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107화 (107/281)

- 107 회 - 괴물

2달 만에 온 강원도 켄벤션 호텔은 이미 겨울이 찾아온 듯 차가운 날씨를 머금고 있었다.

“후우… 강원도는 강원도네. 입김 나오는 거 좀 봐라.”

겨우 11월 초이지만 아랫 지방의 겨울날과 다를 바 없는 날씨에 김관수 관장이 아이처럼 입김을 불어보자 그 해맑은 모습에 현성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커험! 뭘 웃고 그 카노!”

“아, 아니요. 관장님이 제일 귀여우신 거 같아서예.”

“자슥이… 내 나이가 몇 갠데 니한테 그런 소리 들어야 되나?”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김관수 관장이 ‘예끼!’ 하고 주먹을 뻗자 현성이 ‘엇…’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몸으로 그의 주먹을 받는다. 애정 담긴 장난스러운 주먹질에 스승과 제자가 후후 웃음 짓는 동안 계체량 전에 먼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정문호 대표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하하핫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그가 두 팔 벌려 로드원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는 현성과 김관수 관장을 반긴다. 그 모습에 현성과 김관수 관장은 오늘은 특별히 두 사람만 먼저 컨벤션 호텔로 출발해온 듯 이전보다 한결 홀가분한 모습으로 후후 웃음 짓는다.

“뭐, 마땅히 와야 되는 거 아이가? 무대 있으면!”

“잘 지내셨습니까?”

로드원 돌풍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사제의 인사에 정문호 대표가 마냥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곁으로 와 차례대로 김관수 관장과 현성의 손을 붙잡는다.

“언제 봐도 듬직 합니다, 선배님. 그리고 장군도… 어휴 몸이 점점 더 좋아 지는 거 같은데…?”

곧 그가 바람 막이 하나 걸치고 있는 현성을 보자마자 립 서비스인지 뭔지 모를 칭찬을 한다. 그 말에 현성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벗으면 정체성 혼란 올지도 모른데이!’ 하고 농담을 던진다.

“에이, 제가 어디 그럴 사람입니까?”

그리고 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하하 웃으며 고개를 흔들자 현성이 그 말에 또 다시 함박웃음을 짓는다. 김관수 관장과 정문호 대표는 언제 봐도 사이가 돈독해 보인다. 문득 그 모습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기철과 자신의 사이처럼 저리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며 현성이 살짝 미소 띤 얼굴을 하는 사이 정문호 대표가 ‘자, 이쪽으로!’ 하고 그들을 이끈다.

그 뒤를 따라서 현성과 김관수 관장이 컨벤션 호텔 6층의 작은 미팅룸으로 들어가자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지 이시이 관장과… 말끔한 정장 차림의 낯익은 얼굴을 한 사내가 보인다.

“아…”

그를 몰라 볼 리 없는 현성이 조금 긴장한 듯 금발에 삭발한 듯 짧은 머리를 한 야마다 류이치를 알아보곤 멈칫하자 이내 이시이 관장과 야마다 류이치가 후후 웃으며 그를 바라본다.

“오아이 데키테 우레시이데스.”

마치 일본 성우처럼 중후한 이시이 관장의 인사에 현성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힐끔 김관수 관장과 정문호 대표를 바라본다.

“만나서 반갑다고 하시는 거야.”

김관수 관장보다는 아무래도 정문호 대표가 이 자리를 나서는 게 그림이 좋겠다 싶었던지 그의 해석에 현성이 ‘아…’ 하고 꾸벅 인사를 한다. 그런 현성을 보며 이시이 관장이 흡족한 미소를 하는 동안 곁에 있는 류이치는 내내 현성을 흥미롭단 얼굴로 바라볼 뿐이다. 그 눈빛을 느끼며 현성이 왜 굳이 이 자리에 자신과 김관수 관장을 부른 것인가… 생각하며 김관수 관장의 곁에 선다.

그러는 동안 그가 정문호 대표를 보며 웃음과 함께 무엇을 이야기 한다. 그 중후한 음성에 현성이 무슨 말인지 듣고 싶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보니 힐끔 김관수 관장을 바라보는 동안… 그 역시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씩 웃음 짓는다. 도통 이 자리서 현성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시이 관장의 목소리에 현성이 난감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후후 웃으며 이야기 한다.

