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194화 (194/281)

- 194 회 - 괴물

하루, 하루를 기절하듯이 몰아붙이며 보내는 시간들도 이제는 점차 익숙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사실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아 오히려 멍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그것이 꿈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슬픔은 그제야 시작이 되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멈추질 않았고, 모든 것을 끝내버리고 싶었다.

‘어째서 나의 인생은 이토록 큰 시련과 고난 밖에 없는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어디에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주 작은, 아주 사소한 행복 하나를 붙잡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양 인생과 삶의 무게가 무섭게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왜 나는 행복해질 수 없는가? 물음을 던져 봐도 그 또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답 없는 물음이 머리를 휘감고, 사방에서 질리도록 목을 죄여 올 때 마다 현성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참고, 또 견디는 일밖에 없었다.

물론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무거운 상황들과 마음속에서 하루, 하루 잠드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해버릴 순 없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다 뽑아내듯이 격하게 몸을 움직이고 나면 그제야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더 이상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리고 싶은 충동만 가득한 가운데 그래선 안 된다는 이성의 끈 하나가 간신히 그를 버티게 만들었다.

“준비 됐나?”

사키가 했던 말처럼 이제 그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지 지금은 너무 경황이 없어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뿐, 정신을 차리고 뒤 돌아서면 듬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실이 현성을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사람이기에, 아무리 고통과 상처에 익숙하다한들 마음 속 깊이 차오르는 울화(鬱火)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샌드백을 치고, 훈련에 몰입해 스스로를 혹사시켜도 결코 그것으로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단지 쌓이고, 쌓이고, 쌓인 감정들과 괴로움들. 그것들을 모조리 풀어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예, 관장님.”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울화를,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와 괴로움을 현성이 공식적으로 토해낼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현성과 김관수 관장이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백 스테이지로 이동하는 동안 중계석의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위원도 중계를 시작했다.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16강! 시간 참 빨리 흘러갑니다! 벌써 월드 그랑프리가 열리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네, 시간이 날개를 단 것 같습니다. 특히나 장현성 선수가 시합이 한일을 오가며 풍부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가습니다.”

“그렇네요! 사실 지난 로드원 FC 시합도 저희가 중계를 했는데 불과 2달 전의 일이지 않았습니까?”

“네! 그 전의 아시아 챔피언 결정전은 4월이었고, 그 전 달엔 로드원 FC 시합이 있었습니다.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오고 있는 장현성 선수! 저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성이 이제 유명인이 되긴 했지만 혜주와의 결별은 그리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소식은 언론에게는 알려지지 않았고, 관계자들도 일절 내용을 함구했고 현성의 뒤에는 격투계에서 벗어난 민욱이 버티고 있다 보니 감히 멋대로 기사를 올릴 수도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열리는 월드 그랑프리! 김대환 해설 위원 감상 포인트를 뽑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K-1 없는 동안 네덜란드의 쇼 타임이 그 자리를 대신 했었습니다만 사실 무게감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일단 K-1과는 규모가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선수의 질은 훌륭해도, 쇼 엔터테이너적인 면이나 상징성이 부족했는데 이번 대회가 바로 입식 최강자들을 위한 메인이벤트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대회가 특별한 건 역시 쇼 타임의 제왕인 다니엘 기타를 비롯해서 최고의 입식 테크니션 고칸 사키! 러시아 아마추어 킥복싱의 전설 루슬란 카라예프! 그리고 악동이자 천재인 바다 하리 등! 최고 레벨의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단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매치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합은 우리 장현성 선수의 시합입니다.”

더불어 혜주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다 보니 사생활 보호에 대한 존중이 필요했다. 아무리 악질 연예부 기사라 하더라도 법적인 부분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선까지 무리하게 움직일 필욘 없었던 모양이다.

“상대인 글라우베 테세이라 선수는 극진 가라데 세계 챔피언을 2회 역임했고, K-1 전적도 전승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인데요! 이 선수를 상대로 장현성 선수가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참 기대가 됩니다.”

“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장현성 선수가 개인적으로 무척 안 좋은 일을 겪었다…라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컨디션의 이상은 없을까요?”

