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회 - 괴물
“아이고… 올만에 많이 마셨더만 죽겠네요.”
아직도 어제의 승리 이후… 원래 당일 회식에서 술은 금지하고 하고 있지만 오랜 공백을 앞둔 터라 내달렸던 기철이 머리가 지끈 거리는 듯 머리를 꾹 누르자 김관수 관장이 그나마 일찍 술이 깨서 한결 나아진 얼굴로 그를 보며 쯧쯧 혀를 찬다.
“오늘부터 이재석이 시합 돕는다 카드만 그카나?”
“…관장님도 오늘 뭐… 비슷하잖아요…”
괜시리 호언장담하고서 술병이 나 골골 거리던 모습이 찔리던지 기철이 ‘윽…’ 하고 이야기 하자 김관수 관장이 총책임자로써 조금 뻘쭘한 감이 있었던지 ‘어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그렇게 큰 충격은 없지만 마사키와의 공방전 속에서 얼굴에 기스가 조금 난 듯 작은 생채기와 술 때문에 그런지 얼굴이 부어 있는 기철이 그 이야긴 하지말자는 듯 에헤헤 웃음 짓자 김관수 관장이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짜슥, 얼굴 좀 봐라. 호빵이다, 호빵!”
“…그래 많이 부었어요…?”
“사진 찍어 주까?”
“아, 사양할게요! 사양!”
퉁퉁 부은 얼굴을 꾹꾹 누르며 기철이 고개를 흔들자 김관수 관장이 ‘으음!’ 하고 기지개를 쭉 편다. 현성과 예린을 먼저 극진회관에 보내놓고 조금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어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늦은지라 어느 샌가 해가 중천을 지나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암튼 뭐 예린이랑 현성이랑 둘이 잘 맞나보네. 뭐… 안 캐도 둘이서 알아서 잘 하고.”
“예린이 요 가시네는 그냥 시내 나가서 쇼핑할라고 들떠 있을 걸요. 어제… 카드 준 거 같은데…”
술만 취하면 기분이 좋아져 ‘그래, 그래!’ 하는 습관 때문에 선뜻 예린에게 현금 카드를 내밀었던 어제 밤. 술은 취해도 기억은 말짱하고 그걸 기억하는 기철이 인상을 팍 찌푸린다.
“…비싼 건 안 사겠죠…?”
“아무리 싸봐야 여 일본이다, 기철아.”
“…아… 왜 하필이면 내가 그걸 줬을까요, 관장님?”
“예린이랑 살림 빨리 안 차리나?”
“아유,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일본이건 한국이건 어디서나 티격태격 하는 그 두 사람의 모습에 지나가던 일본 사람들이 힐끔힐끔 시선을 보내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은 그런 것이 안중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뭐… 예린이가 개념은 있으니까 많이는 안썼겠죠!”
“자슥, 돈도 많이 벌어놓고 뭐 그래 걱정이고?”
“…앞으로 2년 동안 못 벌잖아요… 저 트레이너 활동 하면 현금으로 두둑히 좀 챙겨주세요.”
장난처럼 헤헤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기철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토네이도 짐도 없었을 것이다. 매번 하는 장난처럼 한 말이지만 김관수 관장이 ‘당연하지, 자슥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기철이 괜시리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뭐… 그래도 스폰서 그거는 계속 나오니까…”
그 어색한 대답에 김관수 관장도 괜히 어색해진 듯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두 남자의 우정도 벌써 5년째라만… 여전히 속 마음을 이렇게 꺼내어 놓기는 어색하다. 하지만 말 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끔찍하게 챙기는지 알고 있는… 가족과 같은 사이가 아니던가? 김관수 관장이 괜히 어색하니 허허 웃음과 함께 이야기 한다.
“니 없는 동안 현성이 하늘을 날아댕기지 않겠나! 걱정 마라! 현성이가 두둑히 챙겨주겠제.”
괜히 또 현성의 핑계를 대는 그 모습에 기철이 다 알지만 역시나 김관수 관장과 자신의 사이는 이런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헤헤 웃으며 대답한다.
“…후배 득 좀 봐야겠네요! 지금부터라도 당장 빡세게 훈련 좀 시켜줘야지!”
“술이나 좀 깨라, 깨! 호빵아!”
