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78화 (78/281)

- 78 회 - 괴물

경쟁을 업으로 삼은 모든 이들에게 상대가 결정이 되고, 승부를 낼 날짜와 장소가 공개된다는 것은… 최소한 그것을 알게 된 시점부터 그것이 실행되는 날까지는 모든 생활의 중심이 ‘경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경쟁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는 초짜이거나, 베테랑이거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서 말이다.

“훅! 훅! 훅!”

거칠게 숨을 뽑아내며 재석이 샌드백을 두드린다. 1년 6개월. 거의 2년 만에 치루는 복귀전을 두고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트레이닝에 임하는 듯, 부상 이후로 재활과 웨이트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부상을 당하기 전보다도 더 선명해진 근육질 몸으로 그가 샌드백을 두드리자 묵직한 샌드백이 출렁출렁 흔들린다.

그 모습을 직접 인터뷰에 나선 오형석 대표가 한 때 가장 주목받던 신인이자 세계 무대로의 진출을… 성공적으로 바라보았지만 무너지고 말았던… 그리고 그 선수가 다시 한 번 재기에 나서기 위해서 열심히 스스로를 담금질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찰칵찰칵 하는 사진 소리도 재석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순 없었던지 마치 샌드백을 현성이라 여기며 두드리는 그 모습에 오형석 대표가 왠지 모르게 시합 날에는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지 빙그레 웃음 짓는다.

가장 뜨거웠던 남자와… 현재 가장 뜨거운 남자의 대결…! 그 성향 자체로도 극도로 공격적인 스타일의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친다는 그림이 그려지지만… 그것을 떠나서 그들에겐 저마다 질 수 없는 사연이 있다. 현성의 경우는 방송으로도 알려졌다시피… 단순한 열정을 벗어나서 생업과 생존… 그리고 과거의 상처이자 그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아영이 있다. 그 결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영찬과의 데뷔전에서 이미 선보인바 있지 아니한가?

3달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하지만 그는 모두의 기대치를 훨씬 더 웃도는 모습을 선보였다. 히트조차 허용하지 않고서 압도적으로 3전 전승의 김영찬에게 1패를 안겨 주었다. 아마도… 그런 모습 덕분에 재석이 현성을 지목한 바 있을 것이다.

높은 인지도! 그리고 그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험과 실력. 그것은 재기를 꿈꾸고 있는 재석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대임에 틀림 없었다. M-1에서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 찾아온 부상…! 여러 가지로 과거 스피릿 MC 4대천왕이라 불리며 국내 최강자들 가운데 하나로 군림해왔던 그에게 그만큼 좋은 부활의 제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국내의 골수팬들에게는 무척이나 치사한 선택이라 눈총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네들마저도 두 사람의 싸움이 어떤 결과일지 궁금은 하단 것이 정설이었으니까.

너무 전략적인 선택이다… 업계 사람들이 입을 맞춘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흥미를 끄는 매치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재석에게는 또 다른 부담감이 될 수도 있었고.

“하앗!”

재석이 기합과 함께 온 힘을 다해서 라이트 훅을 날린다.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크게 흔들리는 샌드백! 그리고 비오 듯 이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재석이 흔들리는 샌드백을 붙잡고서 힐끔 형석을 바라본다.

“…인터뷰 일찍 오셨네요.”

“하고 나서 훈련 촬영은 가식 같아 보여서.”

조금은 비겁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주변의 시선까지 감수하고 선택한 매치. 이길 경우에는 이재석의 부활을 온 세상에 알릴 수 있지만 만에 하나 패배한다면… 그에겐 무척이나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경기가 바로 현성과의 경기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이 형석이 왔음을 알면서도 정해진 시간동안의 트레이닝과 집중력을 잃지 않은 그를 보며 형석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내민다.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위태로웠던 국내 격투계를 든든하게 지켰던, 그리고 여전히 세계로 나설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가 이재석이다…! 그런 것들을 떠나서 같은 업계 식구이자 아끼는 동생이 바로 그였기에 형석이 반가운 마음을 아끼지 않고서 손을 마주잡은 재석의 어깨를 두드린다.

