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 회 - 괴물
뺨 클린치 이후 하리가 자세를 잡기전 위치의 스윕! 스탠딩에서도 스윕이 가능하단 것을 보여준 모션 이후에 들어간 현성의 펀치는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장현성! 뺨 클린치로 하리를 코너로 던져 버립니다! 역시 MMA 출신답게 상당히 매끄러운 모션! 그리고 터진 스트레이트! 어마어마합니다!”
“신장, 체중 열세지만 힘이 훨씬 더 앞섭니다! 와,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나요?!”
현성이 이상할 정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의도적인 부분이었다.
현성이 부동심을 무기로 내세운 만큼 다혈질인 하리를 건드리는 것! 하리 역시 도발로 상대를 흔들어 놓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도 정신적으로 잘 무너져 내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피터와의 일전이 그랬고, 레미 본야스키와의 시합이 그랬다.
심지어 네델란드의 쇼타임 무대에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실격패를 당했을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그의 재벌 폭행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현성과 김관수 관장이 내세운 전략이 그 정도로 과하게 하리를 자극하진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은 토너먼트란 것이고, 최대한 체력의 안배가 필요하단 것이었다! 아마 현성이 처음부터 하리와 맞불을 놓았다면 절대로 하리는 자말이나 밴너처럼 현성을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빠른 발을 이용해서 기동력을 살리고 풍부한 전술을 구사했을 것이다.
이는 그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수감 생활 이후 스피드가 떨어지고 파워가 증가한 하리가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고 싶다 밝힌 만큼 초반에 승부를 내려 할 것이고, 그것을 역이용해서 스탠딩 상태에서의 위치를 스윕 한다면 코너로 자연스럽게 하리를 몰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코너에서 자말 로우지와 정면 승부로 승리를 가져갔던 현성의 압박이 쏟아진다면…?
-파방! 파바방!
결과는 가히 치명적이었다!
“장현성! 어마어마한 속도의 연타로 하리를 쉴 새 없이 몰아 칩니다! 아까와는 정반대에요!”
처음의 양상과 달리 이제는 아예 두 선수의 위치가 뒤바뀐 채 어마어마한 속도의 공격들이 다연발 로켓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특히나 스탭을 주무기로 삼아야 할 하리의 발이 코너에 묶여 있었고, 단순한 가드로 막아내기 버거운 현성의 펀치들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초반에 하리를 자극하고, 공격을 이끌어 냈던 것 모두가 전략이란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단지 지금은 가드를 굳건히 하고 기회를 노릴 수밖에!
-파앙!
하리가 가드를 굳건히 하고 현성의 공격을 막아내며 간간히 반격의 펀치를 날려 보았지만 문제는 현성의 사기적인 리치였다! 키는 하리가 더 크지만 리치는 현성 쪽이 더 길다!
“장현성 쏟아 붓고 있어요! 공격을! 아, 하리가 반격을 하질 못 합니다! 길이에서 압도 하네요!”
게다가 그 길이를 최우선적인 무기로 내세운 플리커는 조금만 틈이 보여도 그대로 하이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의 얼굴을 뒤흔들어 놓을 지경이었다. 헤비급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하리나 사키보다도 더 빠른 핸드 스피드로 잽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드 하고 있는 팔이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위력이…!’
현성처럼 회피 동작을 넣어도 그의 팔은 마치 채찍처럼 집요하게 하리의 안면으로 따라 붙고 있었다!
그게 너무나도 성가시고 짜증이 나는 동시에, 한 편으로는 대체 어떻게 그가 하리의 공격들을 모두 피해 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괴물 같은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쏟아 붓고 있습니다! 장현성! 초반에는 가드를 쏟아 부었고, 이젠…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러다 장현성 선수 빨리 지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맹렬한 공세입니다! 하리의 가드가 머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질 못 합니다!”
바로 그 순간 현성이 중계진의 중계를 듣기라고 한 마냥 프론트 킥으로 비어 있는 하리의 복부를 가격했다.
-퍽!
단순한 밀어차기라고 하더라도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는 위력이 배가 된다! 밀려나는 게 아니라 코너에 몸이 고정 되어 있기 때문에 고스란히 그 충격을 몸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컥!”
그 만만찮은 위력에 하리가 인상을 구겼다. 웬만한 바디 샷보다 훨씬 더 충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펀치는 빠르지만 킥은 회수에 시간이 걸린다! 현성이 정타로 데미지를 주긴 했어도 지금이 바로 따져 나갈 기회!
