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 회 - 괴물
“안녕하십니까! K-1 월드 그랑프리 중계를 맡은 MC 용준, 전용준입니다! 오늘도 해설에는 김해환 해설 위원께서 함께 자리 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김대환 입니다!”
무척이나 들 뜬 얼굴의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드디어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네,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와, 감회가 새롭네요! 사실 근래에 K-1 무대 자체가 사라졌고, 입식 격투기는 이제 더 이상 국내에선 보기가 힘들다고 보았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고, 그 중앙에 우리의 장현성 선수가 있단 게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네, 거의 4년 만에 치르는 월드 그랑프리다 보니 기존의 입식 팬들에겐 감회가 더 새로울 것이고, 종합 팬들도 격투기의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장현성 선수가 8강에 안착했고, 어마어마한 상대와 대전이 결정된 상황인지라 국내 격투기 팬드르이 즐거운 비명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
토너먼트 4경기! 장현성 대 바다 하리! 대진 추첨표가 공식적으로 발표 되면서 국내에 있는 수많은 격투 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시합이었다. 하리의 공백이 문제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월드 그랑프리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것이 하리 였다.
물론 매니아 층에서는 하리 보다 기타를 한 수 위로 쳐주고 있는 추세라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기타가 실력에 비해서 인지도가 높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 고로 현성이 하리와 격돌한다는 것은 격투기 팬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이슈가 될 만 했다.
“김대환 해설 위원, 오늘 이 월드 그랑프리를 즐기기 위한 관전 포인트를 몇 가지 이야기 해주시죠!”
“네, 우선 제 1 시합은 고칸 사키 대 다니엘 기타의 시합입니다!”
“아, 사키! 승리의 여신 오오츠카 사키!”
“MC 용준께서는 덕심을 자제 해주심이…”
“말 나온 김에 오늘 오오츠카 사키 양을 다시 볼 수 있겠군요! 그 부분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 입니다!
만담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MC 용준이 엄지를 치켜들고 사키에 대한 예찬론을 늘어 놓으려 하자 김대환 해설 위원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들어간다면 대진표가 정말 재미있게 나왔는데요. 현재 유럽 최강이라 불리는 두 테크니션이 격돌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스피디하고 고난이도의 테니크닉들이 등장 할 시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적극적으로 인파이트를 즐기는 스타일인데요, 최근 레프트 훅을 장착한 기타가 아무래도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그렇군요! 두 선수 모두 동유럽 출신이고, 말이 필요 없는 테크니션들! 아, 기대 됩니다!”
“그리고 제 2 시합은 에베르트 페이토자 대 에롤 짐머맨, 유럽과 남미의 대결입니다. 상대적으로 약체라고 평가 받고 있는 두 선수들인데요, 하지만 짐머맨 선수나 페이토자 선수 모두 저력이 있습니다. 특히나 짐머맨 선수는 월드 그랑프리에서 가장 좋은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 잘 살린다면 충분히 승리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2 경기의 승자는 다소 전망이 쉬운 듯 김대환 해설 위원이 어렵잖게 이야기를 꺼냈다. 1경기의 사키 또한 무시 할 수 없는 강자라지만 현재 입식 세계 랭킹 넘버 원이라 할 수 있는 다니엘 기타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 예측한 모양이다.
그도 그런 것이 이미 두 사람은 쇼타임에서 격돌한 적이 있고, 그때에도 승리를 가져갔던 것은 기타! 킥을 주특기로 하던 선수였으나 훅을 장착하고 나서는 KO승률 자체가 무척이나 높아졌고, 하드웨어에도 사키보단 기타가 우세하기 때문에 동등한 수준이라면 더 우세하다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짐머맨과 페이토자의 경우는 수준급의 선수들이긴 하나 내구도나 체력 등 2% 아쉬운 선수들의 대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승자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전적이나 나이나 체중을 비롯한 제반 조건에서 우세한 짐머맨의 승이 예측되는 상황!
“리저브 매치는 야마다 류이치 선수와 나카하라 앤드류의 시합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시이 관장이 아시아 선수, 특히 자국 선수들을 밀어주겠단 것이 보이는 것 같은데요?”
