들림 없는 차분한 눈빛을 해보였다.

“와…….”

그건 용훈이 감탄을 터뜨릴 정도로 빠른 전환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줍음 많은 20대 청년이었을 뿐이지만 헤비급 타이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빛이 돌변 했으니!

이젠 다른 대화보다 다시 훈련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듯 현성이 걸음을 옮겼다. NACC를 2회나 제패한 초특급 레슬러인 로제스타를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그의 하체와 코어 근력을 최대한으로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데드리프트를 위해서 현성이 300킬로그램에 맞춰진 역기 앞에 서자 용훈이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그걸로 훈련을 하는 거에요……?”

놀란 그의 물음에 현성이 익숙한 일이라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사이 현성과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는 조니 헨드릭스가 휴식 시간인지 땀에 젖은 얼굴로 다가와 ‘헤이!’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 모습에 현성이 미소 짓는 동안 모두들 하고 있던 훈련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전부터 저 거대한 역기를 대체 누가 사용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몇 번이나 반복 할 거야?”

조니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물음을 던졌다. 그 모습에 현성이 300킬로 데드리프트는 아무리 그라도 많은 횟수를 할 수는 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2를 그려 보았다.

“와우!”

그 모습에 3월에 있을 넘버 시리즈에 참가를 확정한 실바가 대단하다는 듯 현성을 향해 다가섰다. 레전드 반열에 오른 선수가 직접 구경을 하자 용훈이 정말 뿌듯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저기 저 쪽 제시카와 이야길 하다 혼자 머신을 끄적이던 제이드도 어느 샌가 그를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현성이 이미 데이나를 만나기 전부터 몸은 풀어 놓은 터라 크게 어려울 것들은 없다는 듯 숨을 고르며 역기를 잡았다.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로 무거운 쇳덩이들!

한 번을 드는 것만으로도 온 몸의 근육이 번쩍 눈을 뜰 것이다. 곧 현성이 숨을 고르고는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 300Kg의 역기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쇠 봉이 양쪽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휠 정도로 무거운 중량이었으나,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그 중량을 들어 올리는 현성의 모습에 조니와 커투어 짐의 관원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와우!”

반달레이 실바 역시 그 광경에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현성이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2회째 데드리프트를 들어 올렸을 때!

“정말 사람이 아니야!”

오리지날 레슬러들도 감탄을 할 정도의 근력과 피지컬이었다. 피지컬 면에선 감히 이 커투어 짐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정도면 로제스타의 레슬링과 강한 압박에도 힘으론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듯 조니가 ‘정말 잘 했어!’ 하고 박수를 쳤다.

-쿵!

그리고 육중한 역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어마어마한 소리가 울렸다.

“브라보!”

“후우, 후우…….”

아직 여력은 있으나 숨이 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현성이 숨을 고르며 조니와 손뼉을 마주쳤다.

“나도 질 수 없지.”

그와 동시에 자극을 받은 조니가 현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다시 트레이닝을 위해 걸음을 옮기자 현성이 가볍게 몸을 풀며 샌드백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진짜 정말 대단하네요! 와 데드리프트 300킬로!”

그 사이 용훈이 그의 곁에 서서 자신의 운동보다 현성의 운동을 지켜보는 게 더 흥미 있단 듯 다시 말을 걸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글러브를 끼며 말했다.

“아입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샌드백 좀 잡아 주실래에……?”

알렉세이 코치가 해줘야 할 일이라만 그도 훈련이 본격화되기 전까진 개인 사정을 돌아보기로 했다. 일리노이 주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지라 달리 현성의 훈련을 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

그의 부탁에 용훈이 영광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서 샌드백을 붙잡았다.

“간접적으로나마 K-1 챔피언 주먹을 받네요!”

그 말에 현성이 옅은 웃음과 함께 그리 대단하진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퍽!

그리고 그가 가볍게 샌드백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120킬로그램 육중한 샌드백을 받치고 있던 용훈이 새삼스럽게 그 위력에 몸이 움찔움찔 흔들림을 느끼며 ‘와!’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퍼벅!

