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 회 - 괴물
“회복이 정말 빠르시네요. 완전히 다 나았다 할 수는 없지만 직접적으로 때리거나 치지만 않는다면 훈련도 충분히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4주란 시간보다 일찍 완치가 된 안와골절부위. 그 회복력에 힘입어 자말 전 이후로 한 달 만에 현성은 스파링을 다시 시작 할 수 있었다.
“킥 캐치!”
김관수 관장 역시 아직까지 깁스를 한 상태였지만 병원에서 무사히 퇴원을 했고, 전면적으로 나설 수 는 없었지만 현성의 훈련을 과거처럼 총괄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쉬었던 만큼 에너지를 충전한 듯 한 그의 우렁찬 외침에 현성이 바로 반응하며 알렉세이 코치의 로 킥을오른 손으로 덥석 붙잡고는 그의 다리를 당기며 지탱하고 있던 왼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렇지! 테이크 다운!”
-쿵!
김관수 관장의 들뜬 목소리와 함께 알렉세이 코치의 몸이 붕 떴다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긴 하다만 그래도 체중의 충격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내 그가 러버 가드로 금방 포지셔닝 하며 현성을 칭찬했다.
“이제 능숙한데?!”
삼보 챔피언 출신인 알렉세이 코치가 감탄을 할 정도로 매끄러운 킥 캐치 테이크 다운! 현성 자체가 힘이 좋은 편이었고, 특히나 악력은 그 좋은 힘들 가운데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났다. 아마 그것이 타고난 펀치력의 원천 중 하나 였을 것이다. 유난히 길고 큰 손 역시 성인 남자의 발목을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을 정도였으니 킥을 캐치 하는 순간 그의 테이크 다운은 거의 예정된 동작이라 보아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스파링 대신 할 수 있었던 것은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스탭을 가다듬는 것과, 이렇게 레슬링 기량을 늘이는 일이었다. 현성 자체가 타고난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에 K-1 외의 무대에서 마음껏 타격을 펼치려면 막강한 레슬링 실력이 뒷받침을 해줘야만 한다. 타격가에게서 가장 두려운 일은 그라운드 상황으로 접어들어 가게 된단 것이고, 넘어지는 순간 상대에게 기회를 내어 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단 것이었다.
물론 그라운드 능력을 강화해 그 상태에서 피니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현성 같이 타고난 스트라이커가 굳이 그런 위험을 부담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알렉!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말짱한 손으로 그에게 미트를 던져주자 알렉세이 코치가 미트를 양 손에 끼고는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오케이!”
“괜찮으시겠어예…?”
“테이크 다운에 그라운드 앤 파운딩은 정석이야. 당연히 훈련해야 하는 부분이니 손 안 다치도록 조심해!”
현재 그들이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것은 그라운드 앤 파운딩! 그라운드 상황에서 피니쉬를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무기는 필요한 셈이었다. 물론 그라운드 앤 파운딩은 타고난 파괴력을 지닌 현성에게 있어서 충분히 피니쉬로 사용 할 만한 기술이기도 했고!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손이 빗겨 나가는 거다! 정확하게 상대의 안면에 타격을 꽂아 넞어야 된다! 손에 부담이 많이 갈 수가 있으! 효도르가 손가락 부상 달고 다닌 게 파운딩을 너무 세게 쳐 넣어서 그런 것도 있다!”
과거 프라이드를 제패했던 효도르의 상징이 바로 이 파운딩이다. 파운딩이 무서운 것은 일반적인 타격과 달리 링 혹은 케이지 바닥에 몸이 고정되어 있다 보니 펀치의 파괴력이 고스란히 실린단 것이었다. 물론 스탠딩 상황에서보다 적중시키기 어렵단 단점이 있긴 했다. 빗겨 나가면 말 그대로 맨 바닥에 주먹질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동작 자체가 풀 스윙으로 제대로 된 힘을 싣기 어려웠으니까.
“예, 관장님!”
기실 그라운드 앤 파운딩은 격투기 기술 가운데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기술이었다. 말 그대로 막싸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던가? 그랬기 때문인지 현성이 이건 제법 친숙하다는 듯 바닥에 미트를 잡고 누워 있는 알렉세이 코치를 향해 파운딩을 날리기 시작했다.
-퍼엉!
파운딩 특성 상 제대로 된 펀치를 날리기 어렵다지만 현성은 양 어깨로 슈퍼 헤비급을 침몰 시킨 펀치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그 상황에서도 어마어마한 소리가 오랜만에 토네이도 짐을 가득 채우자 사람들이 와 하고 감탄을 터뜨렸다.
-퍼엉!
글러브와 미트의 소리가 맞물려 마치 대포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 아래에 있는 알렉세이 코치가 이러다 잘못해 맞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싶은 걱정에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좋아! 그렇게 훅 성으로 들어가는 펀치가! 하지만 그렇게 쉽게 허락은 하지 않을 거야! 두 유 언더스탠?!”
컴벳 삼보가 주짓수나 유도, 레슬링과 다른 게 있다면 타격을 허용한단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알렉세이 코치가 충분히 익숙한 듯 열정적으로 소리치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알렉세이 코치가 그의 몸을 담고 있던 다리에 힘을 주며 자세를 스윕하려 하자 현성이 움찔하고 반응하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파운딩!”
