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회 - 괴물
재석의 주먹이 불을 뿜는다. 지금보다 훨씬 앳되어 보이는 얼굴로, 현성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한 모양새를 하고서 상대를 향해 무척이나 빠른 주먹을 내지른다. 그 얼굴에는 두려움 따위는 없어 보인다. 승리와 스릴만을 만끽하는 듯, 스피릿 MC라는 국내 최대의 메이저 무대에 모습을 처음 드러낸 신예 이재석은 그러했다. 그리고-
-퍼벅!
저돌적으로 달려 나가 상대의 얼굴에 꽂아 넣은 두 발의 펀치가 결국은 상대를 허물어 버렸다. 휘청이는 상대에게 망설임 없이 다시 한 번 더 펀치를 날리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앳된 얼굴의 심판 배훈이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들며 경기를 중단 한다. 타격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 화끈한 신인 이재석의 데뷔전…! 그 싸움을 바라보며 현성이 눈에서 빛을 낸다.
“…잘 하네…”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부터 줄 곧 습관처럼 해오고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그 일이었다. 컴퓨터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간단하게 인터넷이나 검색 정도는 할 줄 안다. 인터넷은 그에게 또한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령… 이재석의 경기를 따로 구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이렇게 앉아서 볼 수 있다거나.
벌써 몇 번째. 이재석의 전 경기를 다 보고 또 보면서도 질리지 않는 듯 현성이 다음 경기를 클릭해 본다. 모든 시합이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라온 자료들만 하더라도 재석의 특성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것을 처음 볼 때엔 그저 잘 한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다 보니 재석의 모션이 보기도 전에 머리에서 그려진다. 그리고 경기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걸음을 내딛고, 어떻게 몸을 움직이는가 조차 눈에 익어 그 리듬을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딱딱딱 책상을 두드리게 된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혜주가 들어오지 않은 집에서 컴퓨터로 살피던 현성이 그 순간 뭔가를 발견한 듯 눈썹을 꿈틀한다. 김관수 관장이 이르기를, 대부분의 파이터들은 최초의 데뷔전에서 가장 큰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고 그 오류는 습관적인 부분인지라 잘 지워지지 않는다 한다. 물론 그것들을 모두 지우고 발전하는 선수야 말로 챔피언의 자격이 있는 것이지만… 특히나 재석과 같이 페이스 조절에 약한, 공격적인 파이터의 경우는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단 것. 그 말을 떠올리며 현성이 집중한 듯 저도 모르게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경기 장면을 돌려 본다.
“주먹이 먼저…”
쾌남이라는 별명을 가진, 호쾌한 승부의 파이터! 화끈한 난타전을 즐긴다지만 실상 체력이나 맷집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다만 상대를 압도하는 기백과 파괴력 있는 한 방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를 초반에 끝내고야 마는… 그런 그를 김관수 관장이 모두 분석했겠지만 현성 스스로가 이렇게 계속해서 바라보고 분석을 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재석의 경기를 유심히 바라보던 현성이 아무래도 그가 발을 내딛는 것보다도 먼저 주먹을 내미는 경향이 있단 것을 발견한 듯 흐음… 하고 다시 한 번 더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퍽!
연달아 두 번의 원 투가 들어가기 직전 날린 선제공격…! 잽성 펀치라고 하지만 승부수를 던지는, 승기를 잡은 재석의 모습은 상당히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된 듯 한 면모가 보였다. 분명히 맞으면 아프겠지만 이 뒤에 후속으로 들어간 원 투와 비교했을 땐 천지 차이일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현성이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다시 다른 경기를 클릭해본다. 그리고 다시… KO 승을 거두기 직전, 재석이 상대를 향해 펀치 러쉬를 들어가기 전을 유심히 살펴본다.
-뻐억!
전의 경기가 데뷔전이었다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과거 스피릿 MC의 명경기라 불리는 나도훈과의 타격전이다. 이 싸움은 1년의 차이가 있었는데, 타격가들의 대결 답게 매서운 공방전이 오가다 재석이 큰 한방을 넣으며 경기가 급격히 그를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휘청이는 나도훈을 향해 다시 한 번 재석이 뛰어 든다.
-후웅!
역시나 이번에도… 임팩트가 제대로 실리지 않는, 어깨에서 먼저 뻗어나온 펀치가 허공을 가른다. 그 모습을 매섭게 바라보던 현성이 무엇인가를 자신 스스로 찾아냈단 사실에 들뜬 얼굴을 하고서 주먹을 꽉 쥐어 보인다.
