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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25화 (225/281)

- 225 회 - 괴물

12월 11일!

결전의 날이 밝아 왔다.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이 진행되는 장소는 다름 아닌 도쿄 돔이었다. 현성으로써는 꽤 감회가 새로운 장소였다. 현성이 데뷔전을 치른 바 있는,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장소!

그 장소에 거의 1년 만에 다시 서다 보니 도쿄돔에 입성하기 전부터 묘한 기분이 들었는지 걸음을 내딛던 현성이 걸음을 멈추고는 가볍게 숨을 골랐다.

“와… 사람 벌써부터 이래 많이 왔나?”

그 사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른 아침부터 날아온 기철이 감탄한 듯 한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도 일본 무대에서 활동을 하긴 했지만 중소 단체인 DEEP과 비교했을 때 역시 K-1은 규모에서의 차이가 상당했다.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고라쿠엔이 격투기의 성역이라 하더라도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도쿄 돔을 능가 할 수는 없을 테니!

“뭐 일단 드가기 전에 다 구경하고 안 하겠나? 더 사람 붐비기 전에 드가야지!”

김관수 관장 역시 트레이너 생활을 오래 하긴 했지만 이렇게 큰 곳에서의 시합은 전의 다이너마이트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듯 한 그의 목소리에 현성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튼 현성이 오빠! 준비는 잘 됐어요? 몸무게는 그렇게 많이 안 는 거 같은데?”

그런 그를 보며 예린이 무척이나 상기된 얼굴로 물음을 던졌다. 지난 다이너마이트 대회에서는 세컨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시합을 보았지만 이번엔 세컨 자격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합을 볼 수 있는 만큼 더욱 더 들뜬 모습이었다.

“응. 몸무게 별로 안 늘긴 했는데 캐도 괜찮을 거 같다.”

그런 예린의 모습에 현성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철저했다. 짧은 휴식기를 가졌고, 그 이후로 증량과 스파링 위주의 훈련을 반복하며, 이전과는 다르게 적당한 휴식을 배합했고 현재 몸 상태는 그 어떤 때와 비교해도 모자랄 것이 없었다. 현재 그의 체중은 97킬로그램! 근질과 근량 모두 최적화 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휴식이 증가하긴 했다만 기본적인 훈련 량은 여전했다. 단지 혜주와의 이별로 인해서 훈련 량이 급증 했던 때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줄었을 뿐! 하루 8시간 이상을 스파링 위주의 트레이닝으로 이어 왔고 그 잔여 시간에 휴식으로 몸의 효율을 유지했으니까.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몸도 마음도 모두 준비가 되었단 것이었다. 지치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던 것도 이제는 모두 해결이 되었고, 편안한 맘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더러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것들 모두 감수하고, 감당해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그럴 때 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마음의 동요와 흔들림을 버리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하고 명상으로 수면을 대신 했다. 그리고 그건 억지로 잠을 자는 것보다도 더 큰 안정감을 현성에게 안겨 주었고!

“아무튼 오늘 세계 챔피언이 나오는 구나! 그게 현성이 오빠면 진짜 좋겠어요! 와 진짜 이런데서 현성이 오빠 챔피언 되면 나도 울지 싶어요!”

“니가 와 우노? 현성이가 울어야지. 휴지나 챙겨 놔라.”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 이런 거 모르나, 기철이 오빠!”

또 다시 티격태격 하는 예린과 기철의 모습에 현성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예린의 말대로 격투기 선수에게 이 정도로 거대한 무대를 연달아 선다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입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전은 말이다!

기철이야 종합 선수라지만 예린은 입식 선수이다 보니 그 감회가 더 새로운 듯 그녀가 동경 가득한 눈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오빠!’ 하고 손을 들었다.

-짝!

“가서 다 쓰러뜨려 버려요!”

하이파이브를 하며 응원하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현성에게 주어진 시합은 하나가 될지, 세 가지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적으로 3경기를 치루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왔다. 패배는 생각 할 필요가 없었다.

“응.”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의 모습에 예린과 기철, 알렉세이 코치가 들뜬 얼굴을 하고 있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목소릴 높였다.

“그만들 떠들고 드가자!”

