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265화 (265/281)

- 265 회 - 괴물

UFC가 일본 격투 무대와 차별화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 그건 ‘룰’ 부분이었다. 최초의 완전 무규칙 격투기와 달리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시스템과 체계를 이뤄냈지만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그걸 바로 ‘엘보’의 존재였을 것이다.

“장현성! 그라운드 상황으로 오브레임을 이끕니다!”

“너무 섣부른 결정은 아닐런지!”

현성이 오브레임을 테이크 다운 하자 비어 있는 그의 안면에 선사한 것은 데뷔 3년차까지 단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던 미지의 영역이었다!

-퍼억!

긴 팔 덕분일까? 유난히 뾰족 하고 날카로운 현성의 엘보가 수평으로 오브레임의 이마를 가격하자 생각 이상으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UFC 규정상 그라운드 상황 이외의 엘보 공격이나, 엘보 공격 또한 수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반칙이지만 그라운드 상황에서, 팔꿈치가 수평으로 엘보를 선사할 경우는 룰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 프라이드에서 사커킥과 4점 포지션 니킥이 허용되었던 것과 달리 UFC는 이러한 엘보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고, 지금은 UFC의 격투계 천하통일이 이뤄지며 거의 대부분의 케이지에서 엘보를 허용하는 추세로 변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위력은……!

“오 마이갓!”

“오오오오오!”

“맙소사! 엘보! 강력한 엘보 파운딩이 들어 갔습니다!”

“와, 그걸 노린 거에요! 처음으로 시도 하는 엘보 파운딩! 강력합니다! 장현성!”

중계진과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홀 관중들 모두가 놀라 버릴 정도였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단단한 부위가 팔꿈치! 그리고 반면 가장 여린 신체 분위가 있다면 바로 안면의 피부일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부딪치게 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출혈이에요! 오브레임이 출혈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엘보로 알리스타 오브레임의 이마를 찢어 버렸습니다!

오브레임이 러버 가드를 걸고 그라운드에서 완벽한 대처에 들어가기도 전에 터진 엘보 파운딩은 그대로 그의 이마를 찢어 버렸다. 그건 생각 이상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타격이었다.

김관수 관장이 외친 ‘커트’라는 것이 이런 의미였을까? 오브레임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스쳤다.

‘제길!’

초반부터 이런 출혈이 생긴다면 확실히 경기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피가 흐르진 않았지만……!

-퍼억!

현성이 그걸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엘보 커팅 이후 상체를 밀착하며 포지션 전환을 노리는 오브레임이었지만 체급 차이만큼이나 힘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엘보를 날렸던 팔로 현성이 오브레임을 밀어내고 다시 거리가 생기자 그의 안면에 다시 한 번 현성의 펀치가 날아들었다. 빠르고 정교한, 무섭도록 냉정한 펀치였으나 위력만큼은 상상을 초월했다.

“큭!”

“파운딩! 이번엔 파운딩입니다!”

“쇼트로 끊어 치는 파운딩! 그 거리에서도 단연 위력적입니다!”

오브레임의 일그러진 얼굴과 중계진의 감탄! 그 장면에 사람들이 ‘오오오오오오!’ 하고 몰입한 듯 소리를 내 질렀다. 그리고 그 함성은 항상 현성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퍼억!

130킬로 거구 오브레임을 누르며 다시 한 번 더 쇼트로 끊어친 현성의 펀치가 오브레임의 안면을 흔들었다! 양 손으로 그를 밀어 내며 저항하는 오브레임이었으나 30킬로나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퍼억!

오히려 그 순간 마다 내리 꽂히는 매서운 파운딩에 오브레임이 힘을 줄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점차 그의 출혈이 번지기 시작하며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시점!

엘보 커팅이 오브레임의 출혈을 만들었고, 적재적소에 가해지는 ‘타이밍 커트’가 점차 오브레임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허를 찌른 테이크 다운 이후 무섭도록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데이나 화이트가 ‘맙소사……!’ 하고 입을 떡 벌릴 지경이었다.

-퍼억!

그 사이에도 현성의 파운딩은 멈출 줄은 몰랐다! 러버 가드로 최대한 현성과 멀어지고 그의 손을 캐치해 파운딩을 가드하려는 오브레임이었지만 압박의 무게감이 달랐다. 게다가 그런 순간 순간 마다 오싹하게 빛나는 까만색 눈동자! 그 담담한 눈이 칼날처럼 매섭게 그를 노려보며 비어 있는 틈으로 파운딩을 꽂아 넣는 건 공포에 가까웠다!

-퍼억!

“큭!”

육체의 강함에 비해서 멘탈이 약한 오브레임을 향해 심리적으로도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훨씬 더 작은 현성이 거대한 오브레임을 압박하기 시작하자 관중들 중 일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링네임’을 소리치기 시작했다.

“카이부쯔! 카이부쯔!”

