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 회 - 괴물
“와… 나는 진짜 현성이 니 잘 된다 그래도 그런 사람까지 알고 지내게 되는 줄은 몰랐다.”
생일 파티를 겸한 모든 자리가 끝나고 오랜만에 단 둘이 함께 하는 시간. 아영이 워낙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되어 있는 바른 아이이다 보니 예린과 함께 먼저 잠이 든 관계로 밤은 오붓하게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매일 통화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이 무척이나 많은 듯 조금 쌀쌀한 크리스마스 이부에 숙소 발코니에 나란히 선 채 혜주가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인다.
“친한 거 아이고 잘 몰라요. 그냥… 어떻게 운이 좋아가 그래 된 거라서…”
그로써도 오오츠카 사키의 적극적인 후원은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 말에 혜주가 아무렴 어떠냐는 듯 후후 웃으며 그를 꼭 끌어 안는다.
“점점 시간이 지나가면 지날수록 우리 서방 큰 사람 되는 거 같아가 나는 기분 좋다!”
오랜만에 함께 한 시간에, 한잔의 기분 좋은 술은 질투심 많은 혜주도 온순하게 만든 모양이다. 아니, 어쩜 그런 것들에 휩쓸려 괜시리 질투하고 시샘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단 것을 깨달아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아영과 함께 지내면서 사장님 노릇과 언니이자 가장 노릇을 함께 하다보니 마음 속에 쌓인 것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아이처럼 안겨 오는 혜주의 모습에 현성이 그저 미소와 함께 그녀의 등을 쓰다듬는다.
여전히 작고 마른 등은 그의 손길이 필요한 듯 현성의 손이 닿자 혜주가 후후후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댄 채 다시 한 번 ‘장하다…’ 하고 속삭이며 혜주가 그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린다. 세상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았고, 일본에 와서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니던가? 그녀의 손길에 현성이 환하게 웃음 짓는 동안 혜주가 알이 통통하게 들어 찬 생선마냥 탄탄한 그의 힙에 저도 모르게 히히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발코니에서 방 안쪽으로 살며시 걸음을 옮긴다.
그녀를 따라서 현성이 걸음을 옮겨 문을 닫자마자 혜주가 현성을 등 뒤에서 다시 한 번 끌어 안는다. 쪽 하고 가볍게 그의 등에 입술을 맞추고서 혜주가 그의 등에 얼굴을 기대자 현성이 후후 웃으며 뒤돌아 서려 한다.
“근데… 그칼수록 또 내랑은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그를 꼭 붙잡고서, 뒤돌아설 수 없도록 꼭 붙잡고서 혜주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 목소리에 현성이 아… 하고 그를 꼭 안은 그녀의 손을 붙잡는다.
“누나, 그거 기억해요…?”
혜주는 언제나 손이 차가운 편이었다.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투덜거리곤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손이 차가운 여잔 마음이 따뜻하다는 정설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현성이 그녀의 차가운 손을 꼭 붙잡자 혜주가 ‘응…? 뭐…?’ 하고 등 뒤에서 물음을 던진다.
“내보고 걱정이 너무 많다 캤던거.”
그 말에 혜주가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도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무척이나 생소한 일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직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그들의 처음이 그랬던 것을…
그 손을 꼭 붙잡은 채 현성이 천천히 돌아서자 술 마시고 나면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그런지 다시 또 그렁그렁한 눈의 혜주가 보인다. 그 얼굴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혜주를 꼭 끌어 안은 현성이 미소와 함께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나가 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제는 상황이 반대가 되어 버렸다. 갈 곳조차 없이 방황하던 현성이 이제는… 이렇게 듬직한 남자가 되어 그녀를 품고, 안아주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에 혜주가 히힛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가느다란 몸짓으로 그의 목을 꼭 끌어 안았다.
“그래도… 걱정 안 되겠나…? 나는 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니는 이제 나랑은 까마득하게 멀어져 가는 것 같은데.”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그리고 이곳에서 현성이 빛이 나고 있는 만큼. 점점 더 그 차이는 커져갈 것이란 두려움. 그것으로 인해서 그와의 거리를 스스로가 견디지 못 할 것만 같은… 그 움츠러드는 기분에 혜주가 한숨을 내쉬자 현성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흔들며 혜주의 등을 다독였다.