그 말에 곧 팀 토네이도 일원들이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성이 도쿄 돔에 다다랐을 때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던 관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카이부쯔! 카이부쯔!”

“사키노오토코다!”

얼핏 눈으로 보아도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현성의 모습을 알아보고 좋아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현장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이제 정말로 유명인사가 되었단 것이 얼핏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사람들이 그의 이름과 별명을 부르며 환호하고, 더러는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자 현성이 미소를 띤 얼굴로 꾸벅 인사 했다.

“간바레-!!”

“잔 상! 화이토!”

항상 예의 바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 그 모습에 현성이 다시 한 번 더 진심을 담아 꾸벅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있다간 관계자들이 난처해질지 모른다는 김관수 관장의 말에 현성이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곤 선수들이 입장 가능한 통로로 먼저 도쿄 돔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 모습에 뒤 따르던 기철과 예린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와! 진짜 현성이 오빠 일본에서 인기 많구나!”

“그러게! 나는 비교도 안 되겠다!”

아무래도 학생과, 군 복무를 병행하다 보니 김관수 관장이나 알렉세이 코치에 비해서 현장을 함께 할 일이 적었던 기철과 예린인지라 오늘 느낀 현성의 인기는 정말로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물론 도쿄 돔에 모여 있는 것이 격투기 팬들이라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과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제 공고한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가?

현성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오늘 설령 우승을 차지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기쁜 맘으로 축하 해줄 수 있다는 듯 두 사람이 그의 양쪽에서 현성의 등을 두드렸다.

그 따스한 손길에 현성이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훈기를 느끼며 말했다.

“쪼매 더 인기 있어도 될까예?”

여유 있는 그 목소리에 기철과 예린을 비롯해 김관수 관장이나 알렉세이 코치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무어라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휴식을 취한 현성은 과거의 느긋함을 되찾은 듯 했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안정감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안정감은 필시 그들에게 기대 이상의 무엇인가를 안겨줄 것이다.

“세계 최고로 인기 많아도 된다!”

자부심 묻어나는 김관수 관장의 목소리에 현성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쿄 돔으로 들어오자 마자 K-1 측의 스태프들이 소식을 전해들고는 급히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이쪽으로!”

대기실 안내를 하는 그들을 따라서 걸음을 옮기던 현성이 맞은 복도에서 낯 익은 얼굴을 보고 ‘아?’ 하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현성!”

“자말!”

그와 아시아 챔피언 결정전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자말이 미리 와 있었는지 그가 가벼운 식사로 속을 달래다 현성을 발견하곤 씩 웃으며 손을 들었다.

“와… 저게 자말이에요? 진짜 크네!”

내츄럴 슈퍼 헤비급의 굉장한 덩치에 예린이 깜짝 놀라 신기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동안 현성이 자말과 손뼉을 부딪치곤 포옹으로 인사 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군.”

현성의 로드원 FC 시합도 보았는지 자말이 씩 웃으며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자 현성이 힐끔 알렉세이 코치를 바라보았다. 그가 후후 웃으며 자말의 말을 번역해주자 현성이 푸핫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유 투.”

그리고 현성이 엄지를 들고 그리 이야기 하자 자말이 가볍게 알아들은 듯 시원스러운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링 위에서의 난폭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백 스테이지에서 보이는 이 사람 좋은 얼굴에 현성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기분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자말이 마찬가지로 후후 웃으며 말했다.

“컨디션이 좋을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 복수 할 수 있는 날이니까.”

웃음기 섞인 목소리라고 하지만 그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자말의 그 말에 알렉세이 코치가 와우 하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현성도 ‘리벤지’라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이번엔 알렉세이 코치의 해석을 빌리지 않았다.

“아… 아이 낫 루즈 투 유…?”

부족한 영어 실력이다 보니 끝이 살짝 올라가 이상한 말이 되어 버렸지만 자말은 그 말을 알아들은 모양이다.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에 현성이 부동심도 영어 앞에선 견딜 수 없단 것을 느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난 벨트가 아니라 널 잡기 위해서 온 거야! 그걸 확실히 알아두라고!”

그런 현성에게 자말이 자신은 그랑프리 우승보다 리벤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확실히 의사를 밝혔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의미는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강인한 의지에 현성이 영어에 대한 울렁증도 그 순간만큼은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듯 당당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내가 이긴다.”

