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 회 - 괴물
인생이란 롤러코스터와 같다. 가파르게 올라가면 가파르게 내려오는 법이다. 지금껏 쭉 내려다가 너무나도 확연히 올라 왔으니, 이제 다시 내려간다 해도 이상 할 일은 없을 게 틀림 없었다. 창호와의 통화 이후로 영 기분이 좋지 않았던지 현성이 오랜만에 굳은 얼굴을 하고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창호에게서는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렇게 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 했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줄은 몰랐다, 정말로 축하한다는 안부가 전부였을 뿐이다. 물론 그가 진심으로 현성을 축하해주고, 축복해주는 것으로 그친다면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했다. 왠지 모르게 웨이터로 소개를 받았을 때. 일자리를 얻었으나 마냥 기뻐 할 수 없었던 그때가 자꾸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와 카노. 도대체.”
돈이라도 빌려 달라면 오히려 속이 편할 것 같았다. 굳이 돌려받지 않는다 해도 빌려줄 의향이 있었다. 차라리 그랬다면 갚지 않아도 흔쾌히 빌려주었을 것이다. 뭐라 해도 창호가 현성에게 은혜를 베풀었단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목적이야 있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먹고 살 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더불어 혜주를 만나거나 극적인 변화를 겪지 못 했을 지도 모른다. 까닭이야 어찌됐든 창호가 그의 인생이 바뀌는데 어떤 역할을 해준 것만큼은 분명했으니까.
인생이란 것이 정말 쉽지 않단 생각에 현성이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밴너와의 싸움 이후로 꿀 맛 같은 휴식을 취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과 달리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해지는 것만 같았다. 자꾸만 다가오는 사키가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그것으로 인해서 혜주와 소원해진다면? 그리고 만나자 이야기 하는 창호가 또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현성의 가슴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건 지난해와는 다른 방향의 고민이었다. 그때엔 잃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절박했다면, 이제는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이 절박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김관수 관장이 기철처럼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허나 링 위에서도, 케이지 위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결국 해내는 것은 자신이어야만 했다.
오랜만에 홀로 걸음을 걸으며 현성이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게 웨이터 생활을 하던 때의 모텔 방이 다시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목표가 사라져서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쉴 새 없이 달려오지 않았던가? 야마다 류이치 전 이후로 약 한달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제롬 르 밴너라는 막강한 상대를 상대로 준비를 해오다 힘이 빠져서 그런 것인가? 그 생각에 현성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말았다.
“…바쁘나.”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사실 정말로 그런 게 아니란 건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그 앞에 서서 핸드폰이나 바라보고 있진 않을 게 틀림없으니까!
“후.”
한참 집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현성이 뒤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아주 우스운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삶에 있어서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사람은 혜주였다. 그녀의 우울이, 그리고 불안이 지금 당장 현성의 마음도 함께 흔들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를 대신 해서 아영을 돌보고, 그리고 그의 뒤를 여전히 지켜주고 있는 그녀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고맙단 말 하나 못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가 온 힘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상스럽게도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다시 설레는 듯 뛰는 것이 창호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빠졌던 기분 모두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라 자기 자신의 탓이란 생각이 들었다. 혜주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불안하게 만든 것일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불안도 커져 간다는 것을, 그로써도 지금의 이 행복이 깨질까 이렇게 두려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것을 지켜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그리 생각이 들자 달리는 두 다리는 점점 더 빨라졌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나간 현성이 혜주의 러블리 엔젤 사무실까지 도착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영을 위해서 혜주가 두 사람의 집 인근에 사무실을 얻은 탓도 있지만 그녀를 보러 가는 발걸음은 세상 어느 때보다 가벼웠으니까!
그렇게 혜주가 얻은 자그마한 사무실 건물까지 도착한 현성이 엘리베이터도 버린 채 계단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쩍 늘어난 체력 탓인지 몰라도 힘들 것이 없었다. 2층의 사무실까지 당도한 현성이 겨울인지라 문이 닫혀 있는 사무실 문을 텅텅 하고 두드렸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그 안에서 안내 전화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
“오빠!”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던 아영이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들뜬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거친 숨을 몰아쉬곤 웃음 지었다.
“아영아, 혜주 누나 어디 갔노?”
“언니, 밖에! 밖에 갔어!”
현성이 찾아온 것이 그렇게 신이 날까? 들떠 방방 뛰는 그녀의 모습에 함께 일을 하고 있던 직워이 저도 모르게 푸훗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20살, 비슷한 또래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앳된 티가 나는 얼굴과 행동이 동생처럼 여겨진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현성에게 달려가고 싶어 하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영이 내적 갈등에 빠져 있는 동안 직원이 후후 웃으며 말했다.
“지금 아영이 새로운 디자인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의외로 이런 감각이 되게 좋아서.”
“아, 진짜요?”
“흐응… 언니, 나 오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 하는 아영의 모습에 현성과 직원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운 아영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혹시 혜주 누나 어디 갔는지 알아요…?”