“그래도 나는 좋다! 니 잘 되어 가니까.”
그런 그의 손길에 진심이라는 듯 혜주가 후후 웃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 눈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이제 오로지 장현성이라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되는 일만이 행복이라는 듯 말이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 현성이 혜주의 입에 입술을 마주쳤다.
“으음…”
한 달 만에 느끼는 연인의 숨결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달콤했다. 막 완성된 허쉬 초콜릿처럼 깊이가 베어 있는 달콤함에 쉬한 듯 현성이 입을 맞추고 천천히 혜주를 안아 들었다.
“하아…”
터져 나온 숨결로 침대 위에 살며시 그녀를 올리고 그가 아무리 높은 곳까지 날아오른다 하더라도 그가 보는 곳만큼은 변함이 없다는 듯 혜주를 바라보며 그녀의 뺨을 어루 만진다. 그 손길에 혜주가 사실은 정말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자신의 뺨을 어루 만지는 그의 손을 꼭 붙잡는다.
“…얼마 안 남았잖아… 바보야…”
“무하마드 알리도 큰 대회 전에는 긴장 풀려고 이캤대요.”
“…그게 누군데?”
“세계 챔피언 했던 복싱 선수요!”
후후 웃으며 현성이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며 부드럽게 마주 잡고 다시 입술을 가져간다. 더 미룰 수 없다는 듯 근 한 달 이상을 만나지 못했던 연인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다시 섞여 간다. 12월 31일 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전 날…! 곧 크리스마스가 될 날이자 현성이 태어난 그 날을 그냥 이대로 넘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숨결과 숨결 속에서 조금씩 격정적으로 변해가는 두 사람! 현성과 혜주가 서로의 입맞춤을 나누며 혜주가 먼저 현성의 티셔츠를 붙잡고 끌어 올리자 현성이 그녀의 리드에 티셔트를 벗어내고 두툼해진 근육질 몸을 드러낸다. 그 몸에 혜주가 보는 것만으로도 더 거칠어진 숨을 토해낸 사이에 현성이 포근한 앙고라 티셔츠 위를 더듬는다.
“아…”
봉긋한 가슴 위로 느껴지는 생명의 고동! 그 고통을 손 끝으로 느끼는 듯 어루만지며 슬쩍 티셔츠를 올리자 혜주가 살며시 등을 들고 두 팔을 들어 올린다. 그를 따라서 벗어낸 셔츠 너머로 보이는 새하얀 속옷이 마치 웨딩드레스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쪽…
새하얀 가슴에 입술을 맞추자 곧 혜주가 간지러운 듯 히힛 웃음을 터뜨리곤 그의 목을 꼭 끌어 안는다.
“…31일에 지면 어떡하지…?”
그 와중에도 그녀는 오직 그의 앞 날에 대한 걱정밖에 없는 모양이다. 주체 할 수 없는 감정들 속에서 꺼낸 그녀의 걱정에 현성이 더 이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 날보단 지금이 훨씬 더 중요한데… 지금 KO 시켜야 할 사람 있어예.”
그 말에 혜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그를 꼭 안고 입을 맞춘다. 부드럽게 뒤 섞인 입맞춤은 천하 일미와도 같아서 몇 번이나 마주쳐도 질리지가 않았다. 곧 톡 하는 소리와 함께 후크가 풀려가고 한결 자유로워진 그녀의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새하얀 살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현성이 입술을 맞추고는 ‘예뻐요.’ 하고 속삭이자 혜주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바라본다.
“…그카면… 니 기운 다 뺄 지도 모른다… 나.”
참아야 하는 것도 오늘만큼은 참지 않을 것이란 그녀의 말에 현성이 후후 웃으며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어 보였다.