“재미있는 것은 두 선수 모두 장현성 선수에게 패배한 적이 있는 선수들이란 겁니다! 하지만 앤드류 선수와 달리 야마다 류이치 선수는 그 이후로도 줄 곧 승을 기록했고, 일본 내에서의 인지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리저브 매치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보이네요! 아마 류이치 선수가 무난히 승리할 것 같습니다.”
“네, 그리고 제 3 시합은 사모안 괴인 자말 로우지와 루슬란 카라예프의 시합이죠?”
“그렇습니다! 이 경기가 우리 장현성 선수에겐 분수령이 될 텐 데요. 사실 자말 같은 선수를 토너먼트에서 만나게 되면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과거 제롬 르 밴너가 무관의 제왕에 그친 것이 마크 헌트를 토너먼트에서 만나 체력이 방전되었기 때문인데요! 토너먼트에서 이런 내구도 높은 튼튼한 선수들은 정말 그 자체만으로 위협적입니다!”
“아…! 루슬란 카라예프가 자말 로우지를 잡아준다면 좋겠네요!”
김대환 해설 위원의 말에 MC 용준이 현성에 대한 팬심을 십분 발휘하며 간절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김대환 해설 위원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뿐이었다.
“카라예프 선수가 아마추어 세계의 왕자로 군림하며 야심하게 K-1으로 넘어왔고, 상당히 준수한 성적과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약점이 있는데 내구성이 아주 떨어진다 것이거든요! 물론 러시안 룰렛 같은 막강한 공격력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여지껏 카라예프 선수의 패배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와 폭풍 같은 공격을 구사하는 불도저 스타일에 굉장히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요!”
“하긴 멜빈 맨호프 선수나 노쇄했던 레이세포 선수에게도 패배했죠…?”
“그 후에 육체 개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턱은 아무래도 단련이 되지 않나 봅니다. 상성이 너무 좋지 않네요. 아무래도 자말 로우지가 너무 내구도도 좋은데다 공격력까지 갖춘 선수라 루슬란 선수가 거리를 잡히는 순간 경기가 끝이 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싶네요.”
루슬란 역시 KO승 아니면 KO패 라는 전적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어그레시브하고 스피디하며, 테크니컬한! 하지만 문제는 내구도에 있었다. 그 내구도를 파괴할 수 있는 공격력과 웬만해선 쓰러지지 않는 방어력을 가진 자말과의 싸움!
아무래도 자말의 우세가 눈에 보이는 가운데 MC 용준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로썬 카라예프의 러시안 룰렛이 자말 로우지를 관통하기를 비는 수밖에 없겠군요?”
“네! 아무래도 그게 장현성 선수의 왕좌를 향한 전진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쉽게 예측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두 선수 모두 건투를 빕니다.”
이번 토너먼트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 그 누구도 아닌 자말이었을 것이다. 자말의 파이팅은 분명히 자신이 이기지 못해도, 상대에겐 치명상을 주고 만다. 체력 관리가 가장 중요한 토너먼트에서 때려도, 때려도 지치지 않는 상대와의 시합은 두려울 수밖에!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자말과의 2차전이 토너먼트 준결승에 예정되어 있단 것이 현성의 행보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장현성 선수가 바다 하리라는 크나큰 벽을 뛰어 넘었을 때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상 현성의 대진표는 최악이라 해도 무방했다. 어디 만만찮은 선수들이 없겠느냐만 대외적으론 최강이라 알려진 하리가 첫 상대이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라스베가스와 강원 랜드 배팅소에서는 현성이 상당히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더독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이미 전적면에서의 스코어가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하리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남다르단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천재! 악동! 최고의 스타! 이러한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으니까.
“네, 제 4시합! 장현성 선수 대 바다 하리! 하리 선수가 공백기를 가지고 있다지만 지난 지역 예선에서는 여전히 녹록찮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완숙해진 테크닉은 과거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정말 정밀 타격이 뭔지를 보여주었거든요!”
“하지만 우리 장현성 선수도지지 않습니다! 글라우베 테세이라와의 싸움에서 보여주었던 기량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팬심 때문만이 아니라 테세이라 전에서 보여준 현성의 강함은 극에 달한 강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폭발적인 공격력과 압도적인 스피드! 테세이라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듯이 보일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하리와의 싸움도 해볼만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을 MC 용준이 꺼내 들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 합니다! 현재 장현성 선수가 97킬로~98킬로 정도를 오가며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공식적으로 극진 회과에서 인가된 백인조수를 1시간 만에 통과해냈다고 합니다. 이건 토너먼트 3경기를 치룰 체력이 충분하단 것과 장현성 선수의 공격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거든요!”
