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179화 (179/281)

- 179 회 - 괴물

“밖에서 5분. 안에서 5분. 마지막으로 10분. 이렇게 한 세트. 아마 300그램은… 한 세트만 하면 충분 할 거야.”

강원도 컨벤션 호텔! 계체량 전 날까지도 여전히 현성의 체중은 300그램이 오버한 상황이었다. 결국 엑셀레이트라는 체중 감량 크림을 이용하게 된 현성이 그것만큼은 정말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

지독스럽게 감량을 시도했지만 이미 너무 근육이 많이 붙어버린 그의 몸은 체중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여건이 되질 못했다. 이틀째 멈춰버린 체중계! 그리고 남아 있는 300그램. 기껏해야 고기 반근에 불과한 체중이 빠지지 않았으니 어떻게든 수를 써야만 했다.

이제는 수분을 빼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더 이상은 방법이 없었다.

“…괜찮겠나?”

“예…”

알렉세이 코치에게 피부가 녹는 듯 한 고통이 느껴질 거라 이야기를 전해들은 만큼 달가울 수가 없었다. 여전히 현성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뜨거운 것과 불이었으니까. 허나 사우나를 해도, 아무리 런닝을 해도 더 이상 수분이 배출이 되지 않았다. 남아 있는 300그램을 빼내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도리가 없었다.

“몸에는 이상이 없다, 현성아. 하고 나면… 오히려 회복에도 도움이 되긴 한 단다.”

“…예, 관장님. 괜찮심다.”

걱정스러운 김관수 관장의 목소리에 현성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관수 관장도 기철을 비롯해서 과거 코리안 탑 팀에 코치로 재직하며 많은 선수들의 감량을 지켜보아 왔지만 이번 현성의 감량처럼 어려운 감량은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엑셀레이트라는 감량 크림을 이용을 하게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딱 20분만 참으면 돼. 20분.”

알렉세이 코치가 엑셀레이트 크림을 사용했던 선수들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이야기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한 번 더 현성에게 내용을 상기 시켰다. 그도 현성이 불과 뜨거운 것에 대해서는 트라우마에 가까운 기억이 있단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그 기억을 돌이킬 수 있는 이 방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예, 코치님. 괜찮아예. 그 더운 날에 2시간 뛰는 거보단… 이게 낫겠지예. 고작 20분이잖아예.”

그런 상황을 알고 있다 보니 현성이 계속 싫은 티를 낼 수는 없다 생각했던지 얼굴에 미소를 그려 보았다. 일부러 환하게 웃곤 있지만 최근 그의 신경은 상당히 날카로워진 상황이었다. 하루 식사 한 끼. 그것도 활동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 최소한의 식단. 다른 영양분은 보충제로 공급을 하고 있고, 35도에 달하는 날씨 속에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공복과 수분에 대한 갈증이 아무리 성격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상황을 유지시켜 줄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현성의 인내심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던 이전에 비해서 조금 멍해지고, 잘 신경을 쓰지 못 할 뿐 단 한 번도 힘이 들다거나 짜증을 낸 적은 없었으니까!

“조금만 참자, 현성아. 조금만…”

그런 그를 보며 함께 동행한 혜주가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호흡을 하고 상의를 탈의 했다.

“욕조에 물 좀 받아놔야 하는데…”

“내가 할게요!”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던지 그녀가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자 알렉세이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뜨거운 물이어야 하니까 온도를 잘 확인 해야 돼.”

“…뜨거운 물요?”

이 더운 날씨에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자체가 고역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지 혜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찮아요, 누나. 금방… 20분이면 되니까. 잠깐 고생하면 이제 편히 잘 수 있잖아요! 내일 계체 하고 나면 다 끝나니까…!”

지금도 상당히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다. 계체 전날 컨벤션 호텔에 도착해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했고, 수분을 빼내야만 했다. 그러고도 효과가 없었으니… 몸은 이미 피로가 중첩되어 만신창이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 그래야지 이 게 끝이 난다. 그리고 민욱과의 리매치를 치룰 수 있다.

“뜨거운 물 받고 있나…?”

조심스러운 김관수 관장의 목소리에 혜주가 목이 메여 왔던지 대답대신 울컥하는 것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성이 속옷만 걸친 채 매마른 몸을 드러냈다. 그의 몸은 마치 예술품 같았다. 타고난 골격에 적당한 크기로 달라붙은 근육들은 마른 논처럼 선명한 데피니션을 보이고 있었고, 그건 가히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맞추기가 어려울 만큼 균형미가 있었다.

단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생동감이었을 것이다. 너무 수분이 많이 빠져 푸석해 보이는 모습에 혜주가 차마 보기 힘든지 홱 고개를 돌린 동안 현성 역시 계속 걱정시키기 싫었던지 알렉세이 코치를 보며 말했다.

“시작해주세요.”

그 말에 알렉세이 코치가 엑셀레이트 라고 적혀 있는 크림의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까 타월 큰 거랑 얼음주머니도 준비 해주세요.”