“어깨 부상은 완전히 다 나았어?”

로만 폴란스키 선수와의 시합 이후 훈련 중에 입었던 어깨 부상…! 무려 2년이란 시간을 쉬게 만들었던 부상이 이젠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듯 재석이 어깨를 빙글빙글 돌려본다.

“문제 없습니다. 형님. 형님이 직접 인터뷰 나올 줄은 몰랐네요!”

이내 그가 쾌남이라는 별명답게 하하핫 하고 호탕 웃음과 함께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형석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미소 짓는다.

“컨디션 좋아 보이는데?”

“이걸 9월까지 유지를 해야죠. 그때까지 부상 또 생기지는 않도록 말입니다!”

“일단은 오대표, 이쪽으로 와서 차나 한 잔 하시죠!”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팀 파시의 강동수 회장이 직접 그들을 사무실로 안내하자 형석이 후후 웃으며 카메라를 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재석이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는 동안 그가 힐끔 강동수 회장을 보며 이야기 한다.

“그래도 재석이가 조금은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스케줄 잡는 문제도 그렇고, 지금 분위기도 그렇고. 무척 열심히 인 것 같군요.”

이재석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상대적으로 재석이 현성을 우습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던지 형석의 물음에 강동수 회장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 친구 데뷔전을 봤는데 우습게 볼 친구가 아니더군요. 그리고 우리야… 솔직한 말로 이겨야 본전인 싸움이니까. 져서는 곤란하죠. 그러다 보니 더 열심히, 모티베이션을 가지고 임하고 있는 거고 말입니다.”

후후 웃음 짓는 강동수 회장의 모습에 형석이 땀을 모두 다 닦고서 뒤 따르는 재석을 바라보며 ‘글쎄요…’ 하고 옅은 웃음을 짓는다.

“….사실 본전은 훨씬 넘죠. 그건 인정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뼈 있는 그 한 마디에 강동수 회장이 물론 그것을 완전히 부정 하는 것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든다.

“당연히 장 선수의 상품성과 김관수 관장의 트레이닝 능력은 존중을 합니다! 하지만… 여지껏 쌓아올린 커리어들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거죠. 순수하게 커리어만을 비춰 보았을 때엔…”

“그 커리어가 중요했다면 엄밀히 말해서 재석이가 복귀전 상대로 장현성 선수를 지목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건 로드원 정문호 대표의 오퍼가 아니라 팀 파시 측의 오퍼라고 알고 있거든요.”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는 듯 오형석 대표가 미소 짓고 있지만 냉정한 목소리로 딱 강동수 회장의 말을 끊자 강 회장이 ‘거 참… 여전하십니다!’ 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재석이 ‘뭐, 솔직히!’ 하고 당사자로써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듯 끼어 든다.

“국내 무대는 2년 넘게 뛰지를 못했고… M-1 글로벌 진출이 부상으로 무너진 부분이 있었죠. 그 와중에… 국내 복귀는 저도 많이 부담이 됐구요.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전략적으로 장현성 선수를 선택했단 걸. 하지만 우리는 프로 선수잖아요? 토네이도 짐 측에서도 이 경기를 받아 들였고, 오퍼가 성사되었단 건 어떤 의미로든 서로 이 싸움에서 얻어갈 게 있으니까 체결이 된 거지… 그거에 대해서는 어떤 외압이나 강압도 없었습니다. 그게 중요하다고 보진 않아요.”

쾌남 이재석 답게 시원스런 그 입장 표명에 형석이 역시나 마음에 든다는 듯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를 보며 재석이 익히 오 대표가 현성을 후원하는 입장이며, 팬으로써도 상당히 친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옅은 웃음과 함께 넌지시 물음을 던진다.

“그 친구는 좀 어때요?”

