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256화 (256/281)

- 256 회 - 괴물

“조금 더 압박 해야 돼! 오브레임 자체가 기세를 잡지 못하면 쉽게 무너지는 상대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렉세이 코치가 합류하자마자 다시 시작된 훈련!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훈련을 맡아 진행하게 된 알렉세이 코치였지만 큰 불만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더 열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케이지 안의 현성에게 지시를 내릴 뿐!

그리고 알렉세이 코치에게 최대한 빨리 훈련에 돌입하고 싶다 이야기를 했던만큼 열정적이고, 역동적으로 현성은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파박!

전진형 스탭과 함께 섬광처럼 뻗은 원, 투가 익스트림 커투어 짐에서 타격 코치를 맞고 있는 ‘레이 세포’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헤비급이라 믿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속도와, 219센티의 타고난 리치가 결합된 원 투는 동유럽의 창기병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와우!”

케이지 밖에서 알렉세이 코치와 함께 훈련을 지켜보던 백전노장 랜디 커투어가 감탄을 터뜨릴 정도로 완벽한 전진형 원, 투!

허나 상대는 보호 장비를 착용한, 왕년의 강타자 레이 세포 였다!

“훗!”

다소 주춤하는 감이 있어도 밀리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저돌적으로 그가 다가와 전매특허였던 ‘부메랑 훅’으로 안면 타격을 시도 해왔다!

-후웅!

이내 매서운 훅이 바람을 갈랐다. 그러나 명쾌한 타격음은 들리지 않았고 어느 샌가 거리를 벌이며 자연스럽게 레이 세포의 펀치를 피하곤 프론트 킥을 찔러 넣는 현성!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보호대를 착용한 세포의 복부에 현성의 밀어 차기가 닿았다. 그와 함께 주춤하고 세포가 밀려나자 가벼운 스탭으로 뛰어들며 현성이 스트레이트를 찔러 넣었다!

두 발이 모두 공중에 떠서 체중이 고스란히 실린 펀치는 슈퍼맨을 연상케 했다.

“베리 굿!”

가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헤비급 세포를 밀려나게 만든 펀치! 그 펀치에 랜디 커투어가 미소를 하 가득 머금고는 박수를 짝짝 쳤다.

“타이트!”

그러나 알렉세이 코치는 냉정했다. 그가 얼마나 UFC 타이틀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김관수 관장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현성을 날카롭게 다듬어 줘야된다 생각했던지 압박을 늦추지 말라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참 고맙게도 알렉세이 코치의 요구에 힘입어 현성이 가드한 상태로도 크게 밀린 세포를 향해 섬광 같은 미들 킥을 날렸다.

-퍼억!

다시 한 번 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호 장비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지가 전해지는지 헤드기어를 쓴 세포가 살며시 인상을 구길 정도였다.

“하!”

그러나 마크 헌트와 노가드 난타전을 벌였을 정도로 터프한 남자가 레이 세포가 아니던가! 이내 그가 반격의 펀치를 날려 현성의 안면을 노렸지만 그 순간에도 현성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눈에서 빛을 내고 파고들어가 오른손으로 먼저 세포의 펀치를 커트해내곤 연이어 그의 안면에 레프트 스매쉬를 꽂아 넣었다.

-퍼억!

“와!”

익스트림 커투어 짐에 몰려든 많은 선수들과 사람들이 동시에 감탄을 터뜨릴 정도로 굉장한 장면! 그와 함께 상대를 하고 있던 세포가 카운터 성으로 들어와 더 큰 파괴력이 실린 펀치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까지!”

정신이 없는지 양 손과 고개를 흔드는 세포의 모습에 마무리 펀치를 날렸던 현성이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세포가 젊음은 이겨낼 수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손을 잡았다.

“맙소사! 역시 K-1 챔피언 답군!”

