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회 - 괴물
극진회관의 최고 장점은 다양한 발차기 기술들을 가지고 있단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들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일격필살이란 것이었는데 비록 현행 룰의 개정에 의해서 직접적인 안면타격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정권 단련은 극진 가라데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특히나 복싱을 수련하면서 더욱 더 굳세고 강한 주먹을 가지게 된 류이치에게는 킥만큼이나 위협적인 것이 라이트 스트레이트…!
이 한방에 모든 것을 뒤집으리라 믿으며 류이치가 오른 다리를 내딛는다…! 사나운 로 킥에 당한 충격으로 힘을 잃은 다리에 저릿저릿함이 밀려 오지만 그 정도 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느릿, 가슴이 찌릿하고 울리는 감각을 느끼며 주먹을 내딛는다…!
그리고…어느 샌가 류이치의 머리를 향해 솟아오른 현성의 킥은… 더 이상 류이치의 오른다리를 노리지 않았다!
-뻐억…!
솟아오른 킥은 전혀 킥을 인지 못한 채 라이트 스트레이트만을 노리던 류이치의 왼쪽 두부를 강타한다…! 끊어차는 것이 아니라 조금 엉성하긴 하지만 온 체중을 모두 실은 그 치명적인 일격이 사각에서 터져나온 바로 그 순간!
엄청난 충격에 류이치가 비틀 거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모든 관중들이 그 모습에 무척이나 놀란 듯 순간 숨을 멈추고 전율감에 잠깐 정적이 흐른다.
그건 마치 류이치가 아주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정글짐에서 뛰어 내리다 옆에 있던 철봉에 머리를 부딪쳤을 때의 충격과 비슷했다. 정신없고 온 사방의 감각이 없어진 가운데 어느 샌가 하늘이 보였다. 하늘 대신 빛을 발하고 있는 천장을 바라보며 류이치가 잠들기 전의 몽롱함이 온 몸을 엄습하는 것을 느끼곤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도대체 내가 왜…? 분명히 로 킥을 회수하는 사이에 그는 라이트로 역전을 노렸는데… 아무 공격도 날아들지 않았는데… 왜?’
점점 흐려가는 의식은 류이치가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실신’이란 것이었다. 털썩 무릎을 꿇은 채… 그대로 힘없이 몸이 뒤로 벌렁 넘어져 버리고선 그 물음에 대한 해답조차 가지지 못한 채 류이치가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그리고 장내가 다시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맙소사…! 이게 도대체 무슨…!”
해설진 조차도 그 어마어마한 하이킥의 결과에 할 말을 읽은 듯 ‘아, 아아아…’ 하고 말을 잇지 못한 채 탄성만 터뜨릴 뿐이다. 웅성이던 사람들 역시 모두 마찬가지! 그저 방금 일어난 광경에 압도당한 듯 멍하니 케이지에 쓰러진 류이치와 지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현성을 바라보던 관중들이 어느 샌가 ‘와아아아아!’ 하고 컨벤션 호텔이 흔들릴 정도로 큰 환호를 지른다.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 없었다! 관중석의 오형석 대표가 토네이도 짐에서 보았던 그 샌드백을 떠올리며 기립 박수를 치고 있는 동안 예린과 함께 관중석에 자리한 혜주 역시 ‘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제 자리를 풀쩍풀쩍 뛰며 기쁨을 대신한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눈으로 찾고 있던 현성이 이내 기뻐 하는 혜주를 발견하고는 보란 듯이 양 손을 치켜든다. 와아아아아 하고 더 큰 환호가 터지고 의료진들이 케이지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정신이 든 듯 이내 장내 아나운서가 소리친다.
“하이킥! 하이킥이었습니다…! 장현성 선수의 하이킥!”
좀처럼 종합 격투씬에서는 보기 힘든 하이킥…! 라이트를 치기 위해서 치고 오던 류이치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각에서 내리 꽂힌 현성의 하이킥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피터 아츠를 다시 보는 것 같습니다! 럼버잭 하이킥…! 정말로 엄청납니다!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KO를 당한 전력이 없는 야마다 류이치 선수가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실신 KO! 극진 가라데 타격가를 상대로 1라운드 3분 40초 만에 하이킥으로 실신 KO승을 거둡니다! 정말, 정말 엄청 납니다!”