그 열화와 같은 함성 속에서 제이드와 제시카 또한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두달 간 함께 생활 해왔던 현성이 이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일 줄이야! 그 덩치 크고 친절한 동양인의 진면모가 옥타곤에 발휘되는 바로 그 순간 제이드도 참지 못하고 ‘카이부쯔!’ 하고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그리고 때마치!

-퍼억!

순간적으로 상체를 흔들어 페인트 모션을 주었던 현성이 엄청난 엘보로 다시 한 번 오브레임의 안면을 가격했다. 그와 함께 피가 번지기 시작했던 오브레임의 얼굴에서 옥타곤 바닥으로 피가 튀어 올랐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장면에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는 동안 현성이 다시 한 번 주먹을 들었다. 비어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매섭게 그가 펀치를 날리려던 순간 순간적으로 오브레임이 가드를 풀고 킥으로 현성을 밀어냈다. 아무리 그가 그라운드에서 우위를 보여도 이 정도 출혈을 가지고 우위를 이끌어 가기란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테니!

오브레임의 발에 현성의 몸이 순간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것은 두 걸음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던가? 밀려 나기가 무섭게!

“와우! 지져스!”

“와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더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홀의 관중들이 어마어마한 함성을 내질렀다. K-1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 출신의 동양인은 그들이 생각한 이상으로 터프가이였다.

-퍼억!

설마 밀어낸 오브레임을 향해 다시 한 번 뛰어 들며 날아들 듯이 플라잉 파운딩을 꽂아 넣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것은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 에밀리아넨코 효도를 보는 듯 했다.

아니,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현 언디스퓨디드 챔피언 미구엘 로제스타의 저돌성과도 닮아 있었다!

“날아듭니다! 장현성! 장현서엉!”

비명 같은 MC 용준의 외침과 함께 오브레임이 크게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흘러내린 피 떄문에 숨을 쉬는 것도 조금씩 곤란해진 듯 후 후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가 다시 달려든 현성을 밀어내고 스윕 동작을 시도했지만!

“포지셔닝! 제대로 자세를 잡습니다, 장현성!”

“코어 밸런스가 한국 최고에요! 태릉에도 장현성 선수만큼 코어 밸런스가 좋은 선수가 없습니다! 너무 안정적이에요!”

99킬로의 내츄럴 헤비급은 다른 그 어떤 곳보다도 강인한 중심을 가지고 있었다.

유연하고 튼튼한 코어 근육으로 밸런스를 잡으며 오브레임의 스윕에 저항한 현성이 이내 그 틈을 노리고 다시 한 번 오브레임의 안면에 파운딩을 꽂아 넣었다.

-퍼억!

이제 번지던 피는 상처 부위가 더 찢어져 피 때문에 주먹이 달라 붙는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와아아아아아! 세상에! 예상했던 양상과 전혀 다릅니다! 이럴 수가!”

“그렇습니다! 기대했던 호쾌한 타격전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으로 오브레임을 몰아 붙일 줄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이건 마치…… 미구엘 로제스타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스탠딩 공방전보다도 더 미국 사람들의 취향에 부합되는 것! 바로 그라운드앤 파운드! 그 장면에 사람들의 열광이 극에 달한 것에 비해서 데이나 화이트의 표정은 그렇게 탐탁치 않았다.

예상대로 현성이 선전을 해주는 것은 무리가 없으나 이 정도로 그가 레슬링과 그라운드에서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곤 도통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현재 난공불략이라 불리고 있는 미구엘 로제스타가 동방의 최종병기, 오리엔탈 몬스터라 불리는 저 선수에게 패배를 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그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퍼억!

하지만!

“오우 쉿!”

그렇다 해도 그건 데이나 화이트가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 선수상이었다. 전사의 심장이라 불리는 미구엘 로제스타와 마찬가지로 현성은 두려움이 없었다. 두려움 없이 뛰어 들고, 공격하고 또 공격한다!

어떤 의미론 미구엘 로제스타보다도 더 공격적인……!

두 사람의 시합을 생각한 순간 데이나 화이트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던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이대로 일면만 보여주고 끝이 나선 안 된다! 그는 조금 더 많은 것을 보여 줘야 한다!

“헤이, 딘!”

아무래도 오브레임의 출혈이 지나치게 많아진 이 상황을 이용한다면……! 그의 영악한 외침에 허브 딘이 집중하고 있다가 힐끔 데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곧 오브레임이 현성의 온 몸을 붙잡고 파운딩을 방지하고 있는 상황을 잠깐 지켜보다 데이나의 지시를 떠올리며 ‘브레이크’를 선언했다.

“아! 허브 딘! 잠깐 경기를 중단 합니다! TKO 선언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오브레임의 출혈이 너무 심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네, 시작부터 당한 엘보에 커팅이 생겼고 지금 이런 교착 상태가 지속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 아쉽네요! 장현성 선수, 확실히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마무리를 지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운 가득한 중계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은연중에 이 시합이 그라운드 상황에서 예상외로 끝이 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허브 딘이 두 사람을 떼어 놓고 닥터를 호출하자 현성이 그의 결정에 반대하거나, 반항하는 기색 없이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김관수 관장과 민욱, 알렉세이 코치가 있는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아! 젠장! 뭐야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는데?!”

