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 회 - 괴물
그것은 보통의 경기와는 달랐다. 단순한 시합이 아니라 이것은 상대를 쓰러뜨리고 스스로가 가진 의지를 얼마나 관철할 수 있느냐의 문제! 각 자 서로 다른 뜻을 품고 경기에 임하겠지만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 상대를 제압하는 것! 승리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곧 그들에게 그들이 원했던 것들을 돌려줄 것이다. 그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그 열망이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더욱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단순한 시합이 아니라 ‘전쟁’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의 시합 시작 선언은 곧… 개전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것!
“파이트!”
시작과 동시에 자말과 현성이 서로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공격성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듯 시작부터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는 두 선수의 모습은 가히 섬광과도 같았다!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관중석이 요동치고, 중계성이 ‘맙소사! 시작부터!’ 하고 감탄을 터뜨린 동안 현성의 펀치가 먼저 자말의 얼굴을 강타했다!
“하!”
허나 그것을 안면으로 튕겨내듯이 버티는 자말! 시작부터 클린 히트를 내주었지만 얼굴로 버티며 자말이 연이어 라이트 훅으로 현성을 공격해왔다.
-부웅!
손 끝에 걸린 느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자말의 맷집에 현성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동안 위협적인 펀치를 몸을 낮춰 피해내고는 한 번 더 자말의 턱에 쇼트 어퍼를 올렸다.
-퍼억!
빠르고 경쾌한 단타! 재차 콤비네이션을 이어가야 하겠지만 그것을 허락 할 자말이 아니었다! 이런 잔 공격은 맞아봐야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듯 흔들림 없는 자말이 바로 그를 향해 이번엔 막강한 레프트를 구사했다!
-후웅!
“대체 이 시합 뭡니까! 시작부터 방어가 전혀 없이 오로지 공격, 또 공격입니다! 장현성 선수! 대단하지만 거리를 활용해야 합니다!”
살벌한 펀치가 날아드는 가운데 현성이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이자 자말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동작을 수습하며 135킬로그램 거구 몸으로 현성을 향해 돌격 해왔다!
“하압!”
그리고 기합과 함께 날린 자말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아! 자말 로우지 스트레이트 입니다! 빨라요!”
매번 동작이 큰 훅을 주로 구사하던 자말이 스트레이트를 뻗자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위협적으로 현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순간 온 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듯 한 느낌을 받으며 스위치로 스탠스를 전환 했다!
-후웅!
그리고 아슬하게 안면을 스치는 자말의 펀치를 흘리곤 회전력을 가미한 몸으로 현성이 순간 빙글 회전하며 자말의 안면을 손등으로 후려치자 자말이 움찔하며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부웅!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 위를 스치는 현성의 글러브!
“오오오오오오오!”
“백 스핀 엘보! 백 스핀 엘보우!”
중계 할 시간도 없이 시작과 동시에 펼쳐진 놀라운 공방전에, 현성의 백 스핀 엘보우 까지! 너무 놀란 나머지 MC 용준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기술의 이름만 외쳤을 뿐 중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감탄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없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현성이 이내 다시 한 번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자말이 그렇게 두진 않겠다는 듯 저돌적으로 현성을 따라붙으며 펀치를 날렸다.
“와랍!”
기합 가득한 그의 무서운 주먹이 날아들자 현성이 순간 본능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가드나 회피 대신 어깨에서 뻗어나가는 번개 같은 스트레이트로 반격을 가했다.
-퍽!
하지만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반대쪽 가드로 현성의 공격을 커트해낸 자말!
안면 맷집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거의 오픈 되어 있던 이전보다 한층 더 탄탄해진 가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드! 자말 로우지도 가드를 할 줄 압니다!”
“아무래도 지난 패배가 뼈 아팠기 때문이겠죠?!”
전의 시합과 달리 이번엔 무리 하지 않고, 모든 힘을 다해서 현성을 공략하겠다는 듯 자말이 현성의 공격을 가드로 커트 해내자 사람들이 ‘오오오!’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설마 자말이 공격을 가드 할 줄은 몰랐다는 듯, 단단한 그의 모습에 김관수 관장을 비롯한 세컨진들이 인상을 잔뜩 구기고 말았다!
“와…! 저 메콩강 산돼지 진짜!”
그나마 안면 가드가 열려 있던 과거 스타일이라면 한방을 노려볼 만도 하다만 이제 안면 가드까지 해내고 있으니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저걸 어떻게 1분 안에 잡겠단 건데?”
아무리 보아도 판정 말곤 답이 없었다. 두터워진 가드 속, 더욱 더 강인해진 자말의 압도적인 포스에 현성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장 현성! 거리를 만듭니다! 네, 그래야 합니다!”
“가드가 강화된 자말 선수와의 접근전은 아무래도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시작부터 정타가 들어갔고, 히트가 꽤 되지만 전혀 데미지를 받지 않았어요!”