금방 또 티격태격 하며 두 사람이 극진회관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그나마 몸을 움직이고 나니 좀 찌뿌둥한 것이 사라지던지 기철이 몸을 쭉쭉 펴며 말을 꺼낸다.
“근데 뭐… 둘이 보니까 열심히 비디오도 분석해보고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 하실 거에요? 극진회관까지 같이 간 거 보니까 그때 얘기했던 타이밍에 한 방… 그거 노리고 있는 것 같던데.”
기철의 그 말에 김관수 관장이 그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듯 입가에 함박 웃음을 짓는다. 그가 가장 우려했던 일은 장현성이라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하드웨어 뿐 아니라 격투감각까지 타고난 인재가 아이러니하게도 격투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고, 돈만 벌게 된다면 금방이라도 그만 둘 것만 같았다. 시작만 하더라도 자의가 아니라… 아영이라는, 그가 반드시 도와줘야만 하는 아이 덕분에 시작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데뷔전을 치르고, 스폰서를 얻게 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겨서일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증거가 스스로 상대를 분석하고, 스스로 뭔가를 하려는 움직임이란 생각에 김관수 관장이 흐뭇한 얼굴로 대답 한다.
“나쁘진 않지! 아니, 오히려 디테일하게 잘 살핀거라…! 이제 겨우 데뷔전 치룬 아가 그걸 우에 찾았겠노? 몇 번이나 계속해가 스스로 봤단 거 아이가!”
현성 이야기만 나오면 들뜬 김관수 관장의 모습에 기철이 ‘참 나… 나 서운해지려고 하네요!’ 하고 낄낄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김관수 관장이 ‘안 기특하나!’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킥도 예린이한테 직접 얘기해가 배웠다 카는데… 허… 생각해봐라, 기철아! 딱 가가 니가 회축으로 마사키 잡았는데, 현성이도 회축으로 재석이 잡았다 카면…!”
“다른 건 몰라도 그거는 진짜 저도 좀 기대 되네요!”
태권도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마사키를 상대로 조금은 임기응변을 부린 것이 그 날 나왔던 그 엄청난 킥! 그렇기 때문에 후배인 현성까지 그걸로 재석을 쓰러뜨린다면 당연히 이슈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파이터는…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했다. 성격 상 그런 부분과 어울리지 않는 현성에겐 경기 외적인 면을 보이기보다는 경기 내용면에서의 쇼맨쉽을 가미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철과 김관수 관장이 기분 좋게 극진회관 앞에 선다.
극진 가라데 자체가 최영의 총재를 시작으로 대도숙, 정도관, 신극진회관 등등 다양한 분파를 가지고 있는 만큼 거대한 체육관의 모습에 새삼스럽게 두 사람이 기가 질린 듯 휴 하고 숨을 내쉰다.
“2년만 기다리면 저 복귀하고, 현성이랑 같이 관장님도 이만한 건물에 체육관 옮기게 해드릴게요!”
역시나 일본은 격투기 강국이란 생각으로 김관수 관장이 조금 부러운 듯 한 눈빛을 하자 기철이 걱정 말라는 듯 듬직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 목소리에 김관수 관장이 허허허 웃음을 터뜨리며 조금 어색한 듯 ‘마, 가가 훈련이나 잘 도와줘라!’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좋으면 좋다 카이소, 관장님!”
낄낄낄 웃으며 기철이 먼저 걸음을 옮기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딱히 그런 욕심을 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세계 무대에 통할 두 제자를 길러내는 것만 해도 지도자로썬 보람된 일일 것이라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쿄에 있는 극진회관에 도착 했을 때…
“오오오…!”
웅성이는 탄성이 회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와 여기 진짜 크고 사람도 많네요.”
비교하지 않으려 했지만 토네이도 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에 북적이는 사람들. 그들의 숫자에 놀란 기철이 고개를 흔들자 김관수 관장이 끄응… 하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그래도 기왕에 시작한 거 격투기가 붐이 일어나고 사람들도 좀 많아져 맘 편히 먹고 살았으면… 싶은 맘이 들었던지 그 씁쓸한 얼굴에 기철이 푸핫 하고 웃으며 김관수 관장의 어깨를 두드린다.
“걱정 마시라니까요. 금방… 2년… 지나고 한 3-4년 뒷면…”
“오오오오!”