“…저때만… 노리면…”
물론 지금과는 상당히 시기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러쉬 상태의 흥분된 미스는 충분히 극복을 해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보인다면…? 그 순간 현성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싸움이랑은 이캐가 다르나…”
싸우기 전에 단 한 번도 이런 것들을 체크하거나 생각을 해본 일은 없었다. 단지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뿐. 이렇게 상대의 경기를 습관처럼 보고 분석 해보고… 그 사소한 실수 하나를 발견하고 좋아한 일은 없었기에 그게 신기한 듯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짓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관수 관장과 기철이 일본으로 가서 타이틀 전을 준비하는 동안 따로 응원을 하진 못하겠지만 그들이 걱정할 필요 없이 잘 해내고 있단 것을 왠지 모르게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 가득했다. 물론 김관수 관장이 주문한대로 예린과 함께 그 ‘수’라는 것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여지껏 모든 것을 혼자서, 스스로 해오던 현성이다 보니 김관수 관장의 오더 말고도 스스로 찾아내고 싶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내 자세를 잡은 현성이 후우 하고 숨을 고르며 아까 보았던, 지겹도록 보고 있는 재석의 영상을 떠올리며 마치 눈 앞에 이재석이 있는 마냥 상상력을 동원한다. 복싱에서 이야기 하는 쉐도우와 비슷한 것을 스스로 해내며 현성이 눈 앞에 재석이 있다고 생각한 듯 자세를 잡고 자신의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상력을 동원해 재석이 나도훈에게 했던 것처럼 클린 히트를 그에게 작렬시켰을 상황을 떠올려 본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주먹! 영찬과 다를 바 없는 백일권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을 잠재운 주먹은 결코 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 타격감을 떠올려 보지만 피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현성은 나도훈을 비롯하여 재석이 여지껏 상대한 그 누구보다도 리치가 기니까! 그 펀치를 백스탭으로 피해내며 아마도 재석은 스피드를 앞세워 현성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승기를 잡았을 때 쐐기를 박으려는, 파이터 특유의 본성이 있는 남자…!
-후웅!
그리고 그 성급한 주먹이 채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먼저 날아들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위협적이다. 타고난 펀치력, 치명적인 한방…! 그것이 있는 상대일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신경을 집중한다면, 눈을 감지 않는다면 펀치를 맞는다 하더라도 충분한 승리를 가져갈 방법이 있을 터…! 아니, 동시에 나간다면 현성의 주먹이 더 먼저 닿는다…! 왜냐하면 그와 재석의 리치 차이는 실제로 20센티 가까이 차이가 나니까…!
그 순간 현성이 상상속의 재석이 흥분해서 내지른 펀치를 피해내며 번개처럼 주먹을 내지른다. 턱을 노린 스트레이트가 꽂혀 들어가면… 결코 맷집이 좋지 않은 재석은 무너지고 만다…! 바로 그 순간이 역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자 순간 현성이 불끈 하고 주먹을 쥔다.
“…이렇게만 되면…!”
“참 나. 뭘 그래 열심히 하는가 했더만… 사람 오는 거도 모르나, 바보야!”
그리고 등 뒤에서 들려온 혜주의 목소리에 순간 현성이 무척이나 놀란 듯 그 큰 덩치로 크게 움찔하며 화들짝 놀란 얼굴로 뒤돌아서자 언제 들어왔는지 혜주가 그를 보며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아, 아아아… 어, 언제 왔어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집 안에, 혜주가 이렇게 들어와서 혼자서 하고 있던 것을 다 봤다고 생각하니 현성이 창피한 맘이 들었던지 버벅 거리며 이야기 하자 혜주가 큭큭 하고 웃으며 ‘언제부터게~?’ 하고 물음을 던진다.
“…첨부터 다 봤어요…?”
“아니.”
“…아…”
“들어왔는데 갑자기 니가 뒤로 풀쩍 뛰길래 뭐 바퀴벌레 같은 거 봤나 싶었는데 그거는 아니데. 그래가 있으니까 갑자기 혼자 주먹질을…”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솔직 담백한 혜주의 감평에 현성이 무척이나 당황한 듯 허겁지겁 손을 흔든다. 그리곤 새빨게진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자 혜주가 그저 좋은 듯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폴짝 뛰어 안긴다.
“바보야. 사람 들어오는 거도 모르고 빠져 들었나?”
“…관장님이랑 기철이 행님도 일본 가 있고 해가… 이길라면 좀 더 열심히 해야하잖아예.”
그 말에 혜주가 다시 한 번 더 웃음을 터뜨리며 그게 너무 좋다는 듯 그의 뺨에 쪽 하고 입술을 마주한다.
“그래도 내 앞에서 다른 거에 빠지지 마라. 질투 나니까!”
