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 회 - 괴물
“오빠, 아직도 그래요…?”
일본에 온지도 이제 2주가 지난 시점. 귀국 당일까지도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그를 보며 예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음을 던진다.
“…어.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모르겠네.”
3일 전부터… 갑자기 연락이 끊어진 혜주 덕분에 현성이 영 집중이 안 되는 듯 착잡한 얼굴로 폰을 바라본다. 2주의 시간 동안 일본의 극진회관에서 머무르며 이재석 공략을 위한 뒷차기를 연마해왔고, 그 외에도 계속된 쿠미테로 실전 감각과 타격 기술을 다듬어 온 그이지만… 아무래도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혜주와의 문제였던 모양이다.
오기 전만 하더라도 훈련 막바지에 일본에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을 했던 그녀가 어느 날인가 갑자기 연락 자체가 끊어져 버렸다. 그 불안한 마음에 현성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예린 역시 걱정이 되는 듯 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언니… 내 연락도 안 되던데…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죠…?”
그 말에 현성이 후우 하고 가슴이 갑갑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일본에 와서 기철의 승리를 지켜보고 이후 정신없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혜주의 연락이 몇 차례 늦어진 적이 있긴 했다.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불안까지… 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다가 현성이 혹시 그때 연락이 끊어진 창호나… 조직이 해꼬지를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이 점점 커지는 듯 주먹을 꾹 움켜 쥔다.
“현성…!”
그런 그에게 2주 동안 훈련을 하면서 함께 지내던 유키가 배웅을 나온 듯 멀리서도 눈에 띠는 그를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작은 키와 체구를 가진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그가 잠???… 혜주야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인지 만나볼 수 있으니 잠??? 생각을 접어두겠다는 듯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와, 유키! 이제 나보다 현성 오빠한테 인사 더 먼저 하나! 치사하게!”
그런 그녀를 보며 예린이 시름하고 있는 현성의 맘을 풀어줘야곘다는 듯 한결 밝은 목소리로 우스꽝스럽게 소리치자 유키가 ‘그, 그런 게 아니라…!’ 하고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흔든다. 어쩐지 순수한 구석이 남아 있는 그 모습에 예린이 ‘음…’ 하고 후후 웃으며 유키의 곁에 서자 유키가 반묶음 머리를 한 채 ‘예린…’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현성이 크니까 멀리서도 잘 보여서 그래서… 그런 거야…”
일본 여자들의 목소리 자체가 조금 앵앵 거리는 구석이 있지만 유키는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톤이 높은 편이었다. 부끄러워서 하며 웅얼거리는 그 목소리가 마치 아기 소리 같다고 생각하며 현성이 아직 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도 예린의 말투를 들어보면 필시 유키를 놀리고 있는 게 틀림 없다 생각한 듯 그와중에도 그나마 웃음을 띤 채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흔든다.
“예린아. 야메떼다.”
“음… 뭔가 수상한데요! 오빠! 야메떼의 의미가 므어지이~?”
후후후 웃으며 예린이 더욱 더 그 기분을 풀어 주려 애를 쓰는 듯 밝은 얼굴로 이야기 하자 현성이 참 고마운 동생이란 생각에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키가 후후 웃으며 ‘관장님과 기철씨는…?’ 하고 물음을 던진다.
“타이틀 반납이랑, 2년 뒤에 계약 문제 때문에 잠깐 여기 근처에서 미팅이 있다고 나갔어.”
유창한 예린의 대답에 유키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의 훈련을 함께 진행하면서 종종 서브를 하기도 했고, 토네이도 짐에선 거의 스파링을 하지 못했던 예린을 스파링 해주기도 했던지라 짧은 기간이지만 무척이나 친숙해져 버린 그녀의 모습에 현성과 예린이 이별이 아쉬운 듯 유키를 힐끔 바라보자 그녀가 무척이나 밝은 얼굴로 웃음 짓는다.
