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77화 (77/281)

- 77 회 - 괴물

과거 스피릿 MC 무대는 UFC보다 프라이드 FC의 영향을 받은 사각링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격투기 중심은 UFC가 아니라 일본의 프라이드 FC 였고, 야쿠자의 자금이 연루되었단 이유로 프라이드가 무너지기 전까지 격투기의 중심은 단연 일본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일본 내의 메이저 단체들이 급격히 붕괴되고 S급 선수들이 대거 미국 무대로 넘어가게 되면서 UFC의 본격적인 약진이 시작되었고 결국 종국에 이르러서 링은 입식과 봉싱, 프로 레슬링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현 격투기를 대변하는 장소는 더 이상 사각의 링이 아닌 팔각의 케이지.

무대가 링에서 케이지로 바뀌면서 이득을 본 것은 기존의 타격가들보다는 힘과 그라운드를 내세운 레슬러들이었고, 그 과도기 중 몇 몇은 여전히 케이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이며 도태되는 부분이 적잖았다.

그리고 이재석 역시 그 과도기적 단계에서의 검증을 채 거치지 전에 부상을 입고 오랜 공백을 가지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도태되어 버린 선수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185센티의 큰 키와 시원시원한 용모처럼 시원한 타격 기술을 가진 오리지날 스트라이커!

과거 스피릿 MC 토너먼트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던 4인방 중 한 사람으로써 아직도 국내 격투 무대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오리지날 종합 타격가를 상대로 비디오를 지켜보는 현성이 생각보다도 훨씬 날렵하고 어그레시브한 그의 모습에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재석이가 선수 시절 하면서 2라운드 이상은 가본 적이 없다. 보이제? 니 죽고, 내 죽고… 누가 되든 판정은 안 가고 붙어보자… 이런 스타일이라.”

그의 스피릿 MC 토너먼트 경기를 함께 지켜보며 김관수 관장이 설명을 잇는다. 어제 현성이 고모 집을 다녀오겠다… 하여 하루를 쉬었지만 그 하루 동안 일이 잘 해결됐다는 이야긴 듣지 못했다. 아마… 그게 그렇게 쉽게 해결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지만 딱히 물음을 던지지 않겠다는 듯, 그를 압박하지 않고 김관수 관장이 설명을 이어가자 현성이 ‘예…’ 하고 집중해 비디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영찬… 행님이랑은 다르네요.”

비디오 너머의 이재석은 몸놀림 자체가 영찬과는 달랐다. 두툼한 갑옷을 입은 듯 한 영찬과 달리 큰 키에 잘 빠진 바디가 모델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경쾌하고 빠른 몸놀림으로, 현성이 그랬던 것처럼 잽 위주로 상대를 압박하며 들어갈 타이밍을 노린다. 마찬가지로 스피릿 MC 4대천왕이나 불렸던 백일권이라는 레슬러는 영찬과 다소 비슷한 모습인지라… 꼭 현성이 치뤘던 데뷔전을 다시 보는 기분이다.

“자, 지금이다.”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미리 비디오를 다 보고 분석을 해놓은 듯 슬슬 재석이 압박해나가던 타이밍이 이야기 한다. 그 목소리에 현성이 집중력을 발휘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순간 재석이 잽을 뿌리다 번개처럼 로킥을 날린다. 그 로킥에 안면에 집중된 타격으로 인해서 방심했던 백일권이 순간 휘청이며 영찬이 그랬던 것처럼 재석을 향해 가드를 올리고 다가온다. 그 가드 위를 번개처럼 때리며 스릴감을 만끽하듯이 씩 웃고 있는 재석이 어느 샌가 일권에게 허리를 잡힌다.

“여기서 테이크다운 할라 칸다!”

테이크 다운…! 현성에게는 가장 조심해야 할 기술! 영찬이 그랬던 것처럼 태클식으로 들어오는 경우와 일권처럼 이렇게 가까이 붙어 허리를 잡고 넘기려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들이 있지만 그 몸싸움에서 재석은 좀처럼 밀리질 않았다.

“다리를 안 잡히는 게 중요하다. 다리 잡혔다 하면 그대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 말대로 화면 안의 재석은 일권에게 클린치처럼 안기긴 했으나 하체를 뒤로 뺀 채 니킥으로 간간히 데미지를 넣으며 쉽게 테이크 다운을 허용하지 않고 방어를 펼치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된… 대비가 된 선수의 모습. 이것이 무려 3년 전의 비디오이니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현성이 비디오를 보며 새삼스런 부담감으로 한숨을 내쉬는 동안 곧… 링 사이드에 몰려있던 재석이 순간 양 손에 깍지를 끼고 반대로 일권의 목을 붙잡는다.

“뺨 클린치! 기억나나?”

