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 회 - 괴물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감은 눈 위를 때리면, 이상하게도 보이지 않아도 빛이 있단 것을 느낄 수 있는 모양이다. 창가로 새어 들어오는 완연한 봄바람과 빛이 따사롭게 잠이 든 현성의 얼굴에 닿자 정신없이 홀로 잠이 들었던 현성이 눈썹을 꿈틀하며 ‘으음…’ 하고 몸을 뒤척인다.
“으…”
어제 밤. 혜주를 어쩔 수 없이 예린의 방으로 보내고, 홀로 잠이 들었던 그가 이불로 얼굴을 가리다가 문득 훈훈한 미풍에 내가 창문을 열어 놓았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던지 이상하단 생각에 천천히 들었던 이불을 내린다.
“빨리 안 일나나.. 잠꾸러기야.”
그런 그에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후후 웃음기 섞인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현성이 옅은 웃음을 띤 채 천천히 눈을 뜬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를 하고, 화장도 하고, 무척이나 하늘하늘한 연두빛 원피스를 입은 혜주가 새초롬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에 현성이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웃음 짓자 혜주가 봄볕에 빛나는 얼굴로, 흔들리는 머리카락으로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와 아침 인사 대신 부드럽게 그 입술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현성이 웃다가도 더 크게 웃음을 지은 채 그녀를 꼭 끌어 안자 혜주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친다.
“안 된다…! 밖에 관장님이랑 다 기다린단 말이야…!”
혹시라도 아침의 기운을 빌어서 그 일이 있으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듯 그녀가 조금 발그레한 얼굴로 속삭이자 현성이 ‘아…’ 하고 다시 또 아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다들… 벌써 다 일어났어요…?”
그러다가 아침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다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지 그가 얼떨떨한 얼굴로 물음을 던지자 혜주가 후후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니 어제 진짜 술 많이 마셨는갑다…! 오늘부터 스폰터 계약 하기로 한데 만나보러 다니기로 했잖아.”
그 말에 현성이 ‘아, 맞다…’ 하고 깜빡하고 있었던지 눈을 크게 뜨자 혜주가 다시 웃음 짓는다. 아침 햇살만큼이나 싱그러운 얼굴로 그런 그의 허술한 모습도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가 가볍게 입술을 다시 마주치며 어서 잠이 깨라는 듯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그 안으로 애피타이저를 밀어 넣는다. 천천히 마주한 달콤한 아침 디저트에 현성이 미소와 함께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 한다.
“금방 나간다고 얘기 좀 해줘요, 누나.”
그 말에 혜주가 ‘그래!’ 하고 후후 웃으며 살짝 뒤로 물러선다. 어제 밤과 같이 부끄러움 가득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뻐보여 눈을 뗄 수가 없는 듯 현성이 계속 그녀를 바라보자 혜주가 ‘뭐…!’ 하고 미소와 함께 새침하게 돌아선다. 그리고 힐끔 고개 돌려 그를 바라보며 속삭인다.
“바보야. 아무튼 다들 니 말고 벌~써 준비 다 했으니까 빨리 나와…! 알았제?”
그 말에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후후 웃음과 함께 살짝 방문을 닫고서 혜주가 밖으로 나간 사이 이내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속옷 하나 걸치고 잠이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자마자 어제 입고 있었던 청바지를 걸치고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한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고… 머리도 만지고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길지 않은 머리다 보니 물만 묻혀도 수습이 되어 버린다.
“…딴 데도 아이고…”
어제 찾아온 아디다스 코리아 측과의 만남도 물론 중요한 계약이었지만 이번에 서울에 오게 되면서 김관수 관장이나 현성, 혜주… 그리고 그들 뿐 아니라 심지어는 함께 일했던 범수나 덕기까지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곳이었으니까. 원래대로라면 경기를 마치고 바로 대구로 내려가도 문제가 없겠지만… 이 곳을 시작으로 밀려있던 스폰서 계약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보다는 서울 생활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현성이 비치된 샴푸로 가볍게 머리를 정리하고는 슥슥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는다.