그 결정에 민욱이 툴툴거리지만 김관수 관장이나 현성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UFC에서 오브레임에 판정이든 무엇이든 편의를 봐줄 것은 고려를 했던 부분이었고, 오히려 지친 숨을 고르며 그 다음 그림을 그리는 듯 했다.

“아마 오브레임이 여기서 경기를 중단할라 카진 않을끼다!”

경기 초반에 터져 나온 출혈일 뿐!

그것으로 인해 오브레임이 패배를 기록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연승으로 인한 상승세에 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마 닥터를 통해 상처를 체킹 받고 컷으로 인상 상처를 커버하고 1라운드를 어떻게든 넘기려 할 것이다!

“예, 관장님!”

지친 숨을 고르며 현성이 등 뒤에서 들려오는 김관수 관장의 목소리에 담담히 대답했다.

“확실하게 스탠딩에서 끝내자! 아마 출혈 때문에 오브레임도 그라운드론 안 올라 칼끼다!”

“예, 관장님!”

분명히 부상을 입은 오브레임은 조급해져 올 것이다! 상대 코너에서 닥터에게 상처 부위를 체크 받고 있는 오브레임은 다소 격앙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그가 이렇게 바닥에 깔려 수모를 당한 것은 미구엘 로제스타 이후로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이런 수모를 당했단 것일 것이고!

“아니! 할 수 있어!”

닥터가 출혈 부위가 너무 크다 판단했던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자 현성의 코너까지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격앙된 모습에 현성이 더욱 더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자세를 낮추었다. 몸의 힘을 빼고 옥타곤의 철조망에 등을 걸친 채 쉬고 있는 그의 모습은 휴식이라기보단…… 다시 시합 재개가 선언되는 순간 금방이라도 오브레임을 향해 달려 나갈 것만 같았다.

그건 꼭 신화 속에 나오는 버서커를 연상케 했다.

블러디 엘보! 말 그대로 붉게 물든 엘보우와 군데군데 묻어 있는 피는 그의 것이 아니라 오브레임의 것이었으니까!

“카이부쯔! 카이부쯔!”

그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물러섬을 모르는, 얼핏 차가워 보이지만 불꽃같은 그의 모습이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홀이 불을 질렀던 모양이다.

어느 샌가 일부 팬들의 함성을 따라서 사람들이 오브레임 대신 현성의 링네임을 부르기 시작하자 오브레임이 더욱 더 초조해진 듯 씩씩 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가득 채웠던 출혈은 거즈로 닦아 냈고, 그 상처 위를 닥터가 잠깐 지혈 처리를 하는 것이 조치를 마쳤다. 그리고 그와 함께 허브 딘이 다시 중앙으로, 현성과 오브레임이 한 번 더 중앙에 서자 사람들이 ‘와아아아아아!’ 하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상상 이상의 장면이 사람들에게 크나 큰 감명을 주었던지 요동치는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홀에서 현성이 다시 한 번 더 오브레임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첫인사는 화끈하게 건넸으니 이젠 마지막 인사를 건넬 차례다.

그 모습에 씩씩 거리며 오브레임이 주먹을 마주쳤다. 스탠딩에선 보통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만 설마 그라운드에서도 이렇게 능숙하게 그를 몰아붙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꾸욱!

그가 주먹을 움켜쥐고 아까처럼 당하지 않겠다 결연한 의지를 내비추는 동안…… 현성 또한 흔들림 없는 매서운 눈으로 오브레임을 마주보며 자세를 잡았다.

곧 다시 한 번 더 허브 딘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합 재개!”

============================ 작품 후기 ============================

블러디 엘보의 오리엔탈 몬스터

커뮤니티의 부작용은 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망하는 곳들을 굉장히 많이 보아 왔거든요. 그래서 원칙에 한해서는 원칙을 고수하는 철권 운영을 할 생각입니다. ㅋㅋ

1.작품 홍보 금지

2.수익 얘기 금지

3.타작품 비방 금지

4.동일 필명 사용

5.30회 이상 연재작가만 가능

6.카페 외부에서 발생한 일, 친목을 이유로 실드 금지

7.무조건 존대사용

잘 지켜질 지, 아니면 이게 자리를 잡을지도 아직 미지수이긴 합니다. 허나 기본적으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모임을 매우 권장 할 것이고, 노블레스 연재 작가의 외로움이나 고충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생각이지 서로의 이익을 위한 규합이나 실드는 자체적으로 지양 할 겁니다.

아마 공식적으로 자리가 잡게 되고, 참여하신 작가분들의 교류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논의를 통해서 현재 유료연재 시장의 획일화된 작품 풍조가 아니라 다양성을 가진 작품들의 추구와 제공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속단은 금물이겠지만!

아무쪼록 장기 연재로 고달프고 외로운 작가들의 친교에 목적을 둔 장소의 제공에만 목적이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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