그리고 몰려들어 구경을 하고 있던 선수들과 커투어 짐에 운동을 온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익스트림 커투어에서 타격 코치를 맞고 있는 레이 세포를 상대로 정타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단 것! 그건 정말 타고난 능력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거리 조절 능력이 끔찍하겠어…….”

“아무리 오브레임이라고 하더라도 넓은 옥타곤 안에선…….”

익스트림 커투어의 대표적인 선수라 할 수 있는 조니 헨드릭스가 그건 정말 상상이상이란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스탠딩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거리를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었는데, 현성은 레이 세포란 초일류 타격가를 상대로 정타 하나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거리 조절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레이 세포의 나이가 반백이 되었으니 그만큼 기량이나 신체적인 조건들이 저하도니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리치 면에서도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고! 허나 그런 것들을 모두 떠나서 자신이 타난 신체를 최대한 활용 할 수 있어야만 하는 곳이 바로 이 격투계가 아니던가?

데뷔 당시 단순한 스탭이 문제가 되었던 것과 달리 풍성해진 스탭과 완벽한 스위치히터로써의 능력은 끊임 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타격 훈련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현성과의 스파링을 마치고 헤드기어를 벗은 세포가 의견을 꺼내 들었다. 현성이 라스베가스로 온 지 3일째! 익스트림 커투어의 수장인 랜디 커투어의 지원에 힘입어 오브레임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 계획을 잡을 생각이었다만 타격 면에선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변수는 충분히 있어. 오브레임이 나보단 훨씬 더 길고, 체중이 있어 쉽게 밀려나진 않을 것이란 거야.”

아무래도 현성의 주특기가 스탠딩에서의 맹렬한 타격이다 보니 가닥을 그리 잡는 것이 옳겠지만 오브레임의 파워와 체구는 쉽게 밀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 부분을 들어 세포가 압박을 더하려면 파워를 더 보충해야 한다 이야기 하자 랜디 커투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리스타는 클린치 싸움이나 그라운드에서의 동작도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래서 스탠딩에서의 타격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해서 그걸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 이야기 하고 싶어.”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곁에 있던 민욱이 현성에게 그의 말을 번역해주었다.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커투어가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는 듯 말했다.

“괜찮다면 오브레임과의 시합 전까지 내가 레슬링 부분을 지도해주고 싶은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알렉세이 코치와 민욱이 ‘오!’ 하고 반색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그런 건데예?”

두 사람이 왜 이러나 알아듣지 못한 현성이 살며시 물음을 던지자 알렉세이 코치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랜디 커투어가 직접 레슬링을 지도하고 싶다는 걸.”

알렉세이 코치가 삼보 선수로 명성을 날리며 웰 라운더로써 지도를 해온 건 사실이지만 감히 레슬링 부문에 있어서 랜디 커투어와는 비교를 할 수 없었다. UFC의 라이트 헤비급, 헤비급 두 체급을 제패한 유일한 선수이자 최고의 레슬링 커리어를 가진 선수였으니까!

그 말에 현성이 얼떨떨한 얼굴로 꾸벅 인사하자 랜디 커투어가 미소 지었다.

“기본 조건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충분히 활용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

리치나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현성은 코어 근력이 월등히 뛰어난 편이었다. 그 말인 즉 밸런스가 잘 맞고, 타고난 힘이 있단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감히 동양인의 신체에서 나왔다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어쨌거나 랜디 커투어에게 레슬링 기술을 전수 받고, 강화하게 된다면 보다 강력하게 오브레임을 압박할 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오브레임은 무에타이 식 클린치와 니 킥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분명히 레슬링 능력이 뒷받침이 된다면 확실한 효과가 있을 거야.”

“맞아. 그 상황에서 밀리게 되고, 무지막지한 니 킥을 맞게 된다면 상당히 안 좋게 풀릴 거야.”

대체로 의견들은 엇비슷해 보였다. 과거 익스트림 커투어에 오브레임이 잠깐 몸을 담았던 적도 있었던 터라 더욱 더 신뢰감이 가는 말들이었다.

