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68화 (68/281)

- 68 회 - 괴물

“아마 과거에 3도 이상의 심각한 손상이 있었던 것 같군요. 음… 결과를 봤을 때에… 가장 이상적인 건 아무래도 피부 이식 수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직업이 격투기를 하고 있는 선수이시다 보니 피부이식 수술을 당장에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고… 프락셀 레이저 시술이나 핀홀법 같은 비수술적인 부분으로 상태의 개선 여부를 알아보고 차근차근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한강 성심병원의 화상 센터에서 과장 직책을 맡고 있는 고봉수 의사의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종격투기 카페 회원들과의 만남 이후 지선과 오 대표가 곧 바로 온지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현재 화상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 판단을 내리는 문제였다.

“그러면… 수술 말고 그냥 다른 방법으로…?”

성심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고봉수 과장과 간략한 인사를 나누고, 피부의 상태를 검사 받은 현성이 의학적 지식이 생소한지라 그가 하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진다. 그저 피부 이식 수술이라는 게 있고, 그걸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해서 화상 자국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해오다 보니 그 수술의 이름은 익숙해도 프락셀이나 핀홀법 같은 시술은 전혀 들어본 일이 없는 듯 생소한 모양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봉수 과장이 ‘음…’ 하고 조금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당시에 빠르게 손을 썼다면 모를까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다 보니… 솔직한 말로 얼마나 개선이 될 지는 장담 할 수가 없습니다. 대략 70-80% 정도만 개선 된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텐데… 그 정도 수치가 나올지… 엄밀히 말해서 피부 이식 수술이 가장 개선의 여지는 큰 게 맞습니다.”

현성의 물음에 고봉수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한다. 그 말에 현성이 수술이 역시나 가장 잘 될 확률이 높단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힐끔 고봉수 과장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수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왠지 모르게 화상 치료 수술이다 보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던지 그 궁금증 섞인 눈빛에 고봉수 과장이 이것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라는 듯 쓴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하지만… 우선은 장현성 씨의 직업이 프로 선수이다 보니 수술을 받게 된다면 활동 자체에 지장이 생길 겁니다. 보통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다면 모를까… 안면 부위에 계속 자극을 받을 수 있는데다, 굉장히 격렬한 운동을 하고 계시니까. 그리고 이식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상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또… 비교적 살집이 넉넉한 부분, 예컨데 허벅지에서 피부를 절개해내어 이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 활동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혹시라도 비수술적인 요법들로 상태가 좋아질 수 있도록 먼저 손을 써보고 난 뒤에 나중에 시간적인 여유가 되면 그때 수술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싶습니다.”

선수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그에게 수술은 장기간 훈련을 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고, 그것이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이 아닌 것 같다는 고봉수 과장의 말에 현성이 그제야 이해를 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그에게 있어선 프로 파이터라는 직업이 있고, 스폰서 계약이 발생한다면 그 기간 동안은 충실히 파이터 생활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다보니 당장…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부 이식 수술이 맞지만 그걸 또 그리 할 수는 없는지라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관수 관장이 의사의 말에 조금 씁쓸한 얼굴로 작은 한숨을 내쉰다.

“그카면… 이 시술 같은 거는…?”

“프락셀의 경우는 시술을 받고 나서 금방 생활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일반적인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고 아무래도 프로 선수이다 보니 그렇게 거친 운동은 좀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 정도의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임한다면…”

그 시술조차도 어느 정도는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현성이 ‘아…’ 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역시나 현실의 벽은 높고 높았다. 수술이나 시술 모두 지금의 상처를 완벽하게 제거 할 수는 없고… 최선이 70~80%라고 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수술이나 시술이 잘 되었을 때의 일이고, 그저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전보다 조금 나아지는 정도일 뿐. 그 생각이 드니 절로 가슴이 답답한 듯 현성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의 콤플렉스와 무척 관련이 깊은 화상만큼은 기대하고 싶지 않아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거기에 그렇게 크게 연연할 필요도 없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운한 것은 서운한 모양이다.

“…아직은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닌 거 같네예.”

