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 회 - 괴물
혼자였던 사람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면… 그건 아마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여전히 혼자가 아니란 사실일 것이다. 긴 밤, 오랜 시간을 잠들지 못하고 함께 했던 것도 최근 몇 개월 동안 정착된 습관을 깨뜨리지는 못했던지 현성이 감았던을 뜨며 천천히 기지개를 편다. 더블 사이즈의 침대는 다소 좁은 감이 있지만 품에 쏙 안긴 채 쌔근쌔근 숨을 내쉬고 있는 혜주를 보자니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그저 쌀쌀해지는 날씨에 두터운 솜이불 하나 덮고 나란히 누워 있는 그녀를 보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감이 밀려왔다.
곧 현성이 그 기분 좋은 느낌을 참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혜주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춘다. 이제는 이것조차 당분간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한 맘이 들지만… 그리 오래는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으음…”
입술이 닿자 혜주가 잠깐 몸을 뒤척이며 꼬물꼬물 그에게로 안겨 온다. 간밤에 있었던 농도 짙은 사랑의 시간을 증명해주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진실된 모습으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혜주를 마주 안고 그녀의 등을 따뜻한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무래도 외풍 덕분인지 맞닿은 뜨거운 가슴과 달리 그녀의 여린 등을 조금 서늘하게 느껴진다.
“응…”
그 손길 덕분일까? 잠들어 있던 혜주가 이내 다시 한 번 몸을 꼬물꼬물하며 안겨와 현성의 가슴팍에 입술을 가져간다. 그 모습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이내 따끔 하는 느낌이 가슴팍에서 난다. 어느 샌가 잠에서 깨었던지 눈을 감고 있던 혜주가 쪽 하고 가슴팍에 도장을 새기고 있다.
“누나, 깼어요…?”
“응…”
일어나자 마자 도장 찍을 거라 장담하더니 정말 말 그대로 가슴팍에 쪼가리라고 하는 도장을 새길 줄이야? 그녀의 일관됨에 현성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혜주가 후후 웃으며 다시 한 번 그를 꼭 끌어안는다.
“피곤할 건데 더 자지…”
“안 해. 이제 둘이 이카는 거도 당분간은 힘들건데.”
그 애교 넘치는 대답에 현성이 다시 한 번 미소를 띤 채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으음…”
다시 한 번 흘러 나오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신음 소리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현성을 기쁘게 만들었다. 그 소리와 함께 가벼운 입맞춤은 다시 한 번 어우러져 달콤한 향이 풍기는 멋진 무도회가 되었고, 왈츠처럼 슬로우하게 섞여 들어간 입맞춤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부드러운 모닝 커피와도 같았다.
“아…”
그 부드러운 입맞춤이 떨어지고 혜주가 기분도 좋고, 여전히 수줍은 듯 히히 하고 웃으며 발그레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 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깍지를 낀 손. 꼭 마주잡은 두 손으로 현성이 재빨리 그녀의 위에 올라서자 혜주가 ‘치…’ 하고 살짝 고개를 돌린다.
“…눈 뜨자마자…?”
그 말에 현성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입술을 마주한다. ‘흥!’ 하고 토라진 척 받아주지 않으려던 혜주도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부드럽게 입을 맞추는 동안 36.5도라는 사람의 체온보다 훨씬 더 뜨거워진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현성이 부드럽게 입가로 목가로 흘러내리듯 내려온다.
“아… 간지럽다…”
연약한 영양의 목덜미를 깨문 사자처럼, 하지만 그렇게 거칠지 않게… 희고 가느다란 혜주의 목을 부드럽게 깨물며 현성이 그녀를 간질이자 혜주가 앙탈을 부리는 듯 몸을 배배 꼰다. 어느 샌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서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 그 손길에 현성이 미소와 함께 점차 아래로 내려와 좋은 향이 나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언덕에 입술을 가져간다.
“아…!”
봉긋하게 솟아오른 적당한 크기에 모양도 예쁜 가슴. 그 가슴을 마치 아이처럼 그가 빨아들이자 혜주가 ‘히…’ 하고 웃으며 그를 바라본다.
“…아기 같다.”
문득 정말로… 여지껏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이’를 가지고 싶단 생각을 더하면서 말이다. 그 말에 현성이 다시 미소 띤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자 혜주가 아기라기엔 키도, 덩치도 너무 크지만 저 순수한 눈빛만큼은 여느 아이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꺅!’ 하고 몸을 일으키며 그를 다시 꼭 끌어안는다.
“내 가슴이 그래 좋나?”
“꿀 발라 놓은 거 같아요.”
생각지도 못 한 그의 대답에 그녀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현성을 내려다 본다.
“진짜로?”