“백인 조수면 백명과 싸워 이겼단 말인가요?”
“네, 백여명의 상대와 백여번의 대련을 거쳐 버티는 것이 백인조수인데 장현성 선수는 전승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같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이란 것을 떠나서, 현성이 걷는 길은 보통 사람들의 길과는 확연히 다르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의 밑바닥에서부터 점차 높은 곳으로, 그 걸음은 힘이 넘쳤고 막힘이 없었다. 결국 로드원 FC의 왕좌를 거머쥐었고, 이제는 더 큰 세상의 왕좌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백인조수라는 극진의 전통적 수련법을 통해서 100연승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가 왕좌를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다는 증거가 되지 않겠는가?
“매번 장현성 선수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선수입니다. 과연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설령 승리를 거머쥐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와중 이제 시작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개막전 행사가 이제 시작을 하나 봅니다!”
고요한 도쿄돔을 배경으로 설명을 이어가던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의 설명이 채 다 끝이 나기도 전 화면은 도쿄돔의 특설 링을 비추기 시작했다.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비상 조명을 제외하고는 불이 꺼져 있는지라 사람들의 기대가 가득 차오기 시작한 시점!
-텅!
그 소리와 함께 강렬한 헤드 라이트가 링을 비추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오오오오! 사키! 사키!”
승리의 여신이라 불리는 사키가 전통 복식을 갖추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모습에 MC 용준이 팬심을 발휘하며 ‘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번 개막제는 오오츠카 사키가 문을 여나요?! 아 아름답습니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형상을 나타낸 전통 춤이라고 하는데요, 아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단순히 K-1이 남자들만의 축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네요!”
흑단 같은 까만 머리카락을 흐트리며, 새하얀 전통 복식을 걸친 채 부드럽게 춤을 추는 사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미 아이돌이란 이미지를 넘어서서 신비함마저 넘치는 그녀의 깊고 따스한 눈매는 그 역할에 몰입이라도 된 듯 오묘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시작을 여는 이는 바로 나!’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응원하는 유일한 이의 승리를 위한 진심 어린 기원이기도 했다. 비단 이 대회의 끝을 반드시 ‘그’가 마무리 지어주길 바라는 진심어린 춤사위!
거대한 K-1 소속 선수들에 비하면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작고 가녀린 몸이었지만 두 개의 메인 헤드라이트를 받아 빛이 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와 비견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점차 사키의 춤이 절정을 향해 가며 아름다운 원을 그리기 시작하자 그와 함께 ‘둥! 둥! 둥!’ 하고 도깨비 가면을 쓴 남자들이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오! 이번 대회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네요! 현대와 전통이 공존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의 창세 신화를 컨셉으로 잡아 신들의 대전이란 타이틀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이야, 연출력이 굉장한데요? 오오츠카 사키가 소속된 에이벡스에서 준비를 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부분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탄을 거듭한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의 음성! 그리고 그 음성이 울려퍼지는 동안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던 사키가 어느 샌가 살며시 내려 앉아 춤을 멈추었다.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내 귀를 울리는 북 소리에 빠져든 듯 숨마저도 참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텅…!
그리고 다시 소리와 함께 헤드 라이트가 꺼지기 시작했다. 링을 비추던 2개의 메인 헤드 라이트가 꺼지고 다시 어둠이 맴도는 도쿄돔! 그와 함께 대형 스크린에 문구가 떠올랐다.
“光を求めて?る者は、誰ですか?
(빛을 찾아오는 자, 누구인가?)”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와아아아!’ 하고 함성을 내질렀다.
-두둥!
함성에 맞춘 북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고 스크린의 문구가 바뀌었다.
“勝利を持っていくと、誰ですか?
(승리를 가져가는 자, 누구인가?)”
