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회 - 괴물
“이재석… 근데 관장님. 갑자기 그렇게 너무 경험이 많이 사람이랑 붙으면 힘들지 않을까요…?”
정문호 대표로부터 들어온 오퍼. 그리고 김관수 관장의 긍정적인 반응. 하지만 막상 현성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달갑게 느껴지진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겨우 데뷔전을 치룬 그에게 기철이나 임관장, 김관수 관장… 심지어는 신비태웅까지도 알고 있는 유명한 선수와의 대전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거는 기회일 수도 있다, 현성아. 그냥… 여유 있게 한 번 생각을 해봐라.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런 그를 바라보며 김관수 관장이 크게 재촉을 하지는 않겠다는 듯 그저 인자한 얼굴로 이야기 하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고, 데뷔전을 무사히 마치면서 일이 잘 풀려 가는 와중에 이재석이라는 큰 상대와의 싸움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더불어 혹시 모르게 그 상대와 싸움에서 패배해버린다면 스폰서 계약이나 좋은 반응들까지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최소한 현성에게 있어서 그 스폰서와… 격투기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수익을 얻어낸다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아영이나 혜주를 위해서도 반드시 얻어가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재석이라는 강한 상대와의 일전이…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반대로 지금 좋은 시작을 망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던지 그가 옅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왜 그런 유명한 선수가 내 같은 아랑 붙을라고 그캤대요…?”
그리고 하나 궁금한 게 있다는 듯 현성이 김관수 관장과 기철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에 두 사람이 음… 하고 서로의 눈을 보며 생각하다 가감없이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은 듯 입을 연다.
“아무래도 재석이가 예전에는 유명 했어도 1년 넘게 부상으로 쉬었다 아이가. 근데 마침… 인지도도 있고, 경력도 별로 없는 니가 있으니까 당연히 복귀전 상대로는 제격이라 생각했을끼다. 전략적인 선택이지.”
그 말에 현성이 ‘아…’ 하고 다시 입을 벌린 채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짓자 이내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혜주가 흐음… 하고 그를 바라본다.
“나는 충분히 승산은 있다고 생각한다, 현성아. 글고 진다 캐도 본전이고 얻어가는 게 많을거라. 만약에 이기면 대박인 싸움이니까네…! 니가 안 하고 싶다 그러면 억지로 시키진 않겠지만.”
그리고 그 와중에 김관수 관장이 후후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져도 본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그게 정말로 져도 본전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지만 김관수 관장이나 기철이 달리 수긍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유 없이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든 듯 현성이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문 사이에 김관수 관장이 이제는 그를 놓아줘야 할 시간이라는 듯 웃음과 함께 목소리를 높인다.
“혜주랑 같이 데이트 하면서 한 번 생각 좀 해봐라! 스폰서라 카는 게 무조건 이기는 사람한테만 붙는 거는 아이니까… 알겠나?”
그 말에 현성이 한결 여유를 찾은 듯 ‘예, 관장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영찬과의 싸움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오늘 신비와의 스파링에선 새로운 세계를 맛을 본지라 조심스러운 그가 혹시라도 패배하게 되었을 때에 실패가 두려웠던지 움츠러들었던 게 조금 창피했던 모양인지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는 동안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혜주가 ‘그럼 이제 격투기 이야기 끝!’ 하고 현성의 팔을 붙잡는다.
“원래는 쉬어야 하는 건데 왜 자꾸 못 살게 굴어요, 관장님?”
그녀의 나무라는 목소리에 김관수 관장이 허허 웃으며 ‘미안, 미안하다!’ 하고 이야기 하는 동안 현성 역시 혜주를 두고서 자꾸만 그 이야기와 훈련을 하는 게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곧…
“그카면 이 근처에 우리 청계천이나 보러 가자! 거기 티비로 보니까 레이저 쇼도 하고 데이트도 많이 하고 그러는 거 같던데!”
혜주가 더 이상 망설이는 건 금지라는 듯 들뜬 목소리로 소리치자 현성이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곧 그와 혜주가 김관수 관장과 기철에게 인사를 하자 기철이 ‘아, 나도 데이트!’ 하고 부러운 듯 한 눈빛과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다음 시합에 대한 생각을 조금 떨쳐낸 듯 미소 짓고 있는 동안 숙소에서 청계천이 그리 멀지 않은지라 함께 걸어가며 혜주가 목소리를 높인다.
“…진짜 몇 번을 와도 크다! 여기는… 사람도 북적이고.”
서울. 그리고 청계천. 딱히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 온 기념으로 한번쯤은 들러야 하는 데이트 코스라는 정설을 따라 오랜만에 단 둘이 거리를 나선 혜주가 신이 난 듯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하자 현성이 그 모습에 다시 미소 짓는다.
