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 회 - 괴물
봉쇄된 왼 팔…! 그리고 더 아무리 때린다 한들 풀리지 않을 현재의 그립.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에 숨 쉬는 일조차도 쉽지 않은 지금!
그 순간 현성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허나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져야 하는가? 아니, 그건 아니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벗어나야만 한다! 차라리 이대로 죽을지언정 이렇게 질 수는 없다!
그 강렬한 열망이 그의 두 다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트레이닝 중 가장 비중 있게 준비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 방법이 생각났다.
“맙소사! 장현성! 장현성!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놀란 MC 용준의 외침! 그리고 들려오는 환호…! 아직까지 의식은 살아 있었다. 놀란 표정의 현재 역시…! 아무리 힘들다 한들 300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로 스쿼드를 진행 했고, 200킬로 후반의 데드리프트를 해왔던 현성이다. 그 힘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무리 사람의 몸이 들기 어렵다 해도 그것들에 비하면…!
호흡은 가빠왔고, 금방이라도 눈 앞의 ‘장면’들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아주 고통스럽다 해도 ‘죽음’에 비하면 현재를 들어 올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삶의 이율 찾기 위한 투쟁! 현재와의 시합은 그 첫 걸음이었다! 이내 거중기마냥 현재의 몸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우와아아아아!’ 하고 경악에 찬 감탄을 터뜨렸다.
“서, 설마…!”
그의 강력한 허리가 보란 듯 힘을 발휘했다!
계속해서 단련 되어 온 코어 근육이 온 세상에 처음으로 그 힘을 정면으로 선보이는 순간! 그의 허리는 현재를 들어 올린 채로도 완벽하게 현성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가장 원초적이며, 유일하게 케이지에서 자신의 힘 뿐 아니라 도구를 이용 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 임박했단 것…!
‘이것 밖엔 없잖아…!’
경악 속에서 현성이 들어 올린 현재의 몸을 케이지 중앙! 바닥을 향해 내리찍었다! 자이로 드랍을 탈 때처럼 무엇인가가 내려 앉는 느낌이 현재를 스쳤다. 그리고…!
-퍽!
순간 울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등판을 바닥에 세게 찍힌 현재가 고통스러워 며 몸을 비틀었다.
거의 190센티에 달하는 높이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찍힌 충격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비록 낙법으로 두 팔을 쳐 충격을 어느 정도 감소 시켰다곤 하지만…!
“컥…!”
순간 숨을 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로워하는 가운데 조금 느슨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그립은 풀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현성이 터질 듯 한 얼굴로 다시 한 번 이를 꽉 깨물었다. 계속해서 싸운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한다…!
“오, 오오오…!”
아무리 그가 힘이 좋다한들 힘이 빠져 있는 그 상태로, 중량기구도 아닌 사람을 연달아 다시 한 번 들어 올릴 줄은 몰랐던지 사람들이 정말로 놀란 얼굴로 소리 질렀다. 너무 놀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하던가?! 짧은 감탄 이후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린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이건 말이… 말이 안 나오는…”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 역시! 심지어는 현재의 세컨들 마저도 할 말을 잃은 듯 오더를 내리지 못하고 경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정도였다.
“하, 한 번 더!”
유일하게 MC 용준이 사회자의 본분을 잊지 않고 더듬거리는 말로 이어가는 동안 현성이 다시 한 번 들어 올린 현재의 몸을 바닥으로 내리 찍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힘을 가해서, 마지막 힘을 짜내듯이…!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현재가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듯 순간 ‘크억!’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 한 번 몸을 비틀고 머리를 손으로 감싼 채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등보다도 몸 안의 장기들이 충격을 받은 듯 괴로운 느낌은 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륵…!
그제야 다리의 그립이 약해졌다. 그 순간 현성이 더는 들어 올릴 수 없다는 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의 그립을 풀어내고는 지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섰다.
“헉… 헉…!”
“장현성 뒤로 빠집니다! 드디어 탈출해냈습니다! 세상에…! 어마어마한 슬램을 연달아 2번이나…! 정말 대단합니다… 이건 정말…!”