“나는 현성 선수에게 큰 감명을 받았고, 이 시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이너마이트 뿐 아니라 K-1 무대에서도 앞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하시는군. 물론… 로드원 FC의 자객으로!”

아무래도 그 부분의 협약은 진작에 이뤄진 모양이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는 말과 같이 내리막 길 K-1이라 해도 여전히 로드원 FC보다는 강성하다. 그 탓인지 현성이 다이너마이트 무대 뿐 아니라 이후의 K-1 시리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단 말에 조금 놀란 듯 김관수 관장을 바라본다. 이 사실은 김관수 관장도 생소한 듯 조금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살짝 눈치를 살피며 이야기 한다.

“우선은 이 시합이 가장 중요한데… 자, 자세한 건 시합 이후에 이야기를 하시죠…?”

박수를 치며 정문호 대표가 분위기를 전환하자 이야기 할 거리는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니라는 듯 김관수 관장이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곧 이시이 관장이 현성을 무척이나 유심히 삼키며 물음을 던진다.

“얼마나… 수련을 했죠?”

그 물음을 실시간으로 정문호 대표가 통역하자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10달… 정도…’ 하고 대답한다. 그 말에 이시이 관장이 정말로 놀랐다는 듯 박수를 치는 동안 곁에 있는 류이치 역시 흥미 가득한 얼굴로 현성을 바라본다.

“미도리 선생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반년 경력으로 40인조수를 성공할 뻔 했다고 하던데…”

사실상 겐지 사범이 중단을 시키지 않았다면 성공을 했을 이벤트였다. 그 말에 류이치가 더욱 더 흥미 가득한 얼굴로 현성을 바라본다. 기본적으로 가라데 선수인만큼 내일 싸울 이 사내가 극진회관을 처음 방문해 39인을 쓰러뜨렸단 것에 더 큰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현성과 싸우고 싶은 듯 이글이글하는 눈빛에 현성이 마찬가지로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슬쩍 눈을 피한다.

극히 선명하게 대치 되는 모습…! 그 모습에 이시이 관장이 더욱 더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사실 대부분의 격투가들은 류이치와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와 싸우고 싶어하고, 상대를 잡아먹지 못 해서 안달이 난 짐승처럼 들끓어 오른 상태인지라 이렇듯 대치가 있다면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현성 선수는 항상 시합 전엔 눈을 마주치지 않던데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개인적인 호기심이 동한 듯 이시이 관장이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을 정문호 대표 대신 김관수 관장이 통역하자 현성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어색한 듯 옅은 미소를 띤 채 대답한다.

“참지 못 할 것 같아서…”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오자 김관수 관장도 조금 놀란 듯 그를 바라본다. 그러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확실히 데뷔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진 현성의 모습에 더욱 더 기대감 가득한 모습으로 이시이 관장에게 그 말을 전하자 이번에는 류이치가 더욱 더 참지 못하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본다.

“그렇습니까? 훌륭하군요. 자신을 절제할 줄 안다니.”

짝짝 박수를 치는 이시이 관장과 당장이라도 그와 겨뤄보고 싶은 듯 류이치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전적은 많지 않지만 무척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붙고 싶어 근질근질하군요. 사실 그 전에는 겁을 먹은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오늘 보고 나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아닌 것 같지만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이시이 관장의 중후함은 아니지만 남성 호르몬이 강하게 섞인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마치 으르렁 거리는 짐승소리처럼 켄벤션 호텔 미팅룸을 울린다. 그 목소리에 현성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자신을 바라보는 야마다 류이치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종이 울리고, 시합이 시작하기를 바라는 눈빛이라는 것을 느낀 듯 웃음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류이치가 남자들끼리는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통하는 게 있다는 듯 ‘크으…’ 하고 안달이 난 듯 몸을 이리 저리 움직인다.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그가 눈에서 빛을 내며 흥분 가득한 얼굴로 이야기 하자 현성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이시이 관장은 현성이 아니면 야마다 류이치를 다이너마이트 축제에 세울 생각일 것이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여기에 오고 나니 그런 확신이 생겼다.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저 야마다 류이치의 말대로 현성과 그는 어쩜 아주 비슷한 유형의 사람인지도 몰랐다. 단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곧 현성에 김관수 관장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 말에 김관수 관장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현성을 돌아보자 현성이 ‘한일전이잖아예.’ 하고 웃으며 속삭인다. 곧 그가 현성에게 뭔가를 귓속말하자 정문호 대표를 비롯해 이시이 관장과 류이치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그들을 바라본다. 곧 현성이 류이치에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와타시 우 소 우모우.”

