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 회 - 괴물
“확답은 내일 중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관수 관장이나 현성의 의지가 워낙에 공고하다 보니 이시이 관장도 더 만류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순수한 의도보다는 현성이 UFC에서 승리 했을 경우 그에게 돌아올 막대한 이득이 더 눈에 갔을 것이다.
게다가 종목이 다르지 않은가? 엄연히 K-1과 UFC는 별개의 영역이었고, 현재는 그렇게 인식 되고 있는 부분이 컸으니까. 아마 현성이 진다 하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물론 스탠딩 게임에서 미구엘 로제스타에 밀리면 곤란하겠지만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 분명했다.
많은 입식 선수들이 MMA에서 제대로 된 타격 실력을 뽐내지 못한 건 그들이 그라운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단련된 스탠딩 게임에서의 룰은 이미 몸에 익을 대로 익어 있지만 그라운드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저명한 유술가 장자크 마차도의 말대로 그라운드에 대한 이해와 기반 없이 그라운드 게임으로 접어드는 건 상어가 살고 있는 바다에 맨 몸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성은 그 부분에 있어서 보완이 되어 있는 선수였다. 그의 시작이 MMA 였던 것을 들어 그리 설명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가지고 있는 파괴력은 이미 증명된 바 있지 않은가?
레슬러들과 유술가들을 상대로 스탠딩 게임에서의 절대 우위를 선보였고, 심지어 석현재와의 시합에선 놀라운 괴력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아무리 미구엘 로제스타가 NCAA를 2번이나 제패한 초특급 레슬러라고 하더라도 대항 할 방법은 있었던 것이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던가?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최소한 현성이 그동안 미구엘을 상대로 무너진 상대들과는 차별화된 게임만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망설이고 있긴 하지만 이시이 관장이 현성의 다이너마이트 시합을 잡지 않은 것은 분명히 그 또한 UFC와의 공조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를 하고 있단 말일 것이다. 게다가 선수층 공급에 있어서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K-1 측도 UFC 소속 선수들을 공급받아 지역 예선을 치르게 된다면 흥행 성적 면에서도 훨씬 더 유리 할 것이고!
K-1이 쇄락을 맞이한 건 선수들 간의 로테이션이 전혀 돌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 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분을 해결 하기 위해선 확실한 오픈 첼린지 형태가 되어야만 했다.
“그럼 일어나도록 하지요.”
휴블럿에서 받은 시계도 무사히 전달을 했고, UFC 대회와의 이야기도 준비가 되었다. 아마 확답을 주겠다는 것은 데이나 화이트나 로렌조 퍼티타와의 논의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확정한 이후일 것이다.
“빠르게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소한 다이너마이트 대회전까지는 그도 확정을 지어야만 했다. 이건 웬만한 대형 매치 이상으로 큰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
“반드시 잘 될 거야.”
어색한 한국말로 류이치가 현성을 응원했다. 그 내부 사정까진 알 수 없었지만 K-1 정상에 오르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현성이 무척이나 좋았던 모양이다. 류이치의 응원에 혀성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양쪽에 들고 기다리께요.”
자신의 양 어깨를 가리키는 그의 말에 류이치가 ‘크!’ 하고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양 어깨에 입식과 종합 벨트를 걸치고 있는 사나이! 생각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이 점잖은 친구는 정말 그걸 해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곧 따라 가겠어.”
존경심 마저 담겨 있는 눈빛으로 류이치가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먼저 이시이 관장과 류이치가 레스토랑을 떠났다.
“한 이틀 안에 연락 오지 않겠나 싶데이.”
그들이 떠나고 나서 내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김관수 과장이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즈니스는 천직이 아니라 이런 걸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쉽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 전에 관장님 결혼식부터 준비 해야 되는 거 아입니까?”
민욱이 있었다면 부담이 좀 덜했을 것이라만! 현성이 정원장과의 결혼도 준비 해야 할 텐데 고생하는 김관수 관장을 보며 미안한 듯 목소리로 이야길 꺼냈다.
“뭐, 결혼식 뭐 있겠나.”
그 미안함은 가질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라는 듯 김관수 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 트레이너와 선수로써 현성은 최고의 선물을 그에게 선사해주었다. 이제는 그가 현성에게 선물을 해줄 차례였다.
UFC로 향하는 길, 그의 목표지점이 된 헤비급 벨트를 어떻게 해서든 빠른 시일 내에 안겨 주는 것 말이다.
“원장님 도망가시면 어떡할라고예.”
그런 김관수 관장을 향해 한결 느긋해진 현성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띤 채 말했다.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행여나 그런 소리는 하지 말그레이!”