표정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이내 현성이 교전을 포기하고 빠른 발로 자말을 피해서 거리를 만들어 가자 자말이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의 달리다시피 한 그의 모습에 ‘오오오오!’ 하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말 로우지! 엄청납니다! 링 위에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현성을 향해 다시 한 번 펀치를 날렸다. 바로 그 순간 도망치던 현성이 눈에서 빛을 내며 순식간에 열려 있는 자말의 가드 틈 사이로 주먹을 찔러 넣었다.
-파앙!
“플리커!”
번개 같은 플리커가 열려 있는 자말의 가드를 비집고 들어가 안면을 흔들었고, 곧 백 스탭으로 빠진 현성의 거리에 닿지 못한 자말의 펀치가 허공을 갈랐다.
-부웅!
“하지만 자말 로우지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공격이 빗겨 나가긴 했으나 여전히 자말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시 한 번 현성이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에 자말이 전과 달리 자꾸 도망치는 현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제법 성이 난 얼굴로 소리쳤다.
“하아!”
‘어서 와라! 어서 나와 다시 붙어 보자!’
그 외침과 함께 자말이 현성을 향해 펀치를 날렸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이 거리를 벌이며 그와의 교전을 피하는 현성!
-부웅!
사나운 포효와 공격에 현성이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거리를 벌이자 자말이 꾹 주먹을 움켜쥐고 그를 향해 뛰어 들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마우스피스를 꽉 깨물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자말!
‘자꾸만 도망친다면 그리 못하게 해주지!’
그리고 그가 현성을 향해 묵직한 로 킥을 날리자 사람들이 ‘오오!’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압도적인 펀치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자말이 로 킥을 구사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자말 로우지! 장현성 선수의 다리를 잡으려 합니다! 이거 위험한데요?!”
“복싱 스킬이 뛰어나 그렇지 자말 로우지, 킥복싱 선수입니다! 킥도 제법 강해요!”
김대환 해설위원이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바로 그 순간이 포인트라는 듯 순간 현성의 눈에서 빛이 났다.
-스윽…!
그와 동시에 현성이 또 다시 스탠스를 스위치로 전환하며 자말의 타격 지점에 된 다리를 뒤로 빼자 그대로 허공을 가르는 로 킥!
-후웅!
“빗나갑니다! 로 킥!”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스탠스를 전환하고, 도망치던 현성이 자말을 향해 뛰어든 것은…!
-퍼억!
마치 슈퍼맨처럼 몸을 띄워 체중을 실은 그의 펀치가 자말의 가드를 강타한 순간 로 킥의 회수가 완료되지 않은 자말의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 이며 밀려나기 시작했다.
“장현성! 반격에 나섭니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나요?!”
체중이 실린 맹렬한 펀치에 자말이 휘청하자 사람들이 미친 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괴물과 괴물의 대결에서 과연 누가 승리 할 것인가…?!
“후아!”
그 와중에도 자말이 포기 하지 않은 듯 반격의 주먹을 날렸지만 현성은 몸을 낮추고 어렵잖게 자말의 킥을 피해냈다! 이미 하리 전에서 보였던 발군의 회피 능력이 그보다 한참 느린 자말의 주먹에 맞아줄 이유 따윈 없단 듯 차분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리고 현성이 아직까지 제대로 균형이 잡히지 않은 자말의 다리에 매서운 로 킥을 날렸다.
-쩌억!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순간 자말의 대퇴부를 찍어 찬 킥!
-움찔…!
그 킥은 과거 그들이 붙었던 1차전 때와 위력이 달랐다! 체중이 조금 더 붙은 것만으론 설명 할 수 없는 강력한 로 킥에 자말의 몸이 순간 크게 휘청였다!
“아아아아아! 로 킥! 어마어마합니다! 다니엘 기타가 짐머맨을 제압하던 그 장면을 보여주나요?!”
놀란 MC 용준의 비명 같은 중계! 그리고 그 소리에 현성이 호응이라도 하는 듯 살짝 찡그려진 자말의 안면으로 콤파스 미사일 같은 원, 투를 찔러 넣었다.
-퍼벅!
정확하게 그의 턱을 겨냥한 펀치가 양쪽으로 자말의 턱을 뒤흔들자 자말이 머리가 흔들린 듯 움찔하며 더 크게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터억!
간신히 중심을 잡은 그의 다리를 향해 다시 한 번 날아든 것은 현성의 로 킥!
-쩌억!
그가 다리를 내딛자 마자 자말의 다리를 부러뜨릴 요량으로 내리 찍힌 로 킥은 또 다시 자말의 자세를 흔들어 놓았다! 그 매서운 위력에 다시 한 번 자말의 무릎이 순간적으로 굽혀졌다.