많은 뜻이 함축된 그의 물음에 형석이 ‘글세…’ 하고 후후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이내 팀 파시 체육관 내의 사무실. 강동수 회장이 미리 준비해둔 차들이 놓여진 사무실 테이블에 자리를 한 그가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보았던 현성의 트레이닝을 떠올리며 힐끔 재석읇 ㅏ라본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들었어. 아마 호락호락하진 않을 거야. 워낙에… 목숨 걸고 하는 친구니까.”

“나도 그 방송 보긴 했어요. 사연 찡하더라구요. 같은 남자로써 참… 안타깝기도 하고, 또 만나면 술이나 한 잔 해보고 싶기도 하고.”

베테랑 답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그를 보며 형석이 한결 편하다는 듯 후후 미소 짓는다. 그리고 강동수 회장이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커피잔을 든 사이 그가 물음을 던진다.

“사실 이재석이라는 베테랑이 장현성이라는 신인을 선택했다… 이 부분이 가장 말이 많은 부분이란 말이야. 그 전략적인 선택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혹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엄밀히 말해서… 맞아요. 방송의 힘도 있고, 일반인 신분으로 프로 파이터를 제압하기도 하고… 데뷔전마저도 엄청난 압승을 거두었죠. 드러난 부분에 비해서 인지도가 됭장히 큰 친구였으니까, 그 친구를 제압하게 되면 당연히 공백이 있었던 내겐… 도움이 되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전략적인 선택이 있긴 했지만 절대로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듯 재석이 고개를 흔든다. 그 감정이 톡 튀어나와 솔직하기 그지 없는 모습에 형석이 미소와 함꼐 으흠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재석이 말을 잇는다.

“배운 적이 없단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가더라구요. 반짝 하고 솟아 오른 별이고, 가장 뜨거운… 그러니까 가장 히트하고 있는 상대잖아요. 젊기도 하고… 그냥 내가 얼마나 되는지… 과거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 번 부딪쳐 보고 싶었어요. 뭔가 속에서 확 올라온느 것이 이 녀석이랑은 한 번 붙어 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다른 것들을 떠나서 그 친구가 레슬러나 그라운드에 능숙한 다른 미들급 선수들보단… 오히려 나 같이 같은 타격계 선수와 어울리는 게 또 더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있었구요.”

이제는 단순히 승리하는 것을 떠나서 이벤트의 그림…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가…? 엔터테인먼트 측면도 고려를 한다는 재석의 말에 형석이 십분 공감은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본디 파이터는 싸움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능사는 아니다. 과거 일본 격투 시장에서… 서커스 매치라 불리며 조롱 당했던 대결들이 성사 되기도 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대단했으니까.

격투기란 것은 단순한 무도를 떠나서 이벤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엔터테이너와 결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각종 스폰서들이 선수나 대회를 후원을 하기도 하는 것이고… 아마 재석 정도 되는 입장이라면 복귀전에서의 승리 뿐 아니라 이벤트의 흥행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암튼 그래요! 뭐… 시합 결정 됐으니까 이제는 장선수랑 싸워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 거죠.”

이내 재석이 더 이야기를 해봐야 나올 게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형석이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어깨 부상 이후로 트레이닝은 어떻게 진행 하고 있어?”

“부상 자체는 완치가 되어 있는 상태고, 그 동안 재활을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어 놓은 상태예요. 몸에 근육량을 많이 늘여놨고, 주특기인 타격을 조금 더 날카롭게 갈고 닦고 있죠.”

“그 말인 즉… 현성 선수와 타격으로 맞불을 놓겠다…? 하지만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리치가 219센티나 되는 친구야. 아무리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그 정도 리치 차이가 난다면 쉽지 않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재석이 필승을 위해서 테이크 다운과 그라운드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 형석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가 오히려 타격을 더 중점적으로 트레이닝 한다는 말에 조금 의외라는 듯 물음을 던지자 재석이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219센티… 이거 진짜 어마어마한 길이고, 세계무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거리는 맞아요. 하지만 기껏 해봐야 3달. 9월까지 합쳐봐야 복싱이나 입식 경력이 1년도 안 된 상대에게 밀린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죠. 일단은 스탭 자체가 무척이나 단순하고,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에요. 핸드 스피드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그것과 별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들어가는 타입인데… 내가 거기서 지진 않을 것 같거든요.”