그리고 다시 본 얼굴의 상처. 3도 화상이라는 심각한 손상이… 무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얼굴에 자리하고 있어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상처다. 여전히 보기 흉하고… 험한 인상을 더욱 더 험하게 만들어 주는 상처. 마치 좀비나 괴물처럼… 얼굴에 한 가득 남아 있는 그 상처들을 어루만지던 현성이… 이제는 이런 것을 가지고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혜주를 만나서 더 이상 이 상처가 괴롭지만은 않다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어린 시절에는 그게 항상 싫어서 유치원도, 학교도 그 어느 곳도 다니고 싶지 않아 했었고… 그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더 심해진 감이 있었다. 얼굴에 난 상처가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어린 날에 새겨진 화상과 동시에 그 마음에는 그것보다도 더 크고 깊은 흉이 지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결국 고모집에서 머물며 지내게 될 때 까지… 어디에서도 받아지지 못했고, 애물단지 마냥 밀려나고야 말았으니까.
그런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어린 시절에는 더욱 더 크게만 보이던 상처 자국이 지금에 와선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단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사람이란 게 무척이나 간사한 동물이란 생각이 들었던지 현성이 다시 한 번 미소 짓는다. 이제는 이런 게 있어도… 당당히 나설 수 있고, 설 수 있는 자리란 게 생겼다. 그리고 그런 것들로… 단순히 용모가 다르다고 해서 선을 그어 버리고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진심을 알아주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상처에는 연연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게 좋으니까.”
그 희망을 담아서 현성이 위로 반팔 티셔츠를 걸치고 들뜬 마음만큼 서둘러 밖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자슥! 들뜨가 잠이 안 오더나!”
“혜주 누나랑 방도 따로 썼다 그카드만!”
“오빠랑 언니랑 늦게 일어날까봐 내가 염치 불구하고 언니 델꼬 잤더니…! 오빠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나 배고파요!”
현성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만큼이나 들뜬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김관수 관장과 기철, 예린이 히히덕 웃음을 흘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 핀잔에 현성이 늦잠을 잔 게 못내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죄송함다…!’ 하고 고개를 숙이자 그들 곁에서 조용히 서있던 혜주가 ‘아이 진짜!’ 하고 얼굴을 붉히며 그들을 바라본다. 그 수줍어 하는 모습에 기철이 ‘아… 나도 연애…’ 하고 부러운 듯 현성을 바라보는 동안 김관수 관장이 짝짝 박수를 치며 주의를 집중 시킨다.
“자, 암튼! 일났으니까 빨리 가자!”
그리고 김관수 관장이 시계를 힐끔 살펴보며 이야기를 하자 예린이 배가 고프다는 듯 배에 양 손을 올리고는 김관수 관장에게 물음을 던진다.
“관장님! 밥부터 안 먹어요?”
그 덩치 좋은 현성이나 기철도 따로 하지 않는 식사 재촉을 키가 크긴 하지만 날렵하게 잘 빠진 체구의 예린이 대신하자 김관수 관장이 ‘참 나…’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타이르는 듯 이야기 한다.
“예린아, 밥은 일단은 병원부터 갔다오고 나서 묵자!”
그 말에 예린 역시 지금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가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아, 맞다!’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현성을 바라본다. 이내 배시시 웃으며 애교 있는 얼굴로 예린이 ‘오빠야! 미안!’ 하고 손을 들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괜찮다.’ 하고 그녀의 손에 손뼉을 마주친다.
“일단은 그카면 택시 타고 바로 가뿔까요…? 여기서 병원 많이 먼가?”
그 사이에 혜주가 다른 누구보다도, 심지어 현성보다도 빨리 그 곳으로 가고 싶다는 듯 이야기 하자 김관수 관장이 허허 웃음을 터뜨린다.
“기철아, 그가 어디라 캤노? 한강성심병원?”
“예…! 근데 이따가 지선 누님이랑 오대표님 같이 오신다니까 다 같이 가자 카던데요?”
“아, 그래? 하기사 둘이 서울 사람이까네 길 맡겨 놓음 우리끼리 가는 거 보단 안 낫겠나?”