최대한 실전에 가깝도록 훈련을 진행한다! 김관수 관장의 목소리에 현성이 반응 하며 다시 파운딩을 날렸다.
-퍼엉!
한 번 더 요란한 소리가 토네이도 짐을 울렸다. 이내 알렉세이 코치가 순간적으로 감고 있던 다리를 슥 끌어 올려 트라이 앵글 초크를 시도하자 현성이 움찔하며 상체를 벌떡 일으켜 그의 다리를 피해내고는 다시 한 번 저돌적으로 뛰어들며 파운딩을 날렸다.
-퍼엉!
“와우!”
계속된 시합 덕분인지 집중력이 눈에 띠게 향상된 현성의 반응 속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동물적인 감각을 내세워 그가 알렉세이 코치의 반격을 피해내고 다시 뛰어 들며 펀치를 날리자 사람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 후 교착 상황에서도 현성이 동급 체급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는 힘으로 그를 압박하며 매서운 파운딩을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펀치를 내뻗는 주먹은 힘이 흘러 넘쳤고, 그의 얼굴엔 생기가 가득했다. 민욱과의 리매치도 리매치지만 그 이후 10월 타이틀 샷! 그것이 현성으로 하여금 또 다시 모티베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파운딩 훈련을 계속하던 그에게 김관수 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스탑! 휴식 하자! 잠깐!”
예정된 시간이 끝이 났다는 듯 그의 목소리에 현성이 어느 샌가 땀에 젖은 몸을 일으키곤 그 아래에 깔려 미트를 대어준 알렉세이 코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힘이 점점 더 세지는 것 같아. 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야.”
현성 만만찮게 땀을 뚝뚝 흘리며 알렉세이 코치가 몸을 일으키자 현성이 후후 웃음을 터뜨렸다.
“살 뺀다고 죽겠심다.”
현재 그의 체중은 91킬로그램. 한 달 동안 식사량을 조절하고, 운동 강도를 높여 순식간에 5킬로를 빼냈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아무튼 감량 위주로 돌리자. 일주일 정도는 경과를 더 지켜보고. 그 다음부터는 스파링을 태웅회관이랑 또 같이 하기로 하고.”
“아? 예, 관장님!”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 반가웠던지 현성이 웃음과 함꼐 고개를 끄덕였다.
“민욱이가 원래 입식 출신다보니까 가도 무리하게 그라운드 게임 시도는 안 할 거라. 석달이면 체력 끌어올리기도 벅찬데…”
“아마 일본에서 계속 훈련하고 있을 겁니다. 킬러비에서.”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이 치른 첫 번째 싸움은 종합 룰이 아니라 입식타격 룰이었다. 그리고 지금 리매치는 종합 룰! 변동폭이 충분히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민욱이… 꽤 오래 전부터 거서 준비해왔던 거 같은데…”
“모르지. 종합 전적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라운드 실력이 얼마나 될란가.”
김관수 관장도 그게 변수라는 듯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자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킬러비 아들 자체가 그라운드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이다. 분명히 타격으로 나올거라. 민욱이 성격 니도 알제?“
“예. 그런 거 할 놈은 아닌 거 아는데…”
사실 그것보다도 더 걱정이 되는 게 있다면 과연 민욱이 1년의 공백을 깨고 무사히 복귀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바디 샷 한 방에 무너져 버렸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성이 그때와는 다르단 생각이 들었던지 어색한 표정을 짓자 김관수 관장이 엄한 얼굴로 말했다.
“너거가 친구는 맞지만 지금은 프로로써 계약된 시합이 제일 먼저데이. 잊지 마라!”
현성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었고, 툴툴 거려도 물심양면으로 그를 지원해준 사람이 민욱이다 보니 그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김관수 관장이 빠르게 그 마음을 다잡았다.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엄할 땐 엄한 것이 그가 아니던가? 그 말에 현성이 그런 맘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선 안 된다, 민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 듯 다시 표정을 바로 잡았다.
“암튼 체력만 다시 회복하믄 그리 쉽지는 않을끼다. 민욱이가 우리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라운드 연습 들어 가는거 아닙니까?”
알렉세이 코치가 더위가 버거운지 시원한 녹차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말했다.
“그렇지. 그라운드 앤 파운딩… 충분히 실험해볼 상대이기도 하고.”
“예. 금마가 좀 얄밉잖아예. 원한 수리 좀 하고 올까요?”
장난스런 그의 말에 김관수 관장과 알렉세이 코치가 확실히 그건 맞다는 듯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저래 미운 정이 든 녀석인지라 정말 무차별 파운딩을 날릴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다. 밴너를 보냈을 때처럼 이번에도 뜨거운 안녕을 전해야겠다 생각하며 현성이 후후 웃음 지었다.
“아, 그런데 여기 날이 너무 뜨거운 것 같아요.”
그러다 알렉세이 코치가 더위가 적응이 되지 않는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제 5월 말. 러시아 사람이다 보니 슬슬 빛을 발하기 시작한 대구의 여름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직까지 그리 날은 뜨겁지 않았다. 아마도 현성과 민욱이 다시 한 번 시합을 가질 때엔 무척이나 날이 더워질 것이다. 그 날의 열기를 미리 떠올리며 현성이 미소 지었다.
“7월엔 더 뜨거워 질 거 같은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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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진행은 믿고 맡겨 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 처럼 우직하게, 스트레이트하게 밀고 나갑니다. 히히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