이전에 보여줬던 뒷차기 역시 멋진 장면이었지만 오늘의 작품은 그야말로 격투기의 카타르시스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를… 원사이드하게 밀어 붙이는 강함의 미학…! 그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현성에게 사람들이 아낌 없이 박수를 치는 동안 관중석에 있던 고모 내외가 그들의 품을 벗어나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 받고 잇는 현성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맘이 찡해진 듯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는 동안 케이지 안에서 김관수 관장과 기철, 알렉세이 코치를 비롯한 토네이도 짐의 스태프들과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누던 현성이 어렵잖게 고모 가족을 발견하고는 잠깐 멈칫 한다. 울고 있는 고모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던 현성이 한숨을 내쉬자 기철이 그의 옆을 툭툭 친다.
“잘난 척 좀 해줘도 된다!”
그 말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음 짓는다. 이런 걸 해도 될까…? 하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온 것. 이젠 혼자서 이렇게 컸고, 내 스스로 설 수 있단 것을 보이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지 현성이 그 방향을 바라보며 손을 올려 보인다. 주먹을 쥔 채 손을 들어 보이는 그 모습에 흐느끼는 고모가 박수를 치는 동안… 사람들 역시 그들의 사정은 알지 못해도 모션 없기로 소문 나기 시작한 현성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그 열광이 더욱 더 커진다.
일본인 파이터를 상대로 무참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더욱 더 큰 열광이 있을 것이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그치지 않는 광경 속에서 현성이 고모 내외에게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돌아서서 다른 관중들에게도 인사를 한다. 이제는 다음 시합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정도로 함성을 그칠 줄은 몰랐다.
마치 그 자리에 모인 천명이 넘는 관중들 모두가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얼얼한 함성이 연달아 울리는 동안 현성이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배훈의 승리 선언을 받고서 다시 백스테이지로 걸음을 옮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시이 관장이 자신이 준비했던 카드… 류이치가 이 정도로 압도적으로 깨질 줄은 몰랐단 생각에 멍한 얼굴을 하다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어떻습니까…?”
너무 무참히 상대를 쓰러뜨린 탓에 혹시 이시이 관장이 기분이 상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기쁜 티도 내지 못한 채 그 눈치를 살필 뿐이다. 마음으로야 ‘와아아!’ 하고 그 누구보다 큰 소리로 기뻐하고 싶지만 비즈니스 상대를 앞에 두고 차마 그러진 못 하겠다는 듯 그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동안…
“…굉장합니다. 정말로…”
이시이 관장이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감상평을 꺼낸다. 그의 카드인 류이치가 정말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를 해버릴 정도로… 현성이 가진 재능은 눈이 부셨다. 지난 번의 시합때보다 월등히 향상된 타격 실력은 가히 K-1 그랑프리 무대에 선다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네델란드 벌목꾼을 다시 보는 것 같군요..”
피터 아츠…! 명실 공히 과거 K-1의 전성기를 이끈 폭군…! 현재는 그도 너무 나이가 들어 K-1을 떠나서 고향인 네델란드 무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를… K-1의 중흥을 이끌어 냈던 폭군의 그림자를 아시아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류이치는 정말 튼튼합니다… 극진 선수권 대회에서도 저 정도로 완패 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내 이시이 관장이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흔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그림은… 그가 생각했던 이상이다. 장현성이라는 선수와 야마다 류이치라는 신예. 둘 사이에 고민을 하고 있던 생각들이 압도적으로 기울어 버린 듯 그가 정문호 대표를 힐끔 바라본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정식으로 연락을 드리지요.”
그 말에 정문호 대표가 ‘아…’ 하고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아마도 현성은 이제… 본격적으로 국제무대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그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하고 세차게 뛰는 것을 느끼며 정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세계무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과거 국내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저렇듯 기량을 뽐내며 각광 받았지만 번번이 세계의 벽을 넘진 못했어요.”
그러는 동안 이시이 관장이 너무 낙관하지는 말란 듯이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그 말에 정문호 대표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알고 있습니다, 이시이 상.’ 하고 대답한다.
“현성 선수가 반드시…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겁니다.”
“…음… 최소한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열광케 할 수는 있을 것 같군요. 상처가 없어 다행입니다. 이만 나는 류이치에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시이 관장이 후후 웃으며 비서를 대동해 인사를 하곤 걸음을 옮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문호 대표가 ‘좋아!’ 하고 주먹을 불끈 쥔다.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미 몇 해 전에 최홍만 선수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K-1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무대에 진출한 바 있다. 더러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세계의 벽 자체를 넘은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현성 같은 케이스가 아니라 대부분이 빅맨들이었고, 과거 엘리트 스포츠인 출신인지라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현성이라면 충분히 그 벽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는, 말 그대로 그 모습조차 짐작할 수 없는 괴물의 모습을 보며 정문호 대표가 자신도 이 소식을 빨리 전달해야 겠다 생각한 듯 경기가 2경기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대기실을 향해서 걸음을 옮긴다.