“그럼 우선은 잠깐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 아무래도 기본적인 부분들이 준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테크닉 적인 면을 가르치게 될 거야. 그 부분에 있어선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니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어.”

랜디의 말에 민욱이 그리 하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휴식!”

그 말에 현성이 계속해서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식으로 차분하게 준비를 하겠다 마음 먹었던지 별 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무대, 새로운 장소에 서는 만큼 마음이 성급해진 감도 있지만 그래선 곤란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었으니까! 괜한 오버 페이스로 스스로의 페이스를 망친다면 위기가 연출 되고 말 것일 테니!

이내 커투어 짐 안의 옥타곤 바닥에 주저앉아 현성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민욱이 그 안으로 들어와 나란히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타격 면보단 레슬링 쪽을 잡는 게 낫겠지? 오브레임 잡으려면.”

“그럴 거 같다. 괜히 쫄아가 주먹, 발 못 쓰면 그대로 질 수 있으니까.”

레슬링 기술을 익히게 된다면 그걸 응용 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타격가가 그라운드에 대한 두려움 없이 타격을 임할 수 있단 장점이 생기는 일이었다. 그라운드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타격가가 자신을 잃게 되면, 옥타곤 안에서 상대에게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잃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바닥으로 깔리고 말 테니! 그런 의미에서 레슬링이라는 갑옷은 현성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으니까! 지금까지는 테이크 다운을 가드 하는데 중점을 두고 트레이닝 해왔지만 아무래도 랜디 커투어는 그에게 공격적인 레슬링을 전수해줄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랜디 자체가 레슬링 능력을 앞세운 더티 복싱으로 혁혁한 재미를 본 선수인 만큼 그게 현성의 타격과 결합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그림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 암튼…… 빨리 시합 치르면 좋겠다.”

피가 끓어오르는지 현성이 넓디 넓은 익스트림 커투어 짐을 돌아보며 말했다. 삼삼오오 몰려 구경을 하던 선수들도 현성의 스파링에 자극을 받았던지 어느 샌가 각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두가 싸우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사람들! 매번 지켜 보아왔던 광경이지만 그게 지금 이 순간은 무척이나 특별하게 느껴졌던지 현성이 빙그레 웃음 지었다.

“진짜 신기한 게…… 나는 이게 이래 좋아질 줄 몰랐다.”

“격투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공식적으로 사람 때려도 되는 유일한 직업잖냐!”

그런 현성의 말에 민욱이 그게 그립다는 듯 삐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그게 이젠 장난이란 걸 알고 있는 현성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원래 싸우는 거 싫어했다. 싸워가 이기도 내한테 남는 거도 없고, 맘만 불편하고 캐가.”

“……뭐 그럴 수도.”

“근데 이거는 아이드라. 똑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기고 나면 남는 게 많아가……. 내가 열심히 해왔다 카는 게 보상 받는 기분이 든다.”

아마도 UFC 타이틀을 획득하고, 다시 혜주에게로 돌아가게 되면 그도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 몰랐다. 그 생각이 조금 더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던지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분 좋게 일한다 카는 걸 첨으로 알았다.”

어느 샌가 일상이 되어 버린 훈련! 그리고 이 일상의 소중함을 토로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민욱이 역시나 한 발 앞서 나가는 건 현성 쪽일지 모르겠단 생각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잘난 척 하지 마. 가방끈도 짧으면서.”

툴툴 거리는 그의 모습에 현성이 그 부분은 확실히 콤플렉스가 있는지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안 그래도 타이틀도 따고 하면……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함 해볼라고.”

“……수능도 치게?”

“그건 모르겠다……. 그냥……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졸업장이 뭔 상관이냐? 벌써 K-1 챔피언인데!”

민욱의 그 말에 현성이 꼭 그런 게 전부는 아니란 얼굴로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난중에 나도 아빠 되고…… 그카면 좀 그럴 거 같아가. 아빠가…… 중졸이면 좀 글타 아이가.”

