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 회 - 괴물
“그래도 다행이네. 여권 생각보다 일찍 나와가 기철이 경기는 볼 수 있다 카이까.“
기철의 딥 타이틀 전 바로 전 날…! 예상보다 일찍 여권이 발급된 터인지라 일본으로 출국을 준비하는 현성을 보며 혜주가 후후 미소 짓는다. 그 미소를 바라보며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아쉬운 듯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그 곁에서 ‘왜…?’ 하고 샐쭉한 얼굴로 물음을 던진다.
“누나도 같이 가면 좋을 건데…”
그 말에 혜주가 다시 또 웃음 짓다가 역시나 자신도 아쉬운 듯 힐끔 그를 바라본다.
“안 된다… 그래도 이제 조금만 더 들으면 되니까… 응…”
근래의 일이 바쁘다보니 집에 들어와서 함께 하는 시간 말곤 딱히 만날 시간이 부족했던지라 그 애틋한 맘이 담긴 얼굴에 현성이 다시 한 번 그녀를 꼭 끌어안는다. 무더운 여름이라고 하지만 그의 품과 온기가 싫지 않은 듯 혜주가 ‘금방 오니까…’ 하고 중얼거리다 힐끔 그를 바라본다.
“가가 일본 여자들이랑 바람 나면 죽는다.”
이건 확실히 해둬야만 한다는 듯 그 서슬퍼런 눈빛에 현성이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뚫어져라 눈을 바라보며 걱정 말라는 듯 옅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얼굴을 보고서 이내 혜주가 괜히 부끄러운 듯 살랑살랑 입가에 미소를 더하곤 후후 웃으며 다시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댄다.
“못 참으면 뭐… 잠깐 갔다 오지, 일본.”
그리고 그녀가 감시도 할 겸! 하고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아…!’ 하고 기쁜 듯 그녀를 바라본다.
“우리 훈련 막바지 일때 이틀 정도는 와서 같이 있다가 가도 될 거 같은데…”
“응! 그때 시간 맞춰보고 그때 가께.”
그녀 역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 웃음으로 대답하자 현성이 마냥 기쁜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나도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진짜 관장님 말대로 뜨거운 물 필수에요! 필수! 언니, 오빠!”
방학을 맞이한 고로 일본행에 간신히 합류할 수 있었던 예린이 ‘으으…’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소리를 하고야 만다.
“진짜 둘이 너무… 쏠로는 생각도 안 하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그러다 이내 예린이 쾌활한 웃음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자 혜주가 자못 부끄러웠던지 얼굴을 붉히며 흠흠 하고 어색한 얼굴로 그의 곁에서 떨어진다.
“…보, 보름이나 떨어져 있을라 그러니까 글치.”
“둘이 닭살도 너~~~무 닭살이에요! 조선 시대였으면 풍기문란으로 잡혀 갔어요, 언니!”
“야! 무슨 풍기문란이고…!”
깔깔 거리며 놀리는 예린의 목소리에 혜주가 얼굴을 붉힌 채 무안한 듯 소리치자 현성이 그저 두 여자 사이에 머리만 긁적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다 이내 다시 현성의 팔을 꼭 끌어 안자 예린이 ‘윽…’ 하고 그녀를 바라본다.
“요는 결국 부럽다 카는 거 아이가?”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승리자의 미소를 보이는 혜주의 모습에 예린이 ‘졌다…! 졌어요, 언니!’ 하고 투정을 부리는 듯 한 목소리로 두사람을 째려 본다. 그 귀여운 모습에 혜주가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리다 이내 예린에게로 다가와 그녀의 팔짱을 끼자 예린이 기분이 풀린 듯 헤헤 웃음 짓는다.
“암튼 내 대신에 감시 잘 하고 온나, 예린아!”
“내가 바람 나면 어떡해요, 언니?”
“죽을래…!”
“꺄악!”
장난기 넘치는 예린의 말에 다시 또 발끈한 혜주가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는 듯 예린의 옆구리를 쿡 찌르자 예린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오빠 그럴 사람이에요? 걱정마요, 언니!”
그 말에 혜주가 ‘응…’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힐끔 현성을 바라본다. 예린의 말대로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한 그 웃음에 그녀가 살짝 웃음 띤 채 ‘그러면…’ 하고 살며시 그 옆에 비켜선다. 각자 캐리어 가방을 든 큰 키의 현성과 예린을 바라보며 혜주가 자신도 그들과 함께 가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는 아쉬움을 담아서 미소와 함께 손을 든다.
“가서 훈련 잘 하고… 연락 꼬박꼬박 해! 알겠나?”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만큼이나 아쉬운 그 얼굴에 현성 역시…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단지 2주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인데… 이렇게나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다니.