그 모습에 현성이 후후 웃음 띤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벌써 2년째다. 2년의 시간 동안 김관수 관장에겐 정말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전해 받았다.
“관장님 결혼 선물로 집은 제가…….”
“됐다, 마! 카면 내 니 결혼 할 때 뭘 얼마나 해줘야 겠노?”
월드 그랑프리에서 우승하고 받은 4억 원 상당의 상금을 모두 김관수 관장에게 전해주려 했지만 그걸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
“저 결혼 할 때는…… 바닷가 보이고, 정원도 있는 2층 집 주시면 되는데예.”
장난스러운 현성의 대답에 김관수 관장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자슥아. 니나 그거 미리 구해 놔라. 몸만 가면 되게!”
그의 말에 현성이 그저 미소와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어떻게 될 진 지금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걸 잘 쓰고 싶은 마음만 한 가득이었던 모양이다.
없이 살아왔던 만큼 돈에 욕심을 낼만도 하다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카면 차 한 대는 뽑아 드리께예. 그래도 저 벨트도 있는데 그 정도 안 해드리면 욕 먹지 않겠심까?”
집이 좀 그러면 차로 타협을 보잔 현성의 말에 김관수 관장이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차가 년식이 오래 된 차다 보니 바꿔야 할 시점이 오긴 왔던 모양이다.
“카면…… 그 정도……?”
후후 웃으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현성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비 안 나오는 야무진 걸로 해레이.”
“예, 관장님!”
결혼 선물이 극적 타결 되며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 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김관수 관장이 현성을 힐끔 돌아보았다.
“카면 내는 이제 들어갈라 카는데…… 현성이 니는?”
그리고 던진 조심스러운 물음. 정원장이 일본으로 함께 출국 했기 때문에 김관수 관장도 함께 데이트 할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아, 저도 약속이 있어가…….”
물론 현성이 가지고 있는 약속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있었고.
“사키가……?”
그의 물음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 생일에는 혜주, 아영과 함께 했지만 올해 생일은 사키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야든동 무탈하게 잘 시간 보내고.”
혜주와 현성! 그리고 사키와 현성! 김관수 관장이 보기엔 두 사람 모두 너무나도 참하고 예쁜 아가씨인지라 누구 하날 선택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짠하고 맘이 가는 혜주라만, 사키 역시 만만찮았으니까.
“예, 관장님.”
선택은 전적으로 현성의 몫일 것이고, 그건 누구도 나무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두사람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 예의를 지켜나간다면 말이다.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제자이지만 혹시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김관수 관장의 눈빛은 아버지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따뜻한 눈빛에 현성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같은 날은 아무 것도 못 합니더.”
웃으며 한 말이지만 그게 김관수 관장에겐 참 아프게 들렸다. 자신이 태어난 날! 모두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그 시간에 홀로 고통을 삼켜야만 하는 사람.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실수라고 하더라도, 그의 얼굴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너무 또 우중충하게 있진 말고!”
“예, 관장님!”
안타까운 마음에 한 소리를 하자 현성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듯 이제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떨쳐내고, 훌훌 털고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카면 오늘 데이트 잘 하시고요. 내일은 같이 케이크 먹으러 가지예.”
그 말에 김관수 관장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성이 니도 몸조심 하고. 알겠나?”
파이터의 가장 큰 자산! 그걸 떠나서 애정 가득한 그의 말에 현성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먼저 걸음을 옮겼을 때. 이제 또 다시 큰 일 하나를 마무리 지을 것이란 생각에 현성이 후 하고 깊이 숨을 내쉬곤 택시를 잡았다. 오늘 그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사키’의 집이었으니까.
사키가 가르쳐 준 주소대로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 고급스러운 도쿄의 맨션 가는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그런지 상당히 조용했다.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젊은 층인지라 다들 외출을 해버린 모양이다.
그걸 바라보며 현성이 문득 ‘사키는 얼마나 외로울까’하는 생각이 들었던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어렵다.”
아마 이건 혜주를 만나는 일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 한숨을 먼저 나왔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들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기도 했고. 한숨을 내쉬며 현성이 택시에서 내려 사키의 맨션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질 않았다.
이런 일이 그에게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고 나니 정말로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마냥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로…….
“후.”
드디어 사키의 집 앞. 숨을 고르고 현성이 벨을 눌렀다. 낯익은 음악소리와 함께 이내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철컥.
“아, 아!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미리 연락이라도 해주지!”
아직 요리를 하고 있었더 모양인지 상기된 얼굴의 사키가 조금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현성! 김관수 관장의 시골 집 이후로 둘이 함께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분이 이상했다.
“어서 들어와요!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앞치마를 맨 채 발그레한 얼굴로 문을 열어주는 사키는 정말 그가 생각하던 아내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묘한 기분에 현성이 가슴에 담아둔 말을 꺼내기가 더 힘들어진 것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집이 생각보다 되게 단정하네예.”