혜주가 예린과 태수를 마중간 사이에 신비와의 트레이닝 덕분에 생각지 못한 부상을 입은 모습을 보고 그렇게 화를 내다가도 이렇게 다시 두 사람만의 데이트가 시작되니 금방 또 사랑스러운 얼굴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 어떻게 웃음을 짓지 않겠는가? 다음 시합에 대한 생각도 접고서 다시 느긋한 얼굴로 돌아와, 그 변화무쌍한 모습이 이젠 무척이나 익숙해진 듯 현성이 옅은 웃음과 함께 혜주를 바라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진다.
“누나는 여 와본 적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숙인 채 길을 걷지 않아도 되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그라몬 당연하지!’ 하고 후후 웃으며 더욱 더 꼭 팔짱을 낀 채 대답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도 와봤고… 음… 그냥… 응… 그냥 놀러도 다니고 그랬으니까… 63빌딩 구경 가고 그캤다. 예전에는 여 안 이캤는데 이래 바뀌니까 음… 그냥… 뭐, 솔직히 그냥 그렇게 좋은 지는 잘 모르겠네! 그냥 보기는 좀 깔끔해진 거 같다.”
아가씨가 한 군데에서 오래 정착하는 일은 왠만해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게… 가게든, 지역이든. 대체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거의 전국 일주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방랑하는 삶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은 과거의 혜주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그리고 조금은… 움츠러든 얼굴로, 헤헤 웃으며 이야기 하는 그 모습에 현성이 아쉽고 안타까운 맘을 느끼기에 오히려 더 밝은 얼굴로 빙그레 미소 짓는다.
“그래도… 여 차도 많고 그 카는데 이라니까 좋긴 좋은 거 같네예. 잘 만든 거 같아예. 사람들 진짜 윽수로 많은 것도 신기하고.”
그리고 그가 자연스럽게 다시 주제를 옮기자 혜주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을 꼭 끌어안는다. 거짓말에 영 소질 없는 것은 혜주 역시 마찬가지인 듯…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깊이 후회하고 있는 과거를 들이키고 싶지 않은 맘을 너무나도 잘 캐치해준 그가 고마운 듯 그녀가 미소와 함께 그의 팔을 꼭 끌어 안고서 ‘아!’ 하고 이야기를 꺼낸다.
“맞다, 니 서울 첨이라 캤제! 완전 촌놈이네.”
의기소침하다가도 또 금방 후후 웃으며 혜주가 다시 또 장난스러운 얼굴로 한 소리를 더하자 현성이 빙그레 웃음 짓는다.
“대구 말곤… 가끔 고모부가 고향이 마산이라가 거는 가봤는데… 그거 말곤 가본 적이 없어요.”
아마 대구 촌놈이라는 말이 있다면 그가 딱이지 않을까?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혜주의 말이 맞다는 듯 이야기 하자 혜주가 ‘아…’ 하고 다시 힐끔 그를 바라본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그 과거를 들을 때 마다 마음 한 구석이 서글퍼 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서글프단 생각에 그녀가 그의 팔을 꼭 안고서 ‘앞으로 많이 댕기면 되잖아.’ 하고 이야기 하자 현성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여유도 생기고 하면… 누나랑도 많이 댕기고… 아영이랑도 많이 놀러 다니고 그카고 싶어요. 아니, 그칼거에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그 자신 하나 감당하기 어려운 삶이었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 삶의 목표가 생긴 듯 현서이 자신감 붙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자 혜주가 히히힛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솔직히 그냥… 집에 가만히 있는 거 더 좋아하는데… 그래! 같이 가주께!”
이내 수줍은 듯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띤 채 연두색 원피스를 입은 혜주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해주겠다는 듯 우쭐한 목소리를 내자 현성이 덩달아 웃음을 터뜨린다.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소년원을 나와서… 그 막막하던 하루, 하루를 버텨낼 때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시간들.
문득 그것이… 데뷔전을 치루고, 신비와의 트레이닝을 가지고, 김관수 관장으로부터 다음 시합에 대한 논의도 나누고… 그리고 이렇게 혜주와 함께 청계천에서 함께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그 순간이 되어서야 새삼스럽게 느껴진 듯 현성이 걸음을 멈추고 미소와 함께 숨을 깊게 들이 쉰다.
“왜…?”
그런 그를 바라보며 혜주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 게 이상하고 궁금하다는 듯 호기심 가득 담긴 얼굴로 물음을 던진다. 모든 신경을 그에게 집중한 듯, 그만을 바라보고, 그만을 생각하는 그녀의 존재에 그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지금이 행복한 것은 그녀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며 대답한다.
“…그냥… 좋아서예.”