“아, 알겠다!”

“제가 챙길게요!”

그걸 보는 것 보다는 뭐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 싶었던지 혜주가 부랴부랴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알렉세이 코치가 현성에게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그러면…”

“예, 코치님.”

심호흡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현성의 몸에 알렉세이 코치가 엑셀레이트 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크림이 닿자마자 현성이 움찔하고 몸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파스처럼 화끈한 느낌이었다가 점점 온도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몸 피부 위에서 불이 치솟아 오르는 듯 한 그 끔찍한 느낌에 그가 움찔움찔하자 알렉세이 코치와 김관수 관장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성이 이토록 인상을 찌푸린 일은 본 적이 없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두 사람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자 현성이 감았던 눈을 뜨고 말했다.

“참을만 해요.”

그리고 그가 차마 웃음은 지을 수 없는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자 알렉세이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그의 온 몸에 엑셀레이트 크림을 발라주었다.

“이 상태로 5분.”

그 말에 현성이 무엇인가를 꾹 참는 듯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수건 위에…”

그런 그를 보며 안타까운 얼굴의 김관수 관장이 혜주가 가져다 준 타월을 바닥에 깔자 그 위에 엎드린 현성이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어린 시절 그 날의 기억을 연상케 하는 피부의 고통 속에서 현성이 전신에 힘을 주는지 미동도 하지 못한 채 주먹만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자 알렉세이 코치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잘 하고 있어!”

“그래, 좀만 참아라!”

“얼마나 남았어요…?”

웬만해서는 던지지 않는 그 질문에 김관수 관장이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이제 반 왔다.”

“아…”

터져 나온 한숨에 모두들 무척이나 안타까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제 체급을 상향 할 필요가 있었다.

“목욕탕에 때밀이가 때 너무 세게 밀었을 때 같제…?”

현성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그의 농담에 현성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웃음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도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마치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감량의 고통이란 것을 증량이 필요할 땐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는 듯 현성이 힘든 얼굴로 고통을 버티다 시간이 되자 알렉세이 코치가 그의 몸을 타월로 닦아냈다.

“이제 물 안에 들어갈 건데… 이게 좀 더 힘들어.”

그 말에 현성이 질린 듯 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이제 15분 남았으니까.”

“응, 누나. 괜찮아예.”

인내와 기다림. 그것이 그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 아니던가? 혜주를 보니 그나마 웃을 수 있다는 듯 힘없는 웃음을 띤 채 현성이 다시 엑셀레이트 크림을 바르고는 그녀가 받아 놓은 뜨거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으…!”

이번에는 들어가자마자 어금니를 꽉 깨물고,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차마 보질 못하겠다는 듯 뒤돌아섰다.

“…민욱이 주먹은 하나도 안 아프겠는데요…?”

어금니를 악 물고 현성이 말했다. 흡사 피부가 타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빠질 수 있는 수분은 모두 빠져 있는 상태라 그 고통은 설령 화상의 경험이 없더라도 참을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더 잘 알고 있다. 모두를 안심시키려 농담처럼 꺼낸 말이지만 쉽지 않은 듯 그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인내하는 동안 어느 샌가 다시 5분이 지났다.

“다 됐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성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깔아 놓은 타월 위로 엎어졌다.

“얼음 찜질 해주까…?”

“예. 그거 좀…”

거의 탈진한 듯 힘없는 그의 목소리에 혜주가 결국 다시 훌쩍이며 얼음주머니를 들고 그의 몸 구석구석을 식히자 현성이 그나마 살 것 같다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 10분 남았네요.”

차마 다시 들어갈 엄두가 정말로 나지 않는다는 듯 허탈한 그의 웃음에 혜주가 알렉세이 코치와 김관수 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만 하면 안 돼요…?”

그 말에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쉬며 현성을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누나. 이제 반 왔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아깝잖아요.”

오기가 생겨서라도 해보이겠다는 듯 한 그의 말에 혜주가 ‘그래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이 힘들어하는 만큼 힘이 들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혜주의 어깨를 다독였다.

“진짜 이거만 끝내고 나면 싹 해결 될끼다. 걱정 하지 마라, 혜주야.”

“…네, 관장님.”

매번 현성의 시합을 보러 이벤트 현장을 찾아 왔고 그 덕에 많은 파이터들을 보았다. 하지만 무대 위에 서는 파이터들이 이런 살인적인 감량을 하고서 오르는 줄은 몰랐던지 혜주가 한숨을 깊게 내쉬자 현성이 다시 웃음 띤 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힘이든지 주름 잡힌 얼굴에 혜주가 아무 말 없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었다.

“…생각 같아선 니 이거 그만 하면 좋겠다…”

“…계약도 있고… 민욱이도 있잖아요. 조금만 참아요, 누나. 괜찮을 거에요.”

오히려 그녀를 더 위로하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입술을 잘끈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 알렉세이 코치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라운드야, 현성. 10분.”