그리곤 이내 샐쭉한 얼굴로 그녀가 으름장을 놓자 현성이 후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도 여전히 이재석의 경기를 바라보는 것을 보니 그게 대단하기도 하지만 내심 질리는 듯 혜주가 ‘휴’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나도 저거 이제 다 외워뿌겠다.”
“응… 우에 싸울지 이제 머리로 그림이 그려져가… 계속 보고 생각해 보니까 자신감도 붙고 그캐요.”
그걸 나무라는 것인지 뭔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순진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그 모습에 혜주가 다시 후후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가 혼자 그캤나?”
그 말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혜주가 마냥 귀엽다는 듯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댄다.
“아유… 이제 좀 쉬는 거 같네!”
최근 상담원 수업을 듣고 나서 쇼핑몰 오픈을 준비하다보니 이것 저것 많이 바쁜 듯 피로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조금 걱정 되는 얼굴로 물음을 던진다.
“…누나는 좀 괜찮아예…?”
“내야 뭐 괜찮지…! 그냥… 음… 사람 좀 만나고… 뭐 그런 게 이래 피곤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 꼭 안 해도 되는데…”
“뭐, 나도 직업은 있어야지! 그래야지 챔피언 여자친구 하지 않겠나?”
후후 웃으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그저 좋은 듯 미소와 함께 혜주의 몸을 꼭 끌어 안는다. 그 포옹에 그녀가 저도 모르게 히히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마주 안자 현성이 ‘오늘 뭐 힘든 거는 없었어예…?’ 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진다.
“음… 수업이 너무 졸리고 재미도 없고 그캐가… 깜빡 졸았는데…”
그녀의 하루 일과를 물어보는 그 다정함이 너무 좋아 행복한 얼굴로 혜주가 후후 웃으며 대답한다. 이제는 서로 알고 지낸지도 어언 반년이 지나 더 이상 설레일 것들도 없을 법 하다만 아직도 가슴이 세차게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그녀가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오직 현성만이 들을 수 있는 그 목소리에 그가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은 듯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갑자기 수업 듣던 아줌마 하나가 우는 거라… 그캐가 깜짝 놀라서 깼는데…”
조금은 창피한 듯 혜주가 몸을 배배 꼬자 현성이 ‘뭔 일 난 줄 알고요…?’ 하고 후후 웃으며 물음을 던진다.
“응… 아니, 뭐! 그렇다고 진짜 막 푹 자다 일어난 거는 아니고…! 내 원래 밤에 깨어 있고 낮에는 항상 잤으니까… 요즘은 또 일도 많고 신경 쓸 거도 많고 하니까 그래서 그렇지 뭐… 그, 그냥 잠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잘 이야기를 하다가도 또 그게 창피한 듯 혜주가 변명을 늘어놓자 그 변명 하나, 하나가 다시 기분 좋은 듯 현성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그들이 처음으로 하나 되었던 소파 위로 사뿐히 주저앉자 ‘꺅!’ 하고 혜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곁에 기댄 채 웃음 짓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예…?”
그리고 그녀의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듣는 그 모습에 혜주가 다시 한 번 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으음… 하고 꼬물꼬물 몸을 뒤집는다.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 얼굴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띤 채 혜주가 이야기 한다.
“알고 보니까 그 아줌마가… 예전에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생각이 났었나봐…”
그러다가 그게 또 웃으며 할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에 그녀가 다시 몸을 바로 잡고 흠흠 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자 현성 역시 ‘아…’ 하고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암튼 뭐… 그래가지고 아줌마 계속 우니까 수업 잘 안 되고 해서… 오늘은 수업 대신에 다들 자기 이야기도 하고… 도란도란 여자들끼리 시간 보내고 그캤다! 거 수업 듣는 남자애 하나 있는데 가는 뻘쭘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음… 상담 그거 배우는 데서는 그캤다.”
아마 그녀 역시 울었던 모양이다.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그 모습에 현성이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왜!’ 하고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 문득 말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가 현성이라서 그게 너무 좋은 듯 다시 후후 웃으며 그의 품에 기대선다.
“…근데 진짜… 그게 많이 상처가 되는갑드라…”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를 ??????다. 그 말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생각나는 아영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러게예…’ 하고 대답하자 혜주가 ‘그래서 말인데!’ 하고 그를 돌아본다.
“…나중에 아영이… 센터 나와야 된다 그캤잖아.”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혜주를 바라보자 혜주가 ‘음…’ 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나중에 내 쇼핑몰 오픈 하면… 아영이 우리가 데리고 오까…?”
“예…?”
“그러니까… 어차피 내 쇼핑몰 하면 뭐… 배송 같은 거도 해야 되고 하잖아…? 아영이도 얘기 들어보니까 그런 단순한거는 할 줄 안다 그카는데 다른데 보내기도 글찮아…? 그냥 한 두 번 볼 사이도 아니고 가는… 우리랑 오래오래 볼 애인데 기왕에 사람 쓰는 거면… 그게 니한테도 맘이 편할 것 같고.”
