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 회 - 괴물
1라운드를 약 10여초 남겨놓은 시점에서 터진 화려한 스핀킥…! 그리고 KO 승…! 승리의 여운은 오히려 경기가 끝이 난 다음에 더 크게 다가왔다. 로드원 FC의 모든 이벤트가 끝난 이후 KO 오브 더 나이트를 정문호 대표가 호명하는 순간…!
“KO 오브 더 나이트! 제 2시합, 미들급 매치! 장현성 선수입니다!”
재석에게는 그 순간조차도 뼈 아픈 순간일테지만… 그래도 오늘 했던 경기 중 가장 좋은 베스트 3 안에 들어갔단 것은 그나마 위로를 받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환호와 박수를 더하고 있는 동안 마냥 어색한 얼굴로 현성이 정문호 대표를 향해 걸어간다. 영찬을 쓰러뜨린 데뷔전 이후 두 번째이지만 이런 수상 시간은 시합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니까.
게다가… 어린 시절 내내 학교를 다니며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이런 특별상 같은 것을 벌써 두 번째 받는 게 기분이 좋기도 하고 많이 어색했던 모양이다.
“가 봐. 뭘 그렇게 망설이고 그래?”
그런 그를 보며 재석이 속이 터진다는 듯 가슴팍을 두드리며 이야기 하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함께 싸울 땐 욕이 나올 정도로 무섭던 녀석이 시합이 끝나고 나선 이렇게 순박하게 변할 줄이야… 그 모습에 재석이 참 미워하기도 힘들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현성이 정문호 대표에게서 KO 오브 더 나이트란 글씨 아래 3,000,000원이라는 액수가 적힌 피켓을 받는다. 전 데뷔전에서 받았던 액수보다 3배나 뛴 금액은 현성의 파이트 머니를 능가하는 금액이기도 했다. 그 금액에 현성이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으며 돈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스스로 만든, 스스로 번 금액 중 이렇게 큰 금액은 처음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지 제법 뿌듯한 눈으로 피켓을 바라본다.
“정말 최고였다! 현성씨…!”
그리고 정대표가 악수를 건내자 현성이 ‘아…’ 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피켓을 옆구리에 끼고 공손히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함께 싸웠던 재석이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짝짝짝 박수를 치자 사람들이 훈훈허니 참 보기가 좋다는 듯 다시 한 번 더 와아아 하고 박수를 친다.
“아직은 액수가 생각처럼 그렇게 크지 않아. 하지만 계속해서 강원 랜드가 후원을 해주기로 했고, 오늘 결과에 따라서 투자 수익도 커질 예정인데… 현성 씨 덕분에 후원이 더 커질 것 같네!”
그러는 동안 정문호 대표가 이 빛나는 신성을, 로드원을 상징하는 남자로 만들겠다 다짐이라도 한 마냥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야기 하자 현성이 300만원도 큰 돈이라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UFC 선수들을 보면 이런 이벤트에서 승리를 거두고 KO 오브 나이트에 선정되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보너스를 받는다. 그에 비해서는 지금의 이 금액은 분명히 상대적으로 약소한 금액은 금액일 터.
아마 선수 생활을 직접 해왔고, 이 생활이 얼마나 고된 생활인지를 알고 있는 만큼 정문호 대표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큰 보너스를 줄 수 있도록 하겠단 그의 눈빛에 현성이 그저 감사하단 생각과 정말로… 깡패나 건달이 아닌 이 세계 뛰어들기를 잘 했다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현성 씨를 위해서는 또 다른 보너스를 준비했지. 그건 이번 행사 마치고 나서 관장님이랑 같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알겠지?”
동네 형님처럼 친근한 목소리로 정 대표가 어깨를 두드리자 현성이 ‘또 다른 보너스…?’ 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본다. 그러는 동안 아래의 오형석 대표가 ‘사진 한 방 찍읍시다!’ 하고 소리치자 정문호 대표가 후후 웃으며 현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장현성 선수, 피켓 잘 보이도록 들어 주세요!”