그 말에 기철이 ‘글쵸!’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혜주가 ‘우…’ 하고 김관수 관장과 기철을 바라본다. 지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들도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그녀가 와서 싫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혜주 누나! 어디 병원이 도망치겠어요? 출발 할 때 쯤에 연락 주면 된다 캤으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말아요! 뭐, 거도 괜찮고… 또 현성이 아디다스랑 진짜 삼년 계약 그 아저씨 말대로 하면 내보다도 돈 많이 벌 거 같은데 굳이 후원 없어도 ‘화상 치료’ 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런 그녀를 기철이 달래는 듯 이야기 하자 혜주가 ‘음… 몰라!’ 하고 현성의 팔을 꼭 끌어 안는다.
“캬… 진짜 너거는 전생에 볼트 너트 였는 갑다. 우에 떨어질 줄을 모르노?”
김관수 관장이 그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차자 이내 현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렇게 놀리는 것도 마냥 싫지 않은 듯 수줍은 그의 모습에 혜주가 덩달아 히히 웃음을 띤 채 ‘다들 왜 캐요~!’ 하고 애교섞인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자 예린이 윽 하고 고개를 흔든다.
“관장님! 오늘 저 내려 가면 안 되겠어요! 언니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쪼끔 더 닭살스러워 진 거 같아요! 이카다 기철이 오빠 손 발이 사라지면 타이틀 전 우에 해요?”
톡톡 쏘는 예린의 말에 혜주가 ‘야! 황예린!’ 하고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다. 그렇지만 어디 예린이 보통 여자던가? 왠만해선 혜주에게 기죽는 여자들과는 달리 히히히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예린이 ‘둘이 어제 뭐 했을까~’ 하고 소녀답지 않은 능글맞음으로 응수하자 혜주가 ‘윽…’ 하고 뒤로 물러난다.
“암튼 기다리는 동안 그카면 밥이나 먹으러 가요! 내 배고프단 말이에요!”
이내 예린이 쾌활하게 다시 밥을 주장하자 김관수 과장이 원래대로라면 출발을 해야 겠지만 지선과 오 대표를 기다릴 겸 해서 달리 할 것도 없는데 밥이나 먹자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기다리게 된 것이 조금은 마음이 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철의 말대로 병원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말에 현성이 그 어떤 때보다도 기쁜 듯 한 미소를 띤 채 ‘오늘은 밥 제가 살게예!’ 하고 소리치자 ‘오…!’ 하고 기철과 예린이 그를 바라보며 엄지를 들어 올린다.
“근데 태수 행님은 대구 내려가셨심까…?”
그 사이에 현성이 태수가 보이지 않자 김관수 관장에게 물음을 던진다. 그 물음에 김관수 관장이 ‘참!’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기철을 바라보자 기철이 이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서울에 온 김에 친구 좀 보러 간다 카던데… 잘 모르겠어요. 암튼 뭐 태수 형님 개인적으로 오신 거니까 개인 일 있는 거 아니겠어요?”
같이 방을 쓰던 기철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이에 김관수 관장이 ‘카면 알겠다!’ 하고 후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인지 궁금하면 연락을 해보면 될 일이니까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듯 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 밖으로 나선 사이에 왠 승합차 한 대가 그 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태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어?’ 하고 현성과 토네이도 짐 식구들이 그를 바라본다.
“태수야!”
김관수 관장이 어딜 갔다 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승합차에서 내린 그를 바라보자 태수가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 카페 회원분들 좀 만나가 같이 왔심다!”
그 말에 ‘으잉?’ 하고 김관수 관장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곧 승합차에서 왠 남자들이 우루루 내리자 현성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신기한 듯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곧 운전석의 남자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어?”
그를 알아본 현성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제 경기 진짜 잘 봤습니다! 장현성 선수!”
그 외침에 현성이 정문호 대표와 함께 토네이도 짐을 찾아와 후원금을 전해주었던… 그를 알아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미소와 함께 꾸벅 인사를 하자 그 옆으로 우르르 내린 남자들 역시 들뜬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대구 바로 안 가고 서울에 당분간 있을거라 캐가 연락을 했다! 그카니까 이게 어제 저녁에 얘기 했는데 이마이 모여 온거라!”