오브레임전과 달리 로제스타와의 일전은 ‘한 방’ 싸움을 노리고 있는지 잽보다 정교한 스트레이트와 훅이 가미된 오버 핸드 스타일의 펀치가 샌드백을 출렁이게 만들기 시작했다.

“윽!”

그걸 잡아주는 것도 일이었는지 용훈이 펀치가 닿을 때 마다 밀려나는 샌드백을 몸으로 밀어 붙이며 이를 악 깨물었다.

-퍼벅! 퍽!

펀치를 연이어 이렇게 날리다 보면 숨을 쉴 타이밍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샌드백을 치는 현성의 리듬은 타이트 했다. 그러다 보니 샌드백 잡아주는 게 힘이 든 듯 그가 어느 샌가 땀이 맺힌 이마로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세게!”

그리고 현성이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듯이 그 이야기를 꺼내자 움찔하며 용훈이 온 몸에 힘을 줬다.

-퍼억!

“와!”

감탄이 절로 날 정도로 어마한 펀치가 샌드백에 날아들었고, 그 소리가 커투어 짐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샌드백 뒤의 용훈이 그 충격이 손바닥으로 전해져 왔는지 ‘씁!’ 하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자 현성이 옅은 웃음을 띤 채 물음을 던졌다.

“괜찮으십니꺼?”

그 물음에 용훈이 ‘아, 예!’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비볐다. 샌드백 너머로도 이런 충격이 전해지는데 보통 사람은 저 주먹에 맞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도 이런 걸 배우고 싶다고.”

그러는 동안 그들에게 들려온 소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현성이 ‘아…….’ 하고 고개 돌리자 뚱한 얼굴의 제이드가 후드를 푹 눌러쓴 채 괜히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며 서있었다.

“이런 걸 배우고 싶다는데요?”

용훈의 말에 제이드가 힐끔 그를 바라보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 하다 주변을 살폈다. 저 쪽에서 아리아니와 함께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제시카의 모습에 그가 지금이 기회라는 듯 용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페어런츠 데이에 올 건지 물어봐줘.”

퉁명스런 소년의 말에 용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현성에게 말을 전해줬다.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오브레임 전 이후론 현성에게 막 말 하는 경향이 없어진 제이드가 조금 자존심이 상한단 얼굴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난 그 날 가지 않을 테니까!”

그 말에 용훈이 아마 자신이 모르는 사정이 있다 생각했던지 힐끔 현성을 바라보며 제이드의 말을 전해 주었다. 그 말에 현성이 끼고 있던 글러브를 벗고 제이드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로 와봐라.”

그리고 그가 제이드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손짓하자 제이드가 움찔하고 멈춰 섰다.

“……왜……?”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제이드의 모습에 현성이 때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듯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한 번 손 짓 했다. 겉으론 툴툴 대는 제이드였지만 사실 현성을 마음 한 켠으론 좋아하고 있는지라 그가 후드를 쓴 삐딱한 모양세로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아리아니와 함께 운동에 집중하고 있던 제시카도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잠깐 운동을 멈춘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도 니랑 똑같았다.”

그리고 현성이 통역 용훈이 있어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듯 제이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 말에 제이드가 괜시리 어색한 기분이 들었던지 대답 대신 퉁명스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곤 다시 발로 바닥을 툭툭 쳤다.

“그 때가…… 미술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사실 나는 얘기도 안 했었다. 학교 안 갈 수는 없었으니까. 다른 아들도 부모님 안 오는 아들도 많았고. 다들 내 사정은 다 알고 있었으니까. 와도 진짜 엄마, 아빠 아닌 거 아니까.”

그 말에 용훈이 ‘아…….’ 하고 가슴이 아픈 듯 한숨과 함께 현성의 말을 제이드에게 전해줬다. 그의 말에 제이드가 이런 이야기를 공유 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나 그밖에 없다는 듯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안 가겠단 거잖아.”

언제나 그런 날이 다가 오면 죄인이 되고 마는 것이 그들이었니까. 그 말에 현성이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라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제이드의 어깨를 다독였다.