웃음기 섞인 오형석 대표의 현성이 ‘아…’ 하고 옆구리에 끼고 있던 피켓을 든다.
“뒤집혔어요!”
“예? 아, 죄송합니다…!”
시합 때의 모습과는 확실히 상반되는 그 어리숙 해 보이는 모습에 정대표도 기자들도, 선두들도… 그리고 관중들도 웃음 짓는 동안 현성이 보너스 피켓을 들고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다 그 와중에 근처 관중석에서 오랜만에 지선을 발견한 그가 ‘아…’ 하고 반가운 표정을 짓자 지선이 정말로 잘했다는 듯 양 손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어제 도착했다곤 들었지만 만나볼 수 없었기에 현성이 지금이나 인사를 한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어쩌면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사람이 그녀일 것이다. 방황하고 좌절해 수렁까지 떨어졌던 현성을 방송의 힘으로 구제해주고 이끌어낸 사람 말이다. 그건 단순히 현성만을 위한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그녀에게 큰 신세를 진 셈이었다. 그걸 잊지 않겠다는 듯 현성이 지선을 향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이자 지선이 굉장히 어색한 듯 몸 둘 바 몰라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오랜만에 보는 현성이라지만 이미 장현성의 특집 기사는 모두 나갔고 X 채널에서 로드원을 방영하기 위해서 온 상황. 그 시간 동안 그를 향해 싹텄던 이상한 애정도 이제는 다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던 모양이다.
“후…”
하지만 이미 그의 곁엔 그녀가 넘볼 수 없을 만큼 확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너무나도 예쁘고 강한… 어쩜 그게 짝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지선이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짝짝짝 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 동안 오형석 대표가 힐끔 현성과 지선을 번갈아 바라보다 인사는 다 끝났다고 생각한 듯 ‘자, 그럼 찍습니다!’ 하고 소리친다.
-찰칵찰칵!
이후 서브미션 오브 더 나이트에는 윤동식 선수가, 가장 큰 보너스 액수인 500만원의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는 현성이 잘 모르는 무명 선수에게 주어지면서 로드원 FC의 14번째 이벤트는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인원은 장충 체육관보다 적었지만 언론의 관심은 그전보다 뜨거웠다. 특히나 강원 랜드라는 재정적인 여유가 충분한 대기업에서 후원을 해주다 보니 그 부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모양이다.
카지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원 랜드의 후원을 얻어냈다는 것은 마치 UFC가 정기적으로 라스베가스에서 시합을 가지며, 그곳의 도박사들을 통한 공식적인 배팅을 또 다름 게임으로 내세운 것과 흡사해보였으니까.
아마도 그것과 관련해서 정문호 대표 역시 강원 랜드를 즐기고 있는 이들은 사실상… 소위 고위층 인사들이며, 그들이 이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선수들에 배팅을 하게 된다면 보다 스폰서를 따내기도 쉬울 것이고, 전반적으로 수익의 증대가 이뤄져서 선수들의 생활 역시 풍족하게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제안했던 모양이다.
물론 앞으로의 당락은 이 행사의 반응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릴테지만 반향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X채널이 케이블이지만 방송을 생중계했고, 거기다 엠파이트 뿐 아니라 메이저 신문사의 기자들도 와서 사진을 찍고 있으며 포털 관계자들도 그 결과를 상당히 관심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컨텐츠였다. 강원 래드가 격투 산업에 뛰어든다는 자체가 여러 가지로 여론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항이었고,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치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낸, 그리고 그 어떤 선수보다도 젊고, 그 어떤 선수보다도 진한 스토리를 가진 현성의 존재는 그나 김관수 관장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여기 사람 진짜 많네예…”
이번 시합은 최대한 안 맞으려고 해도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맞지 않곤 풀어갈 수 없었던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현성이 아직도 취재 열기가 뜨거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질린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뭐 그카면 우리는 좋은 거지. 격투기 선수라는 건 재석이 형 말대로 엔터테이너적인 부분이 있어야 하니까.”
