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 회 - 괴물
낮은 자세의 저공 테이크 다운! 현재의 시도가 노리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분명했다. 무거워진 몸, 죽어버린 스탭! 그의 다리를 캐치해서 넘기는 것일 테니까…! 의도가 분명한 만큼 그의 속도는 예사롭지 않았다. 총알 같은 테이크 다운이 낮게 내리 깔린 가운데 현성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면…!
“아아아아아아!”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상체를 낮추고…! 하체는 뒤로 빼어 내는 것! 절대로 다리를 잡혀선 안된다…! 그리고 들어오는 현재의 속도를 일순간이나 저하 시킬 필요가 있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 현성이 현재의 양 팔을 단단하게 붙잡고 그의 몸을 찍어 누르며 순간적으로 하체를 뒤로 빼내자 어느 샌가 현성이 현재를 찍어 누른 모양이 되었다! 현재가 손 끝에서 빠져나간 그의 다리에 안타까워 하는 동안…!
“가드 했습니다! 장현성! 테이크 다운을 막아 냈어요!”
“하지만 안도하긴 이릅니다! 벗어나야 해요!”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의 마이크 역시 불이 났다. 석현재의 날카로운 테이크 다운을 현성이 디펜스 해냈고, 포지셔닝을 넘겨주진 않았지만 어서 일어나지 않으면 힘이 들 것이다!
“어서 빠져 나와야지!”
김관수 관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피가 말리는 듯 바짝 타들어가는 입술로 소리쳤다. 그 외침에 현성이 허리를 뺀 채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낮은 자세의 현재가 그것을 그리 쉽게 넘겨줄 리 없었다! 아무리 현성의 스탭이 죽었다 하더라도 긴 리치와 위협적인 타격! 그것은 여전히 위협적인 부분이었으니까! 절대로 그걸 허락하진 않겠다는 듯 그가 계속해서 현성을 힘으로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두 선수 힘 겨루기에 들어갔습니다! 장현성 선수,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리게인 여부에 따라서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육안으로 보기에도 현재 몸의 크기는 석현재 선수가… 더 커보이네요! 근질의 상태두요! 아무래도 힘싸움에선 석현재가 우위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컨디션 난조! 그것이 체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 결과 점차 현재가 현성을 힘으로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현성이 악력이 좋고, 코어 근력이 좋다 하더라도 체중으로 밀어 붙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점차 밀려나가는 그의 몸에 사람들이 웅성이고, 김관수 관장과 기철, 예린을 비롯한 세컨진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현재를 막고 있는 현성 역시 이런 시합의 전개는 처음인지라 다소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스탭과 거리로 승부를 보았겠지만 오늘은 그것이 안 되는 날! 그 갑갑한 생각에 현성이 점차점차 밀리는 몸이 케이지까지 밀려나게 되면 답이 없다 생각한 듯 순간 적으로 무릎을 쳐들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현성의 니킥이 현재의 옆구리를 쳤지만 이를 악 물고 버텨내는 석현재! 그와 동시에 그가 순간적으로 더 힘을 가하자 현성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아아아! 장현성! 니 킥으로 반격해 보았습니다만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습니다!”
“그 정도 데미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에요! 아직 극초반입니다! 니 킥을 버틴 석현재가 오히려 힘으로 장현성 선수를 케이지까지 밀어붙이네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안타까워하는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 두 사람 모두 현성의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안타까움이 더 컸다! 선수가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는 일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 또한 시합의 일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주르륵 밀려나 어느 샌가 케이지 앞까지 다가온 현성!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여기서 넘긴다면, 4분이나 남은 시간을 가지고 여기서 현성을 넘긴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현재가 더욱 더 저돌적으로 그를 밀어 붙였다. 현성의 허리를 잡고 넘겨버릴 생각인지 계속해서 밀어 붙이는 그의 모습에 어느 샌가 현성의 뒷발이 케이지 끝에 닿았다.
“아…!”
그걸 지켜보는 김관수 관장이 역시 이번 시합은 말려야 했던 게 아닐까 하고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의 현성이라면 절대로 현재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감량의 여파, 탈진의 후유증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현성, 테이크 다운!”
새로운 요구를 한 것은 다름 아닌 알렉세이 코치…! 바로 그 순간 현성이 세컨인 알렉세이 코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순간적으로 누르고 있던 현재의 몸을 두 손으로 단단히 그립했다…! 그때까지도 현성을 밀어붙이기에 여념 없었던 현재가 ‘설마…!’ 하는 순간!
밀어붙이는 그의 힘을 이용해서 몸을 튼 현성이 타고난 코어 근력! 허리힘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현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한 현재가 그대로 케이지 쪽 바닥을 향해 내리 찍히고 말았다.
