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 회 - 괴물
장현성이라는 21살의 젊은 상대를 앞둔 준혁은 이 시합 자체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의 나이도 35살. 사실 조직 생활을 하다 한창 좋은 시절을 놓치고 데뷔를 했고, 9전 6승 3패라는 나이에 비해서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이제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준혁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나이도 나이이거니와 더 이상 발전하는 면모가 보이질 않았다. 선수로써 괴로운 것이 조금 더 노력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조차도 이제는 나이란 제약에 걸려 더 이상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기 마음 가는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 깨달음을 더 막막하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사실 32살에 이 격투기 세계로 왔다는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남달리 생활 자체가 탄탄했던 것도 아니고 어둠의 자식으로 십여년 이상을 살아왔으니 더 이상은 생계 문제도 처리가 곤란 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겐 이번 시합이 마지막 기회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같은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것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가 아니라 눈 앞에 있는 상대, 현성을 향한 관심이 대부분이었겠지만.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준혁이 지금까지 격투기를 해오면서, 아니! 35년을 살아오면서 이토록 주목을 받았던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주목을 받는단 것은 곧 선수로써는 기회가 왔단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젊음의 막바지에서 이렇게 열정을 불살라 낼 수 있는 뭔가를 발견할 줄은 그도 몰랐으니까!
눈 앞에 있는 상대는 젊고 어린데다 강하기까지 했다. 그도 같은 출신 후배인지라, 남 같지 않단 생각으로 그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았지만 같은 선수란 것이 자괴감이 들 정도로 그의 성장세는 가파른 편이었다. 특히나 밴너를 잡았을 땐 마치 자기 일처럼 들떠서 소리를 지르고 기뻐하기 까지 했었다.
“후우.”
그런 그가 지금은 눈 앞의 대전 상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감은 없지만 본디 싸워야 하는 것이 파이터의 일이 아니던가? 아무리 그가 좋아하는 후배이자, 선수라 하더라도 그는 그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래야만 그가 좋아하는 이 일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할 수 있을 테니!
희망이 있다면 현성을 극적으로 잡아내는 모습을 온 세상에 보이고 싶었다. 물론 그것이 팬의 입장으로써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너는 이제 많은 것을 얻어갔으니…!’
내게도 기회를 한 번만 주지 않으련?
그 생각이 준혁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온 몸이 바짝 굳어가고, 입안에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이제 이 시합을 놓친다면 더 이상의 이런 큰 시합은 주어지지 않을지 몰랐다. 그러니 이겨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상대가 극강의 화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혁이 자세를 잡는 동안 마주선 현성과의 사이에서 심판 배훈이 형식적인 룰 설명을 드디어 끝마쳤다. 그리고…
“파이트!”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시합의 개시를 알리는 공소리가 울렸다.
“제 6시합, 1라운드! 시작합니다!”
“이번 경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만큼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장내를 울리며 현성이 조심스럽게 주먹을 내밀었다. 상대의 건승을 바라는 그 인사에 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마주하고는 후 하고 거친 숨을 내쉬며 상체를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스탠딩에서는 답이 없다! 리치도 리치지만 파괴력 까지 가지고 있는 선수이니 절대적으로 그라운드 게임에 들어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겁이 날 지경이었다. 120킬로가 넘는 제롬 르 밴너가 의식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펀치력을 가진 상대에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근성이 뛰어난 선수라 평 받고 있는 준혁에게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요한 가운데 파이팅 포즈를 취한 채 먼저 들어오지 않는 현성의 모습을 보며 준혁이 왠지 모르게 막막한 기분을 느꼈다. 거리가 너무 멀다. 리치 차이가 사람 머리 하나만큼은 나니까, 그 멀디 먼 거리를 어떻게 좁혀야 할지… 그리고 어떤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져 오고 있었다.
“두 선수 생각과 달리 조심스럽게 서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무척 활발한 차준혁 선수와 다르게 장현성 선수, 오늘은 몸이 상당히 무거워 보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용준과 대환 역시 지금 이 상황이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던지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극히 공격적인 성향의 두 선수가 만났으니 시작부터 뜨거운 난타전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다소 정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관중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그 모습에 실망한 듯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준혁 또한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듯 한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슉!”
그리고 그가 먼저 잽을 뻗으며 현성을 향해 찔러 들어가자 그제야 오! 하고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차준혁 선수! 먼저 치고 들어갑니다! 잽을 던져 봅니다!”
하지만 그의 잽은 몸이 무거워 보였던 것과 달리 경쾌한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인 현성에겐 닿지를 않았다.
“오! 장현성 선수, 발이 무척 가벼운 것 같습니다! 스탭이 살아 있네요!”