물론 현성처럼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사업 자체가 그런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대중성을 잃기 쉬운 부분이 적잖았다. 대중성을 잃는단 것은 그만큼 수익이 되지 않는단 것이고… 그 문제가 참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생각하며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배는 괜찮나? 마지막에 좀 세게 들어간 거 같더만.”
그런 현성을 바라보며 기철이 다시 물음을 던진다. 그 압도적인 공격 속에서 타격을 감내하고 타고 들어가 재석이 날린 집념의 바디 샷과 미들 킥…!
“아… 이거요?”
그 미들킥을 떠올리며 현성이 살짝 티셔츠를 들어 올린다. 마치 짐승이 할퀸 것 같이 새겨진 자국에 기철이 ‘음…’ 하고 그 자리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아야!”
그 순간 현성이 시합에선 그 무서운 주먹도 버텨내더니 소리를 지르며 몸을 움찔하자 기철이 푸하핫 웃음을 터뜨린다.
“옆구리 멍든 건 처음 보네! 하기사… 재석이 형은 앞으로 며칠 간 밥도 못 먹을 건데 그거에 비하면 이건 양반이지.”
재석의 복부에 들어간 그 어마어마한 킥만 생각하면 같은 선수 입장에서 소름이 돋는다는 듯 기철이 몸서리친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그걸 만약에 내가 맞았다면… 싶은 생각이 들면 그건 그 어떤 미사여구도 붙일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죽음…!
“암튼 관장님이랑 혜주 누나는 어디 갔노? 왜 보이질 않지?”
“그러게요…?”
KO 오브 더 나이트의 수상까지 완료한 이후 모든 일정이 끝이 났고 현성이 방으로 돌아와 가볍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동안 기철만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 김관수 관장과 혜주가 어디론가로 사라져 보이질 않는다. 그 생각에 현성이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던지 핸드폰을 슥 들자 기철이 ‘맞다!’ 하고 박수를 친다.
“…혹시 지금 관장님 심문 당하고 있는 거 아이가?”
그 순간 현성이 ‘유키…’ 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든다.
“설마요…? 그거 끝난 거…”
“야, 혜주 누나 성격에 그냥 넘어가겠나? 아무리 관장님이라도 따질 건 다 따질 건데… 관장님, 시합 때만 냉정 카리스마지 평상시엔 완전 귀요미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거는 아닌 거 같은데…”
막상 그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오고 만다는 듯 현성이 피식 웃음 짓는다. 그러다 이내 그가 대체 두 사람이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 번 핸드폰을 바라보자 기철이 ‘에이, 뭐 어때!’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디론가 사라진 거도 아니고 금방 보이겠지! 짜식…! 형님 외로워 죽겠는데 자꾸 그럴래?”
잠시도 못 기다리고 또 전화 하지 말라는 듯 기철이 고개를 흔들자 현성이 조금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지 아… 하고 그를 바라본다. 그러다 이내 부르르 하고 울리는 전화에 현성이 ‘전화 왔어요!’ 하고 소리치자 기철이 쳇 하고 어깨를 으쓱한다.
“여보세요? 누나, 어디에요?”
-우리 밖에 있는데…?
그 말에 현성이 조금 놀란 듯 ‘네?’ 하고 다시 물음을 던진다.
-우리 호텔 밖에 있다. 기철이랑 같이 나와봐…! 기철이한테 소개팅 해주려고…!
그 말에 현성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얼떨떨한 얼굴로 기철을 바라본다.
“…왜?”
물음을 던지는 그 모습에 현성이 요즘 외롭다며 자꾸 커플을 구박하는 기철을 생각해 혜주가 혹시 승지나, 아니면 알고 지내던 여자라도 여기로 부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지 피식 웃으며 그를 바라본다.
“아, 알겠어요. 그럼 바로 정문 쪽으로 나가면 돼요…?”
-응! 그쪽으로 나오면 딱 보일거다!
뭔지는 몰라도 시합이 끝나고 나서 이런 깜짝 이벤트 같은 상황이 즐거운 듯 현성이 미소 짓자 기철이 ‘왜? 왜 그러는데?’ 하고 관심을 보인다.
