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회 - 괴물
“얼굴에 상처 난 게 커버가 안 되는데 어떻게 하죠?
보그 화보 촬영 현장. 메이크업 담당자가 아직도 그 날의 상처가 남아 있는 현성의 얼굴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예쁘고, 귀여운 것들만 다루다 이렇게 덩치 크고 험상 궂은 인상의 남자를 다루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어색하고 난감한 얼굴을 하는 동안 먼저 메이크업 준비까지 마치고 옷을 갖춰 입은 사키가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
어눌한 한국말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키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타고난 미모도 미모지만 수줍어 하는 자태가 이슬비 맞은 수선화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대체 무슨 복이 있어 이렇게 주변에 여자들이 생겨난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던지 어색한 웃음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원래 미녀와 야수 컨셉이니까 상처가 있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는 것 같아! 컨디션은 어때요?”
그 사이 사진작가가 경쾌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코리아 보그에서 오오츠카 사키라는 거물 연예인이 직접 화보를 찍으러 왔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 심심찮게 소문이 들려오곤 했었는데 그 와중에 이러한 행보는 확실히 스캔들에 무게를 심어주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걸 의식하고 있어 그런지, 아니면 사키 말고도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여자라서 그런지 조금 움츠러 든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정말 잘 봤어요! 진짜 멋있던데!”
“아… 고맙심다.”
꾸벅 인사하며 그가 수덕한 미소를 짓자 다소 겁을 먹었던 메이크업 스태프나 의상 스태프들이 저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190센티라는 큰 키와 보는 것만으로 감탄이 절로 나올 법 한 근육질 체형! 게다가 어깨가 어찌나 넓은지 여자 두 사람이 나란히 서도 충분히 가려질 것만 같았다.
물론 험상궂은 얼굴만 제외한다면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몸이었으나 화상과 상처가 가득한 얼굴이 너무 험상궂다 보니 그 사연을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긴장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수줍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로 소년 같아 보였다.
“오, 표정이 진짜 좋아요! 오늘 작품 하나 나오겠는데요?”
사진작가가 긴장을 풀어 주려는 듯 사키와 현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그 말에 현성이 여전히 어색한 듯 보기완 전혀 다르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쑥맥 같은 모습을 보이자 여자 스태프들이 어머어머 하고 수근 거리며 흥미롭게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대체로 반전을 좋아했다. 예컨대 귀여운 여동생에게 섹시한 면모가 있다거나, 멍청하고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 비범한 재주가 있다거나! 혹은 현성처럼 괴물, 야수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이렇게 수덕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거나.
“그런데 여자 친구분은 오늘 같이 안 오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얼굴로 메이크업 담당자가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아…’ 하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일이 바빠가…”
“여자 친구 분도 진짜 예쁘던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고맙심다.”
혜주 이야기만 해도 그리 좋은지 함박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에 메이크업 담당자가 저도 모르게 힐끔 그를 올려다 보았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누가 봐도 확실히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진실된 얼굴! 사진 담당자가 오늘 작품 하나 나오겠다 이야기 한 것이 괜한 이야기가 아닌 듯 싶었다.
“그런데 이기 원래 이래 간지럽습니까?”
그 와중 화장이라는 것을 매번 혜주가 하던 것만 보다 자신이 하니 기분이 이상했던지 간질간질한 느낌에 그가 움찔움찔하며 물음을 던지자 메이크업 담당자가 저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190 넘는 근육질 남자가 간지러운 걸 참는지 움찔움찔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보였던 모양이다.
“조금만 참으시면 돼요! 막 싸우고 그런 거 보다는 덜 아프잖아요!”
“예… 글러브에 발라가 해주는 것 보단…”
보기보다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싶었던지 메이크업 담당자가 현성의 느릿느릿한 매력에 빠져 웃음 짓는 동안 사키가 그 모습을 옅은 미소로 바라보았다.
에이벡스 측에서도 사실 이번 화보를 적극 찬성하진 않았다. 사키의 복귀에 스캔들이 상당한 힘을 발휘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스캔들이 생긴다면 과거에 쌓아 올린 명성 마저도 까내려 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가족들과 누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키가 이렇게 환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여전히 고정적인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스캔들은 그 팬들의 이탈을 만들어 내기 충분했다.
스미레가 적극 만류 했지만 사키는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가망성이 없는 일! 스미레는 그녀의 한국행을 그렇게 표현했다. 팬들도 떠나가게 만들고, 이미 임자 있는 남자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라 말이다.
그녀 역시 수많은 생각을 해왔지만… 아무렴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 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 시킬 수 있겠는가?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의 오오츠카 사키는 너무나도 합리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은 진실된 모습이다. 그 생각으로 사키가 그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자 메이크업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현성이 힐끔 다시 그녀를 돌아보았다.
“오네가이.”
그 사이에 사키가 한 번 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말에 현성이 일어는 아직도 잘 적응이 안 되는지 어버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링 위에서의 그 위압적인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착한 강아지처럼 어리버리한 모습에 사키가 후후 웃음을 터뜨리자 현성이 저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자, 그럼 이제 촬영 시작 합니다! 먼저 단독 컷부터 찍을 게요!”
그리고 사키의 촬영이 먼저 시작 되었다. 미녀와 야수라는 컨셉 때문인지 공주님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키는 정말로 공주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최고 아이돌에서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깊어진 눈빛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배우의 품격이 묻어났다.