절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행복들이 이렇게나 크게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단 사실을 이토록 갑작스럽게 느낀 것은… 아마도 그가 그 행복들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모든 것이 보장되어 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답이 보이기 시작하는 미래란 것이, 그 사소한 차이가 얼마나 기쁜 일인지…
“그냥 진짜 너무 좋아서예.”
격투기를 시작한 게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현성이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에 혜주가 옅은 미소를 띤 채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말로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느낄 수가 있다.
맨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좌절감이나 우울함… 그리고 두려움은 온 데 간데 없이 이제는… 점차 그녀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남자로 성장해나가는 그의 모습을 말이다.
그의 행복이 그녀에겐 또한 행복이었고, 그것은 그녀가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유형의 것이었다. 값비싼 선물과 호의들. 그녀 자신을 위한 것들이 아니라… 그를 위한 것들로 인해서 서혜주란 여자가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아마도 그게 진짜 사랑일 것이다. 그가 진짜 남자가 되어 가는 것을 보면… 덩달아 그녀 역시 진짜 여자가 되어 가는 기분이 들고 있으니까.
“나도 좋다!”
그의 행복에 그녀가 덩달아 행복을 느끼며 다시 그를 꼭 안는 동안 현성이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꺼낸다.
“내… 그거 해야겠어요, 누나.”
그 순간 혜주가 ‘아…’ 하고 멈칫하며 그를 바라본다.
“…가랑… 싸우는 거…?”
혜주 역시 이재석이라는 베테랑 파이터와의 2전이 정문호 대표를 통해서 직접 오퍼가 들어왔단 사실을 설명 들은 바 있다. 그리고 그 싸움에 현성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소 망설이고 있었단 것도.
“…그 사람은 좀… 많이 잘 한다매? 세기도 하고…”
얼핏 기철에게 설명을 들은 바로는 과거 스피릿 MC라는 무대에서 4대천왕이라 불릴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고, 특히나 타격전에 능숙하고, 훤칠한 외모로 인기가 높은 선수였다고 말이다. 이후에 부상 덕분에 꽤 오랜 시간 경기를 가지지 못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성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경력과 경험을 가진… 그래서 그런지 혜주가 그의 결정을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걱정되는 빛을 보이자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짓는다.
“뭐라고 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그러고 싶어요. 빨리 누나랑 아영이 한테도 잘 해주고 싶지만… 그냥… 그런 걸 떠나서 뭔가를 배우니까… 뭔가를 확실하게 내가 배웠나 실험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캐요.”
후후 웃으며 그가 조금은 어색하고 수줍은 듯 혜주에게 마음을 꺼내 놓는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툼이나… 미움 받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환대를 받았고, 그것이 혜주나 아영에게도 뭔가를 해줄 수 있다. 그의 주변을, 그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을 180도로 바꿔놓고 있다. 그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냥… 모르곘어요. 지금이 좋아서 카는지 몰라도… 이거는 진짜 싸움이랑은 다른 것 같아요.”
싸움과는 달리 이것은 무엇인가를 남긴다. 지는 경험은 아직까지 해보지 못했지만… 하면 할수록 기분도 좋지 않고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꼈던 싸움과 달리 해보고 나서 얻는 것들이 더 많은… 그 결과에 현성이 마냥 나쁘게 생각했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듯 이야기를 꺼내자 혜주가 흐음… 하고 그를 바라본다.
“자신 있나…?”
그리고 그녀가 그를 향해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에 현성이 그건 쉽게 대답하지 못 할 것 같다는 듯 옅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흔든다. 엄밀히 말해서 상대는 과거 메이저 무대의 탑 선수였다. 부상으로 인해서 장기 휴업을 했다 하더라도… 그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그가 현성을 복귀전 상대로 직접 지목한 이유는 그의 존재감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가장 쉽고 적당한 상대라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실을 떠올려 보면 사실 어느 정도는 또 우습게 보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괜시리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다시 생각에 빠진 그를 보며 혜주가 무엇인가에 빠져든 남자의 모습은 곁에서 지켜보기도 좋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짓다가도 지금은 거기에 빠질 때가 아니라 생각한 듯 그를 빤히 올려다 보다 목소리를 높인다.
“이길 자신 말고 안 맞고, 덜 맞을 자신!”
그런 그에게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승리나 그것으로 인한 벌이가 아니라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원하는 바를 밝힌다. 지금은 그게 아니라 자신에게 빠져야 한다는 항의성 담긴 목소리에 현성이 ‘아…’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것도 장담은 못하겠지만 최선은 다해보겠다는 듯 이야기 한다.
“응. 그거는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최대한 노력 해야죠. 누나 생각해서라도.”
후후 웃으며 꺼내든 그 말에 혜주가 다시 미소를 띤 채‘ 그래! 그캐야지!’ 하고 팔짱을 낀다.
“근데 있잖아. 니 그거 아나…?”