태웅회관에서 신비가 보여준 바 있는 그것…! 오픈 핑거 글러브 너머로 나온 손가락을 단단히 고정한 채 이번에는 재석이 일권을 붙잡자 일권이 거기에서 벗어나려 아둥버둥한다. 그런 그에게 재석이 묵직한 니킥을 꽂아 넣자 순간 일권의 얼굴이 찌푸려 진다. 별다른 소득 없이 니킥에 당한 데미지만 쌓인 듯 일권이 바디 샷으로 재석의 바디를 치자 순간 재석이 뺨 클린치를 풀고 다시 거리를 벌린다.

일권의 테이크다운을 가드하고 다시 거리를 만들었다. 스트라이커에게는 거리가 생명이다. 곧 이말인 즉…

“…인자 끝나겠네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현성이 비디오를 바라보자 김관수 관장이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백일권이라는 레슬러의 그라운드 돌입 실패는… 판정을 가던지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서 말린 듯 일권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승기를 잡은 재석이 순간 번개처럼 다시 일권을 향해 펀치를 날린다. 와 하고 터져나오는 함성 속에서 원 투가 일권의 가드 위를 때린다. 이후 바디 샷이 옆구리를 치고 곧 움찔하고 레슬러인 일권이 타격엔 익숙치 않은 듯 바디샷을 막기 위해 손을 내린 순간 재석의 쇼트 어퍼가 순간 일권의 턱을 뒤흔든다.

-퍽!

비디오 너머로 들려오는 그 소리와 동시에 뒤로 고개가 젖혀진 일권이 순간 충격을 크게 받은 듯 휘청하자 더욱 더 재석이 흥분한 듯 빠르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흥분한 듯 힘이 들어가고, 억세지만…! 오랜 기간 트레이닝을 해온 듯 정확한 동작들이 폭발하며 간신히 가드만 올리고 있는 일권을 샌드백처럼 두들기기 시작하자 곧 앳된 얼굴의 심판 배훈이 두 사람 사이를 말리며 두 손을 흔든다.

“이재석 선수, 맹렬한 타격으로 강적이라 평 받았던 백일권 선수를 제압 합니다! 강렬합니다! 말 그대로 쾌남…! 시원스러워요!”

MC 용준 역시 이때에도 장내 아나운서로 맹활약을 했던지 그 목소리를 들으며 현성이 자신보다는 훨씬 더 채비가 갖춰진 그의 모습에 조금 긴장한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그 모습에김관수 관장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카면 우야노?’ 하고 그를 바라본다.

“재석이가… 기세가 오르면 확실히 막기가 힘든 구석이 있다. 격투기는 페이스거든. 이 페이스가 자기편일 때엔 누구보다도 힘을 발휘하는 게 재석이라. 근데… 이런 스타일은 자기 플랜대로 경기가 진행이 되지 않으면 스스로 자멸을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번에는 김관수 관장이 재석이 패배했던 비디오를 꺼내본다. 최근 경기는… 1년 반이 넘는 공백을 가진 터라 입수하지 못했지만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년 전의 시합. M-1에서 펼쳐졌던 로만 폴란스키 선수와의 시합 장면이다.

“재석이가 졌던 시합이다. M-1도 링이 아니라 케이지로 바뀌었고, 속속들이 링이 사라지던 시점이다. 글고… 로만 선수가 삼보를 베이스로 하긴 했지만 오히려 타격으로 더 유명세를 떨치던 선수고.”

김관수 관장의 설명대로 로만 폴란스키라는 감독과 동명을 가진 선수의 모습에 현성이 ‘음…’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관장님. 삼보가 뭐에요…? 춤… 아니에요…?”

그건 삼바인데… 하고 현성이 잘 모르겠다는 듯 물음을 던지자 순간 김관수 관장이 푸학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러시아에 삼보라고 유도랑 레슬링을 섞어 놓은 거 같은 고유한 무술이 있다! 주로 스탠딩 상태에서 상대를 넘굴 수 있는 기술들이 많고, 또 상대적으로 레슬러보다 그라운드 관절기에 익숙한 종목이라 러시아 선수들은 거의 이거를 깔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설명에 현성이 ‘아…’ 하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인다. 아무래도 격투기… 세계에 대해서도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은 듯 한 그 모습에 김관수 관장이 ‘괜찮다! 자, 비디오나 보자!’ 하고 미소와 함께 그의 등을 두드린다.

이내 스피릿 MC 때의 등장 장면과는 조금 다른 M-1의 등장 장면에 현성이 아무래도 재석이 그때와는 다르게 조금 긴장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물음을 던진다.