이쯤 하면 그가 처음에 왜 움직이지 않았나가 의문이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준혁의 첫 번째 공격 이후로 현성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10초 동안 탐색만 펼치다 드디어 현성의 모습이 살아나자 사람들이 다시 기대감을 가지고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의 약점이라 평 받던 느리고 무거운 풋워크는 무척이나 가볍고 빨라졌다. 그 모습을 선보이며 현성이 준혁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자 준혁이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듯 다소 긴장한 얼굴로 가드를 올렸다.
처음의 이해 못 할 정적이 묘한 압박감을 가져다 주었고, 지금 이렇게 쉽게 들어오지 않고 거리를 재는 모습은 또 다른 압박감을 전해주고 있었다. 무척이나 심리적인 공격이었다. 또 다시 두 선수의 대치가 이뤄지자 기대하던 관중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 웅성이는 소리가 점차 준혁의 피를 말리게 하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밴너 전의 화끈한 난타전! 관중들은 그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준혁 또한 그를 그라운드로 끌고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수 있었고…!
“빌어먹을!”
결국은 맞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순간 결심을 한 듯 준혁이 재빠르게 몸을 낮춰 현성의 하반신을 노리고 태클식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다! 초반이라 그런지 폭발적으로 다가오는 준혁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차준혁 선수 테이크 다운 시도 합니다! 드디어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나요?!”
“아마 이게 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두 선수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물론 이것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한 준혁이 아니던가? 바로 그 순간 무엇인가 불온한 공기가 준혁을 스쳤다. 아주 짧은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했던 현성의 거리가 어느 샌가 한걸음 더 멀어져 있었다.
‘스위치?!’
분명히 그가 노리던 것은 앞으로 나와 있던 그의 오른다리였다! 하지만 어느 샌가 오른다리는 축이 뒤로 현성의 뒤로 가 있었고, 그만큼 거리가 늘어나자 순간 준혁의 타이밍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직!
어마어마한 충격이 순간 준혁의 안면에 밀려왔다.
“오! 맙소사! 장현성 선수 오소독스에서 사우스포로 스위치 하며 레프트 스트레이트! 차준혁 선수의 테이크 다운을 이런 식으로 반격 합니다! 어마어마한 반사신경 입니다!”
김대환 해설위원이 감탄을 마지 않을 정도로 그것은 대단한 장면이었다. 스위치 자체가 쉽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만, 그 짧은 순간! 테이크 다운이 들어오는 찰나의 순간에 스위치로 자세를 전환하고 뻗은 펀치는 카운터는 보통 반사신경으론 구사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로 엄청난 데미지를 준혁에게 전해 주었다.
“와아아아아!”
순간 사람들이 정적을 깨드린 그 일격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조급한 맘에 일찍 들어간 태클이 주먹에 걸리자 준혁이 비틀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가라!”
그리고 곧 현성의 등 뒤에서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인 행위였다는 듯, 코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더가 떨어지기 무섭게 현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타전을 즐기며, 근성으로 상대를 제압해오던 준혁이었지만 그건 순간적으로 무섭단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빙글빙글 돌며 상어처럼 그를 노리던 것과 다르게 직선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현성의 모습은 그의 별명 그대로 마치 괴물 같은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흐앗!”
하지만 그리 당할 수는 없다! 순간 흐트러진 준혁이 큰 동작으로 훅을 후려 갈기자 사람들이 30초 만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경기에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부웅!
바람을 가르는 준혁의 훅이 현성의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단지 그의 공격을 피한 이후 바로 다시 스위치하며 사우스포에서 오소독스로 자세를 전환했을 뿐이다!
그 순간 준혁이 크게 움찔하며 혼란이 온 듯 멈칫하고 말았다. 두 가지 자세를 모두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 혼란이 온 찰나를 현성은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사우스포에서 오소독스로 자세를 전환하는 동시에 그가 먹이를 노리는 비호처럼 날아들어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찔러 넣었다.
“큭!”
놀라울 정도로 빠른 펀치에 준혁이 황급히 가드를 올려 막아냈지만 그의 몸이 뒤로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상체가 뒤로 밀려나 자세가 무너진 바로 그 때 현성의 레프트 바디샷이 정확하게 준혁의 옆구리를 강타 했다.
-퍽!
고기를 때리는 듯 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준혁의 안색이 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아프다! 아파도 이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이를 악 물고 참아내는 그에게 찾아온 것은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드는 라이트 훅!
-퍼억!
무너진 자세에서 맞은 바디샷에 반응속도가 느려졌던지 그대로 현성의 라이트 훅이 준혁의 안면을 크게 뒤흔들었다. 순간 의식이 날아가 버린 듯 한 멍한 기분이 준혁의 온 몸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현성의 레프트 쇼트 어퍼가 연이어 준혁의 오른쪽 턱을 가격했다.
-뻑!
목이 몸에서 분리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단타가 들어가자 순간 준혁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춤하고 말았다. 그 순간 사람들의 환호도 절정에 달했다.