-쿵!
“아아아아아아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테이크 다운! 오히려 석현재의 힘을 이용해 장현성 선수가 테이크 다운!”
현재의 밀어붙이는 힘과 자신의 타고난 힘을 이용한… 매끄러운 테이크 다운! 그와 동시에 케이지의 사이드로 떨어진 현재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성의 테이크 다운! 설마 그걸 코치 진에서 요구 할 줄은 더욱 더 몰랐을 것이다! 김관수 관장이나 세컨들도 당황한 가운데 알렉세이 코치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소리쳤다.
“스탭은 죽어도 힘은 죽지 않았어요!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삼보가 쉬웠다면 그걸 주짓수라고 불렀을 겁니다!”
삼보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한 그의 말에 김관수 관장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운드 상황에 대한 훈련이 없었던 게 아니다. 단지 현재의 그라운드 능력을 경계해, 스탠딩에서의 결착을 우선 순위로 두었던 것 뿐!
“몰아 붙이라, 현성아!”
그의 오더가 현성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현성이 현재의 몸을 그립했던 손을 풀고 어깨에서 뻗어 나가는 직선의 주먹을 날렸다.
-퍼억!
당황한 현재의 얼굴에 날아드는 파운딩!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그 펀치가 처음으로 호쾌하게 현재의 얼굴을 흔들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파운딩! 파운딩! 장현성 선수가 설마 석현재에게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고 성공할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
전혀 예상밖으로 흘러가는 경기 양상은 예측을 불허하게 만들었다! 절대적으로 그라운드 상황을 피할 것이라 생각했던 현성이…!
-퍼억! 퍼억!
“장현성! 무참히 몰아붙입니다! 이거 정말 노리고 있었던 걸까요?! 석현재 선수의 가드 위로 무지막지한 파운딩을 꽂아 넣습니다!”
한 번 잡은 기회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 그의 킬러 본능에 불이 붙은 듯 케이지 사이드에 밀린 채 날아드는 현성의 파운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가 이렇게 세…?!’
이미 그의 펀치는 잽으로 맛을 보았다지만 그것과는 상대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파운딩은 15전이 넘는 시합을 치른 현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맹렬했다! 특히나 정교화된 파운딩은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듯 하면서 철저하게 그의 가드 틈 사이를 노리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온 몸의 맥동이 터질 듯 빨라질 정도로 절박한 상황…!
-뻐억!
그 순간 현성의 오버핸드성 파운딩이 체중을 실은 채 현재의 얼굴을 뒤흔들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뻔 한 강렬한 펀치에 현재가 이대론 곤란하다 생각한 듯 날아드는 현성의 펀치에 움찔하면서도 눈은 감지 않은 채 그의 주먹을 피해냈다! 필연적으로 펀치를 날리다 보면 주의력이 흐트러지는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현재가 다리로 현성의 허리를 감싸고는 펀치를 날리는 그의 두 팔을 자신의 팔로 붙잡았다!
“아! 석현재! 러버 가드로 전환합니다! 하지만 파운딩의 충격이 생각보다 크겠는데요?! 벌써 출혈이 보입니다!”
코에서 흐르는 뜨뜻한 기운을 느끼며 현재가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 현성의 화상 입은 얼굴을 보며 으득 이를 갈았다. 설마하니 거기에서 테이크 다운을 시도 할 줄은 몰랐고, 이렇게 파운딩을 선보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 차례다.”
당한 만큼 돌려줄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가 현성이 움직일 수 없도록 그의 팔을 단단히 캐치한 채 허리를 감았던 다리를 매끄럽게 끌어 올렸다!
“현성아! 빠져 나와야 된다!”
김관수 관장의 오더에 현성이 순간 단단하게 붙잡힌 오른팔을 비틀어 빼내고는 비어 있는 그의 안면에 다시 한 번 펀치를 꽂아 넣었다!
지금 이렇게 둔해진 모습으론 현재의 다리를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주짓수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잠깐 정타를 허용하면선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동시에 타격의 성공과 함께 왼팔의 그립도 약해질 것이고! 바로 그때가 벗어나는 타이밍이 될 것이다…!
-뻐억!
“큭!”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강렬한 펀치였지만 그걸 맞고 기회를 놓친다면 프로가 아니지 않은가? 바로 그 순간 현재가 ‘흐압!’ 하고 기합을 내뱉으며 그의 허리를 감고 있던 다리를 끌어 올려 현성의 목과 왼팔을 함께 캐치해 휘감았다! 고통을 인내하는 건 현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듯 정타에도 불구하고 그걸 버텨내고 몸에 닿는 현재의 다리에 현성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트라이앵글! 트라이앵글 초크인가요!”