그리고 만약 거기에 사키가 개입되었다면 큰 이슈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키 역시 그 날 조용히 일본으로 귀국해 현성에 대한 코멘트 없이 자신의 활동에만 주력하며, 혹시라도 양국의 언론이 관심을 보일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사실 그 부분은 장현성 선수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잘 알 수는 없지만… 다음 로드원 FC 시합 때문인지 공식적으로 밝힌 체중은 현재 89킬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상대인 테세이라 선수가 극진출신이라 내구도도 있고, 110킬로 정도 되는 거구이다 보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장현성 선수는 이미 제롬이나 자말 같은 거구들을 연이어 쓰러뜨린 전적이 있기 때문에 체중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언론은 고요했지만 언론이 나서지 않아도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혜주가 운영하던 러블리 엔젤이 사라졌고 그로 인해 현성의 엔젤 티셔츠를 더 이상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단 사실. 그리고 공식석상에서 혜주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단 사실 덕에 팬들이 두 사람 사이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유추를 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현성 선수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던데 컨디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 때문에 한동안 격투 팬들 사이에 이야기들이 많았죠?”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그 사실을 바탕으로 ‘현성이 인기와 돈이 생겨 여자 친구를 버렸다!’ 혹은 ‘오오츠카 사키와 바람이 났다!’라는 추측을 사실처럼 쓰고 유포를 하거나, 비열한 인간이라는 둥 악평을 늘어놓는 무리들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두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로 판명 났구요. 그로 인해 일부는 형사 처벌까지 받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거나 체중보다는 확실히 컨디션이 더 중요할 텐 데 아, 과연 어떻게 전개 될지 오늘도 기대가 됩니다. 항상 장현성 선수의 K-1 시합은 체격적인 면에서 열세를 보이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번 기대 이상의 장면을 매번 보여주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어느 선수보다도 믿음직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사실 요 근래 장현성 선수의 개인사를 두고 상당히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는 팬 여러분들 모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선수를 결코 시합 외적인 부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거든요. 왜냐하면 그들도 사람이고,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링 위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오, 김대환 해설 위원! 아주 멋진 말을 해주셨는데요?”

“사실 유명인이기 때문에 욕설과 악담을 듣는 건 당연한 일이다… 라는 마인드 자체가 아주 천박한 마인드 아닐까요? 그건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 하는 발언일 뿐입니다. 그래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걸 합리화 하는 거죠. 격투기 선수는 시합으로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인격적인 부분을 그렇게 쉽게 단언 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선수인데 팬들 역시 보다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사실들은 현성의 컨디션을 저하 시킬 위협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에이전트’의 선에서 법적으로 ‘말끔하게’ 처리 되었다. 키보드 한 번 잘못 눌렀다 영혼까지 털렸단 말이 있을 정도로 확실한 일처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허위 사실들이 유포되는 일은 그렇게 흔치 않았다.

당사자인 현성은 전혀 알지 못하고 하루 12시간 이상을 훈련으로 보낼 정도로 격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만, 그 사실을 알고 있어 그런지 김대환 해설 위원이 열을 내는 가운데 MC 용준이 후후 웃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오늘 시합 이후로 장현성 선수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야말로 제왕의 길밖에 없습니다! 월드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하고, 로드원 왕좌에 오르게 되면 명실 공히 한국 최고의 파이터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네! 그런 의미에서 오늘 4번째 시합이 정말 기다려 질 것 같네요!”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 위원의 들뜬 목소리가 울리는 동안 3만 명을 가득 채운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활동 재개를 선언하며 승리의 여신으로 비상한 오오츠카 사키도 사키지만 월드 그랑프리에 참여하는 K-1의 새로운 스타들이 총 출동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빈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한 가운데 장내 아나운서가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짝을 짓고 있었는데, 그의 파트너는 새하얀 피부에 빨간 머리를 가진, 다소 뚱뚱한 체구의 여자.

“레니 하트! 레니 하트다!”

그녀의 존재에 사람들이 벌써부터 기대감 가득한 얼굴을 해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프라이드 FC에서 선수 소개를 전담했던 독특한 음성의 주인공 레니 하트! 그 모습에 팬들이 들뜬 얼굴을 하는 동안 턱시도를 입은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 했다.

“지금부터 K-1 월드 그랑프리 최종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빛내줄 16명의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드디어 월드 그랑프리의 본격적인 서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 말과 동시에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모인 많은 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웅성임 가운데 환호와 함성이 피를 끓어오르게 만듬에도 불구하고 백 스테이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현성의 표정은 좀처럼 변화가 없었다.

“헤이.”

그 사이 함께 그랑프리 16강에 진출했던 자말이 이번에도 역시나 같은 라인에 속해 있는지 현성에게 먼저 주먹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현성이 후후 웃으며 자말의 주먹에 주먹을 마주치자 그가 건투를 빈다는 듯 현성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지난 시합 이후로 4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에 부러진 코는 다 나은 모양이다. 코 부상 덕분에 훈련 자체가 쉽지 않았겠지만 자말의 표정은 한껏 들떠 있었다.