“아…”
움찔하고 몸을 흔들며 혜주가 그의 손길 하나, 하나에 반응하곤 곧 참을 수가 없는지 현성의 바지 허릿춤을 풀기 시작했다. 거친 숨결이 오가는 도중 더 이상은 이 뜨겁고 격정적인 것들을 감당하기 힘들다.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서 영원히 이렇게 함께인 상태로 함께이고만 싶은 맘…! 곧 그녀의 손길에 현성 역시 팽팽히 부풀어 오른 아래가 자유를 얻자 그가 더 이상은 못참겠다는 듯 혜주의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가져간다.
“…누나 벌써…”
“앙… 바보야…”
부끄러워 하는 혜주의 모습은 여전히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왜 짓궂게 좋아하는 여자애들을 괴롭히곤 했는지 그걸 20살이 되어서야 알겠다는 듯 그가 후후 웃으며 ‘너무 섹시해요.’ 하고 속삭이며 촉촉해진 그녀의 다리 사이를 쓰다듬자 혜주가 거친 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에 입술을 맞추며 그가 해줬던 것처럼 그의 가슴을 간질이는 듯 부드럽게 애무하자 현성이 오랜 시간 동안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극도로 민감해진 몸에 움찔하고 만다.
“하아.. 하아…”
서로를 갈구하는 숨소리가 터져나오며 굳… 입고 있던 레깅스 사이로 흥건한 자리가 비출 만큼 그녀가 젖어들고, 그 역시 터질 듯 팽팽히 부풀어 오른 그것을 감추지 못할 때 현성이 그녀의 레깅스와 속옷을 동시에 벗겨낸다.
“꺅…”
얼굴을 가린 채 부끄러워 하는 혜주에게로 곧… 그가 그와 마찬가지로 나신이 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아…!”
달콤함이 흘러 넘치는 그곳에 얼굴을 파묻고 음미하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연분홍빛 얼굴을 하고서 현성의 까칠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몸엔 그의 손길 하나, 하나 닿는 것이 행복이었다. 부끄럽고 창피한 맘이 들만큼 말이다. 벅차 오르는 감동에 점점 더 숨소리가 커져 가고 가빠지는 숨결 속에서 혜주가 침대 시트를 붙잡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아…!”
격투기 뿐 아니라 이쪽으로도 아마 타고난 감이 있지 않을까? 공중을 나는 듯 한 환상적인 기분이 취해있던 혜주가 혹시라도 옆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들을까 숨죽여 숨을토해내는 동안…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혜주가 활짝 열린 맘 만큼이나 활짝 열린 몸으로 그를 바라본다. 연분홍빛으로 물든 얼굴에 담겨져 있는 행복한 기운은 계속해서 더욱 더 자신을 행복하게 해달란 애교가 담겨 있었다.
“진짜 많이 사랑해요. 알죠…?”
그런 그녀를 보며 그가 먼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인다. 세상 무엇보다도 좋은 게 있다면 하나가 된다는 것인 것을. 아무리 그가 먼 곳으로 나아가, 이제는 혜주의 손에 닿지 않는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응… 그래서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태어나서 제일…”
그 대답과 함께 현성이 다시 한 번 더 혜주를 안았다. 조금 늦었지만 마치 그가 태어난 것은 그녀를 만나기 위함인 것처럼.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멈출 겨를 없이 계속해서 그 맘을 전하고자 속삭이며 두 사람이 다시 하나 되던 날.
“절대로 안 멀어지니까 걱정 하지 말아요. 알겠죠…?”
불안해하는 혜주의 마음을 쓰다듬는 듯 현성이 속삭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그 마음을 알기에 오히려 더 좋은 사람이 나온다면 붙잡지 않고 놓아주도록 마음 먹은… 그렇지만 그 바람만큼이나 움켜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 한 몸인 사람마냥 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절대로.”
============================ 작품 후기 ============================
이제 11월 30일까지 현자의 시간 1권 분량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본격 착수 해야 할 거 같고 10만자 가량 남아 있네요. 취업 교육 기간도 시작이고, 요 일주일 동안은 현자의 시간과 취업 쪽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물론 금요일에 또 소개팅 있어욥 히히히히히힣
설마 회식이랑 겹치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