“…얼굴이 좀 많이 굳어 있는 거 같은데…”

“맞다. 스피릿 MC 사라지고, 국내서는 로드원이 막 나타나긴 했는데 여전히 밥벌이 하기 힘들 때라가… M-1으로 진출을 하긴 했는데 저때가 아마 새 메이저 단체 데뷔전이었을끼라.”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그러하겠지만 격투기 선수는 조금 더 그러할 것이다. 축구가 상위 리그로 진출을 하는 것과 같이 격투기 역시 상위의 단체로, 좀 더 메이저한 단체로 진출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바뀐 환경은… 축구와 달리 전적으로 혼자 감당을 해야 하고 그것은 아무래도 큰 부담이 되고 말 것이다. 특히나 스피릿 MC 4대천왕이라 불리며 국내 격투 무대에서 주목받았던 선수라면 더더욱… 나라의 자존심을 건다는 사명감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상대는 국내 무대에서 겪어왔던 선수들과는 다르다. 기본적인 골격 자체가 남다른 로만 폴란스키의 모습에 현성이 저도 모르게 덩달아 걱정되는 얼굴로 비디오를 보는 동안…

막 재석의 M-1 경기가 시작된다. 가볍게 주먹을 마주쳐 인사를 대신 하고 서로 동작을 살피는 듯 공방전 없이 대치한 상황에서 케이지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원래대로면 재석이가 먼저 선제 공격을 날렸을거라. 국내에서 치뤘던 시합에서는 항상 그랬거든. 근데 이 날은… 재석이 컨디션이 안 좋았나 몰라도 먼저 선세 공격을 피했다 카이.”

로만! 로만! 하는 다소 일방적인 응원이 비디오 너머로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로만 선수가 삼보를 베이스를 깐 타격가니까네 접근을 하게 되면 넘어가게 되는 걸 두려워 했을 거라. 그렇다고 해서 리치 차이가 그렇게 나는 것도 아니고… 틈을 찾고 있는 걸 끼다.”

계속해서 김관수 관장이 곁에서 해설을 하자 현성이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비디오를 바라본다. 20여초 정도 주먹도 없이 교착 상태가 이어지자 ‘우!’ 하고 야유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재석의 얼굴이 조금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 현성이 ‘음…’ 하고 이번에는 홀로 고개를 끄덕인다.

“재석이가 주변에 민감한 편이다. 등장도 화려하고, 주목 받기를 좋아하는 성격. 그게 플레이에서도 묻어 난다.”

현성이 느낀 바와 같이 김관수 관장이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로만 선수가 재석을 향해 주먹을 내던진다. 툭 하고 내민 주먹을 받아치며 재석이 조금 더 빠르게 빙글 돌기 시작하자 로만이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듯 그를 향해 로킥을 날린다. 재석이 뒤로 물러서며 킥을 피해내고는 다소 어정쩡한 동작의 로만을 향해 순간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자 현성이 ‘이 타이밍…!’ 하고 불끈 주먹을 쥔다.

번개처럼 튀어나간 재석이 동작이 무너진 로만의 안면에 깔끔한 타격을 꽂아넣자 야유하던 러시아 관중들도 이내 ‘와!’ 하고 환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다소 자국 선수를 응원하긴 했지만 그저 화끈하게 싸워주면 된다는 듯…! 그리고 복싱 타격을 앞세워 재석이 공격을 이어가며 순간 방금 전 스피릿 MC 때의 경기장면처럼 자신감을 회복한 얼굴로 바뀌는 것을 발견한 현성이 ‘기세…’ 하고 중얼 거리며 뚫어져라 비디오를 바라본다.

도저히 재석이 질 것 같지 않은 시합이었다. 하지만 이미 결과는 알고 있지 않은가? 김관수 관장으로부터 전해 들었으니…

그리고 곧…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던 재석이 순간 로만에게 허리를 붙잡힌다. 그 순간 로만의 다리가 재석이 방어할 틈도 없이 그의 다리를 걸어 넘기자 갸우뚱하고 크게 기우는 재석의 몸! 살아남은 한 발을 깽깽이로 빠져나오긴 했지만 어느 샌가 케이지에 몰린 재석이 조금 당황한 사이에 로만이 다시 그 한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자 결국은 테이크 다운을 당하고 만다!

“아…”

그 순간 현성이 재석의 얼굴에 당황이 스치고 흥분한 듯 붉어진 얼굴을 보며 탄성을 터뜨리자 김관수 관장이 담담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간다.

“여기서 기세가 끊어지고 페이스가 흐트러지기 시작한거라. 테이크 다운을 당하고 나서, 재석이가 타격은 좋아도 파워는 떨어진다. 확실하게 그라운드에서 가드를 하지 못하고… 저 슬라브 아들이 체격도 크고 힘이 좋다. 그러니까네…”

-퍽!