데미지를 참아낸 하리가 기합을 내질렀다.
“하!”
그리고 기합을 내뱉으며 코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리가 저돌적으로 펀치를 휘둘렀다!
-후웅!
그 순간 현성이 스위치로 스탠스를 전환하며 백 스탭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였다!
“반격에 나서는 바다 하리! 하지만 장현성, 피해냅니다!”
“스탠스로 자세를 전환하고 백 스탭을 하기 때문에 장현성 선수의 거리 조절 능력은 압도적입니다! 이제 스위치는 예술의 경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펀치가 빗겨나가긴 했지만 하리로써는 코너를 벗어날 수 있단 것만으로도 좋은 상황이었다! 잡을 순 없어도 일단 코너만 빠져 나간다면 경기를 시간을 다소 오래 쓰더라도 충분히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바로 하리가 사이드로 빠져 나가려 하는 순간 또 다시 한 번 현성이 스위치로 스탠스를 전환하고는 반동을 통해 하리를 향해 치고 들어왔다.
“빌어먹을…!”
그의 이탈을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한 그 기세에 하리가 마우스 피스를 꽉 깨물고 펀치를 날렸지만 어느 샌가 현성이 다시 한 번 스탠스를 전환하며 어렵잖게 그의 펀치를 피해냈다.
“스위치! 장현성 또 다시 오소독스에서 사우스포로 스탠스를 전환합니다!”
오른손과 왼손 모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가 막힌 스위치는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매끄러운 전환과 회피에 이어 현성의 발이 링을 세게 구르자 움찔하며 MC 용준이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러독 스매쉬!”
-퍼억!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이드 스탭으로 빠져 나가는 하리를 따라 붙으며 터져 나온 러독 스매쉬!
‘젠장!’
움찔하며 하리가 순간적으로 가드를 분쇄하는 펀치를 생각해곤 반사적으로 크로스 가드로 스매쉬를 막아 냈다. 허나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몸이 밀려나갈 정도로 위력은 엄청났다!
“굉장합니다! 장현성! 스매쉬로 다시 하리의 퇴로를 차단합니다!”
그리고 하리가 다시 공세로 전환하기 전에 다시 거리를 좁히며 현성의 날카로운 라이트 훅이 날아들었다.
-부웅!
“연이어 공세를 퍼붓네요! 와..! 어마어마한 스피드입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여 피한 하리!
그러나 재빨리 회수한 현성의 라이트가 한 번 더 궤도를 바꾸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듯이 하리를 향해 재차 쏟아졌다.
-퍼억!
“큭!”
이번에도 견실한 가드로 겨우 막아내긴 했지만 정말로 그의 위력은 대단했다! 가드를 하고 있는 하리의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렬했고, 가드가 없었다면 바로 턱으로 떨어졌을 절도로 정교했다!
“이번엔 맥클라렌 스매쉬! 아, 장현성 정말 엄청납니다! 자유자재로 스매쉬 기술들을 구사하고 있어요!”
“정말 감탄을 자아내는 움직입니다! 하리가 코너를 빠져 나가도록 두지를 않네요!”
그 위력은 하리보다 가벼운 체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리로선 답답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져 가고 있었다! 아웃 스트라이커인 그가 이런 식으로 압박을 당해본 일은 좀처럼 없었다. 세미 슐트보다도 더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도 그런 것이 압박은 이미 데뷔 전부터 현성이 가져온 특성이었다. 상대가 커진다 해서 별 할 것은 없었다. 그저 묵직하게, 질리도록 몰아붙이면 되는 것!
“퍽!”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시합에 하리가 인상을 구기며 현성을 향해 반격의 주먹을 날렸다!
-후웅!
하지만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도 정확히 하리의 주먹을 피해낸 현성이 그것을 피해내지 못할까? 위빙 동작으로 큰 하리의 펀치를 피해낸 현성이 이내 비어있는 하리의 복부에 레프트 바디 샷을 때려 넣었다.
-퍼억!
“컥!”
묵직한 충격에 순간 하리가 숨이 턱 막힌 듯 인상을 찌푸리며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서 현성을 향해 클린치를 시도했지만 그 순간 현성이 스탠스를 다시 한 번 더 스위치 하며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렸다!