굳이 영어를 할 필욘 없을 것 같았다. 그 말에 자말이 벌써부터 투지가 끓어오르는지 상기된 얼굴로 현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꾹…!

그리고 현성이 자말의 투박하고 거대한 손을 꼭 붙잡았다. 리벤지에 대한 열망으로 강하게 빛나는 자말의 눈을 응시하며 현성이 다시 한 번 부동심에 스스로를 내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리벤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승을 필요로 한다. 각자 토너먼트 1시합의 상대를 이겨야만 리벤지는 준결승에서 성립될 수 있다.

자말의 의지를 보아선 아무래도 준결승 상대는 그가 될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건 분명히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계 챔피언이라는, 월드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그림이 구체적이 되어간다는 것이 현성의 가슴을 부풀게 만들었다.

이내 자말이 현성과의 교감은 충분히 느꼈고, 이젠 승리를 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듯 그에게 리벤지에 대한 열망과 무운을 기원하는 응원을 던졌다.

“굿 럭.”

반드시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 싸울 수 있기를! 그 열망이 담긴 짧은 인사에 현성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자말이 만족한 듯 호탕하게 웃으며 뒤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기 싸움 대박…!”

그리고 짧고 강렬한 인사에 예린과 기철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 듯 빛나는 눈으로 현성을 바라보자 현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가 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드라고요.”

“니는 어떻고!”

“맞아요! 그래도 내가 이긴다! 이거 진짜 멋있어요!”

시끌벅적한 두 사람의 목소리에 현성이 괜시리 머슥한 기분을 느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참, 민욱이는요…?”

어색했던 현성이 화제를 바꾸고자 물음을 던지자 기철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킬러비랑 같이 온다는데? 입장 때는 사람 많은 게 좋다고 그쪽에 먼저 들렸다 오겠대!”

“아… 꼭 안 그캐도 되는데.”

“그쪽도 관중석보단 현장에서 보고 싶을 거 아니야?”

그 말에 현성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대기실은 고요했다. 바깥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이 곧 이제 월드 그랑프리가 얼마나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선은 먼저 선수 소개 하고 일정 들어가잖아? 일단은… 민욱이 오기 전까진 좀 쉬고 있어라! 아마 이시이 관장이랑 사키가 여 먼저 왔다 갈 거 같은데…”

“아… 예, 관장님!”

김관수 관장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곧 시작이다. 올해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비해 힘들었던 올해의 마지막 여정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월드 그랑프리의 결승! 그리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그 누구에도 두려움 없이, 부족함 없이 다시 한 번 그녀의 앞에 나서리라.

그 생각만으로도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절로 머물고 있었다. 민욱의 도움으로 아영과 통화를 한 이후 잊고 있었던 ‘그리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운 만큼 마음은 절박하고, 절박한 만큼 승리에 목 말라 있었다. 승리에 대한 갈증의 이면에는 사실 상 그 좋은 시절, 행복에 대한 갈증이 더 크다 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여전히 한 편으로는 아직까지 용서 받지 못 할 일인지 모르겠다는 여전한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용서하고 놓아주길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당당해졌을 때, 다른 누구에게도 움츠러 들지 않을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혜주를 되찾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녀가 거부한다 하더라도, 다시 가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마음 다해서 누군가를 사랑해 보았단 자긍심은 생겨난다. 그리고 그 자긍심이 비로소 현성을 어른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어른이 되어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모두 이겨낼 수 있다면…

아무렴 그 누구든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마음은 복잡하고 정리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돈 되어 갈 것이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무더운 여름이 가고, 싸늘한 겨울이 지나서…

다시 한 번 따스한 봄이 올 테니까!

“와라… 봄.”

============================ 작품 후기 ============================

월드 그랑프리 시작!

1. 약속은 지키기 위해 있는 것! 오늘의 정량은 완수 되었네요! 이 정도야 너끈하게…

2. 극진 세계 대회 2, 3회 우승했던 나카무라 마코토의 백인조수 설정란에 올려놨습니다.

(10분 정도 되는 짧은 영상이고, 백인조수에 실패 합니다.)

3. 저녁에 괴물 이북 계약 하고 오겠습니당, 후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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