“UFC에서 과거 맷 휴즈가 카를로스 뉴튼에게 작렬시켰던 파워밤보다 더 대단합니다! 와…! 진짜 이건 정말… 괴물이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네요…! 사람이 이렇게 힘이 셀 수 있나요…? 모두가 끝날 거라 생각한 순간에도 포기 하지 않았고, 슬램으로 역전 합니다! 와… 정말… 이렇게 싸우는 걸 보니까 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감동한 듯 울먹이는 김대환 해설 위원의 목소리와 함께 휘청휘청, 비틀비틀 흔들리는 걸음으로 주르륵 밀려나 케이지에 기대어 선 현성! 그제야 숨통이 트인 듯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아낌 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 소리를 들을 기색도 없이 현성이 시뻘겋게 부어 오른 목과, 아까 힘을 너무 쏟아 부었는지 축 늘어진 몸을 다시 한 번 정돈하며 괴로워 하는 현재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끝이 나는 건 아닐까?’
현재를 내리 찍었을 때의 충격은 현성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무척이나 데미지는 심각할 것이다! 과연 그가 버틸 수 있을까? 사실은 여기서 끝이 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로 힘든 시합은 현성으로써도 처음이었다.
자말과 난타전을 벌였을 때 보다도 더 체력적으로 버거운 기분을 느끼며 그가 쓰러진 현재를 바라보는 동안 심판 배훈도 비슷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쓰러진 현재에게 다가섰다.
순간 현재가 헉헉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하니 슬램으로 반격을 해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연달아…!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지금까지의 노력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슬램이 큰 이상을 만든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두 번째에 머리를 부딪치긴 했지만 등이 먼저 닿고 반동으로 부딪친 것이라 실신은 피할 수 있었다. 정말로 위험했다. 여전히 온 몸이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충격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 생각으로 현재가 울렁이는 주변을 느끼며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순간 오싹한 시선이 느껴졌다.
-움찔…!
케이지에 기대어 잠시의 휴식을 취하던 현성이 어느 샌가 그를 향해 들이닥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현재의 몸을 스쳤다. 슬램으로 초크를 풀고 탈출한데 이어… 또 다시 그를 향해 몰아칠 준비를 하고 있다. 얼핏 보아도 힘에 부쳐 떨리는 두 팔과 두 다리를 하고서!
‘대체… 왜 저렇게…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야…?’
이 케이지 안에서 논리나 이성으론 이해할 수 없는 본능적인 무엇인가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건 곧 현재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었다. 두 번의 연이은 슬램으로 그 역시 회복이 느렸다만 현재의 트라이앵글 초크로 오랜 시간 산소를 차단당했던 현성 역시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닌 것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투지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을 뿐! 그게 정말로 무서웠다. 지금껏 현재가 해온 모든 것이 그에겐 소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건 현재가 케이지 안에서 처음으로 느낀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두려움이 그의 얼굴을 스친 바로 그 순간… 케이지에 기대어 쉬고 있던 현성이 그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장현성! 또 다시 뛰어듭니다! 대쉬! 대쉬해 들어갑니다! 아! 정말 물러섬을 모르는 선수! 투혼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그 모습에 또 다시 전율을 느낀 듯 비명 같은 목소리로 MC 용준이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에 미처 현재가 다 몸을 일으키기도 전…!
-쿵!
바닥을 내 딛는 현성의 스탭…! 순간 현재가 움찔하며 가드를 모았지만…!
-퍼억!
“스매쉬이! 러독 스매쉬-!”
중거리에서 그를 향해 치고 들어온 펀치는 그의 가드를 그대로 분쇄하며 현재의 몸을 ‘ㄱ’자로 꺽어 버렸다!
“커어억…!”
슬램으로 인한 몸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 그의 현성의 매서운 스매쉬가 가드를 뚫고 바디에 꽂히자 버틸 수 없는 듯 현재가 비명을 질렀다! 아파도 이건 너무 아프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그 상황…! 그 고통 속에서 현재가 제발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기를 바라는 맘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현성을 향해 반격의 주먹을 날렸다!
-퍽!
그도 힘이 빠진 것은 마찬가지인지 순간 현성이 현재의 펀치에 크게 흔들리며 휘청하고 자세가 무너졌다!
“아아아! 장현성 선수! 데미지가 있습니다! 아직 회복이 안 된 거에요!”
“여기까지 와서 또 다시 무너지나요?!”
그리고 그 순간 현재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다시 한 번 현성의 몸을 노리고 뛰어 들었다…! 테이크 다운! 이번에 넘긴다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충분히 그를 잡아 낼 수 있다…!