잠깐 현성이 그녀를 보며 물음을 던지자 직원도 혜주가 좀 안 좋아 보였다 생각한 듯 힐끔 아영을 살피곤 말했다.
“사장님, 위에 휴게소 있는데 거기 잠깐 갔다 온다 그랬어요. 올 때 된 거 같은데…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아, 별 일은 아닌데…”
“하기사. 근데 사장님이 스트레스 많이 받나봐요. 보니까 인터넷에 이상한 아들 많던데… 우리 홈페이지에 와서도 분탕질 치고 갔어요.”
“네?”
그건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현성이 움찔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직원이 괜한 소리를 했나 싶었던지 조금 머뭇 거리다 그래도 그가 알아야 할 것 같다 생각한 듯 이야기 했다.
“…뭐 사장님 예전에 술집에서 일했다 그카고 막… 저질들 많이 있어요! 괜히 현성 씨 잘 나가고 그러니까 질투하는 찌질이들 있나봐요! 그러니까 잘 좀 위로 해주세요!”
그런 부분은 현성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부분들이 틀림없었다. 세상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고 있고, 그 모든 것을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혜주가 그런 문제를 겪고 있단 것을 미처 몰랐단 것이 맘에 걸렸던지 그가 경직된 얼굴을 하자 직원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영이 안절부절 못하다가도 그 모습을 보고 ‘오빠야?’ 하고 눈을 땡그랗게 뜨고 물음을 던졌다.
“아영아, 오빠 잠깐 혜주 누나 있는데 좀 갔다오께. 그때까지 그림 잘 그리고 있어!”
“응, 응! 알겠어! 오빠야!”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아영 역시 그 쪽이 속이 편했던 모양이다.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안고 있던 그녀가 이렇게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역시 혜주 덕분일 것이다. 그 생각에 현성이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엄밀히 말해서 혜주가 과거에 그런 일을 했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꼬리표가 되고, 이렇게 공공연하게 시달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쩜 그런 것 때문에 더욱 더 홀로 괴로워 했을 수 있다. 처음 서울에서 데뷔전을 치뤘던 그 날 그녀가 그리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그녀로써도 후회하고 있는 지난 시간이 아직까지 발목을 붙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가 과거를 떨쳐낼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그녀 또한 떨쳐낼 수 있도록 어떻게든 지탱하고 도와줘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현성이 건물 휴게소를 향해 내달렸다. 유일한 흡연 구역인지라 옥상에 위치한 휴게소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담배가 아무리 좋아도 이 정도로 차가운 날엔 자제하게 되는 법일 것이다.
그런 것과 반대로 오랜만에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혜주의 모습이 보였다. 차가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 가볍게 입고 있던 그대로 나와서 담배를 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풍경들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현성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 뒤로 다가섰다. 그리고 그가 걸치고 있던 까만색 코트를 벗어서 혜주의 등 뒤에 걸쳐주자 넋을 놓고 있었던지 그녀가 깜짝 놀라 그를 돌아 보았다.
“아, 아!”
그리고 무척이나 당황한 듯 황급히 담배를 감추는 그 모습에 현성이 옅은 웃음을 띤 채 다시 한 번 혜주를 바라보았다.
“…현성아…? 언제 왔는데…?”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그녀가 많이 놀란 듯 그리 물음을 던졌다. 그와 만나며 끊어버린 담배를 다시 입에 문 것이 못내 맘에 걸리던지 죄 지은 사람 마냥 고개 숙인 모습이 무척이나 처연하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말 없이 혜주를 꼭 끌어 안았다.
“아…”
“미안해요.”
“응? 왜…?”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혜주가 어색한 얼굴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얼어붙은 몸은 너무나도 듬직하고 따스한 그의 온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역시도! 이내 당황하고 놀란 마음은 뒤로 한 채 그의 품에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큰 온기와 행복감을 느끼며 그녀가 잘 모르겠단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한 거 같아가.”
그 말에 혜주가 ‘니가 뭘!’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티가 난 것일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괜히 눈가가 시큰해지는 기분에 그녀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려 했지만 그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더욱 더 힘을 더해서 꼭 끌어 안은 강하고 억센 팔은 세상 무엇이 날아들어도 그녀를 지켜줄 것처럼 견고했다.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만큼 그가 그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그런 기분을 느끼자 저도 모르게 글썽해진 눈에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혜주가 그를 마주 안았다.
“아… 내 진짜 나이 들어서 미쳤는 갑다. 자꾸 왜…”
훌쩍이며 그의 품에 울고 있는 얼굴 감춘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후후 웃음을 띤 채 ‘괜찮아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독이는 손길에 혜주가 괜시리 그동안 홀로 마음 고생하던 것들이 다시 떠올랐는지 소리 죽여 그의 품에서 다시 눈물을 보였다.
“…진짜 싫겠다. 나이도 많은 게 맨날 울기만 하고… 몸도 안 좋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빛이 나는 그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오오츠카 사키라는 굉장한 아이돌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축하는 하지 못할망정 그러고 마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기에, 결국 또 그것 하나를 제대로 감추지도 못하고 그리 티를 냈단 생각에 혜주가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자 현성이 그녀의 머리키락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 많고, 잘 울고, 몸 안 좋은 여자가 내 이상형인데예.”