“누나가… 형 소개팅 준비했다는데요?”
“어, 어어?”
그 순간 기철이 마찬가지로 당황한 듯 버벅 거리며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환하게 웃음 짓는다.
“…갑자기 이거 뭐고? 몰래 카메라 이런 거 아이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기철이 입에 귀에 걸린 채로 히죽이죽 하며 물음을 던진다. 직업이 격투기 선수란 것을 제외하곤 여타 또래와 다를 바 없는 금 ㅗ습에 현성 역시 즐거운 듯 미소와 함께 대답한다.
“정문으로 나오면 바로 보일거래요!”
“아… 어떡하지? 내 머리 지금 완전 중인데?”
“…훈련소 가기 전이랑 별로 차이 안나요, 행님.”
“니가 그 미묘한 차이를 몰라서 칸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옷도 좀 잘 입고 오는 건데… 야, 근데 누나는 갑자기 무슨 소개팅이고!”
갑자기 사라진 김관수 관장은 또 어딜 갔는지 모르겠지만 혜주의 소식에 완전히 들뜬 듯 기철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괜찮아예, 행님. 평상시랑 똑같은데…”
“니가 그 미묘한 차이를 몰라서 칸다니까…! 아…”
어떡하면 좋아…! 하고 자꾸만 좋아하는 기철을 보며 현성이 푸훕… 하고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웃기지마라! 아… 진짜 어떻게 만나서 다들 연애하나 싶더니 이런 식이구나…!”
그리고 기철이 후우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하며 현성을 바라본다.
“가자, 현성아. 준비 됐다.”
고라쿠엔 홀에서 본 모습 보다도 더 긴장한 듯 한 그 모습에 현성이 마냥 웃음만 짓는 동안 기철이 발랄한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걸음을 옮긴다. 그 뒤를 따라서 현성이 대체 혜주가 무슨 이벤트를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후후 웃으며 함께 컨벤션 호텔 프론트로 걸음을 옮긴다.
“안녕하십니까.”
프론트의 호텔 직원들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현성이 23층에서 시합을 벌인 선수란 것은 알고 있는지 그를 향해 미소와 함께 인사하자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그리고 들뜬 기철과 현성이 함께 프론트 정문을 나서자…
“오빠야…!”
무척이나 들뜬 얼굴을 한, 그리고 지난 번 보았을 때 보다 한결 더 좋은 얼굴을 한 아영이 역시나 공주님 같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서 현성을 향해 달려온다. 그 모습에 현성이 무척 놀란 듯 ‘어?’ 하고 달려온 아영을 붙잡자 아영이 ‘오빠야!’ 하고 꺄르르 웃으며 그를 꼭 끌어 안는다.
“아영아…?”
여기서 아영이를 볼 줄은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듯 현성이 당황한 듯, 그러면서도 내심 반가운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지자 혜주가 후후 웃으며 그 뒤에서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누나! 이게 어떻게…”
얼떨떨한 얼굴의 현성이 물음을 던지자 이내 혜주가 후후 웃으며 ‘특별 이벤트!’ 하고 미소 짓는다. 그리고 곁에 있던 기철 말로만 듣던 아영이가 이 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지 미소와 함께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자 아영이 움츠러 든 듯 현성을 꼭 끌어 안고 그를 피한다. ‘어, 어어…’ 하고 조금 뻘쭘해 하는 기철을 바라보며 혜주가 ‘아직… 많이 무서워 한다.’ 하고 이야기 하자 기철이 ‘아아…’ 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아영을 바라본다.
그 사연은 얼핏 들은 바가 있다. 이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귀여운 소녀가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려 왔는지 말이다. 그 모습을 보니 소개 시켜줄 사람이 아영이었나 보다… 하고 기철이 조금 기대와는 다르지만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물러서선 ‘아영아, 오빠 나쁜 사람 아이야!’ 하고 손을 흔든다.
“여기 현성이가 제일 좋아하는 행님. 행님!”