“네! 장현성 선수! 처음으로 그라운드 기술에 걸린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리의 그립이 완성 되면 이건 장현성 선수도 쉽게 벗어날 수 없을 텐 데요!”
마치 뱀처럼 재빠른 그 동작에 순간 현성이 움찔하는 사이 이미 현재가 두 다리의 그립을 단단히 걸고 승리감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됐다…! 완전히 걸렸어!’
그리고 그의 다리에 불끈하고 힘이 들어가자 그 순간 현성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다리는 팔보다 3배 이상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위! 아무리 현성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걸린 그립을 풀어낼 재주는 없을 것이다!
승리에 대한 확신! 그리고 예감…! 그것을 만끽하며 현재가 현성의 왼팔을 양 손으로 붙잡았다! 그 사이에 현성이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 생각한 듯 오른 팔로 비어 있는 현재의 옆구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퍼억!
순간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었던 현재의 표정이 움찔하고 흔들렸다! 하지만 그렇다 하도라도 감은 두 다리의 그립은 공고했고, 그걸 버티지 못한다면 이길 수 없단 것을 알고 있는지 그가 사나운 짐승처럼 포효하며 더욱 더 다리에 힘을 주었다.
순간적으로 호흡이 가빠지고 앞이 흐릿해지는 상황 속에서 현성이 마우스피스가 찢어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고 그의 옆구리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그 어마어마한 소리가 울릴 때 마다 현재의 얼굴도 일그러졌지만 그는 절대로 그립한 다리를 풀지 않았다…!
“하아아!”
오히려 포효를 내지르며 고정된 현성의 안면에 주먹을 찔러 넣으며 반격을 할 뿐…! 트라이앵글 초크에서 안면 타격까지 더해지자 점차 힘이 빠지는 듯 현성이 현재의 옆구리를 때리던 손을 멈칫 하고 말았다. 시뻘겋게 부어 오른 현재의 옆구리를 때리던 주먹이 바닥에 살며시 닿자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아아아! 장현성! 이제 힘이 빠진 모양인가 봅니다!”
안타까운 MC 용준의 외침에 김대환 해설 위원도 많이 안타깝다는 듯 한숨과 함께 소리쳤다.
“장현성 선수,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판단력이 많이 흐트러졌던 시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버티고 있긴 합니다만 더 이상은 반격 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패색이 짙은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저항을 할 수 없는 듯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터질 듯 한 힘줄…! 그걸 참아내는 것도 슬슬 한계에 부딪쳐 온 듯 현성이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 뜨렸다. 그의 시합에선 처음 보는 장면…! 그 안타까운 모습에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아…!’ 하고 아쉬운 탄성을 터뜨렸다.
“현성아… 그냥 탭 아웃… 해라…”
차마 소리는 치지 못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그 말을 되뇌이는 김관수 관장! 현성의 성격 상 절대로 탭 아웃을 하진 않을 것이다. 어쩜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심판 배훈이 말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화상 입은 얼굴과 맨 얼굴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붉어진 그의 얼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타까웠던지 그도 인상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트라이앵글 초크를 이 정도로 오랫동안 버티고 있단 것은…!
현재로 이제 슬 힘이 빠져 가는 모양인지 현성의 안면을 타격하는 대신 몸을 낮춘 채 다리에 힘을 최대한으로 가할 뿐이었다. 그 숨 막히는 현장 속에서 살아날 방법은 있을 것인가…?
‘설마 이렇게…?’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무너진다는 생각! 바로 그 생각이 현성을 지탱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물러설 자리가 없다…! 더 이상은…! 근처에도 다가서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 그냥 이대로 무너져 있으라고, 그 자리가 어울린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게 낫지…!’
그리고 현성이 천천히 다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터질 듯 달아오른 얼굴과, 흐려지는 시야…! 그리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두 다리…!
“장현성! 아직도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근성입니다만…”
“지금 이 상황이 계속 되면 K-1 월드 그랑프리도 출전하지 못 할 수 있어요…! 아, 이게 전부가 아니니 장현성 선수가 적당히 포기를 했으면 하는 맘도 적잖습니다…!”
안타까운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거의 현재의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 순간에도 현재는 안심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산소의 결핍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눈빛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필사’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여지껏 그가 많은 시합을 치렀지만 이 정도로 필사적인 눈빛은 본 적이 없었다. 되려 그에게 미안스러워 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무엇인가 불안한 공기가 주변을 스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흐려지던 그의 눈빛에 다시 한 번 전의(戰意)가 맴돌았다.
“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악에 가득 찬 사람들과 멍해진 현재…!
“맙소사! 장현성! 장현성!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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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까로 끝났지 말입니다. 다음엔 나로 끝내면 다나까 삼종셋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