“아…! 거짓말 마라!”
앙앙 울며 혜주가 웃음이 나오는지 고개를 흔들자 현성이 그녀를 따라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로요. 나이 많고, 잘 울고, 몸 안 좋은데, 몰래 담배도 가끔씩 피는 여자가 진짜 이상형인데.”
그 말에 혜주가 감추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울먹울먹하면서도 웃음을 참기 힘든 얼굴을 하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다시 한 번 더 그녀를 꼭 안자 혜주가 아름드리 나무처럼 듬직한 그의 몸을 꼭 마주 안았다.
정말로 언젠가는 그를 위해서 떠나갈 생각마저 하고 있지만 이래서 가능이나 할까? 자신이 없었다. 정말로 자신이 없었다. 그 생각에 혜주가 다시 한 번 눈물을 내보이는 동안 현성이 이런 맘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여지껏 있었던 게 무척이나 속상하고 맘이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인생 망치지 마요.”
그리고 그가 꺼낸 그 말에 혜주가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최근 러블리 엔젤을 비롯해서 그의 관련 기사에 꼭 나오는 것이 바로 혜주에 관한 이야기였다. 술집 여자였다는 말부터 심지어 그녀와 함께 밤을 보냈다는 이야기 까지. 차라리 헛소문이라면 헛소문이라 이야기 할 수라도 있겠지만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죄책감은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더욱 더 커져 가고만 있었다.
오들오들 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날이 차가워서? 아니, 그 말이 마치 자신 덕분에 빛이 나기 시작한 현성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더러운 이 취급 당할까 두려워 하는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굳어버린 듯 멈춰선 그녀를 바라보며 현성이 정말로 진지한 눈빛과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내 버리고 가지 마요.”
“으, 응?”
그리고 다시 흘러나온 그 말에 혜주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울먹울먹 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안타까운 듯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훔쳤다.
“이상한 생각해가 내 버리고 가면… 그게 진짜 내 인생 망치는 거에요.”
진작에 해줬어야 하는 말. 그리고 끊임없이 해줘야만 했었던 말. 그 말에 혜주가 ‘아…’ 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혜주였다.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들었던… 세상에 혼자가 아니란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그녀였기에!
“절대로 내 버리지 마요.”
“내… 내가 어떻게 그라노…! 바보 빙시야!”
오랜만에 울먹이며 소리친 그 익숙한 말에 현성이 후후 웃음 지었다. 화상 입은 얼굴과 여전히 상처 난 얼굴이 험상궂어 보이지만 그렇게 순하고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얼굴이 너무 좋아서, 이젠 정말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었다.
“내… 진짜 큰 맘 먹고 결심한 건데 그카면 내 진짜 못 가잖아! 바보 빙시야!”
잉잉 울며 소리친 그녀의 말에 현성이 다시 한 번 더 혜주를 안아 주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꼭 안은 채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로 가지 마요.”
“응… 절대로 안 갈래.”
그리고 혜주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그녀를 다독이며 현성이 그제야 안도하는 얼굴로 미소 지었다.
“이상한 생각 못 하게 수갑이라도 채워놔야겠어요.”
“치… 이상한 거 하고 싶어서 그카는 거 아니고?”
“…그거도 조금?”
그리고 꺼낸 그의 말에 혜주가 웃음이 터진 듯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찰싹 찰싹 가슴팍을 두드렸다. 울음과 웃음이 섞인 행복한 얼굴! 정말로 세상에 이 사람을 만난 건 그녀의 인생 중 가장 운이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고 싶으면 하면 돼지.”
그를 위해서라면 정말 못 할 일이 없었다. 그 대신 평생 그의 곁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 생각을 하며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말보다 그 맘을 알기에 현성이 세상에 이토록 좋을 수가 없다는 듯 후후 웃으며 혜주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물자국 난 자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에 그녀가 훌쩍이며 잠깐 눈을 깜빡했다. 깜빡일 때 마다 조금씩 다가오는 그의 얼굴! 그 모습에 혜주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부드럽게 입을 맞추는 현성.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부드럽고 포근한 입맞춤이었다. 그 입맞춤에 혜주가 그동안 홀로 하던 마음고생이 모두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그를 마주 안았다.
“사랑해요. 누나.”
============================ 작품 후기 ============================
‘김현식 - 언제나 그대 내 곁에’ 들으면서 썼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 드나 보네요. 요즘 김현식, 이문세만 듣습니다.
향기 없는 꽃 이거 진짜 너무 좋은 거 아닙니까? 인간적으로 너무 하네요, 정말.
음악 60년대 아트록부터 요즘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하게 들었다 자부하는데,
역시 한국 정서는 이건가 봅니다.
내년부터 보험 혜택 줄인대요. 보험 들려면 올해 들어 놓는 게 좋다 합니다. 암 보험 들어야 되는데…보험도 뭐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