“헉, 헉!”
이대론 안 된다는 다급한 생각에 준혁이 그 와중에도 불구하고 현성의 몸을 잡기 위해서 들러 붙었지만 그는 그 순간 번개처럼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안면으로 정확하게 꽂혀 들어가는 뱀 같이 구불구불한 잽!
-파앙!
잽 조자도 가히 살인적인 위력이었다. 이래선 안 되는데! 하는 생각으로 크게 휘청이며 준혁의 몸이 뒤로 젖혀지는 바로 그 순간…!
“와!”
-뻐억!
도끼로 장작을 쪼개는 듯 한 소리와 함께 준혁이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완벽한 펀치 콤보네이션 이후 사각지대에서 올라오는 하이킥까지!
스탠딩 게임의 끝을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공격력에 관중들도 할 말을 잃은 듯 굳어 버렸다.
그건 중계를 해야 하는 MC 용준과 김대환 해설위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깐 정적 끝에 바닥에 쓰러진 준혁을 향해 배훈이 달려와 속행 불가라 손을 흔들자 그제야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 와아아아!”
“진짜 너무 센 거 아니야?!”
“와…!”
1라운드 56초. 단 하나의 정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6번의 히트로 상대를 실신시켜 버린 치명적인 공격력! 그것은 난타전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압도적인 강함이 전해다 주는 카타르시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차준혁 선수가 이렇게 맷집이 약한 선수가 아닌데요!”
“그렇습니다! 실제로 차준혁 선수 여지껏 실신 KO는 한 번도 당해본 일이 없었거든요! 난타전과 진흙탕 싸움에 무척이나 능한 선수였는데…! 정말, 정말 이건 저도 상상을 못 했습니다!”
“장현성 선수는 정말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라운드를 들어가지도 못 하고 말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났는데… 저 정도로 압도적인 스탠딩이면 그라운드 게임으로 끌고 가려 시도 하는 자체가 이제 다른 선수들에겐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네, 정말 이건 뭐… 할 말이 없습니다! 밴너 선수와 싸웠을 때 보다 훨씬 더 발전한 것 같습니다! 저런 스위치 기술은 정말 쉽게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니거든요!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기술인데 정말, 정말 장현성 선수! 괴물이란 말밖엔 할 말이 없습니다!”
그 압도적인 강력함에 매료되어 버린 듯 감탄만 터뜨리고 있는 김대환 해설위원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더욱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대했던 난타전은 아니었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한 콤비네이션이었다.
“아마 처음의 공백은 차준혁 선수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을까 생각 됩니다! 전략적으로 압박감을 주어 먼저 공격하게 오도록 유도를 해냈고, 그 다음에 오히려 역으로 몰아붙이는! 이건 정말 장현성 선수도 대단하지만 팀 토네이도 역시 대단한 코치진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 내용에 준혁의 팀 역시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워낙 신체 자체가 사기적인 것도 있겠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서 나온 것은 그가 분명히 뛰어난 전략을 지닌 코치진까지 가지고 있단 것이었다. 환호하는 관중들과 달리 준혁의 팀원들이 싸한 가운데 현재가 케이지 위의 현성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같은 미들급의 선수이니 언젠가 그와도 붙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소름이 돋아오기 시작했다. 과연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까? 현재가 의문 가득한 그 생각을 품으며, 확신 할 순 없지만 현성과 싸우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는 동안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관중석에서 이시이 관장과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욱이 정말로 할 말을 잃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연신 스고이, 스고이 하고 감탄하는 이시이 관장과 달리… 그 역시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강해졌다. 그런데 너무 강해졌다. 정말 그때와 다르다는 말 그대로 강해져도 너무 강해졌다. 미스 매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 결과! 하지만 민욱 역시 차준혁이라는 선수가 그렇게 만만한 선수가 아니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김 관장님이 그렇게 걱정 말란 이유가 있었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치는 이시이 관장에게 이제껏 했던 것처럼 웃으며 맞장구를 쳐줘야 했지만 지금 현재 민욱은 그럴 정신이 없었다.
“민욱 군?”
말 없는 그를 부르는 이시이 관장의 말에 민욱이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뒤돌아섰다.
“…어때요? 걱정 말라 했죠?”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장 선수는 K-1의 보배가 될 겁니다!”
들뜬 이시이 관장의 말에 민욱이 떨리는 손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내가 걱정 돼서 미치겠네요, 진짜.”
미국 가기 전에 다시 또 턱이 부러지는 건 아닌가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두근두근두근 하고 심하게 요동치는 가슴은 그 어떤 여잘 만났을 때 보다 흥분되고 있었다. 전율까지 흐르는 그 짜릿한 쾌감에 민욱이 확실히 자신은 성격에 결함이 있다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가만 보면 나도 악취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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