자기를 가리키며 기철이 그리 이야기를 하자 아영이 경계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이내 현성을 바라본다. 저 말이 사실이냐는 듯 그녀의 물음 담긴 눈빛에 그저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영이 ‘아…’ 하고 다시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듯 그녀가 아이처럼 꾸벅 인사를 하고는 이내 홱 고개를 돌리자 기철이 ‘윽…’ 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난 왜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걸까요, 누나? 키도 이만하면 괜찮고… 얼굴도 나쁘지 않고… 성격도…”
괜시리 아영이 같이 순수한 아이에게 외면 당하자 기철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듯 쓰디쓴 웃음으로 고개를 흔든다.
“그래서 니 소개팅 준비했는데 안 할래?”
마냥 현성이 좋아 떨어질 줄 모르는 아영이나 오랜만에 만난 아영을 보며 좋아하는 현성의 모습에 혜주가 옅은 미소를 짓다 기철에게 톡 쏘는 듯 이야기를 꺼낸다.
“예? 아영이 말고 또 있어요?!”
놀란 기철의 물음에 혜주가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아영이랑 같이 온 복지사 같은 사람일까…?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기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온나!”
그 말에 혜주가 후후 웃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내 컨벤션 호텔 정문 옆의 기둥에서 173센티의 늘씬한 여자가 ‘짜잔!’ 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내지롱! 기철 오빠!”
“어?! 예린이 니가 어떻게…!”
교복을 입고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내 차를 몰고 온 태수와 정숙자 원장, 그리고 함께 동행한 귀여운 얼굴의 사회복지사가 후후 웃음을 띤 채 모습을 드러내자 기철이 ‘어…’ 하고 멍하니 그들을 바라본다.
“소개팅 잘 해라, 기철아.”
“누나! 이거는 사기잖아요!”
맹렬히 항의하는 기철을 바라보며 이내 혜주가 어깨를 으쓱한다.
“지영아, 기철이가 니 별로 맘에 안 드는 갑다.”
그 말에 정숙자 원장과 함께 온 사회복지사가 ‘그런가봐요, 언니…’ 하고 조금 새초롬한 얼굴로 기철을 바라본다. 그 순간 기철이 장난이 아니었단 것을 그제야 깨닫고서는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하고 고개를 흔든다. 세차게 고개 흔드는 그를 바라보며 다시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혜주가 아영을 안고 있는 현성의 곁으로 다가온다.
“맘에 드나?”
어쩜 이 이벤트는 현성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물음에 현성보다도 아영이 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다가 이내 현성의 반창고 위를 어루만진다.
“근데… 언니야… 천사 오빠야 얼굴 아야 했다…”
아프지 말라는 듯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야길 꺼내자 혜주가 ‘봐라!’ 하고 현성을 바라본다. 핀잔 섞인 그 눈빛에 현성이 말로는 설명하지 못 할 기분 좋음을 느끼며 ‘앞으론 안 맞으려고 더 노력할게요.’ 하고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 동안 혜주와는 또 다른 방면으로 사라졌던 김관수 관장이 호텔 직원에게 물어 찾아낸 것인지 ‘너거들 와 전화를 안 받노!’ 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걸어 나온다.
“어…? 이기 무슨 일이고…?”
그리고 그가 아영을 안고 있는 현성과 ‘관장님!’ 하고 교복 입은 채로 손을 흔드는 예린. 그리고 지영의 곁에서 여지껏 전화 받지 않고서 히히덕 거리고 있는 기철을 바라보며 ‘참 나…’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아… 전화 하셨습니까? 관장님도 여기 같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그 말에 김관수 관장이 그렇게 야단 칠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먼 발치에 있는 정숙자 원장과 수줍게 꾸벅 인사를 하며 조금 들뜬 얼굴로 대답한다.
“내 잠깐 정 대표 만나고 왔는데, 연말 행사 이야기 좀 듣고 왔다 아이가!”
============================ 작품 후기 ============================
개도 강아지를 낳고, 소도 송아지를 낳는데…
캐릭터들도 짝을 찾아가는데… 나는… 아아아아아…
히…
히히히… 술자리 약속 *_*)b
연말이잖아요, 여러분. 12월 25일까지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