“이번 시합에서 이기면 다시 또 우리가 시합을 할 수도 있겠군.”

영어로 이야기 하는 그의 모습에 현성이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자 자말이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위. 파이트. 어게인. 파이널 그랑프리!”

그리곤 135킬로 거구가 몸을 뒤뚱거리며 제스처를 섞어 간략한 영어로 설명하자 현성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자말이 다시 한 번 더 건투를 바란다는 듯 주먹을 내밀었다. 그 주먹을 마주치며 현성이 미소 지었다.

“땡 큐.”

짧은 말과 함께 자말이 씩 웃으며 다시 팀원에게로 돌아가 동안 김관수 관장이 그를 보며 말했다.

“자가 자말이가?”

“예, 관장님. 엄청 크죠?”

김관수 관장도 코리안 탑 팀에 재직할 당시 덩치론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자말처럼 두꺼운 선수를 본 적은 없다는 듯 고개를 내둘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피식 웃음 짓자 김관수 관장이 대견하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거를 혼자서 잡아냈네. 장하다.”

“이게 제 일이잖아예.”

그리 큰 일은 아니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흔드는 현성.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시간이 지나 생활은 안착 되었지만 여전히… 떨치지 못한 뭔가가 있다 싶었던지 아쉬운 맘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맘에 담긴 거 다 풀어뿌라.”

그 말에 현성이 그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미소와 함께 오랜만에 힘 있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민욱과의 리매치 이후로 두 달만에 맞이하는 시합이다. 그리 오랜 텀이 있었던 게 아니지만 이상하게 오랜만이란 생각이 드는 시합이었다.

여지껏… 시합을 맞이했던 때완 마음이 달랐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풀어내는 방법 따위는 알지 못하는 그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발산의 시간. 그게 바로 링과 케이지였으니까.

“먼저 소개 합니다! 제 1시합을 맡은 모스크바 대회의 우승자! 러시안 룰렛! 루슬란 카라예프!”

“루우우우우슬라아아안! 더 러시안 루울렛! 카라예에프으으으!”

1시합을 맡은 루슬란의 소개를 시작으로 이제 월드 그랑프리를 향한 마지막 예선이 시작되었다. 평소와 다르게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 이후 폐부를 찌르는 듯 한 레니 하트 여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현성이 평소보다 더 몸 안에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쥐었다.

온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잠시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걸 감추고자 그의 표정은 더 없이 차가워졌지만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화가 치밀어 오를 것만 같았다. 그리고 김관수 관장의 손이 그의 등에 닿자 그 손길에 간신히 현성이 자신을 억누르며 눈을 감았다.

참고, 참고, 또 참아 억눌러 왔던 사나운 감정이 하나로 뚤뚤 뭉쳐 거대한 덩어리를 이뤘다. 그 거대한 덩어리가 느껴진 순간이었다. 귓가에 웅웅 울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레니 하트의 찌르는 음성.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

그것이 얼마나 오갔을까?

“제 4시합! 아시아 챔피언! 오오츠카 사키의 남자! 괴물 장! 현! 성!”

“자아아아아아앙! 디 몬스터어어어어어어! 혀언서어어어엉!”

드디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현성이 감았던 눈을 뜨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나와 있는 선수들이 일렬로 서있는 가운데 현성이 그의 자리에 서서 차갑게 굳은 얼굴로 팬들을 바라보았다. 앞서 호명된 선수들보다 더 큰 함성이 울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중계진의 옆에 헤드셋을 쓰고 있는 사키의 모습이 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그를 생각해 위로를 전했던 그녀. 하지만 여전히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 그 답답함마저도 오늘 모두 풀어버리겠다는 듯 현성이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주먹을 치켜 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유일하게 환호 받을 수 있고, 환대 받을 수 있는 이 자리!

침노하던 감정은 이제 더 이상 가라앉을 자리도 없었다. 그리고 현성이 천천히 손을 내리고는 맞은 편 홍 코너에 서 있는 테세이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까만 피부와 두꺼운 몸. 그리고 선량해 보이는 눈동자. 하지만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단지 링 위에서 만날 글라우베 테세이라는…

“…이긴다.”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만 할 상대에 불과할 테니까.

심지어 분노 조차도.

============================ 작품 후기 ============================

어제부터 눈이 너무 따갑네요. 노안이 왔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