‘닿아라! 손 끝…!’
슬로 모션처럼 현재가 현성의 허리를 향해 손을 내 딛는 바로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한 불온함이 다시 그를 스쳤다. 그리고…!
-퍼억!
“커어억!”
내장을 토해낼 것 같은 고통이 복부에서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현성의 니 킥이 현재의 복부를 쳐 올린 것이다! 그 강렬한 일격에 괴로워하며 현재가 차마 그를 넘기지 못하고 현성에게 도달했을 때 현성이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세를 바꾸었다. 그리고 결국은 그의 손을 떠나간 현성의 몸…!
‘스위치…? 빌어먹을…!’
이 정도면 허탈해질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스위치로 또 다시 반 걸음의 거리를 더 가져가다니…!
그와 동시에 현성이 매섭게 빛나는 눈으로 정확히 현재의 턱을 겨냥한 마지막 주먹을 뻗었다…!
-콰직!
순간적으로 현재의 턱 끝을 가격한 펀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현재의 안면을 크게 뒤흔들었고…! 그와 동시에 현재가 통나무처럼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쿵…!
그와 동시에 심판 배훈이 서둘러 닥터를 부르며 양 손을 교차했고, 순간 멍하던 관중들이 온 몸에 오돌토돌한 닭살이 돋는 기분을 느끼며 소리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함성이 터지고 나서야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도 정신을 차린 듯 온 힘을 짜내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스매쉬! 다시 또 스매쉬…! 맥클라엔 스매쉬…! 장현성! 장현성! 승리를 가져갑니다! 와아아아아! 세상에! 세상에!”
“괴력의 슬램으로 역전, 승리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이건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장현성!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승리에 대한 집념…!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기량으로, 최고의 승리를 거머쥡니다!”
그 환호 속에서 현성이 모든 기력을 다 발산한 듯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두 팔과 다리! 격투기를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일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소리 없이 엎드린 채 감격에 겨워하는 그의 모습에 더욱 더 큰 환호가 쏟아졌다.
“장현성! 결국 로드원 FC 미들급 타이틀을 획득합니다! 이제 한국 챔피언입니다! 국내 최정상의 자리에 오릅니다!”
민욱과의 데뷔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시합을 지켜봐왔고,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소식까지 모두 알고 있는 MC 용준이 순간 울먹임을 참지 못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에 갈라진 음성으로 소리쳤다.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선택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단 한 번도 힘들다 이야기 하지 않고 버텨온 이가 드디어 결실을 맞이한 것은 감동적이라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결국 장현성 선수가 해냈습니다…! 와… 정말 오늘의 승부는 정말… 정말 값진 승리가 될 것 같습니다! 10연속 1라운드 KO를 이어가는 동시에, 챔피언에 오릅니다! 대단합니다, 장현성!”
목이 메여 이야기를 잇지 못하는 용준 대신 김대환 해설 위원이 벅찬 감동을 전해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동안 케이지의 문이 열렸고, 김관수 관장을 비롯한 토네이도 짐 식구들과 키드와 광철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현성아!”
그의 승리도 기쁘지만 지금 현재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듯 김관수 관장이 몸을 숙이고 있는 그의 곁에 다가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관장님…”
트라이앵글 초크에 저항하며, 2번의 슬램으로 현재를 내리 찍었을 때 온 몸에 있는 기운을 모두 짜냈던 모양이다. 지친 숨을 몰아쉬다 못해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그의 부름에 김관수 관장이 ‘그래!’ 하고 괜리히 먹먹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내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 현성은 분명히 울고 있었다. 눈가에 가득한 눈물은 고통스러워서일까? 아니면 이제 다시 일어날 수 있단 희망을 얻었기 때문일까? 그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덩달아 울컥하고 무엇인가가 솟아 오른 듯 김관수 관장이 다른 말 대신 그를 꽉 끌어 안았다. 그리고 두 사제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동안 장내의 박수와 축하를 위한 함성이 더욱 더 커졌다.
배팅에 실패해 돈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동안…
“벨트!”
배훈에게서 벨트를 전해 받은 기철이 뿌듯한 얼굴로 그들의 앞에 벨트를 들어 보였다. 도금이긴 하지만 번쩍번쩍 빛이 나는 금장에 정교하게 새겨진 ‘ROAD ONE FC MIDDLEWEIGHT CHAMPION’!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현성에게 주어진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모든 긴장이 다 풀려버려 무너지듯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김관수 관장의 품에 기대었다.