그 말에 류이치가 피가 끓어오르는 듯 ‘후우…’ 하고 숨을 가다듬는다.

“…장 선수…”

정문호 대표가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고 전의를 보인 그의 모습에 정말 놀랐다는 듯 현성을 바라본다. 별 다른 도발이나 응답이 없는 현성이 이토록 전의를 보이는 까닭이 무엇인가?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미치도록 흥분이 된단 사실이었다. 벌써부터 전운이 맴도는 미팅룸. 곧 류이치가 그의 손을 꽉 쥔다. 서로 얼마나 열심히 트레이닝을 해왔는지 느낄 수 있는 거친 손아귀의 힘을 느끼며 류이치가 현성에게 이야기 한다.

“잘 부탁 드립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그 의미 정도는 알겠다는 듯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나도 잘 부탁드립니더.”

그리고 두 사람이 손을 꼭 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더 이상 과열되면 곤란하다 생각한 듯 정문호 대표가 ‘자!’ 하고 그 사이를 끼어 든다.

“이제 슬슬 계체량도 준비해야 하고… 나머지는 내일로 미룹시다, 다들.”

그 목소리에 류이치가 말은 못 알아들어도 어떤 뉘앙스인지 안다는 듯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이면 이 녀석과 승부를 겨룰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참아야만 한다. 도시락에서 맛있는 반찬을 나중에 먹는 것처럼 아끼고 아껴 놓겠다는 듯 순순히 떨어지는 류이치와 다시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스스로를 정리하는 현성.

“그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연배가 높은 이시이 관장에게 먼저 인사를 하자 현성도 덩달아 고개를 숙여 인사 한다. 곧 두 사람과 정문호 대표가 미팅 룸을 함께 나서자 김관수 관장이 나오기 무섭게 정문호 대표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K-1서 계속 보자… 하는 거랑 로드원의 자객이 뭔 소리고?”

“아… 그건 그냥 립서비스에요, 립서비스!”

대충 얼버무리려는 정문호 대표의 모습에 그를 믿지 않는다는 듯 김관수 관장이 ‘제대로 얘기 안 하나?’ 하고 눈을 부라린다. 그 모습에 정 대표가 ‘사실…’ 하고 머리를 긁적인다.

“K-1과 로드원이 제휴 관계에 들어간 건 선배님도 아실 겁니다. 서로 교류가 있다는 게 아마 이 바닥 시장도 키울 수 있고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단 것도요.”

그리고 그가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며 현성을 바라본다.

“저는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현성 선수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말에 김관수 관장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신의 계획과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그런 그를 보며 정문호 대표가 그건 자기도 안다는 듯 이야기를 꺼낸다.

“선배님… 물론 미국 시장이 중요하고, 그쪽으로 나가야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국내 시장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더… 로드원에 머물러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번 계약이 마지막이지 않습니까…?”

아마도 본심은 이것일 것이다. 김관수 관장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길 터. 하지만 그것은 곧 로드원의 이익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그 진지한 목소리에 김관수 관장이 흐음… 하고 한숨을 내쉰다. 정 대표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에 확실히 현성 선수도 설익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로드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고, 또 K-1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조금 천천히 가도록 합시다, 선배님! 너무 급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관수 관장이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은 해보께. 일단은 뭐… 정대표 맘을 모르는 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는 현성이한테 제일 도움되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거 아이겠나?”