“와아아아! 엄청나네요! 로 킥의 위력이 정말로 엄청 나요!”
“그것보다 대단한 건 타이밍입니다! 자말이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게 계속해서 축을 공격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우리가 생각하지 못 한 그림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현성과 자말 모두 킥보다는 펀치를 주 무기로 사용하던 선수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현성이 로 킥으로 자말을 침몰시켜 가는 과정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인지라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웅성이는 동안 자말이 이대론 답이 없다는 듯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다리에 힘을 주고 현성을 향해 날카로운 라이트 훅을 선사했다.
-후웅!
하지만 번개 같은 백 스탭으로 그의 라이트 훅을 피해낸 현성이 진짜 속도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자말의 빈 안면을 향해 스퍼트를 올리기 시작했다.
-퍼버벅!
오른손, 왼손,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눈 깜짝할 사이에 3번 연달아 터지자 자말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와아아아아아!’ 하고 감탄 섞인 환호를 보내는 사이 자말이 현성의 네 번째 스트레이트를 가드로 커트 해내고 반격의 주먹을 날렸다.
-퍽!
예상과 달리 회피 대신 가드를 선택한 현성! 그 힘이 밀린 그의 몸이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밀려나자 사람들이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쩌억!
하지만 그것은 버티고 저항함이 아니라 힘을 흘려보내기 위한 동작! 막강한 자말의 파워를 몸 전체를 이용해서 흘려내곤 칼 같이 날아든 현성의 로 킥이 순간 한 번 더 자말의 대퇴부를 공략했다.
“큭!”
그 충격에 자말이 화가 난 듯 씩씩 거리는 얼굴로 현성을 향해 몸을 돌리곤 다시 한 번 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런 요행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거냐? 지난 번 같은 투지를 보여라!’
항의 하는 듯 한 그의 눈빛에도 현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승리! 지금 생각하는 건 단지 그것 뿐…! 그것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한다.
‘그게 진짜 승리다!’
그리고 현성이 날아드는 자말의 펀치를 피해내며 다시 한 번 로 킥을 날렸다!
-쩌억!
맹렬한 로 킥이 드디어 자말의 대퇴부를 검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가운데 자말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한 듯 절룩이며 황급히 대쉬를 멈춰버렸다!
처음으로 전진을 멈춘 자말의 모습에 사람들이 ‘오오오오!’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아아아! 장현성이 드디어 자말 로우지의 대쉬를 저지했습니다! 불과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정말 장현성 선수가 대단한 게 타이밍을 빼앗아 가고 있어요! 자말 로우지의 움직임을 모두 읽고 있습니다! 특히 체중이 완전히 실리기 전에 다리를 공략해서 데미지를 배가 시키고 있거든요?! 그게 정말 치명적이었습니다! 훨씬 무거운 체중이 오히려 독이 된 거에요! 자말 로우지가 킥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미 장현성 선수는 그 순간을 노렸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이 경기는 장현성 선수가 지배하기 시작한 겁니다!”
시작부터 쉴 새 없이 이어진 숨 막히는 공방전! 그 내용은 가히 엄청났으나 흘러간 시간은 채 30초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짧은 시간에 자말이 다리에 이토록 큰 데미지를 입은 것은 135킬로그램이란 거구란 점일 것이다. 게다가 그가 킥을 날리는 것은 항상 자말의 움직임이 있은 후…! 그의 체중이 그의 다리를 더욱 더 버겁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묘하게 그의 펀치를 맞을 때 마다 순간적으로 균형 감각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는 과거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진 타격과… 마치 그의 움직임 모두를 읽어 내고 있는 것 같은 현성의 집중력…! 흥분해 있던 상황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깨달은 듯 자말이 잔뜩 굳은 얼굴로 현성을 바라보자 현성이 차분해진 얼굴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후우…”
그리고 내내 거리를 벌리던 현성이 이제 아까의 자말이 그랬던 것처럼 자말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시아 챔피언 결정전 때와 달리 격정적이고, 온 사방에 뜨거운 기운이 넘치던 눈빛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더욱 더 또렷하게 빛나는 차분한 눈동자!
그것을 다시 한 번 보는 순간 자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에겐 자말이란…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빛에,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없애 버리겠단 강렬한 의지를 느낀 순간…!
“간다.”
그런 그를 향해 현성이 준비하라는 듯 이야기를 건넸다. 그 말은 자말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가 몰아칠 것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타닥!
그리고 현성이 다리에 부상을 입고 멈춰선 자말을 향해 뛰어 들었다.
1분 안에 끝내겠단 약속을 반드시 시키겠다는 듯 말이다!
============================ 작품 후기 ============================
원래 3시간 마다 갱신이 되기 때문에 그 시간 맞춰서 올리는데 오늘은 막날이나 상관 없이 막 올립니다. 시간이 갱신 안 되어 있어도 계속 올라올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