화려해 보이는 생활과 달리 소박한 사키의 집은 정말로 말끔했다.
“집에 있을 일이 잘 없어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만 갖추고 있는 소박한 집은 현성이 지금 살고 있는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창피한 듯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후후 웃음을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야옹!”
그러는 동안 사키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마키가 현성을 상당히 경계하는 듯 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소리를 냈다.
“마키! 손님한테 그러면 안 돼……!”
이내 사키가 고양이 마키를 안아 들고 후후 웃으며 나무라자 마키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홱 고개를 돌려 버렸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짓자 사키가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키가 낯을 많이 가려요…….”
“아, 예…….”
그게 조금 무안했던지 사키의 귀여운 대답에 현성이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긴장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서 더 말하기가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잠깐 기다려 줄래요?! 지금 다 되어 가는데……!”
곧 현성을 대접해야 하기도 하고, 요리도 해야 하는 사키가 어찌 할 바를 모르다 그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자 주변을 맴돌던 마키가 폴짝 뛰어 올라 옆자리에서 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키, 무례한 행동은 하면 안 돼! 현성 씨 잘 보고 있어……!”
밝은 사키의 목소리에 마키가 ‘야옹!’ 하고 소리를 내곤 다시 홱 고개를 돌렸다. 현성을 질투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마치 사람 같은 그 모습에 현성이 다시 웃음을 터뜨린 동안 사키가 ‘그럼!’ 하고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옹!”
그리고 마키가 사키가 사라지자 마자 현성에게로 얼굴을 내밀어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현성이 호기심이 생긴 듯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내밀자 마키가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그를 바라보았다.
“……니도 겁이 많네.”
동물을 좋아하는 현성이다 보니 그게 무척 귀엽게 보인 모양이다. 해치지 않는다는 듯 그가 옅은 미소를 띤 채 마키를 향해 내민 손가락 그대로 멈춰있자 다시 마키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현성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자 움찔하며 마키가 다시 물러섰다. 경계심 가득한 고양이 마키의 모습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왠지 모르게 어리 시절 보았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양말을 신은 듯 한 검은 고양이! 그 생각이 들자 마음이 훨씬 더 무거워졌다. 언제쯤 이야기를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야기를 해야만 하겠지.
“휴…….”
고양이를 보니 사키가 더욱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그게 잘못은 말이다.
단지 안타까운 일일 뿐이지. 그 고양이처럼 사키는 혼자서 버티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현성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언제나 든든한 ‘친구’로써 말이다.
“자, 다 됐어요!”
그 사이에 사키가 후후 웃으며 그를 불렀다. 그 외침에 마키가 먼저 다다닥 사키를 향해 달려갔다. 꼭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처럼 느껴지는 모습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식탁이 있는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그리고 그가 미처 모르고 있었다만 식탁 다리가 부서질 듯 가득한 음식들을 보고 놀란 얼굴로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늘 내내 준비 했어요!”
가운데 나베가 있었고, 그 옆으로 즐비한 음식들은 각 그릇에 담겨져 하나, 하나 맛을 볼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국 요리도 배운 기념으로 만들어 냈던지 메인 요리는 불고기! 따뜻한 쌀밥 까지 준비한 그녀의 식단에 현성이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 마키가 샘이 났던지 ‘야옹!’ 하고 소리를 냈다.
“안 돼, 마키……! 마키 밥은 저기 있잖아?”
혼자 집에 있으면 마키와 함께 식사를 하는지 식탁 바로 옆에 있는 마키의 밥그릇에 현성이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람 식탁 같네예…….”
“응, 마키는 자기가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요.”
마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듯 사키가 후후 웃으며 대답하자 현성이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이렇게 좋은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들 정도로 사키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거 들어요!”
자상하게 나베를 덜어 주는 그녀!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요.”
그리고 정말로 좋은 여자이기도 했고. 그 생각이 들어 더 무거워진 맘에 현성이 차마 말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베 그릇을 받았다.
“……이야기 이따 해요.”
그릇을 건네며 꺼낸 사키의 말에 현성이 움찔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를 그렇게 좋아하는 그녀가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이제 겨우 어른이 되었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한참 더 어른인 사람은 사키였던 모양이다. 어른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현성이 미안한 듯 한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사키가 후후 웃으며 앙증맞은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
“지금은 그냥……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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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짜응
작교까지만 마치고, 최종 수정 편집본이나 표지 컨택은 해보지도 못했네요… 작가에게 최종 편집본 검증이야 몰라도 이북도 표지는 물어보던데… 에이, 뭐 잘 해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