“와…”
스태프들이 절로 감탄을 할 정도였다. 대체로 일본의 아이돌이나 스타들은 예쁘게 꾸미는 것에 능했지 이런 분위기를 내는 배우는 결코 흔치 않았다. 자신만의 아우라라고 해야 할까? 무수히 많은 시련을 겪으며 사키에게는 그런 것이 생긴 것 같았다. 더구나 근래 들어서는 회사와 파트너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얻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가서고 싶단 열망으로 한 걸음 옮기는 용기 까지 담긴!
청초하면서도 깊이 있고, 갸녀려 보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한…! 순수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눈빛에 매료된 듯 사진 담당자가 연신 ‘좋아요!’를 외치며 셔터를 눌러댔다.
“진짜 다르긴 다르네요. 프로는 프로네, 정말.”
이야기를 나누던 메이크업 담당자의 말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그녀의 눈빛에 빠져 있다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아, 예!”
“뭘 그렇게 놀래요? 여자 친구한테 다 일러요!”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그를 보며 메이크업 담당자가 정말 귀여운 매력이 있다 생각한 듯 푸훗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참 묘한 게 사키씨랑 현성 선수 눈빛이 비슷한 것 같아요. 얼굴은 진짜 전혀 다른데… 왜지? 왜죠?”
“예?”
“장난이에요!”
후후 웃으며 농담도 던지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다시 머리를 긁적해 보았다. 장난이라 말 했지만 사실 현성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사키의 눈빛은 그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키의 눈빛이 가끔씩 그를 향할 때엔 눈을 떼려야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분명히 혜주를 향한 것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어쩌면 더 가족과 같은 감정인지도 몰랐다. 그 생각이 들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힐끔 그를 바라보던 사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그에게 이토록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무엇이든 두 사람 사이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을 지키는 게 자신의 또 다른 일이라 생각하며 현성이 미소지었다.
“현성…아…?”
그 사이에 함께 왔다 잠깐 통화 하러 나갔던 김관수 관장이 흥분한 듯 한 목소리로 소리치려다 멈칫 하고 말았다. 촬영이 시작된 줄 몰랐던지 그가 황급히 입을 가리자 보기완 다르게 또 귀여운 그의 모습에 보그 스태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잠깐…”
그리고 김관수 관장의 손짓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다가섰다. 로드원 FC와는 이미 계약을 완료 했고, K-1 측도 이시이 관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면 그때 최종적으로 계약을 완료 할 예정이었다.
“로드원이랑 강원랜드랑은 완전히 같이 가기로 확정 됐는 갑다! 캐가 바로 3월 달에 시합 가능한가 오퍼가 들어왔는데…”
“아, 진짜요?”
밴너 전 이후로 다음 시합이 잡히지 않다 보니 몸이 한창 근질근질했던지 현성이 들뜬 얼굴로 반문했다.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밴너 전 이후로 수 억 원의 계약을 얻게 된 만큼 그의 열의가 식은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게 모두 날아가 버린 듯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니캉 내캉은 쉬는 기 안 맞는 갑다. 몸이 이래 근질근질 한데.”
“진짜 그런 거 같아예.”
드디어 다음 시합! 그게 이렇게나 기다려질 줄은 몰랐다는 듯 현성이 후후 웃음 짓자 김관수 관장이 아버지처럼 다정한 얼굴로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근데 카면 일정이 많이 바빠질거라. 봄에 K-1에서도 다시 그랑프리 예선 슬슬 시작하게 될 낀데…”
K-1 그랑프리에 참가가 가능한 것은 각 지역별 챔피언! 물론 그게 안 된다 하더라도 현성 정도로 화끈한 경기를 구사하는 선수라면 충분히 수퍼 파이트 형식으로도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현재 노리고 있는 것은 K-1의 왕좌란 것이었다. 두 가지 경기를 병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올지 모른다. 더구나 로드원은 감량이 필요 하고, K-1은 오히려 증량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 K-1은 언제 아시아 챔피언전 치룬다 캅니까…?”
이제는 현성도 감량을 그렇게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수한 근육질의 증량으로 말미암아 감량이 무척이나 힘들어진 상태! 그러다 보니 그게 영 신경이 쓰이던지 김관수 관장이 다소 망설이는 얼굴을 하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거도 3월이나 5월 사이일거라. 두 개 시기가 엇비슷한데…”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그랑프리 전까지는 아시아 대회 하루면 되는 거 잖아요, 관장님.”
조금 힘들 수 있겠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9월 그랑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8강전에 오를 선수들이 가려질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랑프리 결승은 연말의 다이너마이트 이전에 시행이 될 것이고.
“확실히 글치.”
단 하루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생각이 들었던지 현성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자 김관수 관장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밴너 잡을 때 보다 더 빡실 수도 있데이.”
로드원에서 시합 오퍼는 들어왔지만 상대가 누군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상대에 따라서 입식과 종합 모두를 준비해야 하는 까닭에 말이다. 야마다 류이치와 밴너의 시합은 다소 비슷한 양상이었기에 준비가 비교적 쉽다 할 수 있겠지만…
그 말에 현성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 할 수 있다는 듯 웃음 섞인 얼굴로 김관수 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면 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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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남캐는 상옥이 빼고는 거의 다 상남자 형이죠. 사실 상옥이도 생긴거랑 잘 우는 거 빼곤 상남자!
극대마초 주문을 실은 하대연 2.0을 꼭…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