“나는 고모 집에 얹혀살았으니까 준비물도 못 챙겨 갔고…… 그냥 그래 있었다. 다른 아들 부모님들 다 와 있는데 내만 준비물이 없으니까 선생님이 현성이 앞으로 나온나 카데. 혼나는 갑다 싶어가 앞에 나갔더니 이제부터 현성이를 그려라 그카드라. 선생님이.”

“……무슨 선생이…….”

그 말에 울컥한 듯 용훈이 말을 전해주다 말고 이야기를 꺼내자 제이드가 뭔가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젠 그런 것들 모두 다 지난 일이며,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듯 현성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곧 용훈이 한숨을 내쉬며 그 이야기를 전해주자 제이드가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에겐 그런 상처가 없지만 현성의 얼굴엔 언제나 화상이 있었다. 그게 어떤 의미이니지 제이드가 모를 리 없었다. 그건 단순한 상처를 넘어서서 두 사람에겐 심장을 도려낼 정도로 치명적인 고통이었으니까.

“아…….”

그 말에 제이드도 할 말을 잃은 듯 울먹이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현성이 이젠 괜찮다 옅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가 말을 이었다.

“근데…… 그날 우에 알았는지 고모가 왔드라. 일도 빠지고 화장도 하고. 근데 그런 걸 보니까…… 참 뭐라 얘길 못 하겠드라. 캐가 처음으로 그 때 혼나고 울었다. 아무리 많이 맞아도 운 적은 없었는데…… 그땐 정말 너무 많이 아프데.”

지금은 엄연히 세계 최고 레벨의 격투기 선수로 성장했지만 그의 가려져 있던 유년기를 전해들은 용훈이 저도 모르게 눈가가 뜨뜻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제이드에게 이야기를 전해줬다.

“왜 쓸 데 없이…….”

그가 느꼈을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알겠다는 듯 결국 12살 소년이 눈가를 훔치자 현성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카고 집에 가는데 고모한테 많이 혼 났었다……. 원래 그날도 그냥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돈까스라고 내 진짜 좋아하던 거 있거든. 고모가 그것도 그 날은 사줬었다. 그 카고 빨리 가자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갔는데 가면서 카드라. 왜 그런 얘길 안 해가 창피하게 그런 꼴 당하냐고……. 예전에는 그게 그냥 내 싫어서 카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고모가 그때 한 번 더 뒤를 안 돌아 봤었거든. 고모도 울었던 것 같드라.”

시간이 지나고 많은 것들이 달라져서, 조금 더 어른이 되었을 때. 당시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볼 수가 있었다. 한 땐 정말 원망도 많이 했었지만 그것들 모두가 부질 없는 것들이었단 것을. 어쩜 조금 더 마음 열고 현성이 먼저 다가갔다면 그러진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그 말에 제이드가 무어라 할 말을 잃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내 마음만 생각 하는 게 아이라 너거 누나 마음도 조금만 헤아려 줘라.”

고개 숙인 제이드에게 현성이 시간이 지나서 늦어버린 후회는 돌이킬 수가 없다는 듯 그의 어깨를 다시 한 번 다독였다.

“아…… 진짜 이건 정말 인간 승리네요…….”

용훈도 감동을 받은 듯 그가 제이드의 후드를 쓰다듬으며 그 말을 전해주자 제이드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제이드를 보며 현성이 다시 한 번 미소 지었다. 정말로 그가 제이드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이 세상이 혼자서 살아가는 곳이 아니란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제이드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깨닫게 된다면 제시카를 비롯한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제이드가 가장……!

“니가 니만 생각하는 게 아이라 다른 사람도 생각 할 수 있게 되면 그때 다 가르쳐 주께. 내 아는 거는 전부 다.”

============================ 작품 후기 ============================

영웅 - 샐러맨더의 비밀

효도르, 김보성 투톱의 의리의리한 영화.

롯거 하우어와 마이클 매드슨은 대체 왜 이 영화에 나온 것일까요…?

헤어지고 싶은 분은 연인과 함께!

와이프와 싸우고 싶으신 남편분도 함께!

교우 관계를 악화 시키고 싶은 분도 함께!

의리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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