미래.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며, 아주 소박한 꿈을 꾸는 듯 한 그 말에 민욱이 툴툴 거리거나 비아냥 대는 것 없이 그저 현성의 등을 툭 쳐보였다.

“아빠가 세계 최강이면 그건 평생 자랑감이야, 짜샤.”

어색한 민욱의 한 마디에 현성이 푸핫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 되고 싶다……. 이제는.”

그게 새로운 인생의 목표! 그걸 위해서 반드시 챔피언의 이름을 가지리라 다짐하며 현성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 다시 움직여 보까?”

“쉴 땐 좀 쉬어라, 화상아!”

툴툴 거리는 민욱의 목소리에 현성이 그럴 순 없다는 듯 후후 웃음과 함께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장! 민욱!”

때 마침 현성과 민욱을 부르는 제시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자 익스트림 커투어 안에 있는 선수들과 관원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가히 이 커투어 짐의 여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그 모습에 현성과 민욱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래서 남자가 안 되는 거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민욱의 모습에 현성이 다시 웃음을 터뜨린 동안…….

“안녕!”

인사만큼은 자신 있는지 제시카가 환하게 웃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 말에 민욱과 현성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뒤에 있는 애는 뭐야? 동생?”

그리고 제시카의 손을 잡고 함께 커투어 짐으로 들어온 소년이 궁금해졌는지 민욱이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제시카가 다른 말 대신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과 민욱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 동생, 제이드.”

후드 티를 눌러쓴 자그마한 체구의 라티노 소년은 이 순간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지 조금 어색해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 오는 것도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듯 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현성이 그를 바라보자 현성을 무척이나 의식한 듯 제이드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눈을 좀처럼 마주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제시카가 조금은 당황한 듯 ‘음…….’ 생각하다 손가락을 들고 말했다.

“잠시만…….”

그리고 그녀가 동생 제이드를 향해 ‘왜 그러니?’ 하고 속삭이자 제이드가 제시카를 밀치며 삐딱한 얼굴로 소리쳤다.

“누가 저런 살인자를 보고 싶댔어?!”

잔뜩 화가 난 듯, 격앙된 음성! 그 순간 커투어 짐의 사람들이 현성과 제이드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한 얼굴 가운데 제시카가 크게 당황해선 ‘제이드!’ 하고 소리치며 그의 뺨을 치고 말았다.

-짝!

뺨을 맞은 제이드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고 그대로 커투어 짐 바깥으로 도망쳐 달리기 시작하자 제시카가 ‘제이드!’ 하고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 버린 제이드!

“……이게 무슨 일이야?”

그 모습에 민욱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만난 기분이라는 듯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제시카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다 설명 해 줄게!”

이런 걸 원했던 게 아니었다는 듯 한숨 섞인 제시카! 이내 제이드를 따라서 달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조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민욱을 바라보았다.

“왜……?”

분명히 제시카의 동생인 제이드가 자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친 건 알아듣겠지만 그 내용까진 알 겨를이 없었다. 그런 그의 물음에 민욱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별 소리 아냐! 그냥 사춘기라도 왔나보지. 미국 애들이 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애들이 많아!”

혹시라도 그 소리가 현성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까 민욱이 별 일 아니라 말했지만…….

“머더러……?”

다른 말은 몰라도 그 말 만큼은 알고 있다는 듯 현성이 그 단어를 되새기며 민욱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민욱이 한숨을 깊이 내쉬어 보였다.

“몰라! 심사 꼬인 꼬맹이가 히스테리 부리는 거 겠지! 별 거 아니야!”

아마 민욱은 절대로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 느낀 현성이 더 이상 묻진 않기로 결심한 듯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제시카와 제이드가 사라져 버린 곳을 바라보았다.

“살인자…….”

============================ 작품 후기 ============================

머더러 그런 소릴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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