김관수 관장이나 태웅회관의 임관장, 신비가 지목했던 그대로 재석 역시 현성의 문제점을 그대로 지적하고 있다. 그 말에 형석이 ‘그런 문제는 쉽게 고칠 수 있지 않을까?’ 반문을 던지자 재석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습관이란 게 되기까지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해요. 펀치나 기술을 배울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은 그 짧은 시간으론 힘들죠. 솔직히 리치도 길다지만 오히려 그 긴 리치가 근접전에선 거추장스러워 질 수도 있죠.”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재석의 모습에 형석이 흐음… 하고 미소 짓는다.

“굉장히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데…?”

“물론 자신감이 있어야죠! 그 친구 사정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데뷔전 끝내고 바로 아디다스 코리아와 스폰서 계약도 맺고, 여기저기…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르게 그 친구는 돈 걱정 할 필요 없이 운동을 해도 될 입장이 되었더라구요. 그전까지야 어쨌든 격투계에선 신데렐라고, 아주 잘 나가는 친구라고 여길 수밖에 없죠. 그런 의미에서… 현실을 좀 가르쳐 줄 필요는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합니다. ”

“하지만 그게 현성 선수가 노력 없이 가져간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을 텐데…?”

“물론이죠. 상품성이 아주 높으니까. 그렇지만 잘 팔리는 물건과 장인이 만들어 낸 물건은 엄연히 달라요.”

뼈 있는 재석의 말에 형석이 후우 하고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현성의 과거 사연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모자람 없을 만큼… 힘든 시간들이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이 분야에서는 신데렐라맨과 다름이 없다. 데뷔전부터 주목 받았고, 데뷔 이후에는 굴지의 메이저 기업인 아디다스에서 공식 후원을 받고 있으니까. 그런 입장에서 심적인 이해와 달리 비즈니스 측면에서…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기껏해봐야 파이트 머니 40만원을 챙겨 받고 투 잡으로 겨우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도 있으니까.

괴물이란 링네임을 첫 날 얻은 현성의 빛과 어둠을 바라보며 형석이 작은 한숨과 함께 재석을 바라본다. 스포트라이트가 모두 그에게 맞춰져 있다. 그것은…

“솔직히 자존심도 좀 상하더라구요. 그 친구랑… 나랑 경력 차이가 몇 년인데 누가 이길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그간 쌓아올린 커리어와 그것들을 위한 노력. 그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 힘들었던 시절들까지. 그것들을 떠올리면 현성과의 동급 대우는… 자존심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재석이 눈에서 다시 빛을 낸다. 영찬도 그랬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전략적인 선택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쉬운 결정을 내린 것과 이후의 반응들이 베테랑 파이터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 재석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오퍼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도… 씁쓸하구요. 그래서 이번에 후배에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임할 수 있도록 현실을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단순한 부담감을 넘어서서 베테랑으로써의 전의를 다지는 그를 보며 형석이 이번 현성의 시합은… 어쩜 빨간 불이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재석이 더 시간 뺴앗기고 싶지 않다는 듯 이쯤하면 됐냐는 듯 눈빛을 보낸다. 특집 기사라기 보다는 간략하게 실어 올릴 기사라는 것을 눈치 챈 듯 어서 서둘러 다음 트레이닝을 이어가겠다 싶었던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동수 회장이 ‘얌마!’ 하고 그에게 눈치를 준다. 그런 그를 제지하며 형석이 ‘괜찮습니다!’ 하고 웃음 짓는 동안 재석이 현성에게 이 말을 꼭 전해달라는 듯 형석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그 친구 좋은 선수 될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은 너무 일러요.”

============================ 작품 후기 ============================

기다리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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