“다음엔 내가 찾아갈게요.”
후후 웃으며 한국으로 여행을 오겠다 이야기 하는 유키의 말에 예린이 ‘정말?!’ 하고 반가운 얼굴로 물음을 던진다. 그 말에 유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이!’ 하고 대답하자 현성이 힐끔 예린을 바라본다. 그러나 예린보다도 더 먼저…
“유키, 칸코쿠 여행… 가요.”
유키가 어눌하지만 의미 전달은 명확한 한국어로 대답한다.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웃으며 ‘언제든지 환영할게예.’ 하고 미소 짓자 유키가 수줍은 빛을 띤 채 미소 짓는다. 그 모습에 예린이 ‘음…’ 하고 유키를 빤히 바라보자 유키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갸웃 한다.
“왜… 그래요…? 예린…?”
조금 당황한 듯 한 그 모습에 예린이 여자의 직감이 빛을 발한 것을 느끼곤 ‘아, 아니야!’ 하고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아무래도 유키가 현성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지 예린이 힐끔 현성을 바라본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다. 사실 극진회관에서 트레이닝을 하면서 어렴풋이 유키가 그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었지만… 그걸 쉽게 알아차릴 현성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있지만 그런 게 눈에 들어올 여력이 없을 것이다. 그저 유키가 극진 가라데를 수련하고 있는 여자 파이터로써 강한 현성에게 당연히 호감이나 호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만… 한국과 일본이고, 곧 시간 지나면 그런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듯 예린이 후후 웃으며 ‘근데 그건 뭐야?!’ 하고 유키가 들고 있는 종이백을 가리킨다.
“아… 이건… 선물이에요. 겐지 상이 보낸…!”
들뜬 얼굴로 유키가 현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자 현성이 다시 또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프레젠또…!”
그리고 유키가 그를 향해 종이백을 내밀자 현성이 ‘아…’ 하고 얼떨떨한 얼굴로 종이백을 받는다. 아무런 로고도 없는 새하얀 종이백. 그 안에는… 종이백 만큼이나 새하얀 도복이 들어 있다.
“아… 이거…”
그러자 현성이 그 순간만큼은 갑자기 연락이 끊어져 버린 혜주에 대한 생각도 잠깐이나마 지워버린 듯 환하게 웃음 짓는다. 그가 처음 대련에서 입었던 도복을 세탁한 듯 새하얀 도복과 하얀 띠가 함께 들어 있다. 그의 일본 훈련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기념품이라면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다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선물을 받았다는 듯 현성이 미소와 함께 ‘아리가또…’ 하고 인사하자 유키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예린이 혜주가 그렇게 불안해 할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엄밀히 말해서 얼굴의 화상을 떠나서 현성의 인상 자체가 험하다 보니 처음엔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남자답고, 또 건실한 태도가 맘을 사로잡는 모양이다. 막상 그런 생각이 드니 연락 되지 않는 혜주 걱정이 더 커진 듯 예린이 작은 한숨을 내쉰다. 일본에서 감시 잘 하라 이야기를 할 정도로 현성을 많이 좋아하고 아끼는 그녀가 왜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일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예린이 걱정을 하는 동안…
“유키!”
똑같이 파이터 일을 해도 여성스럽고 귀여운 유키에게 또 호감을 보이는 기철이 하네다 공항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이 소리치자 유키가 ‘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얼핏 보기엔 현성을 대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다… 여자의 직감을 느끼며 예린이 역시나 혜주가 맘에 걸리는 듯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현성을 바라본다. 그 사이에 또 핸드폰을 꺼내서 멍하니…. 화면만 보는 그 모습에 그녀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한 번 더 내쉰다.
“행님, 일은 잘 처리가…?”
“응! 뭐… 원래 그거 염두에 두고 한 계약이었으니까… 아무튼 잘 처리 됐다!”