“그래도 국내 사정도 생각을 해주셔야 합니다… 만약에 현성 선수가 K-1에 진출해서 거기서 빛을 보게 된다면 국내 인재들이 충분히 해외로 진출을 할 수 있을 거에요. 기껏 해봐야 60만원 밖에 안 되는 파이트 머니 받고, 그거라도 좋다고 선수 노릇하고 있는 후배들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뼈가 있는 말이었다. 기실 현성에게 기회를 준 사람 또한 정문호 대표다. 그것을 외면한다면… 그래서는 곤란 할 것이다. 김관수 관장이 너무 이기심만 부려선 안 되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그가 해외로 진출하기 전 가장 걸린 부분이 그 부분이기도 했다. 현성의 재능은 그야 말로 불꽃과 같아서, 공기만 불어 넣어 줘도 아름다운 빛을 내며 활활 타오를 지경이다. 분명히 세계 무대에 나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다만 그 재능이… 홀로 빛을 보아선 안 될 것이다. 그 생각에 김관수 관장이 ‘알았다… 이만 가보께.’ 하고 현성을 부르자 현성이 무슨 이야기가 오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듯 정대표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김관수 관장의 곁에 서서 나란히 걸음을 옮긴다.

“관장님, 방금 무슨 얘기를…?”

“…원래 우리 계획이 뭐라 그랬노? 다이너마이트에서 빛 보고 TUF로 넘어갈라 그랬다 캤제…?”

“아… 예.”

“…아무래도 그게 좀… 미뤄질 것 같다. 현성아.”

그 말에 현성이 그제야 그 대화가 이해가 되는 듯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그가 웃으며 자신은 괜찮다는 듯 대답한다.

“신세 진 거 있으니까 그거는 갚고 가도 됩니더. 어차피 저는… 군대… 대신 갔다왔잖아예.”

기철처럼 군대로 빠지는 일이 없이… 이제 겨우 20살. 창창한 앞날이 있으니 조금 미뤄져도 괜찮다는 제자의 말에 김관수 관장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뭐, 정확한거는 다 해봐야 아는 거 아이겠나? 일단은 이번 경기에 집중 하자! 나머지는 그때가서 생각하면 되지!”

그 말에 현성이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오늘따라 유난히… 도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현성이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며 물음을 던진다.

“근데 니 원래 안 그카드만 가한텐 와 그캤노, 현성아…? 한일전이라 카나?”

“아… 아뇨. 꼭 그런거는 아니고요…”

김관수 관장의 물음에 현성이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흔든다.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기고 싶단 생각이 가득하다. 왜냐하면…

“…그래도… 고모도 오잖아예. 그러니까… 무조건 이겨야죠. 내 잘 되고 있다… 보여줄라 카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결코 가족 때문은 아니라 이야기 하지만 내심 그 맘을 이해하겠다는 듯 김관수 관장이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자슥, 그래. 생각 잘 했다. 글고 니 말대로 한일전이니까 당연히 이겨야 되는 거데이. 알제? 한국 사람들 한일전에 민감한 거!”

이내 현성의 옆구리를 툭 치며 김관수 관장이 이야기 하자 현성이 ‘예…’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곧 다시 함께 걸음을 옮기는 동안 현성이 깊게 숨을 들이쉰다.

내일은 3전을 채우는 날이다. 더불어 이시이 관장이라는 거물이 예의 주시 하고 있는 시합이 기다리고 있는 날이기도 하고. 하지만…

“후우…”

그것들 보다는 생애 최초로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응원하러 오는 자리이기도 했다. 비록 아직까지는 모든 것을 다 열어 보일 수 없었지만…

“관장님.”

“응?”

잠깐의 정적이 있다 현성이 김관수 관장을 부르자 그가 머리 하나는 더 큰 제자를 올려다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미소와 함께 대답한다.

“내일 내 이기면 같이 낚시나 하러 가실래예?”

의외의 말을 들었다 싶었던지 김관수 관장이 ‘낚시?’ 하고 물음을 던진다.

“니 낚시도 할 줄 아나?”

“아…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한 번 쯤 따라 가보고 싶어서예.”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내 때문에 낙동강 물고기 씨가 말랐었는데, 그거 또 함 뷔줘야겠네!”

“그거 불산인가 그거 때문 아니에요…?”

“뭐라 카노! 이기고 오면 내가 딱 거 낚시터 가가 기가 막힌 놈 잡아가 매운탕까지 끓어주께. 먹고 싶으면 이기면 된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 김관수 관장이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며 현성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 손길에 현성이 미소를 띤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렴풋이 기억 나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곤 다시 한 번 전의를 다진다.

“내일은… 진짜 다 쏟아 부어야 겠어요.”

============================ 작품 후기 ============================

저도 다 쏟아 부을 거에용.

선추코의 기운을 보내주신다면 과거 속도를 재현해보겠습니다. 히히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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