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 회 - 괴물
10월이 시작되었고, 날씨는 다시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제법 바람이 차가워져 얇은 옷 하나 입고 있기만으론 버거운 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9월의 끝자락까지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오기 시작한 시점. 특히나 새벽은 거의 겨울과 다를 바 없었다. 울긋불긋한 낙엽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그 위에 하얀 성에가 내려앉을 정도로 새벽 풍경은 겨울에 가까웠다. 그 가운데에서도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산지는 더욱 더 겨울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았다.
버스도 하루에 한 대 밖에 다니지 않는다는 비포장도로의 끝. 그리고 그 길을 더 걸어 걸어서 들어가면 7개 정도 되는 민가가 겨우 보이는 산동네는 더더욱 말이다.
7개 밖에 안 되는 민가도 이제는 그마저도 몇 사람 남지 않았는지 연기를 내뿜는 집도 서너 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서너 채 남아 있는 집 중 하나는 스님들이 살고 있는 절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거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으음…”
아직까지 해는 뜨지 않았고, 산동네는 푸른 기운이 가득했다. 새파란 새벽 빛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난 현성이 바람막이를 걸치고는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 춥긴 춥다.”
아직 10월에 불과한데 입김을 호 불면 담배연기처럼 김이 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 지은 현성이 까가 머리 위로 까만 비니를 걸치고는 운동화를 신었다.
“후…”
기지개를 쭉 펴고 숨을 내쉬니 밤새 굳어 있던 뼈마디가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소리에 그가 옅은 미소를 띤 채 다시 한 번 하품을 하고는 가볍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벌써 김관수 관장의 고향으로 들어와 휴식을 즐기고 있는 것도 3일이나 되었다.
처음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깊은 산골인지라 처음엔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또 홀로 시간을 보내며 할 것이 너무나도 없었던 터라 괜히 왔다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 하면서 혼자서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해나가다 보니 둘째 날부터는 금방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도시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니 절로 몸이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폐부로 들어온 청명한 공기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는 조깅에 속도를 붙였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던 터라 휴식을 원했지만 몸이 나태해지고 싶진 않았다. 잠깐 일선에서 물러나 이 한적함을 즐기면서도 영양가 있는 시간을 원했던지 그 누가 뭐라지 않아도 스스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결국 자리만 달라졌다 할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나날이었지만, 주변이 달라진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겨운 시간이었다.
-바스락…!
특히나 인적 드문 마을이다 보니 이른 시간에 조깅을 나서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그의 눈에 들어오곤 했다.
“와… 다람쥐네.”
이제 날이 차가워져 그런지 먹이를 모으러 부지런히 다니는 다람쥐나, 가끔씩은 풀쩍풀쩍 뛰어 다니는 고라니가 보이기도 했다. 겁이 많은 동물들인지라 현성을 발견하면 재빨리 도망을 치곤 했다만 다가가지 않고 이리 멈춰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를 신경 쓰기는커녕 제 할 일만 열심히 하고 말았다.
“…귀엽노.”
보기와 다르게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현성이 조깅을 하다 멈춰 서서는 쪼그리고 앉아 다람쥐를 바라보았다. 입 안에 벌써 도토리를 가득 집어넣었는지 양 볼이 불룩한 상황에서도 또 뭔가를 입 안으로 밀어 놓고 있는 모습이 귀여운 심술쟁이 같았다.
“볼따구 터지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도한 자태의 다람쥐는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재빠르게 입을 씰룩씰룩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푸핫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다람쥐가 웃음소리에 놀란 듯 재빠르게 산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잘 가레이…!”
그리고 현성이 혹시 모르니까 조깅을 하다 도토리나 밤 같은 걸 찾으면 저리 두어야겠다 생각하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새벽이슬 머금은 촉촉한 풀을 밟으며 내딛는 걸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회복의 기운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 회복 속도가 빨랐지만 이런 자연에 오다보니 더욱 더 몸도 빨리 나아가는 모양인지 얼굴의 상처와 몸의 기운 역시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오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운동을 한다곤 하지만 훈련을 하던 때처럼 무리한 트레이닝은 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이렇게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산을 타는 것, 그리고 적당히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쉐도우였던지라 힘은 크게 들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환경과 맞물려 회복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는지라 현성으로써도 즐거운 마음이 먼저였다.
“후…!”
하얗게 내뿜는 입김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새 소리! 찌루, 찌루 하고 울리는 새 소리에 현성이 느긋한 얼굴로 다시 미소 지었다. 사람 흔적 하나도 없고 심심해 보이기만 하는 시골이라지만 그 모든 것이 현성에겐 새롭고 즐겁게 느껴졌다.