계약 상의 문제로… 남아 있는 기간과 경기들을 생각한다면 위약금을 물러줘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철이 여지껏 딥(DEEP)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얻어왔고, 경기 내용도 훌륭했던지라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 남은 잔여기간을 충당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 듯 다행스러운 일 처리에 현성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김관수 관장이나 기철 역시 혜주의 갑작스러운 연락두절을 알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마냥 좋아하지는 못하고 그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어느 샌가 비행기가 시간이 다 된 모양이다. 대구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자 예린과 유키가 동시에 ‘아..!’ 하고 손짓한다. 예린이야 시간이 됐다 이야기를 하면 되지만 유키의 경우는 얘기를 하면 김관수 관장이나 예린밖에 알아들을 수 없다 생각한 듯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귀여웠던지 기철이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현성 역시 덩달아 웃음 짓자 유키가 하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후후 웃음과 함께 그들을 바라본다.
“응원할게요. 현성, 승리하기 바래요! 화이또!”
그리고 그의 무운을 비는 그녀의 말에… 별 다른 해석 없이도 그 말 만큼은 알아듣겠다는 듯 현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지금은 그 말보다도 혜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봐야만 할 것 같았던지 현성이 다시 옅은 한숨을 내쉰다. 조금만 있으면 된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
“그럼 유키도 몸 건강히 잘 지내고 나중에 또 봐요!”
그의 말에 유키가 상기된 얼굴로 ‘하잇…!’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귀여운 그 얼굴에 그나마 현성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됨을 느끼며… 한 편으론 또 아영을 찾아가봐야겠다 생각을 하며 꾸벅 인사하는 동안 기철, 예린, 김관수 관장이 차례대로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
“다음에 또 꼭 봐요! 유키!”
“한국 놀러 오면 연락해, 유키짱!”
“이만 가볼테니까 겐지 상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곧 현성과 예린, 김관수 관장, 기철이 유키와 작별을 고하고 비행기로 오르는 동안 현성이 혜주에게 ‘귀국’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하지만 여전히 답장은 없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관수 관장이 덩달아 맘이 불편한 듯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별 일 없어야 할 건데…”
“뭐 핸드폰 고장나고 그런 거 아닐까요? 3일전만 해도 계속 연락했잖아?”
김관수 관장과 기철의 말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으면 좋겠다만…
“일단 가보면 아니까… 괜찮심다.”
애써 덤덤한 척 현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어 더 맘이 초조한 듯… 창백해진 그 얼굴에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어깨를 다독인다.
“…빨리 가요! 빨리!”
비행기가 출발하는 시간이야 정해져 있다지만 이미 한 가족 같은 사이가 아니던가? 예린의 재촉에 현성이 다들 고맙다는 듯 미소를 띤 채 함께 비행기로 걸음을 옮긴다. 대체 혜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금방 만나게 된다.
그 사이에 그가 질려 버려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지만… 우선은 그녀를 먼저 만나봐야 할 것이다. 지금 시간이라면 수업을 듣고 있을 테니 먼저 그 상담 수업이 있는… 센터로 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집으로 먼저 가는 게 좋을까를 생각하며 현성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여지껏 일들이 잘 풀려 왔으니… 갑자기 또 이런 일이 생겨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여름은 정말로 너무너무너무 싫은 계절이 될 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그가 화상 자국이 다시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를 꾹 누른다. 두 번째라 여전히 적응은 되지 않지만 비행기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시간도 없이 빨리 대구로 도착해 혜주를 만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현성이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발만 구르는 동안 비행기는 어느 샌가 하네다 공항에서 대구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관장님, 저 먼저…!”
무슨 일인지 몰라도 한창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던 현성이 심적으로 이렇게 흔들려선 곤란하다. 그런 이유도 이유지만… 혜주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는 그들로써도 걱정되는 것이 당연한지라 김관수 관장이 ‘빨리 가봐라! 빨리!’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에 현성이 꾸벅 인사를 하고 캐리어를 아예 들고 택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 지 몰라도 우선은… 집. 집에 짐을 두고 와서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는 동안 이내 부르르 하고 핸드폰에 진동이 울린다.