기철이 차마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터져 나온 탄성. 그 탄성이 두 사람이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시끄러운 건가… 하고 극진회관 안에 빼꼼이 고개를 내민 순간… 하얀 도복을 입고 있는 익숙한 뒷모습을 사내 조금 지친 듯 어깨를 들썩이며 곱슬머리 프랑스인과 대치한다. 상대적으로 땀에 젖어 지쳐보이는 그 뒷모습의 남자와…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의 프랑스인.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응…?’ 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관장님! 오빠!”
상기된 얼굴의 예린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순간 회원들이 힐끔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중앙에 있는… 현성은 집중을 한 듯 돌아보지도 않는다.
“오쓰!”
프랑스인의 인사에 그저 고개를 까딱하며 극진과는 상관이 없는 자신의 페이스로 자세를 취할 뿐. 보호 장비 없이 실전처럼 치러지는 극진 쿠미데의 모습에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저거 현성이 아이가?’ 하고 예린에게 물음을 던진다.
“지금 여기 대박이에요! 대박!”
그리고 예린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빨리 오라는 듯 손짓을 하자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신발을 벗고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일찍이 전에 그를 본 적 있는 유키와 겐지 사범이 그들을 향해 인사를 나누는 동안…
“하앗!”
까만띠를 메고 있는 프랑스인이 제법 날카로운 킥을 현성에게 날린다. 하얀 새도복이 땀에 젖어 축 달라 붙은 모습을 한 채 현성이 그 발차기를 피해내고는 순간 번개처럼 로 킥을 날린다.
-퍼억!
끊어치는 것이 아니라 체중을 실어 묵직하게 날린 킥을 프랑스인이 무릎을 들어 막아내지만 아무래도 위력이 생각 이상인 듯 조금 당황한 기색이 스쳐간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안면 타격으로 이어지겠지만 극진에서는 주먹으로 안면을 가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성이 순간 로킥을 치고는 뒤로 빠져 거리를 가져가자 프랑스인이 재빨리 따라 붙으며 그를 향해 돌려차기로 응수한다. 중간 위치를 노린 빠른 돌려차기에 현성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서도 충분히 익힐 수 있었던지 무릎을 들어서 그의 킥을 가드해낸다. 그리고…!
-퍽!
순간 그가 몸통 가격만큼은 허락이 되어 있었던지라 번개처럼 프랑스인의 옆구리에 바디샷을 찔러 넣는다! 그리고 경쾌하게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리자 순간 프랑스인이 어제 기철이 보였던 것과 같이 회축으로 크게 회전하며 날카로운 발차기를 날린다.
“우오!”
놀란 사람들이 여지껏 보아왔던… 낮은 띠와는 역시 다르다는 생각에 감탄을 터뜨리는 동안 오히려 현성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돌려 아슬하게 킥을 피해낸다!
-부웅!
그리고…! 몸을 돌림과 동시에 프랑스인의 복부로 곧게 뻗어가는 그의 긴 다리!
“오…!”
-뻐억!
오늘 겐지 사범에게 전수 받은 킥을 그대로 선보이는 그 대담하고 신속한 공격이 프랑스인의 복부를 가격하자 프랑스인이 달려오던 속도와 고스란히 전해진 현성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컥…!”
그 충격에 숨이 막힌 듯 프랑스인이 주저앉아 복부를 붙잡고 더 이상 못하겠다는 듯 손을 흔들자 심판 역을 맡고 있던 유키가 정말 대단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며 현성의 편에서 손을 든다.
“와…”
감탄을 터뜨리며 웅성이는 사람들을 보며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향해 눈빛을 보내자 그제야 현성이 두 사람이 온 것을 알아보고는 ‘아…!’ 하고 미소 짓는다.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지만 즐거워 보이는 그 얼굴에 겐지 사범이 후후 웃으며 이야기 한다.
“이쯤하도록 하죠. 체력도 그렇고… 손님들도 오셨는데.”
그 말에 현성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대강은 알아 듣겠다는 듯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로써도 정말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겐지 사범이 짝짝 박수를 치자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몇 몇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앞으로 몰려온다.
“…예린아, 이게 대체 무슨 광경이냐…?”
“현성 오빠 지금 40인조수 하고 있어요! 전부 검은 띠들은 아니지만 방금 프랑스 아저씨가 검은띠였고 38번째인가 그랬거든요! 다 이겼어요! 그걸…! 진짜 괴물, 괴물!”