“…소리 좋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이틀을 획득하고 나서 현성에게도 변화한 것이 있었다. 이미 반납한 벨트라지만 그것을 얻을 때 느꼈던 자긍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 마음이 이제는 조금 더 자신을 가지게 했고, 여유를 얻을 수 있게 만든 것 같았다.
“…오늘은 도토리 주워다 주까…”
특히나 이곳에 와선 정해진 일정이 없으니 매일 아침마다 일정을 만드는 것도 일이었다. 그 동안은 시계 바퀴 돌아가듯이 정해진 일과가 있었지만 그 일과에서 벗어났단 자체가 해방감을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스스로가 자신을 밀어붙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라곤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가 폭발했던 것이 테세이라, 석현재와의 시합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과의 시합에서 두 사람 모두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아웃을 시키게 만들었던 자신을 뉘우치며 여유를 찾는 것이 이 휴식의 가장 큰 숙제였다.
“오늘은 도토리 주워다 주고… 절에 갔다가… 밥 묵고 낚시 함 해봐야지…”
낚시는 김관수 관장과 함께 가서 한 번 해본 것이 전부였다만 왠지 모르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첫 째 날엔 정말로 할 일이 없어서 집안 여기저기를 뒤지다 보니 낡은 낚시 대를 찾을 수가 있었다.
그에겐 지금 이 시간이 모두 기다림이었고, 그 기다림에 익숙해지고자 낚시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고기는 어떡하지…?”
아직 하지도 않았다만 벌써부터 물고기를 잡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요리엔 소질이 없고, 특히나 생선 요리는 답이 없다. 절에 있는 스님이 생선을 요리해 먹기를 하겠는가? 그냥 잡으면 손 맛만 느끼고 놓아줘야겠다 생각한 듯 그가 들뜬 얼굴로 산을 올랐다.
사부작 사부작 하는 낙엽 소리가 듣기 좋게 울렸다. 아직까지 성에와 이슬을 머금은지라 바닥이 미끄럽기도 했다만 걷는 요령이 생겼다. 둘 째 날에 멋도 모르고 올랐다 미끄러진 기억을 떠올리며 현성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나갔다.
“도토리가 있을라나…?”
그 작은 녀석이 재빠르게 돌아다니며 다 주워 먹었을 테니 어쩜 괜한 짓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는데, 이런 걸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현성이 도토리를 찾아서 산 속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사실 12월의 월드 그랑프리 본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걸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만 너무 그 일에 매달리고 싶진 않았다. 조금 더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아, 요 하나 있네…!”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고, 그건 서툴고 요령 없는 현성이 감당하기엔 어려운 일들이었으니까. 쪼그리고 앉아서 도토리를 줍던 현성이 이내 양 볼 빵빵한 다람쥐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긴 방황 속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내 자신을 스스로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혜주에게 제발 사랑해달라, 머물러 달라 바라는 것은 그녀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 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것.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게 사람일 것이다. 최소한 준 만큼은 되돌려 받아야만 할 것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랑을 주었다면 그녀가 그리 아파하거나 힘들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무 안일했던 것… 그게 바로 현성이 생각하는 자신의 패인이었다.
그러니 이제 조금 더 높이… 아니,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가진 사람이 되어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에겐 삶의 의미 이상으로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네 개… 좀 더 찾아봐야지.”
정말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그녀에게 사랑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땐 당당하게 리매치를 신청 할 것이다. 또 다시 실패를 맛 본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인생을 살아오면서 남아 있는 기억은 아픔과 후회가 많았지만 최근의 그는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단 것을 배워가고 있지 않은가? 분명히 그러면 혜주도… 그녀가 그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승산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정말로 격투기가 인생의 전부가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지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 돈과 명예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일은 그에게 희망과 친구, 그리고 가족을 가지게 해주었으니까!
정말로 중요한 건 돈이나 명예가 아니었다. 살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흘러가던 그가 미래를 그리게 되었고, 욕심을 가지게 되었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단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되었단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세상과 등지고 겨루던 괴물이 아니라 이제는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과정 중 아픔도 생긴 게 사실이지만… 분명히 그것도 더 노력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잘 안 보이네… 많이 묵었나…?”
물론 또 다시 좌절하고 넘어질런지도 몰랐다. 로드원 FC의 챔피언 자리를 얻고 나서 가지게 된 맘의 여유도 여유지만 아직까지도 자기 자신은 위험한 사람이란 생각이 사라지진 않았으니까. 이젠 그걸 조절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의든, 타의든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었던 것… 그것들을 조절 할 수 있어야만 했다.