“내 갔다 올게요. 누나.”
그 말을 남긴 채 그가 탑승을 알리는 방송 소리에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천천히 뒤돌아 서서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기다리고 서서 우두커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혜주의 모습에 현성이 미소를 띤 채 안 보이기 무섭게 핸드폰을 꺼내들자 예린이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흔든다.
“비행기 타면 잠깐 핸드폰 꺼놔야 되는 거 알죠, 오빠?”
“아… 맞나…?”
“응. 어디 죽으러 가는 거도 아니고… 너무 그러지 마요! 진짜 둘이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쏠로 앞에서 염장도 이런 염장이…”
칭얼거리는 예린의 모습에 현성이 그저 피식 웃음을 터뜨린 채 혜주에게 ‘잘 다녀올게요.’ 하고 메시지를 보내곤 주머니에 다시 폰을 집어넣는다.
“가면… 기다리고 계시나…?”
“아, 아뇨!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어차피 나도 거기서 맨날 훈련 했었고 길은 다 아니까!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요!”
자신감 가득한 예린의 모습에 현성이 그녀가 나이는 어리지만 일본 무대에서 벌써 5전이란 전적을 세운 경험자임을 떠올리곤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가가 내 미아 되는 거 아이가…?”
“미아 돼도 오빠는 찾기 쉬울걸요! 가면 사람들 엄청 놀랄지도 몰라요.”
후후 웃으며 느긋하게 이야기 하는 예린을 따라서 현성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들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왔을 때 유난히 긴장한 얼굴의 현성이 비행기 안을 두리번 두리번 돌아 본다.
“…왜요, 오빠? 이거 뭐 무너질까봐 그캐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비행기를 타고서 긴장한 그의 모습에 예린이 헤헤 하고 웃음을 보이며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아. 아니…’ 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흔든다. 그렇지만 비행기란 걸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입장인지라 긴장한 것은 감추려 해도 감출수가 없는 듯 경직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예린이 ‘에이! 맞는 거 같은데!’ 하고 깔깔 웃음을 터뜨린다.
“나도 몇 번 다녀왔는데 무사하고, 관장님이랑 기철이 오빠야도 연락 잘 하잖아요!”
“아… 뭐 그런 거 아이고 그냥… 이게 어떻게 하늘 나나… 신기해가…”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이야 진작에 알고 있지만 막상 타보니 기분이 이상한 듯 현성이 수줍은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에 예린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덩치와 다르게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그를 보며 ‘금방 익숙해져요!’ 하고 미소 짓는다.
“이제 나중에… 오빠 국제 무대 나가면 자주자주 그캐야 되니까 익숙해져야죠.”
“응, 맞다. 암튼… 우리 가면 거기… 뭐 어디서 머무는데…?”
“아마 숙소는 따로 잡아야 할 건데 일본은 숙박시설 깔끔해요. 돈은 좀 비싸긴 한데 오빠는 부자 선수니까! 나도 덕 보고 좋네요!”
후후후 웃음 짓는 예린의 모습에 현성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데뷔전 이후 보너스를 비롯하여 스폰서 업체에서 지급 받은 돈 덕분에 사실상 몇 년간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말이다.
“다 관장님이랑… 기철 행님이랑 니랑 도와줘서 된 거니까. 내 혼자 쓸 거 아니잖아.”
그 쑥스러움 가득한 목소리에 예린이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나도 나중에 오빠야 같은 남자 만나면 좋겠어요! 언니가 하도 자랑하고 다니니까 나도 세뇌 됐나봐!”
“…혜주 누나가…?”
“으… 또 닭살 하지 마요! 그냥 그런 줄만 알아요! 진짜 둘이 어쩜 이렇게… 그렇게 좋아요? 근데 오빠, 누가 누구 좋아하는 게 어떤 거에요? 나는 그런 거 아직 잘 모르겠어요!”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승무원이 비행기 안을 다니며 좌석을 확인하는 동안 예린이 던진 물음에 현성이 ‘음…’ 하고 생각하다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흔든다.
“첨에… 혜주 누나가 내 윽수로 싫어 했었거든. 나도 그캐가… 별로 누나 안 좋아 했었다.”
“진짜요?”
“응. 왜냐하면… 내 그런 일도 있었고, 얼굴이랑 뭐 그런거 때문에… 하도 일자리도 안 구해지고 해가 생활하는 행님 도움으로 웨이터 취직 했었거든. 그카이까… 누나 뿐만 아니고 다들 별로 안 좋게 봤었다.”
“아… 신기하다! 어떻게 둘이 지금 그카면서 그땐 그캤데요?”
예린이 오오 하고 뭔가 흥미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그게 또 부끄러운 듯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이렇게 돌이켜 보면 혜주와의 만남은… 정말로 큰 행운이었던 동시에… 그로써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니까.