이내 체념한 듯 그가 옅은 미소를 띤 채 이야기 하자 고봉수 과장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좋은 기계들이 나오고, 새로운 방법들도 나오게 되니까… 원래 의학이란 게 그렇거든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보다는 기계가 하는 영역… 기계의 최신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준비 하다 보면 분명히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지금 당장엔 시술이나 수술 모두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프로 파이터로 첫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고, 그로써는 압도적인 데뷔전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은 얼굴의 상처를 지우는 일이겠지만… 그건 당분간 미뤄두잔 생각에 현성이 ‘괜찮아예, 슨생님.’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적이자 김관수 관장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위로하듯이 그의 어깨를 어루만진다. 그 손길에 현성이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다시 옅은 미소를 짓는다.

“당장 급한 거는 아니니까… 15년 넘게 기다맀는데 한 몇 년을 더 못 기다리겠심까. 그때 되면 진짜 획기적인 방법 나올 수도 있고… 그러잖아예. 괜찮심다.”

그는 결코 천성이 밝고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애를 쓰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슬퍼하는 것을 본다면… 응당 그들을 위해서 본인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게 현성이었다. 김관수 관장과 고봉수 과장의 마음이 느껴졌던 모양인지 일부러 더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 두 중년이 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지지 말자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 맞습니다! 레이저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정말 장현성 선수가 유명하고, 세계적인 파이터가 돼서 충분히 시간과 여유가 생기게 된다면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아직 젊은 나이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그 젊은 나이에, 얼굴에 저렇게 큰 화상을 입은 채로 살아가는 것이… 그와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둔 고봉수 과장으로썬 맘이 불편한지 말을 하다 말고 그가 한숨을 내쉰다. 원래 그가 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지만 방송을 통해서 본… 이 사연 많은 청년에게는 무엇인가 큰 도움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진심 어린 눈빛에 현성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이 얼굴로도… 그래도 연애도 잘 하고 있잖아예.”

다들 그러지 말라는 듯 그가 혜주의 이야기를 꺼내자 고봉수 과장이 ‘아!’ 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김관수 관장 역시 밖에서 그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혜주를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던지 ‘음!’ 하고 덩달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남자는 얼굴이 아니라 능력 아이가! 고 과장님도 보셨지예? 기가 막히게 이쁘지 않습니까?”

“아유, 전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저희 병원에 연예인들도 시술 받으러 종종 오고 하는데 비교해도 손색이 없더라구요!”

두 중년이 껄껄 웃으며 혜주를 칭찬하자 현성이 그 이야기에 또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입가에 걸려서 히죽이죽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고봉수 과장이나 김관수 관장이 맘 한 편이 짠하면서도 그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 좋고 흐뭇했던 모양이다.

“자… 그카면 일단은…”

“네. 지금 당장 보다는… 아무래도 추후에 장선수가 생활면이나 시간 면에서 안정이 될 때… 그때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술보다는 시술. 그리고 지금 당장보다는 추후에 여유가 있을 때. 단순한 스폰서의 광고 효과만을 생각한다면 그리 권하지 않을 고봉수 과장의 말에 김관수 관장과 현성 모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이야기 해준 고봉수 과장이 무척이나 고마운 듯 두 사제(師弟)가 그를 바라보며 감사의 눈빛을 전하자 고봉수 과장이 별 일 아니라는 듯 후후 웃음 짓는다.

“그래도 조금 긍정적인 게 있다면 장선수의 피부가 재생력이 아주 탁월합니다. 다른 부분의 피부들은 무척이나 건강하구요. 조금 건조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건 아마 여자친구분에게 잘 얘기 하면 잘 챙겨 줄 겁니다.”

고봉수 과장의 말에 현성이 또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실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이내 김관수 관장의 그의 어깨를 탁탁 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봉수 과장이 배웅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 짓는다.

“언제든 찾아오시면 우리 병원에서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격투기는 챙겨보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장선수 시합은 꼭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파이팅을 빌겠다는 듯 그가 엄지를 들자 현성이 ‘진짜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소년원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엔 모든 것이 막막하고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봄이라서 그런 것일까? 온 세상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나날들이라면… 그 머지 않은 미래도, 그 끔찍했던 여름과 지독하게 추웠던 겨울도 이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하며 현성이 김관수 관장과 함께 진료실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뭐라 카던데?!”