정말로 강해진다는 건 아마 그런 것일 것이다. 그 강함을 손에 넣고 싶다는 열망! 그건 아마도 그가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면 이뤄지지 않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음… 더는 없다. 다람쥐야.”
한 움큼 쥔 도토리에 현성이 더 이상은 못 찾겠다 싶었던지 보이지 않는 다람쥐에게 이야길 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껏 해봐야 열 댓 개 정도 밖에 안 되는 도토리였지만 그래도 기분이 무척 좋은 듯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읏차!”
그리고 산을 내려온 현성이 아까 다람쥐를 보았던 자리에 도토리들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젖은 낙엽 위에 있으면 혹시 썩거나 얼지 않을까 싶었던지 마른 나뭇잎을 깔고 올려놓자 다람쥐 도시락을 싸주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 모습에 그가 옅은 미소를 띤 채 뿌듯한 얼굴로 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절에 가서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 될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을 찾는 일이 이 휴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보니 현성이 제법 경건한 맘으로 숨을 가다듬고는 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 없는 마을이라지만 주말만 되면 이 절로 사람들이 걸음을 할 정도로 유명세가 있는 절이었다. 산골에 있는 절이라기엔 규모도 제법 큰 편이었고, 특히나 입구에 있는 무시무시한 동상은 볼 때마다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도 어김 없이 입구의 동상을 바라보던 현성이 머리를 긁적여 보았다.
“…뭐지…?”
한자로 쓰여 있는 글씨를 읽을 방법이 없었던 터라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처음부터 궁금한 게 있긴 했었다. 절에 있는 불상은 다 인자한 얼굴이라 생각했는데, 절의 입구에 있는 이 청동상은 화가 난 듯 무서운 얼굴에 칼과 철퇴까지 들고 있는 동상이라니!
그게 오늘따라 유난히 신기한 듯 현성이 유심히 동상을 보는 동안 절 안에서 덜컥 하는 소리가 났다.
“으아암! 음…! 오늘도 일찍 일어 나셨구먼!”
하품을 하던 주지 스님이 허허 웃으며 현성을 반기자 현성이 ‘아…’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주무셨습니까? 스님.”
“아, 잘 자다 마다! 이 동네가 하도 성글해서 걱정했는데 저 아래에 이렇게 듬직한 장정이 있으니 맘 놓고 잤지!”
유쾌한 성격의 주지 스님이 껄껄 웃음을 터뜨리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거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겐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아… 그냥… 이 동상이 신기해가…”
절은 다녀본 일이 없는지라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대답하자 주지 스님이 다시 웃음을 터뜨린 채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동상 앞에 서서 말했다.
“이건 부동명왕(不動明王)상이라고 하네.”
“부동명왕이요…?”
그 한자가 부동명왕이란 뜻이었던 모양이다. 현성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다는 듯 신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물음을 던졌다.
“아… 부처님이 아이고…?”
“허허, 부처님의 제자 중 하나지. 악마들과 번뇌를 잡기 위해서 대일여래께서 변신한 모습으로 분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네. 8대 명왕 중 하나이며 흔들림 없는 보리심을 가지고 있다 해서 부동(不動) 명왕이라 불리는 거지.”
“보리심이요…?”
들어도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는 듯 한 얼굴로 현성이 다시 물음을 던졌다. 그 모습에 주지스님이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성제를 극복하여 내 마음 안에 부처님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네. 좀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고통과, 번뇌를 극복하고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네.”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그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평정심… 같은 건가봐예…?”
어렴풋이 이해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부동명왕 상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자 주지 스님이 홀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언제나 분노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부동명왕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는 존재라네. 세상의 고통도, 수십 수 만 가지 욕심들이 불러오는 번뇌도.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수행자일 뿐이지.”
“아…”
그리고 현성이 그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한 번 명왕 상을 바라보았다. 화가 난 듯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리 이야기를 듣고 나니 타협 없이 강인한 얼굴처럼도 보였다. 왠지 모르게 거울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던지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이래 됐으면 좋겠네예.”
얼굴은 닮았다지만 이젠 더 이상 그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휴식 삼일째. 새로운 목표를 만난 듯 그가 명왕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이야기 하자 주지 스님이 홀홀 웃으며 말했다.
“나우마크 사만다 바자라 단칸. 명왕의 진언이네.”
“…무슨 뜻입니꺼…?”
호기심 가득한 현성의 물음에 주지 스님이 옅은 미소로 대답했다.
“번뇌를 없애고, 마를 물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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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명왕 강림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