혹시나 혜주인가 하고 현성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내 집에 있다…
3일만에 혜주의 답장이 날아오자 현성이 망설이지 않고 통화 버튼을 꾹 누른다. 몇 번 신호가 울리고… 이내 ‘여보세요…’ 하는 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불안한 기분에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현성이 ‘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금 상기된 얼굴로, 격앙된 목소리를 내자 이내 핸드폰 너머로… 혜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할 말 있는데…
축 쳐진 그녀의 음성. 훌쩍이는 듯 한 그 목소리에 현성이 더 큰 불안감을 느끼며 가슴이 요동침을 느낀다.
“금방 갈게요! 금방 가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그 사이에 일어난 것일까? 그걸 알 수가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현성이 이야기 하자 혜주가 ‘미안…’ 하고 훌쩍이는 소리를 낸다. 좀처럼 그런 모습을 잘 보이려 하지도 않았고, 한 일도 없는 그녀인지라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기분이 현성이 ‘무슨 일인데요…?’ 하고 물음을 던진다.
-…오면… 얼굴보고 얘기 할래…
다시 힘겹게 꺼낸 그 말에 현성이 설마… 하고 입술을 꽉 깨물며 ‘예…’ 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대체 혜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 수 없다는 듯 무거운 맘으로 현성이 한숨을 내쉬는 동안 어느 샌가 전화는 뚝 하고 끊어지고 만다. 그 조마조마한 기분에 현성이 만약에 헤어지자…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면 어쩌나 하고 차마 웃지 못하겠다는 듯 굳은 얼굴을 하고서 창가를 바라본다. 마음이 뒤숭숭하게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좋게만 보였던 것과 달리 갑자기… 이런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좀처럼 복잡한 마음과 생각으로, 오랜만에 괴로운 생각을 늘어놓는 동안 낮 시간인지라 크게 막힘 없이 택시가 혜주의 집 앞으로 도착한다.
“여기요…”
잔돈을 받을 시간도 없다는 듯 돈을 내밀고 서둘러 택시에서 내린 현성이 익숙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시 익숙하게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혜주의 집 앞…인 동시에 지금은 그에게도 집인 그곳의 비밀번호를 꾹꾹 누른다.
-띠리릭…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보름만에 다시 돌아온 집.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현성이 문을 잡고 열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현성이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마자 부스스한 모습의 혜주가 그의 와이셔츠만을 걸친 채로 달려와 와락 그를 끌어 안는다.
“…누나… 대체 무슨 일인데요…?”
생각과 달리 매정하게 돌아선 모습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성이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혜주의 상태가 평소와는 무척 달라 보였다. 이렇게 힘이 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단 생각에 그가 불안한 마음으로 물음을 던지자 그녀가 온 힘을 다해서 그를 꼭 안은 채 ‘미안…’ 하고 속삭인다.
“뭐가요…? 뭐가 미안한데요…?”
“…연락 못 해서…”
풀이 죽은 듯 울먹이는 그 목소리에 현성이 깊은 한숨과 함께 그녀의 등을 다독인다. 묻고 싶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왜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렸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괜찮아예…”
괜찮다고 하지만 맘은 정말로 그렇지만은 않다. 시큰 거리는 그 가슴에 현성이 한숨과 함께 혜주의 등을 다독이자 그녀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다. 대체… 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현성이 알지도 못하겠고 속도 갑갑하다는 듯 ‘무슨 일이에요…?’ 하고 걱정을 가득담아 그녀의 뒤에 속삭인다.
그 속삭임에 혜주가 훌쩍 하고 눈물을 한 번 삼키고는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대답한다.
“내…”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며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품에서 얼굴을 떼어낸 그녀가… 조금 초췌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자궁 경부암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