그 사이에 이미 대기실은 축하를 위해서 관중석을 벗어나 달려온 예린과 혜주, 거기다 이종격투기 회원들까지 이미 만원이었다.
“진짜…! 어떻게 그렇게 잘 했어요?! 하이킥은 또 언제 배운 거에요?!”
요 근래에 아무리 수능 덕분에 체육관 방문이 뜸해진 예린이 조금 살이 붙은 듯 통통해진 얼굴로 방방 뛰며 좋아하자 현성이 후후 웃음과 함께 예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잘 지냈나?”
그 인사에 예린이 ‘히히히히!’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혜주가 ‘내꺼 탐내지 마라!’ 하고 장난스러운 얼굴로 예린을 밀어내며 그의 품에 안긴다.
“꺅…! 언니!”
“왜! 바보야…!”
한껏 들뜬 그녀의 목소리에 현성이 그저 기분이 좋은 듯 후후 웃음과 함께 혜주를 꼭 안자 이종격투기 회원들이 ‘크아아아! 진짜 죽여주네!’ 하고 거칠게 탄성을 내지른다. 그 환호에 혜주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현성이 많이 다치지 않았고, 또 이렇게 멋진 승리를 거둔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한 듯 그 앞에서 그의 입에 먼저 입술을 맞추자 ‘우오오오!’ 하고 다시 스태프들과 격투기 팬들이 박수를 친다.
“둘이 결혼하면 저희 70만 회원 이끌고 부주 갑니다!”
“이거 녹음해놔요, 관장님!”
이때가 기회라는 듯 혜주가 그 좋아하는 와중에도 똑 부러진 목소리로 증거를 남기자 이야길 하자 다시 한 번 대기실에 우렁찬 웃음이 울려 퍼진다.
“한 대도 안 맞았다…! 아유 이뻐…!”
그를 꼭 안고서 방실방실 웃음 짓는 혜주의 얼굴을 보며 현성이 자신도 이 정도로 맞지 않고 이길 줄은 몰랐다는 듯 그저 바보처럼 환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와는 인상 자체가 달라진 얼굴은 아직까지도 조금 험악해 보여도 그렇게 무섭단 느낌이 들진 않았다.
“크… 좋다, 좋아.”
그 모습에 기철이 그때 소개 받았던 지영과는 연락이 뜸해진 듯 또 다시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흔든다.
“오빠, 소개팅 받았잖아!”
그런 그를 보며 예린이 히히 웃으며 물음을 던지자 기철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소개팅, 뭐 그런 거 무슨 소용이고! 의미 없다!”
그 공허한 외침에 다시 대기실에 웃음이 넘쳐 흐르는 동안… 얼핏 대기실 입구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모두들 웃고 떠들고 있는 가운데 홀로 조용하던 김관수 관장이 ‘아…’ 하고 미소와 함께 대기실 입구로 걸음을 옮기자 현성을 비롯한 모두가 순간 웃음과 이야기를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아… 저기…”
그리고 그 앞에 오랜만에 옷도 빼어 입고 화장도 한… 그렇지만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번진 화장을 고쳐도 여전히 티가 나는 현성의 고모가 어색한 얼굴의 다른 가족들과 함께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에 현성에게 안겨 있던 혜주가 조금 놀란 듯 움찔하고 떨어지자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고모 가족을 바라본다.
“현성이 히야…!”
그래도 나이가 비슷했던지라 친하게 지내던 진규가 먼저 그 이름을 부르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예린과 마찬가지로 수능을 앞두고 있는 터라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오긴 온 모양이다. 오랜만에 보는 사촌이 반갑다…기보다는 여전히 복잡한 기분에 현성이 얼떨떨한 웃음을 짓고 있는 동안 이종격투기 회원들이 이만 제 3자들은 빠져야겠다는 듯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다음 시합도 파이팅!’ 하고 응원의 목소리를 더하며 대기실을 나선다.
소란스럽던 팬들이 사라지고 한결 조용해진 대기실 속에서 현성이 어색하게 고모 가족을 바라보는 동안… 혜주가 진희에 버금가게 미운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래선 남는 게 없단 것을 알고 있는지 찰싹! 하고 현성의 등을 때린다.
“여 까지 오셨는데 인사는 해야지, 바보야.”
그리고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현성이 ‘아…’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티켓을 준 것.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
“…오셨어예…?”
어색한 그 목소리가 울리자 고모가 다시 글썽글썽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모두들 마음에 짠해진 듯 작은 한숨을 내쉬는 동안 현성 역시… 시합보다도 중요한 일이 이 일인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숨을 고른다.