“아아! 또 다시 스위치! 정말 이거 상대하는 하리가 죽을 맛일 겁니다! 와…! 정말 장현성 선수 대단하네요!”
“이미 스탠딩 기술은 최정상습이에요! 저 스탠스 전환만 하더라도 정말 사람 피가 말릴 것 같습니다!”
단순한 백스탭이 아니라 오소독스와 사우스포의 스탠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전환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하리의 패턴이 자꾸만 꼬여갔다!
‘제기랄…!’
클린치 실패와 함께 그를 향해 쏟아지는 것은 매서운 플리커!
-파바방!
황급히 올린 가드 위를 때리는 펀치라지만 다시 한 번 하리를 코너로 몰아넣기엔 충분했다! 날아드는 펀치에 다시 코너에 발이 묶인 하리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마우스피스를 꽉 깨물었다.
현성이 대체 이 코너에서 쏟아지는 펀치들을 어떻게 피해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얼얼한 팔의 통증을 느끼며, 유도탄처럼 정확하게 따라 붙는 끈질긴 주먹들을 따돌릴 방법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파방! 퍼억!
“큭…!”
이제는 상단을 두드리던 플리커 이후 바디 샷 까지 간간히 섞여 나오는 펀치에 하리가 이대론 정말 곤란하단 생각이 들었던지 이를 악 물었다.
펀치력 자체가 생각 이상으로 강렬하다 보니 이대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 했다!
‘이대론 안 돼…!’
그 순간 하리의 집중력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또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아왔던가? 이 자리로 돌아오기를 얼마나 열망했던가?
‘이대론 안 된다!’
그리고 그가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현성의 패턴에 휘말려 흐름을 잃었던 것을, 조금 더 가드를 견실하게 하고 이를 악 물고 참아내며 하리가 기회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플리커는 궤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예측이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부부의 펀치는 상대의 어깨를 보면 어디로 날아들 것인가 예상이 가능했다. 가드로 주먹들을 커트하며 집중력을 올린 하리가 현성의 어깨를 예의 주시하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후웅!
그리고 점차 현성의 플리커가 빗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오오오!’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바다 하리! 이제 패턴을 읽어 내는 걸까요?! 점차 움직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역시 바다 하리! 타고난 재능이 있는 선수입니다! 과연 어떻게 될는지…!”
천재는 천재란 말인가?!
감탄 섞인 MC 용준의 외침에 순간 하리가 안면을 향해 날아들던 현성의 플리커를 피해내며 번개처럼 라이트 훅을 날렸다.
-후웅!
그 모션이 어찌나 빠르던지 순간적으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반 박자 빠른 하리의 라이트가 마치 덤불 속에서 먹이를 노리던 표범처럼 매섭게 날아 들었다!
“아앗! 하리! 반격에 나섭니다! 매서운 라이트!”
순간 하리의 라이트에 현성이 스탠스의 전환 없이 백 스탭으로 거리를 벌였다…! 스탠스를 전환하기엔 시간이 촉박했고, 가드를 할 필요가 없다 느낀 모양이다! 그 본능적인 움직임…!
바로 그 순간…!
하리의 눈이 번뜩였다!
============================ 작품 후기 ============================
아, 취하네요. 술기운 오르면 생각이 참 많아 집니다. 좀 더 잘 썼으면 이게 이렇게 사장 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나, 이제 상승 기류를 탈 수 있겄냐 싶은 불안감 까지. 술이 사람 맘을 참 약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끊을 수는 없는 것이, 글쟁이 인생에 술 만큼 좋은 친구가 또 어디있겠습니까 ㅋㅋ
앞으로도 계속해서 써나갈 테지만 참 생각 많네요. 하, 조금만 더 실력이 좋았더라면 좋았을 텐 데. 어쩐지 자괴감이 드네요.
그래도 계속해서 써나갈 거고, 이제 27살. 시간은 제 편 입니다. 계속 써나가고, 조금 더 경력이 붙고, 조금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면 좀 더 나아지겠죠. 계속해서 하다 보면 보통 사람도 남들 모두가 다 수긍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계속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모자란 지금으로썬 그게 최선이네요!
그래도 이제 당분간은 출판 글쓴다고 오늘이 마지막 연재 날인데, 한 번 폭발 한 번 해봅시당!
이번 달에 마무리 짓지 못한다 하더라도 양해 부탁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