“응, 진짜로. 근데 가슴만 그카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가 다시 몸을 일으킨다. 계속 해나가고 싶지만 혜주의 몸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것은 이렇게 살살 불씨가 붙어도 금방 꺼뜨릴 수 있다는 듯 현성이 몸을 일으켜 나란히 그녀의 곁에 앉은 채 손을 마주 잡는다.
“너무 좋으니까 전신이 다 그카는 것 같아요.”
“…뭔데… 그카면 내 꿀녀가?”
꿀녀 하고 이야기를 하더니 그게 또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혜주가 그를 꼭 끌어안는다. 수술을 받은지 거의 반년 정도가 지난지라 이젠 어느 정도는 안심해도 되겠지만 어제 밤에는 두 사람 모두 마지막이라는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밤이 새도록 함께 해오지 않았던가? 지금도 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지만 너무 과해서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조금 두려운 맘이 앞선 모양이다.
“…많이 하고 싶나…?”
아쉬움 가득한 맘으로 혜주가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혜주가 맘이 약해진 듯 ‘그러면…’ 하고 더 해도 괜찮다는 듯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고개를 흔든다.
“보기만 해도 너무 좋으니까 가만히 못 놔두겠어요. 진짜… 근데 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가 이리 와보라는 듯 두 팔을 팔리자 혜주가 미안한 맘과 고마운 맘을 동시에 느끼며 그를 꼭 끌어안는다.
“어제 진짜 많이 했는데… 바보야.”
수줍음 가득한 그 투정에 현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 이상은 혜주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먼저 입을 맞춘다. 이렇듯 사랑에 약한 것이 바로 그녀가 아니던가?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뒤섞인 채 혜주가 그의 위에 올라선다. 두근두근두근 하고 심장이 요동치고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싶은 불안도 있지만 정말로 간절히 이 사람을 원하고 있단 것을… 그 본능적인 것을 억누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여전히 불처럼 뜨겁고 단단한 그것을 어루만지며 혜주가 그를 내려다본다. 이 사람이라면 몸이 망가진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 싶은 마음인 것을… 단지 그로 인해서 버림 받지만 않는다면 심장이라도 꺼내 놓고 싶은 맘이었다.
“괜찮아요, 누나… 안 그래도…”
“내가 안 괜찮은데…?”
그리고 그녀가 천천히 그를 품기 시작한다.
“아…”
부담스럽다거나 너무 버겁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몸 안을 꽉 채우는, 그를 생각하기만 해도 뜨거워지는 몸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현성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억지로 침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전에는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 일체감은 여지껏 혜주가 살아오면서 느낀 어떤 감정보다도 황홀하고, 행복한 것이었고!
“아아…”
터져 나온 탄성과 다시 하나 된 몸. 크게 들썩이는 그녀의 가슴팍을 바라보며 현성 부드럽게 혜주의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너무 과하지 않게, 절대로 그녀의 몸이 상하지 않게… 아주 부드럽게.
“하아… 하아…”
새어나오는 숨결조차 한순간에 내뱉었고,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소리조차도 하나인 마냥 똑같은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바라건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으면, 바라건데 내 눈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으면. 그 생각과 마음마저도 한결 같았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두 사람의 몸은 마치 에로스의 축복을 받은 것만도 같았다. 나는 너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혜주의 목소리가 온 몸으로 전해지듯이, 나는 당신을 절대로 상처주고 싶지 않다는 현성의 목소리가 온 몸으로 전해지듯이 마음과 육신이 하나 되어 완전한 의미로 전달되고 있었다.
등골에는 전율이 일고 온 몸 세포 한 가닥, 한 가닥이 짜르륵 눈을 뜨고 일어나는 듯 한 기쁨을 느끼며 혜주가 속삭인다.
“사랑해… 현성아… 사랑해.”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아닌 다른 말은 모두 거짓말일 것이다. 그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혜주가 고개를 흔들며 견디기 힘든 전율감에 이성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내는 동안 현성 역시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듯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해요. 나도… 많이, 정말.”
그리고 그 대답과 함께 그가 그녀의 몸을 꼭 끌어 안았을 때. 혜주 역시 온 힘을 다해서 그를 꼭 끌어안는다.
“아…!”
몸 안으로 퍼지는 무척이나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그녀가 힘이 빠져 버린 듯 축 늘어지며 그의 품에 기댄다. 움찔, 움찔하는 경련을 살짝 더하며 그녀가 그를 꼭 안고서 ‘사랑해…’ 하고 속삭임을 더한다. 그 말에 현성이 천천히 몸을 돌려 혜주를 다시 침대 위에 뉘이고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웃음과 함께 그녀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이번엔 그가 꺼낸다.
“내가 더요. 내기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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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