아마 그 수업 덕분인지 혜주가 생각을 많이 한 모양이다. 현성으로써도 그 소식이 무척이나 반갑긴 하지만 정말 그런 이야기를 혜주가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는 듯 그가 얼떨떨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그를 바라본다.
“뭐, 그런 거도 있고… 또 그카면 인권비도 싸게 먹힐 수 있고… 그렇잖아…? 아영이는 또 내 말 잘 들으니까… 그래서 그런 거지 딱히 그거 때문만은 아니다…!”
딱히 그런 건 아냐! 하고 수줍게 이야기 하는 혜주의 모습에 현성이 그저 미소 밖에 나오지 않는 듯 혜주를 꼭 끌어안는다. 대답 대신 더한 그 진한 포옹에 혜주가 ‘그래 좋나…?’ 하고 후후 웃으며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당연하죠!’ 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누나가 진짜 너무 좋아요.”
그리고 꺼내든 대답에 혜주가 다시 또 두근거림을 느끼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뭐가…”
그 말에 현성이 웃음과 함꼐 혜주를 바라보며 먼저 그녀의 입술에 입술 도장을 찍자 혜주가 발그레한 얼굴로 ‘뭐, 뭐!’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냥 다요. 머리부터 발 끝 까지 전부 다.”
그리고 그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정말로 미워 할 수가 없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이야기 하자 혜주가 ‘치…’ 하고 수줍은 듯 그의 품에 다시 안겨 온다.
“…아영이 때문에 립 서비스 하기는…”
“아영이 때문 아닌데요. 진짜… 너무너무 이쁘고 착한데 어떡해요…?”
그 말에 혜주가 히히힛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뻔한 말이라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에게 듣는 그 말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오늘 하루 사무실 자리를 알아보고 홈페이지 디자인을 만들어 줄 사람이나 동대문 업자를 소개 받는다 바쁘게 움직이고, 그 와중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눈 녹 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혜주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캐가 나중이 니 내 버리면 벌 받는다. 알겠제…? 나중에 잘 나가도…”
“죽어도 안 그캐요.”
항상 부리는 그 앙탈에 그저 웃음 대신 확고한 대답을 들려 준다. 매번 듣는 소리이지만… 그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 그는 모를 것이다.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그를 좋아하는 자신을 느끼며 혜주가 다시 한 번 그를 안고서 입술을 마주친다.
“으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맞춘 입술이 아직도 서로를 보면 두근거리는 설렘이 가득한 두 사람을 다시 하나로 이어주기 시작한다.
“응…”
천천히 다시 그 소파 위로 혜주를 기울이며 현성이 올라서자 혜주가 달콤한 사랑의 향기를 느끼다 천천히 입술을 떼어 내며 수줍은 얼굴로 차마 그 눈을 마주보지 못한 채 속삭인다.
“…내 아직 안 씻었는데…”
“그래도 좋은데예…”
“바보야…! 진짜…”
푸훗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가 그를 바라본다. 곧 현성이 미소와 함께 천천히 혜주의 가슴에 손을 올리자 혜주가 ‘짐승…’ 하고 가늘게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본다. 곧 미소 가득한 얼굴로 그녀가 그를 꼭 끌어안는다.
“…아영이 오면 우리 이거 잘 못 하겠다…”
“…그럼 미리미리 많이 해놔야겠어요.”
항상 무뚝뚝하던 현성의 그 말 한 마디에 혜주가 웃음이 빵 터진 듯 ‘진짜, 장현성! 변태!’ 하고 가슴팍을 두드리자 현성이 미소와 함께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마주친다.
“내 원래 진짜 순진 했는데… 누나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가 웃음과 함께 장난스런 원망을 담아 넌지시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그를 향해선 뭐든 줘도 아깝지 않다는 듯 그를 꼭 끌어안는다. 그 두근거리는 박동과 뜨거운 몸을 느끼며, 여지껏 느껴본 적 없던… 하나 된다는 게 이토록 즐겁고 행복에 겨운 일이란 것을 느끼며 그녀가 수줍은 미소와 함께 속삭인다.
“내한테만 변태해야 된다…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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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러분. 저… 소개 좀… 저 변태 잘 할 수 있는데…
는 훼이크고 전 순수 그 자체^_^
세이브 더 칠드런에 결연 후원을 시작했어용. 어려울수록 돈을 가치 있게 쓰자 싶어서 냅다 질렀습니당. 원래는 국내 아동 후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국내 단체는 조금 살림 살이 나아지면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