태수의 설명에 현성이 그들을 돌아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아, 안녕하십까…’ 하고 꾸벅 인사를 한다. 아마 그들 대부분이 어제 경기를 관람하거나 인터넷으로 경기 장면을 본 듯 ‘이따가 싸인 좀!’ 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현성이 무어라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아마… 그에게 후원금을 전달해준 사람들이 그들이었을 것이다. 어떤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자발적으로 그를 돕기 위해서 말이다. 그 마음을 생각하니 현성이 무어라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다시 한 번 꾸벅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다른 유려한 말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고 잘 모르기도 몰라… 이렇게 밖에 인사 할 수 없다는 듯 그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자 태수가 ‘에이! 그라면 안 돼지!’ 하고 후후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래도… 진짜 고마우신 분들이라가…”
아마 그 역시 현성의 1호 팬을 자처했던 만큼… 이러한 모임을 알고 있었고, 그를 만나고 싶어 하던 ‘팬’들을 데리러 일찍 나섰던 모양이다. 보기완 다르게 정말로 순박하고 예의바른 그 모습에 모인 사람들이 덩달아 기분이 좋은 듯 흡족한 웃음을 띤 채 ‘에이, 안 그래도 됩니다!’ 하고 고개를 흔든다.
“그냥 사진이나 한 번 같이 찍어 주고, 싸인이나 해주시면 우리는 오늘 땡 잡은 거죠!”
“진짜 팬이에요! 방송도 잘 봤고, 어제 경기! 진짜 그거 보고 내가 너무 놀라서 순간 사랑한다 고백할 뻔 했잖아요!”
남자들 답게 허허허 웃음을 터뜨리며 넉살 좋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속에서 현성이 그저 웃음을 띤 채 감사를 담아 그들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관수 관장이나 기철, 예린… 그리고 혜주까지도.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 싶었던지 훈훈한 웃음 머금고 있는 동안 차를 몰고 왔던 현배가 ‘혹시 바쁘신데 저희 때문에…?’ 하고 물음을 던진다.
“아, 아닙니더. 지금 병원 가기 전에… 피디님이랑 사람들 기다리고 있어가…”
괜찮다는 듯 현성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자 그들이 귀가 솔깃한 듯 ‘아…’ 하고 그를 바라본다. 그의 얼굴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화상 자국. 그 화상 자국이… 방송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이 없단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매칭이 되는 모양인지 순간 이종격투기 카페 회원들이 조금 숙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그들의 마음에 현성이 지난 시간에는 세상이란 것이 너무나도 높고 적막하다고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정말… 또 다른 세상인 것만 같단 생각에 웃으며 ‘오늘 의사 쌤이랑 얘기 하러 가예!’ 하고 일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이야길 한다.
“진짜 잘 될 겁니다!”
“의사도 진짜 나중에 현성 선수가 세계 챔피언 되면 아… 내가 챔피언 얼굴을 이렇게 원래대로 돌려준 사람이다 하고 엄청 자랑하고 다닐거에요!”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던지 그 이른 일요일에 그를 보러 온 사람들 모두 한결 같은 목소리로 응원하자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다는 것을… 하나, 하나 실감해가면서 그가 아직까지 격투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계속 하다 보면 이 일을 나중엔 무척 좋아하게 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 그래 되면 좋겠네예… 저도.”
============================ 작품 후기 ============================
11월 1일 스카이폴 개봉 전 카지노로얄-퀸텀 오브 솔러스 정주행 완료 했는데 이거 넘 재미있네요. 어나더 데이 보고 이건 뭐야 하고 접었었는데 스카이폴 평이 하도 좋다길래 봤더니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본드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마초 캐릭터네요 ㅋ 본드 걸도 에바 그린, 올가 쿠릴렌코 둘 다 매력 얄짤 없고… 특히 에바 그린이 엄청나더군요. 베스퍼 날 가져요 으헝헝- 기존 007 시리즈랑은 색채가 다른데… 와 진짜 잘 만들었네요. 퀸텀 오브 솔러스가 카지노 로얄보다 덜하긴 한데 제임스 본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거라고 보면… 그게 극적인 부분이 떨어져서 그렇지 본드의 성장을 보여주는, 조심스러운 편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스카이폴 무척 기대 중입니다.