순간 둔탁한 로만의 펀치가 마치 망치처럼 재석의 안면을 두드린다. 국내 무대에서는 이런 적이 잘 없었기에 재석이 재빨리 두 다리를 들어 러버 가드 형태로 방어를 시도하지만 상대는 삼보를 베이스로 둔… 오히려 타격보단 그라운드가 능숙할지도 모르는 상대! 결국 그 초반의 반짝한 타격전 이후로 그라운드 앤 파운드 자세에서 깔린 채 주먹을 허용하던 재석이 1라운드 말미에는 어느 샌가 이마가 찢어진 듯 출혈까지 보이고 있었다.

상대이기 이전에 같은 한국 사람이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는 게 편치 않았던지 현성이 후우 하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동안… 로만도 더 이상 그라운드 보다는 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 생각을 했던지 체력 소모가 심한 그라운드 전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재석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관수 관장이 화면을 멈추고 이야기 한다.

“봐서 알겠지만 재석이가 체력이 좋은 편은 아이라. 물론 그라운드서 자기보다 힘도 좋고 골격이 좋은 선수를 상대로 계속 가드를 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지만 체력은 아직도 검증이 안 된기 사실이다.”

이 말인 즉 장기전으로 가면 오히려 현성 쪽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단 것. 그 말에 현성이 답이 마냥 없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플레이 해가며… 눈에 띠게 움츠러든 모습의 재석이 타격전에서 맞불을 놓아도 될 법 하지만 내내 로만 선수에게 압도 당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왜 저래 움츠러 들었어요…?”

“1라운드가 얼마 안 남아가 2라운드에 체력을 비축할라고 그캤을끼라. 반전을 줄라꼬. 근데… 그게 오히려 불을 끈 셈이지.”

김관수 관장이 이것은 플랜 미스라는 듯 냉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자 ‘음…’ 하고 현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1라운드가 끝나기 채 5초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 지친 얼굴로 피하기 급급하던 재석이 순간 로만의 강력한 로 킥이 다리의 힘이 풀린 듯 휘청한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른 로만의 주먹이 재석의 안면을 뒤흔들자 재석이 그대로 털썩 무너지고 만다. 거의 2초 만에 이뤄진 그 광경에 순간 심판이 손을 들어 경기를 중단 시킨다. 무너진 재석이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고개를 흔들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 그 얼굴에 현성이 분석보다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지 작은 한숨을 내쉬자 김관수 관장이 그러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재석이가 잘 하긴 잘 한다. 근데 보다 시피 자기 생각대로 게임이 안 풀리면 잘 말리는 편인기라. 그래서 우리는 재석이 잡을 때… 절대로 재석이 페이스대로 두게 하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이제는 슬슬 이재석전을 위한 플랜을 잡을 필요가 있다. 김관수 관장의 말에 현성이 자신은 김관수 관장만 믿겠다는 듯 두터운 신뢰감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니는 우에 풀어가면 좋겠노?”

그런 그를 보며 김관수 관장이 넌지시 물음을 던진다. 현성이 스스로는 어떤 대처를 꺼낼 것인가 알고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자주 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는 듯 말이다.

“재석… 선수도 타격을 잘 하고… 지도 타격 밖에 못 하니까… 마음 놓고 내한테는 공격하러 올 거 같아예. 와도 내가 넘기고 그칼 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할 거니까… 근데 그래서 오히려 길이를 내세워서 못 오도록 만들면 당황하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음… 하고 진지한 얼굴로 현성이 역시나 타고난 리치가 있기에 그것을 통해서 재석의 게임 플랜을 흐트러 놓자 이야기 하자 김관수 관장이잘 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재석이도 기본적으로 그라운드는 할 줄을 안다. 아마 타격전 이어가고 테이크 다운으로 포인트 잡고 니 체력을 많이 뺄라 칼끼다. 왜냐하면 영찬이 시합을 봐서도 알겠지만 타격이 빠르고 위협적이니까. 그카니까 똑같이 난타전을 펼치지는 않을끼고 좀 노련하게 체격을 다운 시키는 방향으로 들어와서 2라운드 쯤에 승부를 보지 않겠나… 싶은기지. 접근을 차단해야 되는 거도 맞고… 그럴라면 결정적으로 재석이를 흔들어 놓을 ‘수’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김관수 관장의 말에 현성이 ‘수…’ 하고 그를 바라본다.

“당분간은 내가 니 시합도 준비를 해야 되지만 기철이 타이틀 전도 있고 하니까 그쪽으로도 신경을 좀 써야 된다, 현성아. 그때까지는 ‘예린’이랑 같이 대비를 좀 해보자. 알겠나?”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후후 웃으며 이야길 꺼내자 현성이 ‘예린이요?’ 하고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 김관수 관장이 껄껄 웃으며 대답한다.

“예린이가 그래 보여도 단순히 기술로 따지면 수준급이라. 슛복싱 여자부에선 컨텐터 자격도 곧 얻을 수 있을 거고… 충분히 ‘수’를 준비할 수는 있을 끼다.”

============================ 작품 후기 ============================

예린이 그 패 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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