그리고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조금 재미난 것을 발견한 듯 이야기를 꺼낸다. 그 귀여운 목소리에 현성이 ‘어떤거예?’ 하고 물음을 던지자 혜주가 살짝 치아를 보이며 미소 짓곤 대답한다.
“니 맨 첨에는 억지로 하는 거 같았는데… 요즘은 이거 하면서 좋아 보인다. 좋아하는 거 같다!”
무어라 확실히 꼬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격투기 이야기를 하고, 또… 그것들을 해나가는 현성의 모습이 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에 혜주가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아…’ 하고 머리를 긁적인다.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뭐, 모르긴 몰라도 예전보다는 좋아졌잖아! 내기 할래?”
이내 혜주가 입버릇처럼 내기를 꺼내들자 현성이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도 맞을 것이다. 계절이 변한 것처럼… 겨울의 차가움이 사라지고 봄의 따스함이 깃든 것처럼 어느 샌가 차갑게 얼어붙었던 그의 마음도 눈 녹 듯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아마… 격투기는 싸움과 다를 바 없는, 그에게 있어선 여전히 지우고 싶은 기억 중 하나인 그 날을 떠올리게 하던 그 느낌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순간부터 말이다.
“근데 누나가 이길 거 같아요. 내기.”
그리고 현성이 후후 웃으며 혜주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그 손길에 혜주가 샐쭉한 미소를 입에 걸치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가도 니가 이길거다. 왜냐하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그렇게 해서 그렇게 이겼는데, 이제는 좋아하게 되니까 그렇게 하면 당연히 더 열심히, 더 잘하게 되니까 가는 가보다 더 잘한다 그래도 니 못 이길걸?”
경상도 네이티브가 아니고선 잘 이해하기 힘든 혜주의 말에 순간 지나가던 서울 사람들이 힐끔 그녀를 쳐다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혜주가 그런 반응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현성을 바라본다. 그 믿음 가득한 눈빛에 현성이 더 이상의 응원도, 그리고 망설임도 필요가 없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가 이긴다 카면 나는 이겨요.”
============================ 작품 후기 ============================
퀄 저하에 대한 우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요즘 몰입이 잘 안 되네요. 반짝 의욕과 생각이 솟아 올랐다가도 금방 사라져 버리고…
방전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서 이젠 전반적으로 그냥 글쓰기 자체가 싫어- 이런 기분 입니다ㅋ
굿 네이버스도 합격 했는데 이후 일정에 따라서 연락 주겠다, 수고해달라더니 며칠째 연락을 안 주네요.
우와앙!
그래서 분노의 이력서 투척을 오늘 대여섯 건 다시 던졌습니다.
또 다시 불안해진 현실에,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에 늘어나는 건 한숨.
쉬고 싶은데- 이걸 쉬면 먹고 살기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써나가는 게 현실이네요.
솔직한 말로 추천 수가 감소하는 걸 보고 아… 내가 몰입 못하는 걸 다 느끼는구나 뜨끔 했어요.
퀄을 생각하면 충전의 시기가 필요한데 쉬기가 무섭네요.
착하게 살자때만 나와도 맘 편하게 쉬겠는데-
지금은 아무리 돈 욕심 안내고 한다 해도
쉬지는 못하겠네요. 이게 현실이네요.
쓰다…
역시 투 잡이 필요 해요.
역시 하나에 몰빵은 안 돼요.
돈 많이 안 줘도 되니까 날 가져요 헝헝.
돈 욕심 많이 안 내도 어떻게 취업이 쉽지가 않네요.
그런고로 차선책으로 신작을 냈죠.
퀄리티보단 욕망에 충실한 글이에요.
‘머니 게임’이라는 글이에요.
그냥 가볍게는 볼만 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리만족성과 킬링타임에 중점을 두려고 해서…
물론 그쪽으로 너무 넘어가는 건 또 싫기도 하고…
혼돈의 카오스적인 심적 상태를 담아서 무작정 쓴 글이에요.
솔직히… 이것도 잘 쓰고 싶은데 괜히 이런 상태로 써서 망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마 괴물이 영 집중과 몰입이 안 되면 교차 연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또 이런다고 ‘안 팔리니까 새 글 쓰시나 보죵?’ 하고 비꼬고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있을까봐
미리 얘기 하는데- 아입니다, 그런 거는^_^ 어금니 꽉 깨물고 미리 이야기 하는 건데요.
그런 주옥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경우 도전장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당. 저 본격 키워에요, 사실. 키보드론 원판치 쓰리강냉이 투펀치 포갈비 견적 뜨는 사람이에요. ㅋㅋ
아무튼 뭐라 얘기는 드리지 못 하겠고 아무튼 ‘쉬지는 못하겠다…’가 제가 빠진 딜레마란 것만 좀 헤아려 주시면 좋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