지금까지 해온 시간의 2배. 그 말에 현성이 깊게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혜주가 그의 곁에서 떨어지고 알렉세이 코치가 다시 그의 몸에 엑셀레이트 크림을 발랐다. 적응이 될 만도 하다만 적응되지 않는 고통에 현성이 다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힘들단 소릴 절대로 하지 않는, 힘든 내색이 없는 그가 그러니 더욱 더 맘이 쓰이는 가운데 현성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욕탕 앞에 서선 차마 들어가기 쉽지 않은 듯 쓴웃음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용암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듯 한 기분이었다. 피부가 불에 타는 작열통을 느껴본 적 없는 이들은 그게 얼마나 끔찍한 느낌인지 알지 못 할 것이다. 그 생각과 함께 현성이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뜨거운 욕조 안으로 몸을 담그었다. 인내와 참을성이 그의 미덕이라곤 했지만 이건 정말 버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 더운 여름날. 2년의 시간을 소년원에서 보냈을 때 느꼈던 막막함보단 나았지만… 10분이 1년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현성이 거의 기절하기 직전처럼 녹초가 된 몸으로 밖으로 나오자마자 김관수 관장과 혜주가 그의 몸을 닦고서 얼음으로 그의 몸을 식혔다.

“…설마 한 번 더 해야 되는 건 아니죠…?”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로 현성이 물음을 던지자 알렉세이 코치가 장담 할 순 없다는 듯 말했다.

“아마도.”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는 프로였다. 프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약속들에게 대한 책임을! 그게 그의 일이었고, 그가 평생 걸어가야 할 삶이다. 순응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자 현성이 고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순박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혜주가 밉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쿡 찔렀다.

“아야…”

기운 없는 목소리에 그녀가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다음엔 또 어떻게 하노? 한 번 더 해야 되잖아. 감량.”

“…그땐 진짜 더 열심히 해야죠. 이거 안 발라도 되게…”

훈련 양을 늘여도 이 감량 크림만은 정말 더 바르고 싶지 않다는 듯 현성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여전히 그녀에게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은 그녀를 생각해서 억지로 짓는 미소인지, 아니면 그녀가 있기에 그래도 웃을 수 있어 그런 것인지 몰랐지만 그가 얼마나 그녀를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가마솥에 들어갔다 나온 진돗개가 그래도 주인이라고 그 몸을 하고서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부렸던 것처럼 그런 애틋함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무 말 없이 정성스럽게 그의 몸을 얼음주머니로 식히는 혜주와 축 늘어진 몸으로 미소 지슨 현성.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관수 관장과 알렉세이 코치가 이번엔 기필코 감량에 성공하길 기원하는 동안 현성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체중 체크… 해보죠.”

“기다려봐라. 체중계 가지고 올라니까!”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후다닥 걸음을 옮겨 전자 체중계를 들고오자 현성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체중계를 바라보았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져 86킬로그램을 통과하지 못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통과 할 거다. 바보야.”

그런 그의 손을 꼭 잡으며 혜주가 위로하자 현성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리고 김관수 관장 역시 긴장된 얼굴로 체중계를 내려놓자 현성이 조심스럽게 그 위로 올라섰다. 디지털 계기판에 점차 올라가는 숫자. 앞자리가 8에서 멈추고 뒷자리가 쉴새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와 이래 촐싹대노, 숫자가!”

피가 말리는 듯 김관수 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현성이 웃음을 띤 채 자세를 바로 잡으며 기운 없는 와중에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자 곧 숫자도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6.1… 6.0… 5.9… 아! 내 심장이야! 5.9! 85.9다!”

간을 졸이며 줄어가던 체중이 85.9에서 멈추자 그제야 김관수 관장이 환호를 질렀다.

“예스! 좋아!”

“성공했다! 통과 했다! 통과!”

주먹을 불끈 쥔 알렉세이 코치와 비명을 지르며 좋아하는 혜주! 그 모습에 현성이 비틀거리며 체중에서 내려와 타월 깔린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해냈다.”

이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계체량만 마치면 된다.

“드디어…”

남은 시간은 배고픔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감량 크림에 비하면 충분히 참을만하다 생각하며 그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밴너 이겼을 때 보다 기쁜 것 같아요…!”

순박하게 터져 나온 그 감탄에 김관수 관장과 알렉세이 코치가 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혜주가 말없이 그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따스한 그 체온에 현성이 뜨거운 건 싫지만 따뜻한 것은 좋다는 듯 그녀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좋다. 정말…”

이제 힘든 것도 모두 끝이 났고, 드디어 하루만 참으면 된다. 그 생각에 현성이 미소와 함께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야기 하자 혜주가 ‘응…’ 하고 후후 웃으며 그를 더욱 더 꼭 끌어안았다.

“이제 이래 아픈 건 그만 했으면 좋겠다.”

============================ 작품 후기 ============================

감량 크림에 대해서는 UFC 페더급 챔피언 조세 알도의 인터뷰를 첨가해 올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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