“…이제 쉴 수 있심다…”
트라잉 앵글 초크의 여파인지 목이 쉬어버린 듯 쌕쌕 하고 새어나온 쇳소리에 그가 ‘잘했다!’ 하고 현성의 등을 두드렸다. 그 손길에 현성이 다시 한 번 울먹이는 얼굴로 자신이 쟁취해낸 벨트를 보곤 그제야 웃음 지었다.
“마!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난다 안 카나…!”
괜히 또 기철도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울먹울먹하며 그리 이야기를 하자 현성이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눈물 흘리며 웃음 지었다.
그게 어쩐지 서글퍼 보이기도 한 얼굴이었다만… 내외의 어려움을 이겨낸 후배에게 기철이 자랑스럽게는 듯 벨트를 내밀자 현성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벨트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가 김관수 관장과 알렉세이 코치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가득 찼다.
-짝짝짝짝짝…!
멈출 줄 모르고 터져 나오는 박수 속에서 현성이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다시 추스르며, 입술을 꾹 깨물고 양 손으로 벨트를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습니다! 장현성!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괴물, 장현성! 모두가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에 환호와 열광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성과 마찬가지로 울다 목이 쉬어 버린 MC 용준의 외침이 더욱 더 그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현재가 닥터 체크 이후 들것에 실려 나간 동안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고 그를 향해 다가왔다.
“장현성 선수! 축하합니다! 로드원 FC의 새로운 챔피언이 될 걸 정말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그 목소리에 현성이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게 너무나도 감격스러워 보여 장내 아나운서도 괜시리 코 끝이 찡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소감 한 마디를 간단히…”
그 말에 현성이 눈 앞에 다가온 마이크를 두고도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머뭇머뭇하다 다시 손으로 슥 눈가를 닦았다.
“와아아! 잘했다! 멋있다!”
사람들의 위로 소리에 현성이 다시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터뜨리곤 잔뜩 쉬어 버린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고맙심다…”
어렵사리 꺼낸 첫 마디! 그 말에 사람들의 환호가 한 번 더 빗발쳤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그의 승리를 축복하는 사람들 속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다시 한 번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입술을 꽉 깨물어 감정을 추스르곤 말했다.
“…이제 저도… 더 이상은… 움츠리 들지 않고… 다른 사람들 같이… 내가 내를… 자랑스럽게… 생각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 할 거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듯한 먹먹한 음성이었다. 그게 오히려 더 사람들의 맘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의 지난 과거, 그리고 고난! 그게 가져다 준 괴로움이 드디어 사라지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현성 자신이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첫 걸음…!
“이제… 시작입니더…”
그 말을 어디선가 혹시라도 이 경기를 보고 있을 혜주에게 전하고 싶은 듯 그가 다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들은 수억, 수만가지였다만 그걸 아직까지도 자신 있게 꺼낼 순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마도 알 것이다. 그 절실한 감정을 담은 그 한 마디로 현성이 다시 입을 다물자 장내 아나운서가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끝인가요…? 마지막으로…?”
그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곤 김관수 관장과 기철, 예린, 알렉세이 코치, 그리고 일본에서 여기까지 함께 응원차 방문해준 킬러비 짐의 식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정말 저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고… 신세 지겠심다… 감사합니더!”
마지막 말만큼은 패기 있게 소리친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이벤트 홀을 울렸다. 짝짝짝 하고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허리 숙여 감사를 표했던 현성이 다시 몸을 들고는 사라진 마이크를 바라보았다. 어느 샌가 장내 아나운서가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다시 가져간 마이크에 그가 아직 할 말이 하나 더 있다는 듯 그를 바라보자 그 애처로운 눈빛에 장내 아나운서가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지막으로 한 말씀…!”
그리고 그가 마이크를 다시 내밀자 현성이 그 앞에 숨을 고르며 뿌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민욱이! 보고 있나…?!”
============================ 작품 후기 ============================
‘나’로 마무리 했지 말입니다. 다나까 삼종세트 완성
설정란에 참고자료 슬램 장면 올려 놓았습니다. 맷 휴즈 VS 카를로스 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