쇼핑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완전히 빠져든 듯 예린이 방방 뛰며 소리친다. 아무리 상대들이 흰 띠부터 검은 띠까지 넓게 펼쳐진 상대들이라 하지만 현성 역시 초심자. 정말로 대단하다고 밖엔 할 수가 없는는 듯 예린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자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어이가 없단 듯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바라본다.
“아니, 이게 무슨…”
천부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펀치 없이… 거의 킥 만으로도 극진 가라데의 40인조수에 도전을 했다는 것은 말이다. 그것도 대부분을 빠른 시간 안에 초살시켜온 것은… 물론 이것은 극진회관 입장에서는 자존심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일인지라 검은 띠인 프랑스인을 투입했지만 그마저도 쉽게 당해버렸다.
아마도 그것이 완성되기 전에 중단을 시킨 것은… 극진회관 나름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까지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못한 듯 현성이 38인의 앞에 서서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그들이 혀를 내두르며 ‘오쓰!’ 하고 인사하곤 박수를 친다.
큰 키와 덩치를 가진 험한 인상의 한국인은 외모만큼이나 강력했다. 그리고 그 강렬함과 달리 수줍음 많은 어색한 얼굴에 겐지 사범이 정말로 오늘 가르쳐준 킥 하나로 이만한 성과를 낼 줄은 몰랐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후후 웃음 짓는다.
“겐지 상, 오랜만입니다.”
그런 그를 향해 김관수 관장이 제법 유창한 일어로 이야기를 건네자 현성이 관장님도 일어를 잘 했단 생각에 조금 신기한 듯 웃음 짓자 김관수 관장이 어꺠를 으쓱한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를 보며 겐지 사범이 이 대단한…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한 얼굴로 물음을 던지자 김관수 관장이 난처한 건 역시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듯 꾸벅 고개를 숙인다.
“훈련에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설마 현성이 여기에서 도장 깨기와 비슷한 형태의 40인조수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김관수 관장이 조금 송구스럽단 얼굴로 감사를 표하자 겐지 사범이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회원들이 더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극진은 강함을 추구하는 곳이고, 이곳에서는 강함이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감사합니다.”
예의바른 그 목소리에 김관수 관장이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현성이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다. 온통 새하얀 도복은 땀투성이이고, 허리를 묶고 있는 하얀 띠마저도 땀에 젖어 있다. 38명과의 대련이 그로써도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단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도 그는 여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식사와 증량에 힘을 쓰고 연이어 운동을 해오면서 체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게 틀림없었다. 크로스핏을 20분하고 거의 쓰러질 것 같았던 초반과 달리… 지금은 이 어마어마한 대련을 연달아 이어가고도 이렇게 여력이 남아 있으니까.
“관장님, 아까 킥… 다음 시합에서 쓰려고 하는데…”
그리고 현성이 김관수 관장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진다. 당초 계획과 달리 중단으로 수정된 뒷차기!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더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히 써야지!’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재석이… 안타깝지만 우에 하겠노? 이카면 당연히 이겨야지!”
============================ 작품 후기 ============================
예린이, 그 카드 이리 내놔봐. 어서!
이원중계.
1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아주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상처들은 그들의 재능과 인성 위에 막을 한 겹씩 한 겹씩 형성해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걸 막는다. 선생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 막을 걷어내 주는 것이다.
2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내게로 왔다. 내가 그 불씨에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계속 타올랐고, 결국 찬란히 빛나며 활활 타오르는 아름다운 불꽃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작은 불씨만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줄 수 있는 우리의 위대한 힘이 아니겠는가?
-커스 다마토
김관장의 모티브는 타이슨의 스승인 커스 다마토 입니당. 커스가 조금 더 오래 살아 있었더라면 타이슨이 돈킹에게 휘둘리며 그렇게 망가지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있네요.
방황하던 타이슨에겐 정신적 지주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타이슨의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열흘 앞두고 커스가 사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타이슨이 시합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슴돠.
하지만 슨 형은 시합을 강행했고 당시 챔프였던 트레버 버빅을 양.학 해버립니다. 그리고 ‘지금 하늘에서 커스가 위대한 복서들을 만나 내 자랑을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죠.
아마 요 이재석 전 분량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이야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할 것 같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