그리고 현성이 김관수 관장과 함께 밖으로 나오자 마자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혜주가 벌떡 일어나 물음을 던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현성이 후후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든다.

“…아… 안좋나…?”

혜주 뿐 아니라 기철과 예린, 태수… 그리고 지선과 오형석 대표도 거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동안 현성이 너무 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듯 대답한다.

“그냥…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네요. 완전히 100% 낫는 거는 아이고… 근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가 나중에 돈 많이 벌고, 여유 시간 생기면 그때 할라꼬요.”

그 대답에 사람들이 ‘아…’ 하고 그나마 안심한 듯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아예 수술이나 방법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맘 조리던 혜주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그냥 지금 하면 안 되나?’ 하고 물음을 던진다.

“돈은 내 있는데 그냥 지금 빨리 하면…”

“그러면 현성 씨가 아무래도 시작한 입장에서 또 공백기가…”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지금이 무척 중요한 시기라는 듯 지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혜주가 순간 멈칫하며 힐끔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입을 다문 채 ‘그냥 맘이 그렇다고요!’ 하고 까칠한 음성으로 이야기 하자 지선이 미안한 듯 그녀를 힐끔 바라보며 난처한 얼굴을 한다.

“…누가 몰라서 그카나…”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혜주가 홀로 투덜거리자 예린이 ‘언니! 진짜 열녀다!’ 하고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혜주의 팔에 팔짱을 낀다. 그러는 사이 현성이 여전히 어색한 두 사람 사이가 조금 신경 쓰이는 듯 눈치를 살피고 있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자자!’ 하고 박수를 치며 주의를 집중 시킨다.

“일단 오늘의 큰 일은 끝을 냈으니까네… 우리 이칼 때가 아이다.”

전 날 경기가 있었고, 오늘은 가장 큰 일인 성심병원 방문과 화상에 대한 논의를 끝마쳤다. 통상적으로는 경기를 치루고 나서 며칠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겠지만 현성의 경우는 단 한 대의 히트도 허용하지 않은데다… 그 화상의 치료를 넉넉하게 준비 하려면 이렇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듯 김관수 관장이 기철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기철아, 가가 태웅회관에 연락 좀 해라. 우리 가서… 혜주야, 내 미안한데 너거 데이트는 내일부터 차차 하고…! 오늘은 일단 어제 경기 돌아보면서 고치야 될 거 좀 얘기 하고 사람 좀 만나 봐야겠다.”

그 말에 순간 모두가 김관수 관장을 힐끔 바라 본다. 그가 원래 승부사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결정은 조금 갑작스러운 감이 있지 않나 하는 눈이다. 그 눈빛에 김관수 관장이 괜히 어색하게 흠흠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는다.

“빨리 빨리 현성이 키워놔야 하루라도 빨리 시간 나지 않겠나!”

그로써도 아끼고 아끼는… 사랑해 마지 않는 제자의 얼굴에 난 오랜 상처를 하루라도 빨리 지워주고 싶은 듯 김관수 관장이 그 뜻을 넌지시 내비추자 순간 툴툴거리던 혜주도 난처해 하던 지선도 모두 동시에 ‘아…’ 하고 웃음 짓는다.

“뭐 오늘 예린이 내리 가니까요! 난 괜찮아요!”

그런 김관수 관장이 무척이나 귀엽다 생각하며 혜주가 금방 쿨한 모습으로 소리친다. 그 목소리에 예린이 ‘언니! 섭섭해요!’ 하고 입술을 삐죽 내미는 동안 지선이 왠지 모르게 안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런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릴 틈도 없이 현성이 힐끔 김관수 관장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진다.

“근데… 거가 뭐 하는뎁니까…? 관장님.”

그 물음에 김관수 관장이 흠흠 하고 기철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지금 아까 그 말을 하고 나서 조금 쑥스러운 듯 말을 미루는 그의 모습에 기철이 낄낄 웃음을 흘리며 핸드폰을 꺼내들고 김관수 관장 대신 대답한다.

“한국… 아이다. 거의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타격 스폐셜 리스트’가 있는데.”

============================ 작품 후기 ============================

애니팡 39만점을 달성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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