“몰라… 그냥… 처음부터 좋아 죽었던 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첨엔… 나 싫어 하니까, 나도 가까워지고 싶단 생각은 안 했었는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점점 맘에 들어온다캐야 되나… 자꾸 생각이 나데. 글고 그냥… 같이 있으니까 좋고.”
그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가 그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듯 한 미소를 짓자 예린이 잘 모르겠다는 듯 ‘흠…’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뭐라 캐야 되지…? 그냥… 아무도 나는 내를 안 좋아하고, 또… 특히나 여자들은 다 그칼거라 생각했거든.”
그런 예린을 보며 현성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싶었던지 자신을 얼굴을 가리키며 이야기 하자 예린이 고개를 흔든다.
“오빠 안 이상한데요…!”
“아… 지금은 좀 익숙해져서 그칼거다… 근데 예전에는…”
이제는 크게 개의치 않지만 여전히 그 용모가 사람들에겐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는 듯 현성이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런 그의 모습에 예린이 ‘난 괜찮은 거 같은데…’ 하고 중얼거리는 동안 현성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아무튼… 그때 그거를… 처음으로 받아준 사람이 혜주 누나니까. 지금도 누나 말곤… 아무도 내 안 좋아 할 거 같다… 그 생각 하고 있다. 지금은 관장님도 있고, 니도 있고, 기철이 행님도 있고… 또 지선 피디님이나 아영이… 많이 있지만 그땐 내 사람 같이 대해준 사람 누나 밖에 없었으니까. 그래가 서로 알아가면서 좋아진거… 같고.”
“…뭔진 몰라도 그게 진짜… 막 첫눈에 반했다 이카는 거 보다 훨씬 더 멋있는 거 같아요. 아, 부러워!”
예린이 으으 하고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그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그 큼직한 손에 예린이 히히힛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등을 좌석에 붙이곤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나도 오빠처럼 손 크고, 좀 오냐오냐 해주는 사람 진짜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현성이 어색한 웃음을 띤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응…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다. 나도… 그땐 그런 생각 못 했었는데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까 그런 사람이 생겼었으니까.”
그리고 들려온 그의 대답에 예린이 ‘옛써!’ 하고 거수경례를 하자 현성이 ‘아…’ 하고 웃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직업 군인을 아버지로 둔 예린인지라 각이 딱 잡혀 있는 충성 포즈가 예사롭지 않단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그를 보는 동안 기내 방송이 출발을 알리고 곧… 승무원의 안내와 함께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많이 흔들리는데…?”
폰을 끄고 벨트를 메고 긴장한 얼굴로 현성이 힐끔 예린을 바라보는 동안 예린이 ‘걱정 마요! 오빠!’ 하고 웃으며 그의 팔을 찰싹 때린다.
“한 숨 자고 나면 금방 도착해요! 잠이나 푹 자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가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얼굴을 기대자 현성이 ‘어…’ 하고 어벙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다시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폰은 언제쯤 다시 켜면 되노…?”
“음, 내일 아침이요. 오빠랑 언니랑 떨어져서도 닭살 부리는 거 못 보겠으니까!”
그 말에 그가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터뜨린 채 입을 가리자 예린이 얼굴을 기댄 채 히이 하고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참, 근데 오빠! 일본에 가면 오빠 전에 내한테 얘기 했던 거 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있을 거에요!”
그러다 문득 그녀가 뭔가가 생각이 난 듯, 김관수 관장과 기철 없이 둘이서 훈련하던 내용을 떠올리며 이야기 하자 현성이 눈에서 빛을 내며 ‘정말…?’ 하고 그녀를 바라본다.
“응. 내 트레이닝 하던 데가 몇 군데 있는데 한 군데는 극진 가라데 지부 있거든요. 거기에 겐지 사부 있는데, 그 분 한테 배우면 될 거에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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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 심정. 내 심정. 다르지 않아.
안녕하세용, 순수의 결정체- 확대해서 보면 오각 얼음 결정 무늬가 있다는 순수한 남자 사열입니다.^_^
저도 여기저기 알아보다 유니세프와 세이브 더 칠드런 둘 중 하나를 고민하다 유니세프 한국지부장이 뉴라이트계 인사란 이야길 듣고 세이브 더 칠드런을 선택했슴돠. 물론 유엔 산하 기관이니만큼 인사 하나가 좌지우지 하진 않겠지만 어쨌거나 최대한 본연의 의도에 충실한 곳으로…
암튼 이게 은근히 설레는 맘이 있네요. 기분도 좋은 것 같고 헤헤.
그런고로 애니팡 52만점 돌파. 자랑은 아니구요…히히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