그 물음에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외치며, 하나의 뭉그러진 함성이 되자 다시 두둥 하고 북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서 월드 그랑프리에 진출한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입니다! 다니엘 기타의 레프트 훅! 고칸 사키의 콤비네이션! 짐머맨의 파괴력 있는 펀치! 페이토자의 브라질리언 킥!”
아무런 소리 없이, 들리는 것은 도깨비 가면을 쓴 이들의 격렬한 북소리 뿐! 북소리와 함께 고조되는 하이라이트 영상에 MC 용준이 덩달아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카라예프의 러시안 룰렛! 자말 로우지의 라이트 훅! 하리의 롤링 썬더! 그리고 마지막은 장현성 선수의 스매쉬…!”
두두두두두두두! 하고 고조되는 북소리와 함께 사키와 기타, 짐머맨과 페이토자, 자말과 루슬란, 그리고 현성과 바다 하리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비춰지자 사람들의 환호가 도쿄돔을 울렸다.
“바로 지금 K-1 월드 그랑프리가 그 진정한 서막을 올립니다!”
그 거대한 함성 속에서 다시 한 번 메인 헤드 라이트가 무대를 밝혔다.
-텅!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키가 아닌 장내 아나운서! 그 모습에 사람들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와아아아아!’ 하고 도쿄돔이 요동치는 듯 한 함성을 터뜨렸다.
“지금부터 K-1 월드 그랑프리! 무제한급 왕자를 찾는, 신들의 전쟁을 개시 합니다!”
광신(狂信)이라도 된 듯 한 장내 아나운서의 힘이 실린 목소리에 한 번 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스크린은 약속이나 한 듯 이시이 관장과 막 춤사위를 마치고 아마테라스의 복장으로 중계석에 합류한 사키를 비추고 있었다. 사키의 모습이 다시 보이자 사람들이 더욱 더 큰 환호와 함성을 보냈다. 숨을 헐떡이며 사키가 부드러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자 그 모습에 MC 용준이 ‘아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오늘의 승자는 오오츠카 사키! 아, 정말 아름답습니다!”
“중계를 해주셔야지, 지금 이게 뭡니까?”
김대환 해설 위원의 웃음 섞인 나무람에 MC 용준이 ‘죄송합니다!’ 하고 빠르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오늘 대전을 빛내줄 선수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 1 시합! 고칸 사키 대 다니엘 기타!”
그와 동시에 둥! 둥! 둥! 하고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맞춰 블루 코너와 레드 코너에 빛이 들어오며 1시합을 맡은 사키와 기타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와아아아아 하고 터질 듯 고함을 내질렀다.
“제 2 시합 에롤 짐머맨 대 에베르트 페이토자!”
폭풍처럼 밀려오는 환호 속에서 연이은 그의 중계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짐머맨과 페이토자 역시 사키와 기타의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내자 더욱 더 환호는 커졌다.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리는 선수들의 모습에 환호를 아끼지 않는 사이 다시 한 번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의 이르을 부렀다.
“제 3 시합 자말 로우지 대 루슬란 카라예프!”
특히나 3경기를 알리는 목소리에 순간 사람들이 ‘자말! 자말!’ 하고 그의 이름을 외쳤다. 아무래도 자말이 남긴 강렬한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모습에 자말이 엄지로 목을 ㄸㆍ는 시늉을 하며 박력있게 자신을 어필하자 사람들의 환호가 더욱 더 커졌다.
“아, 자말 로우지! 자신감이 대단한데요? 이거 장현성 선수 위험하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 토너먼트에서 가장 난적이에요, 자말 로우지!”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이 생생한 그의 모습에 난처함을 보이는 동안 드디어 마지막 선수의 호명이 이어졌다.
“제 4 시합! 바다 하리 대 장 현 성!”
그것은 하리의 힘이었을까? 그게 아니면 동양인 선수의 승리를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함성이었을까?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앞의 어떤 함성들보다 거대한 함성이 도쿄돔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에 앞서 나온 선수들이 조금 당황한 듯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함성의 주인공인 하리와 현성이 양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마어마한 환호 속에서 여유 있게 어필하는 하리와, 그런 것 따위는 마음을 흔들 수 없다는 듯 차분한 얼굴의 현성!
그 상반되는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더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이윽고 리저브 매치를 제외한 그랑프리 파이널의 모든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 아나운서가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개전(開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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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 소고기 전이죵,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