“온다고 고생 많이 했심다…”
결국은 나아가야만 한다. 얼핏 손해 보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더라도 더 이상 그런 걸 남겨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현성이 다시 말을 건네자 고모가 말없이 울먹이며 그에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현성의 어깨를 꼭 끌어 안으며 이야기 한다.
“잘했다… 현성아… 진짜 잘했다…”
그 말에 현성이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곤 입술을 꾹 깨문다. 고모 내외는 언제나 부모님의 대신이었다. 그 인정이… 마치 부모님에게 듣는 인정 같단 기분이 들었던지 현성이 울먹울먹하는 복잡한 눈으로 흐느끼는 고모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혜주가 ‘괜찮아요, 고모.’ 하고 현성을 대신해 그녀를 꼭 안아 준다.
누구보다 현성의 고모 가족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녀가 먼저 다가서서 그녀를 안고 위로하자 현성이 그 모습에 옅은 웃음을 띤 채 함께 고모의 등에 손을 올린다.
“잘 했는데 와 울어요…?”
퉁명스럽지만… 제법 친근하게 나온 그 목소리에 고모가 드디어 용서를 받는단 기분이 들었던지 더욱 더 크게 흐느낀다.
“에헤이… 이 사람 진짜 창피하구로…”
그러는 동안 고모부 역시…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먹먹한 심정에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꺼낸다. 따지고 보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었다면 현성을 지금까지도 키워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현성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듯 한 한숨을 내쉬며 혜주를 바라본다. 그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혜주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그래서 현성이 좋다는 듯이.
“괜찮아예. 괜찮아.”
그 눈빛을 받으며 현성이 결국 이번에도 용서하고 마는구나 하고 고모의 등을 두드린다. 조금은 투정하는 듯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만 결국은 또 힘든 한 걸음을 내딛고야 만다. 그 모습에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고모부도 할 말을 잃은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있는 동안…
“빅 뉴스! 빅 뉴스!”
들뜬 얼굴로 대기실에 모습을 드러낸 정문호 대표가 그 숙연한 분위기에 ‘어, 어?’ 하고 당황한 듯 얼어 붙는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이 분위기를 깨뜨렸단 생각이 들었던지 그가 조금 당황한 얼굴로 멈칫하자 순간 고모가 현성의 품에서 떨어져 미소와 함꼐 눈가를 슥슥 닦는다. 미안하단 말을 수백번도 더 해봐야 나아지는 것은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그들을 받아준 현성이 고마워 그치지 않는 눈물을 닦아 내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어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좀 있다 다시 올까요…?”
“아, 아니요! 아입니다…아니에요…!”
그리고 절대로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듯 고모가 고개를 흔드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힐끔 현성을 바라본다. 여전히 저 덩치 크고 순한 청년은… 무대 위에서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괴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를 외면했던 가족들을 또 다시 용서해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정 대표가 대견하다는 듯 미소 짓는다.
용서는 승리자의 것이고, 결국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식은… 현성 뿐 아니라 모두에게도 즐거운 소식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가 소리친다.
“이시이 관장이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K-1 다이너마이트! 오퍼 넣겠답니다!”
============================ 작품 후기 ============================
럼버잭 하이킥 - 사실 피터 아츠의 하이킥은 다른 선수들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당. 하이킥으로 유명한 크로캅이 알아도 막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끊어지며 순간적인 임팩트를 더하는 스타일이라면 아츠의 하이킥은 사각지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각도에서 솟아 올라와 마치 벌목꾼의 도끼처럼 무참히 상대를 찍어 버립니다.
이 킥에 당한 상대들은 그야 말로 떡실신으로 이어져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츠가 시릴 아비디라는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사나이에게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맥이 끊어지긴 했지만요.
개인적으로 격투기 역사상 가장 막강한 파괴력을 보인 것이 바로 요 피터 아츠의 하이킥, 이른바 럼버잭 하이킥(혹은 전율의 하이킥)이라 불리는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전 글 쓰는 거 보다 말 하는 거에 더 자신 있습니다 히히히힝-
경기 때마다 자꾸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 주는 건… 쪼는 맛도 쪼는 맛이지만 그러면 코멘 달지 않으시던 분들도 코멘이 우르르 쏟아지기 때문에… 데헷
평소에도 자주 자주 달아 주시면 의욕이 충만해지고 그럼 더 술술술 하는 게 사람 살아가는 이치 아니겠습니까? ㅋㅋ
카페 베네 스폰만 따면 모든 것이 퍼펙트 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